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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었으면”<검은 수녀들> 전여빈 배우
2025년 2월 14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연말에 개봉한 <하얼빈>에 이어 전여빈이 <검은 수녀들>로 다시 관객을 찾는다. 영화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인 이 영화는 금기에 맞서 의식을 행하는 두 수녀의 이야기. 전여빈은 신념이 흔들렸으나 점차 자기 확신을 갖게 되는 수녀 ‘미카엘라’ 역을 맡았다. 성장하는 캐릭터인 미카엘라를 마주할 수 있어 좋았다는 전여빈을 만났다. <하얼빈>과 <검은 수녀들>, 서사도 장르도 전혀 다르지만, 무언가를 뛰어넘기 위해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관통하는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전여빈이다. 배우로 한 인간으로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한다는 그의 말을 들어본다.

연말 <하얼빈>에 이어 설날 명절에 <검은 수녀들>로 관객을 찾았다. 두 편의 영화가 동시기에 걸리기가 드문 일인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게 되는데 이런 마음을 관객에게 내보일 수 있어 설레는 마음이다. <검은 수녀들>은 자기를 넘어서서 무언가를 지키고자 달려가는 사람들의 연대라 하겠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랑과 용기를 보며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나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하얼빈>과 <검은 수녀들>이 내용은 달라도 두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같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내일을 도모하는 사람들, 무언가를 뛰어넘기 위해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여성 서사의 콘텐츠가 많지만, 영화로는 오랜만이 아닌가 한다. 여성 투톱과 연대의 현장 아닌가.
크게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검은 수녀들>이라는 기회가 매우 귀하다는 걸 체감하는 요즘이다. 아는 분들을 시사회에 초청하기 위해 연락드렸더니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하얼빈>에 이어 좋은 영화를 연달아 출연하고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다고들 말씀하시더라. 모쪼록 영화가 잘 돼서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컬트 장르는 처음 도전인데 <검은 수녀들>의 어떤 면에 끌렸나.
이 영화가 지닌 드라마적인 요소에 마음이 흔들렸다. ‘미카엘라’는 본디 자신의 일부를 숨기는 부분이 있는, 자기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유니아’(송혜교) 수녀를 통해 자기 세계를 확신하고 비로소 마주하는 용기를 갖게 된다. 악령에 씌인 소년(문우진)을 구하기 위해 유니아를 비롯해 미카엘라, 바오르 신부(이진욱), 애동(신재휘)까지 다른 종교와 신념을 가진 이들이 연대한다는 점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영화 <검은 사제들>의 팬이라 스핀오프작을 할 수 있다는 데 좋았다.

스핀오프라 <검은 사제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검은 수녀들>의 차별화된 매력은 무얼까.
두 영화는 뿌리는 같으나 전혀 다른 가지로 자라난 영화라고 생각한다. <검은 사제들>이 오컬트 장르적인 색채가 확연했다면 <검은 수녀들>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해 오컬트 초보자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주도적인 캐릭터를 주로 해왔는데, 이번 미카엘라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태도에서 점차 능동적으로 나아가는 성장하는 캐릭터이다. 연기하면서 주안점은.
평소 대본에 그려져 있는 그대로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이번 미카엘라는 ‘귀태’라고 불리는, 산모가 귀신이 씐 상태에서 낳은 아이로 죽은 자를 보는 인물이다. 이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취급을 당해 왔다. 굿판, 봉쇄수도원을 전전하다가 스스로 정상인의 범주에 들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물이다. 자기가 보고 듣는 것을 끝까지 숨기다가 ‘유니아’라는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을 통해 변화를 맞게 되는 거지. 연기하면서 대사보다는 눈빛 그리고 액션보다는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리액션을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면서 순간에 집중했던 것 같다. 상대 눈을 바라보고 그 사람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등 말이다. 한마디로 미카엘라로서 그 순간을 인식하려고 노력했었다.

액션보다 리액션이 많았던 작업이라고 했는데 <검은 수녀들>을 통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미카엘라는 확 변하기보다 점점 드러나는 캐릭터라 액팅과 리액팅의 기본자세를 스스로 되새기는 현장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세히 듣다 보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는 걸 느낀 현장이었다. 생각보다 누군가를 집중해서 상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사는 게 바쁘고 시선을 사로잡는 일이 많다 보니 당연한 일은 아니더라.

수녀 캐릭터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또 라틴어 대사를 소화했는데 어렵지는 않던가.
기도 자체가 어렵진 않았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성당에 다닌 경험이 있고 또 촬영 전 6개월 정도 성당에 나갔었다. 지금도 가끔 미사드리러 간다. 가서 미카엘라로서 잘 표현할 수 있기를, 또 스탭들의 평안함 등을 기도했던 것 같다. 주변 소중한 이들의 오늘이 소소하지만 안녕하기를 빌었다. 라틴어 대사는 통으로 외어서 툭 찌르면 나올 수 있게끔 달달달 외웠었다. 미카엘라는 직접 구마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유니아의 곁에서 그를 돕기 위해 기도문을 암송하는 상황이라 그 도움의 마음이 관객에게 느껴졌으면 했다. 기도문 대사 자체보다는 (말했듯이) 리액션에 집중해 나가는 것이 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미카엘라는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는 여정이라 하겠는데, 배우 전여빈은 어떨까. 비슷한 경험이 있었을지 궁금하다.
음… 배우를 하고 싶었던 순간 같다. 스무 살 때 처음으로 연극영화학과를 전공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부끄러움이 있어서, 배우가 아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차마 밝히지 못했던 거지. (웃음) 그러다 연기학원을 다녔는데 그때 처음 배운 연기가 자기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었다. 이때 어떤 감정의 해제를 느꼈던 것 같다. 연기라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해방감을 주더라. 연기를 공부해 나가면서 성향이나 성격이 많이 변화했다. 훨씬 더 표현을 많이 하고 좀 더 T(Thinking 사고형)보다 F(Feeling, 감정형) 성향으로, 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면 좀 더 어울리고 소통하는 방향으로 변한 것 같다.

결말에 대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데 개인적으로 어떻게 봤는지.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유니아의 결정에 공감됐다. 더 나은 길을 향해서 세운 결심이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대선배인 송혜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혜교 선배가 유니아 수녀와 결은 다르지만, 닮아 있는 모습이 있다. 큰 나무 같은 느낌이랄지. 그래서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정서적으로 가까워져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렸던 것 같다. 만약 케미가 좋았다고 느꼈다면 선배의 인품 덕분이다. 사실 평소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오래된 단짝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와는 서로 질문하지 않아도 신뢰가 두텁다. 혜교 선배와도 이런 기운을 느꼈던 것 같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배우로서 한 여성으로서 이상하게 언니가 연기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게 언니도 그랬다고 하더라. 사람의 마음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구나, 내가 느꼈던 감정을 내 앞에 있는 사람도 느끼는구나 싶었다. 이런 순간을 경험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악령에 씐 소년 ‘희준’(문우진)의 연기에 호평이 많다. 코앞에서 직관한 감상은. (웃음)
너무 좋았다. (웃음) 희준과 유니아의 대결이라 자칫 집중하지 않으면 정말 관람하는 분위기가 되기 때문에 장면 장면에 집중했던 것 같다. 우진 배우는 나이가 어림에도 어떻게 저렇게 성인처럼 연기하는지 놀람의 연속이었다. 무서운 건, 촬영 당시 우진이가 중간고사 기간과 겹쳤는데 중간고사에서 1등을 했다는 사실이다! 어머니가 매니저로 함께 다니는데 우리 모두 ‘어떻게 이런 아들이 있느냐’ 고 할 정도였다. 우진과 그 어머님을 보면 그냥 웃음이 나고 참 좋았던 기억이다.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또 우진이가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혜교 언니가 참 잘 받아 주셨다.

평소 작품 선택 기준은.
우선은 이야기다. 또 아직 무언가 배우로서 다양한 색깔을 칠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이런저런 사람이 돼 보고 싶은 마음이 두 번째다.

<검은 수녀들>과 미카엘라 캐릭터가 어떻게 남을 것 같은지.
요즘에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에게 제일 중요한 작품이자 캐릭터라 하겠다.

2025년의 목표가 있다면.
오늘 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좋아서 거시적으로 목표를 세우진 않는 것 같다.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강력한 기운에 힘 받아 그 기억을 메모장에 쓰기는 한다. (웃음) 마음 안에서 일어난 생각을 정리한다고 할지. 소소한 마음먹기 같은 건 혼자 자주하는데 매일은 오버이고 삼일에 한 번씩은 하는 것 같다. 한데 크게 꾸는 꿈은 있다. 10년, 20년, 30년 후에도 배우를 하고 있는 행운이 있다면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첫술에 배부르기보다 한 걸음 한 걸음 그 길을 우직하게 걷고 싶다는 큰 소망은 있다. 또 가족과 친구 등 소중한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을 주고 싶고, 이건 내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검은 수녀들>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개인적으로 또 배우로서 어제보다 오늘,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런 면에서 성장하는 캐릭터인 미카엘라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용기라는 건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검은 수녀들>이 이런 마음을 내포하고 있어서 신년을 맞이하는 관객에게 의미있게 다가가지 않을까 한다.



사진제공. 매니지먼트mmm

2025년 2월 14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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