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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녀석 별론데? “<히든페이스> 송승헌 배우
2024년 11월 29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솔직히 인간적으로 끌리는 캐릭터는 아니에요. 촬영하면서 감독님께 ‘이 녀석 별론데요’ 라고 수차례 얘기할 정도로요.” 영화 <인간중독> 이후 10년만에 김대우 감독과 <히든페이스> ‘성진’ 역으로 조우한 송승헌이 털어놓은 캐릭터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김대우 감독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그를 성진에게로 이끌었다. 약혼녀인 ‘수연’(조여정)과 그녀의 후배 ‘미주’(박지현) 사이에 낀 남자 ‘성진’(송승헌). 첼리스트와 지휘자라는 반듯한 표면 아래, 숨겨진 이면은 무엇일까. <히든페이스>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사는 세상에서, 자기 욕망은 무엇인지 일깨우는 계기가 될 영화라는 송승헌을 만났다. 이번에도 노출을 마다하지 않은 그는, 지난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변치 않는 멋진 모습으로 관객을 찾았다. “대놓고 욕망덩어리는 아니지만, 약간 의뭉스럽고 한편으로는 연민이 들기도 한다”고 성진을 소개하는 그의 말을 들어본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관객을 찾았다.
정말 오랜만이라 기분이 남다르다. 영화라는 장르, 특히 극장에서 큰 스크린과 빵빵한 사운드 아래 보는 건 OTT 등 집에서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생각이다. 한국영화가 침체인 시기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사회 평만큼만 관객이 좋아해주면 좋겠다.

<인간중독>(2014) 김대우 감독과 다시 의기투합했는데, 이번 <히든페이스>의 어느 면에 끌렸나.
<인간중독> 이후 꾸준히 만났고 기획 중인 작품이나 시나리오 작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느새 10년이 지났다니…(웃음) ‘생각하고 있는 작품이 있으니 밥 먹으면서 얘기하자’고 하셔서 이미 신뢰감이 있던 터라 어떤 작품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성진’은 어떻게 보면 그간 해보지 않은, 처음 만나는 캐릭터였다. 현실적이고 욕망을 드러내지 않지만, 사실은 속물이자 욕망덩어리, 그런데 현실에서 이런 인간은 많지 않나. 그간 맡은 역할 중 가장 현실에 닿아 있는 캐릭터라 재미있겠다 싶었다.

촬영 시기는 어떻게 되나. 수연과 미주의 캐스팅을 사전에 알고 들어간 건가.
2022년 중반에 촬영했고 미주 역은 신인이라 들었었다. 수연 역은 여정 씨가 스케줄 문제가 있었는데 다행히 조정이 되어 함께하게 됐다고 하더라. 여정 씨와는 <인간중독>때 같이 해서 잘 알고 무엇보다 워낙 든든한 친구라 안심됐다.

<인간중독>이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밝힌 바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면에서 그런가.
배드씬, 그러니까 노출연기 때문에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아니고, 부하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불륜남이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기에, 겉으로는 멋진 군인이지만 자기만의 아픔과 모자람이 있고 무엇보다 불륜이라 내 나름의 도전이라면 도전이라 하겠다. 그전까지 ‘송승헌’ 하면 무언가 정의롭고 착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대부분이었거든. 감독님의 전작(<음란서생> <방자전>)을 너무 재미있게 봤고 또 신뢰감이 있던 터라 불륜과 노출에 과감히 덤벼들 수 있었다. <인간중독>을 기점으로 캐릭터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내겐 여러모로 의미있는 작품이다. 사실 이번 ‘성진’은 개인적으로는 좀 별로다, 평소 안 좋아하는 스타일이랄지. 누구든 욕심이 있고 본능이 있으니 한편으로는 연민이 들기도 하지만, 의뭉스러운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사가 나오지는 않지만, 대략 성진과 수연은 베를린에서 만나, 함께 한국에 와서 약혼할 걸로 보이는데, 좀 급격하게 진행된 사랑이랄지. 그런데 사랑이 맞긴 한 건가. (웃음)
수연이 가출 자작극을 벌인 것만 봐도, 수연은 성진이 자기를 사랑하는지 확신하지 못했을 거다. 그렇기에 자기가 없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테스트 겸, 확실하게 기를 잡아 놓는 계기로 삼으려 한 것 아닐까. 성진도 콤플렉스가 많고 신분상승 욕구도 있어서 현실적인 이유로 그녀를 택했다고 본다.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확실히 모르지만, 나 같으면 조건을 보고 결혼하지 못할 것 같은데, 성진은 이런 유형은 아닌 거지. 또 수연의 후배에게 빤히 보이는 수작을 거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아, 이놈 별로다’ 싶더라. 그런데 이런 캐릭터였기 때문에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었다. <히든페이스>는 노출면에서 파격이 아니라, 일탈과 관음적인 면이 파격이 아닌가 한다.

성진이 미주에게 느낀 감정은 무얼까.
음… 나도 그렇지만 너도 짠하구나 하는 약간의 동질감, 또 미주 역시 결핍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빠졌지 않았나 싶다.

노출을 위해 몸관리를 많이 한 것 같이 보이더라. (웃음)
감독님이 처음에는 ‘성진은 노출 안 해도 돼’ 하셨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얘기를 안 하시더라. (웃음) 꼭 필요한 장면이라, 수연이 자기 약혼자의 밀회를 봐야 하니까, 처음부터 각오하고 들어갔었다. 직업이 지휘자라 몸이 너무 좋으면 안 되고 슬림하면서 근육질이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화면에 슬림하게 보이려 약 3주 정도 물과 견과류로 연명했었다. 어쩔 수 없이 (잘 못 먹으니) 예민해져서, 빨리 끝내 달라고 말씀드렸다.

극 중 지휘자라 지휘 준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여정 씨와 지현 씨가 첼로 연습하는 것 보고 첼로에 비해 지휘는 ‘거저먹겠네’ 했었다. 솔직히 쉬울 거로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감독님께서 지휘만큼은 진짜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원래 첫 번째 원칙일 만큼 대역 쓰는 걸 싫어하신다. 평소에 클래식과 거리가 멀었는데, 연습하기 위해 슈베르트 음악을 계속 들으니 점점 귀에 익숙해지더라. 영화 덕분에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지휘자는 연주자들이 들어갈 포인트를 알려줘야 해서 악보와 악기를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단원들은 연기자가 아니라 실제 연주자분들로 내 지휘에 따라 연주하는 거였다. 어려웠지만, 내 손짓에 따라 연주되는 선율이 너무 신기했다. 내 지휘에 따라 반주가 달라지다니!.

피아노 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피아노는 어릴 때 두 번 배우다가 말았는데 한 번은 선생님이 결혼하시면서 그만뒀고 중학교 때 배운 선생님은 너무 때리셔서, 모나미 볼펜 심으로 손등이 자국이 날 정도로 쿡쿡 찔러서 너무 겁이 나서 ?땡이치다가 그만뒀었다.(웃음) 그때 못 배운 게 아쉬워서 이번에 작정하고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앞부분만 겨우겨우 따라하면서 촬영했다.

밀실 내부도 그렇고 위치도 그렇고 설계를 굉장히 잘했던데 처음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촬영장에 밀실 따로 집 따로 분리해서 세트를 꾸민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밀실 있는 집에서 촬영했었다. 무언가 신기한 느낌이 들고 좀 더 집중해서 촬영했던 것 같다.

똑 같은 배드씬을 두 번씩 촬영했다고 들었다. 한 번 촬영한 장면을 편집해서 밀실에서 바라본 버전을 만든 것이 아니라고.
맞다, 한 번만 했으면 좀 더 빨리 끝났을 텐데 말이지. (웃음) 수연이 밀실 안에서 보는 장면이 있어서 여러 각도로 촬영했었다. 들어가기 전에는 어떻게 하지 하다가 막상 컷하고 들어가면 촬영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감독님은 정확한 디렉팅을 주고 그 안에서 움직일 것을 요구했고 그래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배드씬도 다 합을 맞추고 들어가거든. 감독님과 조감독님 두 분이서 시범을 보여주셨고, 아주 명확해서 좋았다. 지현 씨의 경우 평소에는 샤이하고 소심하고 말도 없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돌변하는 모습이 마치 <인간중독> 때 (임) 지연이 같은 느낌이었다.

수연의 엄마를 연기한 박지영 배우의 감칠맛 연기가 일품이더라.
지영 선배의 연기야 뭐…. 찍을 때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면서 웃으며 여러 시도를 했었다. 그런데 여정이 연기가 어떤 장면에서는 묘하게 박지영 선배의 톤과 비슷한 면이 있는 거다. 극 중 모녀라서 그런지, 캐릭터가 그렇게 연기에 배어 나온다는 점이 신기했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감이 큰데 어느 면에서 그런지.
세심한 배려다. 감독님은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명확하고, 이를 정확하게 표현해 주신다. 배드씬같이 정확한 동작과 자세로 한 번에 끝내는 씬이 있는가 하면 30 테이크까지 간 씬도 있다. 평범한 대사인데도 그렇다. 현장에서도 여러 테이크를 갔는데 후반작업 하면서 후시 녹음을 다시 할 정도였다. 기존의 송승헌이 아닌 말투나 눈빛을 원하셨고, 이렇게 솔직하게 표현해 주는 면에 더욱더 신뢰감이 커졌다.

<히든페이스>의 어필 포인트는?
감독님이 말씀하길 인간의 욕망과 그 이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원작에서 설정만 가져와 서사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에 원작보다 재미있게 볼 것 같다.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사는 세상에서 욕망과 인간 내면에 관한 이야기라, 나의 욕망은 과연 무엇인지 또 나는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보면 한층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욕망에 관한 이야기라 했는데, 당신의 욕망은 무엇인가.
나 역시 욕망과 욕심이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욕망할수록 욕심을 부릴수록 불행해져 간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10년 전부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자’를 모토로 살고 있다. 지위, 명예, 부 등이 커져도 끝없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정 선에 다다르면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내 안의 욕심을 배제할수록 나한테 오는 행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등바등하기보다 하루하루 행복하고 후회없이 살도록 욕심을 버리려 노력 중이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가 없다. 관리법을 공유한다면.
20년 전에 담배를 끊은 게 도움되는 것 같다. 당시 술과 담배 중 하나만 하자고 해서 담배를 포기했거든. 그렇다고 술을 많이 마시는 건 아니다. 술을 좋아하지만, 소주나 위스키 같은 독한 술은 잘 못 먹고 맥주를 좋아한다. 사람 입맛이 웃긴 게 커피믹스만 먹을 때는 블랙커피를 써서 어떻게 먹지 했는데 촬영하면서 먹다 보니까 어느 순간 블랙커피만 찾고 있더라. 마찬가지로 와인도 별반 좋아하지 않았는데 먹다 보니 좋아지게 됐다.

신동엽 씨가 GV 진행한다고 들었다. 좀처럼 GV를 하시는 분이 아닌데…
감독님이 동엽 형이랑 너무 하고 싶다고 하셔서… 얘기했더니 흔쾌히 스캐줄을 빼면서 해주기로 했다. 형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웃음) <인간중독> 때도 제작보고회 사회를 맡아 줬었다.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때 함께한 이후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이)병헌 형, 동엽 형 등등이 있는 단톡방이 있다.

차기작은 어떻게 되는지.
생각 중인 작품이 있긴 하다. 스릴러가 가미된 휴먼 코미디 시리즈가 될 것 같다.


사진제공. 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유), NEW


2024년 11월 29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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