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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에 욕심 있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박지현 배우
2025년 1월 21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자신감, 뻔뻔한 호흡과 재치’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주인공 ‘윤단비’로 관객 앞에선 박지현이 꼽는 코미디의 핵심이다. 윤단비는 동화작가가 오랜 꿈인 청소년 불법 음란물 단속 공무원. 어쩌다가, 어쩔 수 없이 성인 로맨스 소설을 쓰게 되고 의외의 재능을 발휘하게 되는 인물이다. 윤단비로 분한 박지현은 최시원, 성동일 두 코믹 연기 베테랑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첫 코미디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타인을 웃기면서 희열을 느끼기에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코미디에 욕심이 있었다는 박지현을 만났다. 평소에도 개그 욕심이 많고, 웃긴 사람임을 자처하는 그이다. 코미디로 더 보여줄 것이 많다는 박지현, 대중의 선택은 당연하고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로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와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됐나.
한 번도 코미디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이전부터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참이었다. 이종석 감독님이 내가 출연한 예능을 보고 코미디 끼가 있다는 걸 발견하셨다고. (웃음) 드라마 <재벌 X 형사> 직전에 제안받았고, ‘단비’라는 캐릭터를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 지점이 많을 것 같았다.

단순한 코미디라기보다 장르가 섹시 코미디인데 이에 부담감은 없었나.
극 중 단비가 섹시 담당은 아니라서… (웃음) 오히려 순수하고 동화에 가까운 인물이라 그런 부분에 부담은 없었다. 본인의 꿈을 찾고 실현해 나가는 성장형 캐릭터라 그 과정에서 어떻게 감동을 전할지에 중점 뒀었다.

섹시 담당은 아니지만, 대사가 성적인 요소들이 많은데 입에 착 붙더라. 비결이라도.
일단 철판을 깔았다. 단비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말들이 사람들의 얼굴을 붉히게 하는 줄 모르는 친구다. 그래서 박지현으로서는 낯부끄럽지만, 단비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뻔뻔하게 나갔던 것 같다. 대사 칠 때 부끄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웃음) ‘이건 내가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다가갔다. 포장마차 씬을 찍을 때 제일 부끄러웠던 것 같다. 보조출연자 분도 워낙 많은 데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술 취한 척을 해야 했어서, 진짜 술을 마셔볼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취해서 외설스러운 말을 쏟아내야 하는데 처음에는 잘 안 됐었다. 그런데 소주잔을 탁하고 내려놓으면서 술이 튀는 걸 보고 너무 웃겨서 진짜로 웃으니까,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더라. 한편으로는 스탭들도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이 느껴져서 자신감이 생기기도. 더욱더 웃겨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단단해요’라는 대사가 많이 나온다. (웃음)
단비는 진심으로 스토리가 단단하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라, 그 연기할 때는 그렇게 부끄럽지 않았다. (웃음)

술을 못 마신다고 들었는데, 참고한 사람이 있을까.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는데 극 중 단비가 술 먹고 취한 장면이 많아 아주 가까운 사람을 참고했었다. 언니가 평소 애주가라 그 모습을 떠올리면서 연기하기도 했다. 언니가 술을 많이 마시면 아주 귀여워지거든. 동생으로 그런 모습을 대할 때는 스트레스였는데, 배우로서 관찰하니 하나의 연기 재료가 되더라. 기술 시사 때 술 취한 단비가 언니와 매우 닮아서 굉장히 만족했던 기억이 난다. 단비의 귀여운 술주정을 완성시키는 데 언니가 큰 역할 했다.

단비만의 귀여움은 무얼까.
그 나이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맹목적인 순수함이 있다. 남들은 부끄러워하는 부분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지점이 순수하고 귀여운데 그렇다고 너무 오버하게 되면 귀여움을 넘어 보기 싫은 모습일 수 있어서 이를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었다. 또 놀라고 슬프고 정의롭지 않은 일을 대할 때 등 리액션이 큰 데 비슷하게 반복하면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놀라는 리액션도 다양하게 변주하려 했었다.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 최대한 진심으로, 다시 말해 진짜 놀라고 진짜 박장대소하고 그랬던 것 같다. 감독님이 오케이하고 넘어가도 찐 웃음이 터질 때까지 계속했었다.

코미디를 특별히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는지.
타인을 웃기는 데 희열을 느낀다고 할지,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코미디에 욕심이 있었다. 웃음만큼 강하고 긍정적인 감정은 없는 것 같다. 최고의 가치 같기도 하다. 그래서 코믹 연기에 열정이 강했는데 그간 캐릭터상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전 작품이나 해온 역할을 보고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다 보니 점점 코미디에서 멀어지는 것 같더라. 지금 이미지가 웃음과는 거리가 있지만,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웃음) 스스로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로 코미디를 보여드려서, 앞으로 좀 더 코믹의 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좋아하는 코미디 영화가 무얼까. 문득 궁금해진다. (웃음)
많은데, 한국영화로는 <아내가 결혼했다>(2008), <이층의 악당>(2010),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을 좋아한다

코믹 연기를 해보니 어떻든가.
음,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어려운 작업임에는 확실하다. 단비가 막 코믹함을 선사하기보다 성장하는 캐릭터 아닌가. 다른 캐릭터와 스토리의 방향성이 주는 코믹성을 따라가면서 단비의 서사와 감정선에 집중했었다. 앞으로 대놓고 코미디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엽기적인 모습, 4차원적인 캐릭터, 대놓고 망가지는 캐릭터 등등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다.

최시원, 성동일 배우와의 연기 합이 좋더라.
코미디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까 욕심도 나고 해서 최대한 아이디어를 이것저것 던졌는데, 감독님과 두 선배님 모두 아이디어를 잘 받아 주셨다. 뭐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던질 때도 있어서 편집된 것도 있고 그중에 살아남은 것도 있기는 하지만. (웃음) 일단 ‘뭐든 해보자, 판단은 감독님이 하시겠지’ 하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매달렸는데 이를 선배들이 받아 너무 잘 포장해 주셔서 완성도 있게 잘 나온 것 같다. 하나의 팀처럼 매우 호흡이 좋아서 더욱더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

단비는 하고 싶은 일을 비로소 깨닫는데, 당신은 어떤가.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알았고 운이 좋게도 이를 실행할 용기가 있었다. 또 운이 좋게도 이 일로 먹고살 수 있어서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나이 들때까지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은 바람이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과 <재벌 X 형사>, 이번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는데 본인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캐릭터를 꼽는다면.
어려운데…(웃음) <재벌 X 형사> ‘강현’이가 닮은 것 같다. 단비도 닮기는 했는데 내가 그렇게 순수한가 생각하면 그렇지는 않거든. 그렇다고 강현처럼 과묵하고 정의롭다는 것도 아니지만… 조금씩 내가 갖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재벌집 막내 아들>의 ‘모현민’은 절대 아니다. 귀차니즘이 장착돼서 그렇게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인생을 살지 못하고, 집에서 하이힐은 절대 신고 싶지 않다!

앞으로 예능 출연은 생각이 없나.
예능 출연은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이다. 낯을 가리는 편이라 처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서 그렇다. 예능에 나가서 화제가 된 적이 몇 번 있고, 덕분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지만, 내가 말했던 부분이 왜곡되어 해석이 되기도 해서 상처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예능은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해서 아직은 어렵고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비추어질까 봐 걱정되면서도 또 개그 욕심은 있어서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좋은 시나리오 안에서 코미디를 보여 드릴 수 있으면 최고일 것 같다.

평소 연기 스킬 향상을 위해서 하는 일이 있을까.
집순이라 밖을 잘 안 나가는 편이라 다른 작품을 많이 본다. 보면서 그 연기를 정말 몰입해서 따라 한다. 최근에는 <디스클레이머>의 케이트 블란쳇을 따라 했는데 하면서 너무 재미있더라. 내 방에서 온갖 소리가 들려서 언니가 좀 조용히 하라고 할 정도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저를 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는 신년에 유쾌한 영화를 보고 많이 웃으셨으면 한다. 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가 필모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첫 코믹 작품이라 흥행도 물론 중요하지만, 박지현이라는 배우가 이런 장르도 소화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드리고 싶다. 코미디 장르의 출발점이 된 작품이 아닌가 한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면… 평생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웃음)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지 않나. 대중의 선택은 당연한 것이고 함께 일하는 스탭과 관계자분들의 선택 역시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로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배우, 동료가 되고 싶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차기작은 검토 중이고,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연출: 조영민)은 공개 예정이다. 10대부터 40대까지 두 운명의 친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고은 언니와 함께했다. 애증의 관계인 두 친구의 먹먹하면서도 슬픈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게 해준 작품이다.



사진제공. ㈜미디어캔

2025년 1월 2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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