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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장수 비결? 나도 몰라”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윤계상 배우
2024년 9월 8일 일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영끌’로 차린 ‘상준’(윤계상)의 모텔은 살인마의 범행 장소로 낙점된다. 사건 이후 아들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아내는 그런 처지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다. 한없이 억울한 이 상황에서 온가족이 무너져내리는 걸 힘없이 지켜봐야만 하는 가장의 마음은 어떨까.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우연한 사고로 모든 걸 잃게 된 ‘상준’으로 분한 윤계상 배우를 만나봤다.


어떤 점에 끌려 작품을 택했나.
여기 나온 모든 배우들이 입을 모아 이런 작품 만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청자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웃음)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 좀 독특하지 않나. 나도 이 작품이 친절하거나 대중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 나를 비롯해 배우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거 같다. 시나리오도 한 번 읽어서는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흔히 한 작품 안에서 과거와 현재 시점이 교차해서 나오면 두 시점이 서로 연관이 되어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나오는 두 시점은 딱히 관련성이 없다. 그 지점이 아마 시청자 입장에서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상준’을 어떻게 해석했나.
감독님께서 나를 선택한 이유가 내 선한 얼굴 때문이라고 하시더라. (웃음) ‘상준’은 자신의 가정을 파탄낸 살인마를 찾아가 놓고도 주먹 한 번 못 휘두를 만큼 여린 사람이지 않나. 우선 ‘상준’의 그런 면모를 잘 전달하려고 했다.

사실 ‘상준’의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죽음은 피했으니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상준’이 무너진 건 주변 인물들이 그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고 외면하면서부터다. 사고라는 건 자연재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도 벌어지지 않나. ‘상준’은 이 과정에서 받은 상처가 완벽하게 치유되지 않으면 후에 아주 작은 일에도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상준’이 분노를 속으로 삼키는 캐릭터인 만큼 연기하는 입장에선 감정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은데.
평소엔 괜찮았지만 현장에선 ‘상준’에게 많이 몰입해서 힘들었다. 특히 아들이 그 일로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된 걸 알고 학교에 찾아가는 장면에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 만큼 화가 솟구치더라.

젊은 ‘상준’과 노인이 된 ‘상준’, 20년의 간극을 표현해야 했는데.
과거의 ‘상준’ 장면들을 먼저 촬영하고, 20년 후 모습을 찍기까지 3주 정도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 ‘상준’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을지를 고민했다. 그 시간 동안 상처를 안은 채 힘든 삶을 살았을 테니 우선 체중을 감량하기로 했다. 3주 동안 13~14kg 정도 뺐던 거 같다. 사실 살 빼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의사와 상담 하에 나름대로 건강한 방식으로 감량한 거니 오히려 혈관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웃음) 그리고 CG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살을 빼고 나면 나이가 들어 보일 줄 알았는데 모 감독님이 더 젊어 보인다고 걱정하시더라. (웃음) 외적인 부분은 그 정도만 하고 감정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데 더 집중했다.

모완일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엄청 디테일한 분이다.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웃음) 감독님이 설정한 정확한 감정선이 있는 거 같았다. 뜬구름 잡는 얘기는 하지 않고 배우가 이야기와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설득해 주시는 분이다. 그래서 작품을 보다 보면 소품이나 의상 같은 디테일에 의미를 숨겨둔 게 굉장히 많다. 뿐만 아니라 카메라 워킹이나 화면 색감 등 놓치기 쉬운 포인트들에도 다 의미를 부여하셔서, 나 또한 감독님이 그리는 인물 그대로 연기하기 위해?신중을 기했다 .

박지환 배우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범죄도시>(2017)에서는 ‘장첸’(윤계상)과 ‘장이수’(박지환)로 서로 대척했는데 이번엔 유일하게 ‘상준’의 편을 들어주는 절친 ‘종두’를 연기했다. (웃음)
너무 좋았다. <범죄도시> 이후 다른 작품도 같이 했고 소속사도 같아서 평소에도 가깝게 지낸다. 그래서 현장에서 너무 편안했고, 뭐가 대본이고 뭐가 애드리브인지 하나하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애드리브가 많았다. 감독님이 원래 그런 분이 아니신데 우리 둘에게는 많이 열어줘서 편하고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웃음)

반면에 고민시 배우가 연기한 ‘성아’와는 마주치는 장면이 없는데 연기는 어떻게 봤나.
최고였다. 맥락이 없는 캐릭터라 연기하기 어려웠을 텐데 너무 잘했다. 리딩 때도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진짜 미친 사람처럼 연기하더라. 발산하는 에너지도 에너지거니와 그 얼굴에서 간절함이 뿜어져 나오는 거 같았다. 낯가림이 심해서 본인에겐 직접 전달하지는 못했지만. (웃음)

김윤석 배우의 ‘영하’는 어땠나.
이번 작품에 김윤석 선배가 캐스팅됐다고 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평소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웃음) 이번에도 너무 좋았는데 특히나 ‘성아’와 심리전을 펼칠 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의 예민함을 섬세하게 표현하시더라. 연기를 보면서 전율이 돋았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당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거 같나.
끝나고 나면 내가 소모된다는 느낌을 받는 작품이 더러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다. 외적으로도 다양하게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고 또 좋은 배우들과 연기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4위에 올랐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작품성이 인정 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처럼 도전적인 작품이 계속해서 나왔으면 한다.

이달 god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고.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토록 장수하는 비결이 뭘까. (웃음)
우리도 모른다. (웃음) 콘서트가 전석 매진됐는데 아직도 얼떨떨할 따름이다. (웃음) 우리 콘서트를 와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우리가 아니라 팬들이 노래를 부른다. 대신 춤은 열심히 추는데, 나도 나이가 들긴 했는지 도가니가 나간다는 말이 어떤 뜻이지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웃음)


사진제공_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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