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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사랑하고 아껴주고 존중하는 <두 사람> 반박지은 감독
2025년 2월 12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 반박지은 감독


‘손을 잡고 서있는 노년의 커플’ 반박지은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두 사람>은 이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독일 이민 1세대, 이주 노동자, 그리고 성소수자로 녹록하지 않았을 삶을 살았을 두 사람이지만, 여전히 계속 사랑하고 아껴주고 존중하는 모습에 카메라를 들게 되었다는 감독이다. 두 사람의 사랑이 넓게 퍼져나가길 바란다는 반박지은 감독을 만났다. 두 사람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라고 말한다.

첫 장편 다큐멘터리인데,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2016년부터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고, 거기서 두 분을 만났다. 두 분을 알고 나서 꼭 영화를 찍고 싶다는 열정이 커졌고,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조연출 한 경험이 있어서 카메라를 들게 됐다. 당시, 조연출을 그만두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무작정 독일로 떠났었는데, 공부하고 직장까지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웃음) 지금은 이민자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수현, 김인선 두 분과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된 건가.
2017년 서울역사박물관의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 전시에서 본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나치에게 박해받은 동성애자들을 추모하는 추모비 앞에서 찍힌 사진을 보고 두 노년 커플이 궁금해졌고,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촬영을 제안하게 되었다.

촬영 제안을 받고 두 분은 어떻게 반응하셨나.
인선 님이 언론에 나오신 경험도 있고 해서 먼저 여쭤봤었다. 고민하시다가 괜찮을 것 같다고 허락하셨다. 이때 좋다거나 싫다거나 크게 감정 표현을 하지는 않으셨다. 수현 님께는 한두 달 후 여쭤봤는데 역시 고민하셨지만 인선 님이 한다고 하니 뜻을 같이하겠다 하셨다. 만나서 대화해 보니 두 분 다 꼰대 같지 않은, 어떤 대접을 받으려 하지 않는 열린 마음의 분들이셨다.

극 중에서도 두 분의 성격 차이가 보이긴 하더라.
정말 그렇다. 인선 님은 하고 싶은 일은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주의다. 두 분이 농담처럼 말하길, 수현 님은 작은 머리, 인선 님은 큰 머리라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서로 합이 잘 맞는 것 같더라. 가끔 싸웠을 때도 수현 님이 먼저 ‘귀가 아파요’, ‘손 좀 봐주세요’ 등 스스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선 씨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분위기를 풀어가는 것을 보면서 참 현명하다 싶었다.
▲ <두 사람> 스틸


첫 촬영부터 완성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만약, 미래의 내가 와서 말해줬다면 시작을 안 했을지도. (웃음) 농담이고, 촬영 중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겹치기도 했고 또 제작지원을 처음부터 받고 시작한 작업이 아니라서 편집도 혼자하는 등 진척 속도가 더디었다. 찍는 동안 제작지원을 받게 되면서 편집 감독님도 들어오고 그때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두 분은 전직 간호사인데 촬영할 당시에 무슨 일을 하고 계셨는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 같던데.
수현 님은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오신 분이었고, 당시 인선 님은 낮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주말에는 간호사로 일했던 걸로 알고 있다. 인선 님은 몇 년 전, 촬영 당시만 해도 ‘이종문화 간의 호스피스’ 강의를 나갔는데 암 발병과 더불어 건강상의 이유로 지금은 그만두셨다. 수현 님은 은퇴자로 생활 중이시다.

촬영하면서 주안점은.
두 분의 사랑이야기를 최대한 담아보자는 마음이었다. 언제 촬영을 종료할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어느 순간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 저절로 느껴지더라.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고 친밀한 모습을 담아드리고 싶었기에 두 분과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혼자 촬영한 탓에 카메라 구도나 앵글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친밀감이 드러나도록 고려했다. 또 두 분을 가까이서 찍으려 했다.

카메라에 담는 입장에서 찍히는 대상과의 거리감 혹은 관계 유지는 어떻게 했는지.
찍는 동안은 거리감을 유지하려 했었다. 나이가 어리지만, 감독으로서 작품을 운행하려면 어리게만 다가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보니 가까워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촬영이 진행될수록 처음의 거리감이 무너지더라. 지금은 좀 더 사적인 관계가 되었다. 친한 친구와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는데 지금은 두 분과도 비슷한 빈도로 만남을 갖고 있다.

촬영 전후로 성장한 부분도 클 것 같다.
두 분을 만나 관계를 맺고 그러면서 두 세대가 교류했다고 생각한다. 찍으면서는 사실 ‘그만하자’와 ‘다시 하자’를 끝없이 왔다리 갔다리 했었다. (웃음) 한없이 고뇌해야 했고 또 내 삶을 던져야 했는데 한편으로는 언제 이렇게 몰두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싶더라. 요즘 같은 숏폼 시대에 4년이라는 시간을 몰두했다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 또 관객을 만나면서 점차 세계가 확장되는 걸 느낀다.

행복한 노후가 정서적인 면을 비롯해 여러모로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두 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
두 분을 보면서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계속 사랑하고 아껴주고, 서로 존경하고 존중할 수 있을까. 두 분이 아직도 존댓말을 사용하기도 하고. 나는 그렇게 못한다고 생각하며 찍었다. (웃음) 그렇기에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작업이었다.

긴 작업을 마무리한 소회는.
지금 끝내는 것이 맞는 건가 싶더라. (웃음) 마지막으로 편집하면서까지 계속 찍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런 생각이 들 때 멈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줬다. 2019년에 처음으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좀 더 빨리 만났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라도 만난 것이 다행이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도 있고 인선 님이 발병해서 1년만 늦었어도 촬영하지 못했을 거다.
▲ <두 사람> 스틸


두 분은 지금 어떻게 지내시는지.
지금은 ‘촬영 당시만 해도 젊었구나!’ 하신다. 아무래도 자잘하게 병원 갈 일도 많지만, 매일같이 산책 다니면서 건강을 지키려 노력 중이시다. 그렇잖아도 GV에서 관객이 먼저 두 분의 근황을 물어보시더라. 두 분의 매력을 알고 관심을 가져 준다는 데 기뻤다.

사회적 인식이나 문화적 환경에 있어 한국과 독일의 차이가 있다면.
영화 개봉에 맞춰 휴가를 내어 한국에 와서 지내는 중인데, 한국에서는 사소한 일이라도 사람과 부닥칠 일이 많은 것 같다. 독일은 이런 부닥침이 없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타인에 대한 존중이고, 안 좋게 말하면 무관심이라고 할지.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인식이 강해 서로 터치하지 않는다. 또 공공기관이나 슈퍼마켓 같은 곳에 무지개 깃발이 걸려 있다.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의미인데, 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한국보다는 관대한 시선인 것 같다. 속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공식적으로 인정하니 말이다.

독일에 이민자가 증가추세로 알고 있는데 이민자 인식은 어떤가.
베를린에 살고 있고 워낙 다인종 도시라 이민자라는 사실을 크게 체감하지는 못한다. 특히 두 분이 사는 지역은 외국인 비율이 25% 가까이 되는 지역이라, 그곳에만 있어도 마음이 편한 기분이다. 구동독 지역이나 시골, 혹은 다른 도시만 가도 백인 비율이 높고 어떤 다른 시선이 느껴지긴 한다.

이민자, 성소수자, 노년의 사랑까지 어떻게 보면 소외받는 화두를 담았는데 이 작품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한국에 와서 독일에서 살면서 잊고 있었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새삼 깨달았다. <두 사람> 관련해서 일방적인 비방이 많더라. ‘죄다’, ‘토 나온다’ 등등 그렇기에 이 영화가 더 필요하다고 확실히 느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봤다면 그런 악플을 달지 못했을 거다. ‘두 사람’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았다. 마침, 수현 님 생일이라 파티하고 밥 먹고 그날은 다른 날보다 좀 더 오래 두 분 집에 머물렀었다. 불을 다 끄고 LP로 음악을 듣는데 갑자기 수현 님이 인선 님의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하더라. 카메라도 다 꺼놓은 상태였는데 이건 촬영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켰었다. (웃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연출은 아니고 스텝으로 참여 중인 작품이 두 개 있다. 세월호 생존자 다큐멘터리는 편집으로, 국내의 이주 간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PD로 역할하고 있다.



사진제공. 시네마달

2025년 2월 12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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