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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고 자신있게 소개하고 싶다” <침범> 권유리 배우
2025년 3월 14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배우 권유리가 달라졌다. 앞머리를 내린 헤어스타일부터 푹 깊게 눌러쓴 모자, 특수 청소업에 종사하며 고인의 유품을 몰래 빼돌려 당근에 팔기도 한다. 권유리가 이번 캐릭터 ‘김민’에 끌린 이유다. 소녀시대 ‘유리’로서 좀 더 단정하고 가다듬고 반짝이는 모습과는 반대 선상에 있는 캐릭터라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그이다. <침범>이 개봉하는 날을 설레고 떨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권유리를 만났다. 극장가의 불황 시기에 개봉하는 데 의미가 있고 무엇보다 “우리 영화 재미있다고 자신있게 소개하고 싶다”고 전한다. <침범>은 배우 권유리의 터닝 포인트이자, 올해 유일하게 관객을 ‘침범’할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침범>과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침범>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인사드리게 되어, 무엇보다도 영화관에서 뵙게 되어 더욱 특별하고 반가운 마음이다. 심리 파괴 스릴러 장르물인 <침범>의 대본은 약 2년 전에 받았다. 처음 읽는데 매우 흥미로운 게 술술 읽혔고, 원작 웹툰도 찾아보니 아주 재미있었다. 처음 김여정, 이정찬 감독님과 만났는데 두 분 모두 또래라 이야기가 잘 통했고, 한 분은 여성이고 한 분은 남성인 점도 좋았다. 소재도 신선했고 더불어 그간 해보지 않은 캐릭터를 제안해 주셔서, 왜 나였을까 하면서 ‘김민’이라는 인물을 구축하는 과정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김여정, 이정찬 감독은 당신 안에 있는 외로운 모습을 발견해서 캐스팅했다고 하던데
인간은 누구나 갖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를 캐치업해서 쓰여지길 기다려 왔던 것 같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제안해 주셔서 두 감독님께 감사하다. 오랫동안 활동해 온 이미지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기회라 무엇보다도 반가웠다.

이런 거친 캐릭터는 처음인데, 연기하면서 무슨 기분이 들던가.
그동안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서 쾌감이 더욱더 컸던 것 같다. 거칠고, 기구한 삶을 살아온 캐릭터이다 보니까 그동안 소녀시대 ‘유리’로서 보여온 좀 더 단정하고 가다듬어진, 반짝이는 모습과는 반대 선상에 있는 캐릭터라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평소 좋아하는 스릴러 장르 안에서 김민으로서 역할이나 포지션을 잘 수행해 나가는 임무에 집중했었다. 촬영 내내 몰두했고 즐거웠다.

김민의 어느 부분에 집중하려고 했는지.
김민은 내면의 상처가 많고, 그 상처를 ‘박해영’(이설)이라는 인물과는 정반대로 표현한다. 냉소적이고 차갑지만, 한편으로는 이성적이고 선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 극 중 화자로서 역할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관객이 중심을 잘 잡고 따라오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리’가 아닌 김민으로 보이기를 바랐고, 이를 위해서 증량하기도 했다. 후반부 박해영과 힘을 겨루는 액션 씬을 위해 무게감이 가미되도록 덩치를 키우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좀 더 거칠고 러프함을 보이기 위해 얼굴 질감도 그렇고 의상도, 그녀의 기구한 삶을 반영하는 톤앤 매너로 가져갔다.

그래서인지 앞머리를 내리는 헤어스타일링을 했다. 낯설더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스타일링으로 처음 본 낯선 얼굴이기를 바랐다. 앞머리를 길게 눈썹을 가리도록 내리니 인상이 많이 달라지더라. 민의 자기 파괴적이고 냉소적인 성격을 더 잘 드러나 보이도록 일부러 모자를 깊게 눌러쓰기도 했다.

후반부 ‘해영’과 민과의 대결씬이 박진감 있던데, 준비하느라 힘들었겠더라. 원테이크로 촬영했다고.
일단 액션스쿨에 다니며 연습했었다. 찾아보니 여자 대 여자 간에 이렇게 긴 신경전과 육탄전을 벌이는 시퀀스가 없는 것 같더라. 사실 원테이크로 찍게 될 줄은 몰랐는데, 촬영 여건상 시간이 넉넉하지 못해서, 원테이크로 한 번 가보겠냐고 하셔서 그러자고 했었다. 연습하며 합을 맞춘 부분이 있어서, 다행히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민 입장에서는 해영에게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거의 유일한 장면이라, 그 감정을 잘, 진실되게 쏟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격정적으로 잘 나온 것 같다.

‘해영’역의 이설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이설 배우는 호기심도 많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욕심도 많은 친구라, 시간만 나면 계속 함께 연습했던 것 같다. 리딩도 하고 동선도 맞추어 보고, 제작사의 연습실에 모여 마치 연극 연습하듯이 준비했었다. 실제로 몸과 몸으로 부닥친 현장이었다. (웃음)

전반부는 어린 ‘소현’(기소유)과 그 엄마의 이야기에 포커싱 돼 있는데, ‘소현’ 캐릭터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침범>은 드물게 후반부를 먼저 다 촬영하고 나서 전반부를 찍은 작품이다. 후반부는 이정찬 감독님이, 전반부는 김여정 감독님이 주도하셨다. 나중에 전반부를 보니 곽선영 선배와 기소유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너무 훌륭해서 극적 몰입감을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겠더라. 웹툰보다 더 긴장감이 크고, 후반부 서사의 큰 원동력이 된 것 같아 아주 좋았다. 소현은 태어났을 때부터 기이한 행동을 하는 아이라고 정의하고 들어갔었다. 이런 기질을 타고난 아이도 있을 것이고, 그럴 때 사회는, 어른은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더라. <침범>을 보고 난 후 이러한 이슈도 관객에게 던지는 하나의 화두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민과 해영, 두 인물 중 누가 소현의 미래 모습일까. 관객을 헷갈리게 연기하는 게 포인트 아닌가! (웃음)
그러잖아도 감독님이 어느 특정 장면에서는 마치 ‘소현’ 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좋겠다고 하기도 하셨다. 민과 해영은 참 닮은 구석이 많은 두 인물이다. 소현이라는 원체로부터 굴절되어 나온 두 사람이라고 할지, 다만 해영의 접근방식이 사람친화적이라면, 민은 폐쇄적이라는 점이 차이겠다. 민의 냉소적인 모습 이면에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고 캐릭터에 접근했다.

전반부는 모성애라는 감정에 기대어 있는데 모성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꼭 모성애라기보다 인간의 본질적인 기질에 관해 고민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모성애라고 하면 보편적으로 누구나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꼭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침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측은함이 있어 크게 이입이 되었다. 인물마다 살아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그 본질에 대해 깊이 사고하게 되더라. 영화를 본 아빠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아이 때 받고 싶은 사랑, 부부 관계의 사랑, 또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때론 건강하지 않은 사랑까지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우리 영화에 들어 있다.

두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더 느낀 점이 전반부와 후반부가 마치 다른 영화 같은 매력이 있다는 거였다. 조명, 전개의 흐름, 미장센 등 저마다 개성이 있다. 특색이 다른 두 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정찬 감독님과 작업했는데, 모성적인 부분 등에 대해서는 김여정 감독님이 객관적이고 좀 더 냉소적인 반응과 의견을 제시해 주셨다. 우리 영화의 캐릭터가 대부분 여성이고 이정찬 감독님만 남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감성적이고 모성애에 대한 이해력이 높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힘을 많이 받았다.

소녀시대 멤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윤아와 수영이가 시사 당일 날 온다고 했는데 촬영이 너무 바빠서 못 왔다. 우리 모두 각개 전투 중이라서… (웃음) 그 외 나머지 멤버는 주로 해외에 있고 해서. 티파니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때 직접 와서 보고 너무 대단하고 멋있다고 인정해주었다. 멤버들이 인정해 주면 기분 좋고, 나 또한 그들의 활동을 보면서 뿌듯하다.

<침범>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는데 뒤늦지만, 소감 한 말씀. (웃음)
일단 너무나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영화인의 축제라는 게 무엇인지 직접 가보니까 분위기로 느껴지더라. 그 축제의 일원으로서 축복받았고 더불어 앞으로도 계속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것도 또 그 영화가 <침범>이라는 데 큰 자심감이 생겼다. 관객의 반응을 보고 더 자신감이 생겼고, 보다 많은 관객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침범>을 통해 성장한 부분도 있을 터다.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있어서 <침범>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간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큰 도전이었다. 그리고 주변의 피드백을 봤을 때 해영과의 긴장감을 끌까지 잘 끌고 간 것 같더라. 많은 분이 민이 소현인지 해영이 소현인지 몰랐다고 하셔서, 이런 반응을 볼 때 한고비는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평소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을까.
평소에 좀 더 관심사를 넓혀 가려고 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내가 갖고 있는 선입견 같은 부분도 조금씩 허물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대중이 나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있듯이, 나 역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겠나. 이 문턱을 낮춘다면 좀 더 유연하게 캐릭터에 대처하지 않을까 한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또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어떤 배우라… 시원하게 말하고 싶은데 어렵다. (웃음) 생각해 보자면 ‘무슨 무슨 연기’ 하면 딱 떠오르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목표인데, 지금은 이를 위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많이 해봐야 내가 잘하는 것이 어느 부분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장르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부자면서 아주 안하무인인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다. (웃음)

제주도 생활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어떻게 지내나.
좀 더 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으로 하루 루틴은 특별할 게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날씨도 체크하고 산책하고 주변에 돌보는 강아지하고 고양이가 있어서, 그들에게 밥을 챙겨주곤 한다. 또 밥해 먹고 집안일하고, 요가도 배우고, 연기 수업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년 후 어떤 모습일 것 같나.
왠지 칸 같은 데 가 있을 것 같다. (웃음)

와우! (웃음) <침범>이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또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내게는 터닝 포인트다. 관객들에게는 올해 유일하게 침범하게 될 작품 아닐까! (웃음)

당신에게 소녀시대란.
내게 소녀시대는 태어난 고향이자 국가, 전부인 것 같다. 함께 활동할 계획이 아직은 없지만, 데뷔 20주년에는 멤버들과 다 모여서 무언가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팬들도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2025년 3월 14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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