[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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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 살해된 현장에는 퍼즐 조각이 있었다. 그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조카 ‘이나’(김다미)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 10년 후 프로파일러가 된 이나 앞에 의문의 퍼즐이 도착하고, 다시 살인이 시작된다. 윤종빈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추리물인 디즈니+ <나인퍼즐> 이야기다. 천재 프로파일러지만 어린아이 같은 면이 공존하는 ‘이나’로 분한 김다미. 현실에 발을 붙이되 스타일링과 톤앤 매너에 있어 만화적인 캐릭터를 소화해 내었다. 시청자들의 기발한 추리력이 놀랍고 재미있다는 김다미를 만났다. 김다미가 아닌 캐릭터로 보여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나인퍼즐>이 재미있다고 소문났더라. (웃음) 반응은 좀 살펴보고 있나.
초반 공개되고 나서, ‘뭐냐’, ‘범인이 누구냐’ 등 궁금해하는 모습이라 사랑받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 오랜만에 작품으로 시청자를 찾아뵙는데 좋게 봐주셔서 기분 좋다. 많은 분들이 아주 사소한 부분, 가령 손톱 색이 왜 바뀌는지 혹은 카레 친구는 누군지 등등 의심하는 걸 보고 신기하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다.
실제로 추리하면서 대본을 읽었을 텐데, 처음부터 범인을 맞췄는지.
읽으면서 계속 틀렸다. 캐스팅도 되기 전에 글을 봐서 상상할 여지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나인퍼즐>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껴서 참여하게 됐나. 윤종빈 감독 작품 중 첫 여성 주인공인데.
우선 읽을 때부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더라.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전개될지 그 흐름이 잘 예측되지 않았다. 거기다 윤종빈 감독님이 연출하신다고 하니, 어떻게 매력적으로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려낼지 기대가 되면서 참여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그린 이나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초반부터 ‘한샘’ 역의 석구 오빠와 감독님과 여러 번 만나면서 함께 만들어 간 부분이 있다. 이나를 10년 동안 의심한 한샘이, 이나와 공조 수사할 정도로 서서히 스며드는 과정에 대해 특히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감독님은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많은 부분 함께 만들어 갔지만, 현장에서는 아주 명확하게 답을 주셨다. 그래서 의심 없이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이 그리시는 그림이 딱 있다고 느꼈다.
초반에는 꾸러기 탐정 같은 느낌이다. 명탐정 코난 같기도 하고. 만화 같은 캐릭터는 윤종빈 감독의 디렉션이라고.
캐릭터 자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어린아이 같은 인물이다. 이런 캐릭터성을 보여주고자 말투나 스타일링을 감독님과 함께 만들어 갔다. 사실 안경도 고민하다가 쓰게 됐는데 안경까지 쓰니 보다 더 만화 같은 느낌이 강화되더라. 그래서 ‘코난’ 같다고 할 때 우리가 만들려 한 탐정 같은 느낌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 기분 좋았다.
이나가 초반에 입은 언발란스 스커트부터 의상이 독특하더라. 스타일링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이나가 입을 법한 옷, ‘이건 이나다’ 하는 의상을 만들고 싶었다. 포인트를 뭐로 줄지 고민하다가 넥타이를 매게 하고, 패턴이 있고 붉은색 등 색감이 있는 의상을 선택했다. 손톱, 귀걸이, 의상도 매일 바뀌었는데 처음부터 정하고 들어가기보다 촬영하면서 찾아간 케이스였다. 잘 보면, 다양한 의상이 나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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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현실에서 보기 힘든, 붕 뜬 캐릭터일 수 있는데 땅에 발을 붙이려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이나의 대사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부분이 있어서 톤을 잡는 데 고민이 많았다. 이나 혼자 여성인 데다 일반보다 톤이 더 높은 인물 아닌가. 극 중 제일 만화적인 캐릭터라 초반에 시청자가 이나에 이입할 수 있을까 우려한 부분이 있었지만, 극이 흐르면서 점차 받아들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 정신과의사인 ‘승주’(박규영)와 있을 때는 이나의 아픈 면을 비추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려 했다.
이나는 왜 삼촌이 살해된 집에서 계속 살까? 보면서 궁금하더라.
그러게. (웃음) 그 집에서 나오면 과거의 아픔에서 좀 더 해방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나가 그 집에 계속 사는 이유는, 이나라는 캐릭터가 겉으로는 안 그래 보이지만 누구보다 사랑이 많은 인물이고 그렇기에 삼촌을 살해한 범인을 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생각했다. 삼촌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 집에 머문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이나가 번지점프를 하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이때 무슨 마음인 걸까.
음… 이나는 삼촌이 살해된 후 다시 퍼즐을 받기까지 10년 동안 사람들에게 마음을 보여주지 않고 스스로 상처받지 않으려 강해지려고 노력했을 거로 생각했다. 또 고자극을 느끼면서 본인이 살아있다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번지점프를 하고 차도 빨리 몰고 하는 행동이 이나 스스로의 탈출구가 아닐까 했다.
이나의 승주에 대한 감정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나가 삼촌의 죽음 이후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가 승주이고, 그렇기에 승주를 진심으로 좋아했을 거다. 이나는 천재적인 프로파일러지만, 자기 마음과 감정을 다루는 데는 익숙하지 않아 그만큼 승주의 존재가 컸을 거라 생각한다.
여지를 남기는 결말인데 어떻게 봤나.
되게 열린 결말이 아닐까 한다. 범인을 따라 한 누군가에 의해 새로운 사건이 발생한 것일 수도 있고, 범인의 단독 범행이 아닌 숨겨진 조력자가 있는 걸 수도 있다. 아니면 단순히 이나의 프로파일링은 계속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가장 어려웠거나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대사의 양 자체가 많고, 추리물이다 보니까 인물들의 이름을 틀리지 않으며 사건의 상황을 전달하는 게 제일 큰 어려움이었다. 이나의 캐릭터성을 살려 설명을 잘하고 싶었거든.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통해 어떨 때는 캐릭터성을 살리고, 또 어떨 때는 설명에 집중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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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역인 손석구와 호흡은 어땠나.
오빠는 뭐 하나를 하더라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으면 계속 파고들고 연구하는 분이다. 매우 캐릭터적으로 깊게 생각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인물을 파악하려 한다. 많이 배운 부분이다. 내가 대본을 보고 예상한 연기와 오빠의 연기가 달라서,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종종 생각했었다.
지진희, 이성민, 박성웅, 황정민 등등 기라성 같은 선배와 함께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겠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 많은 선배님들을 만난 건 정말 처음이다. 매번 전날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촬영장에서는 이런 긴장감을 숨긴 채 당당하고 당돌한 이나로 보이려 노력했었다. (웃음)
전작인 <이태원 클라쓰> 때와 유사한 연기 톤이라는 시선도 있는데.
<이태원 클라쓰>의 이서와 <나인퍼즐>의 이나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지만, 같은 배우가 연기하다 보니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서’ 역시 만화 같은 면이 있지만 그래도 현실에 발이 붙어 있다면, ‘이나’는 더 캐릭터성을 높여서 만화적으로 가져갔다. 전작과 달리 표현하려 노력했다.
작품의 텀이 긴 편인데 특별한 이유라도…
한 6개월 정도 에너지를 다 쏟아 촬영하고 나면 쉬는 텀이 필요하더라. 충전을 해야 다음에 또 쓸 수 있다고 할지, 일과 쉼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같은 리듬이 맞는 것 같다. 자연을 좋아해서 많이 보러 다니고 또 가족들과 맛있는 것 먹으며 재충전하곤 한다.
배우로서 가져가고 싶은 정체성이나 그리는 이미지가 있다면.
내향형이고 말을 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관객이나 시청자가 김다미보다 캐릭터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캐릭터로 보여지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이후 차기작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드라마 <백번의 추억>을 중반 정도 촬영했다. 청춘물로 버스 안내양으로 나온다. (웃음)
사진제공. UAA
2025년 6월 11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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