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간단한 오디션을 거쳤다. 사실 대본 리딩을 하러 가면서도 내가 뽑힐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유성아’라는 인물이 내가 가진 이미지와 너무 멀게 느껴졌고, 그래서 뽑혀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웃음)
그런데 결국은 당신이 캐스팅됐다. 모완일 감독이 이유를 말해주던가.
그날따라 평소 잘 신지도 않는 구두가 신고 싶은 거다. (웃음) 리딩하러 갔다가 무심코 신고 있던 구두를 내려 봤는데 감독님께서 거기서 ‘유성아’의 얼굴을 봤다고 하시더라.
‘성아’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 특히나 모 감독은 디렉팅이 섬세하기로 유명한데.
감독님께서 초반엔 '성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성아'가 다시 ‘영하’의 펜션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아주 천천히 본성이 드러나면 좋을 거 같다고도 하셨다. 초반에는 디렉팅을 자세히 해주셨는데 뒤로 갈수록 내게 모두 맡기셨다. (웃음) 시청자 입장에선 무엇 때문에 ‘성아’가 ‘영하’를 도발하는지 납득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물을 연기하는 입장에선 ‘성아’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님께 시나리오에는 나오지 않는 전사까지 듣고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왜 시청자들이 ‘성아’의 태도를 납득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나.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돌을 던지는 사람이 아닌 그 돌에 맞은 개구리다. 포커스가 살인마에게 너무 맞춰지지 않았으면 했다. 살인마의 행동이나 생각이 납득되지 않아야 피해자들의 심리가 더 잘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는 작품이 불친절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우리 작품은 남겨진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거기에 집중하고 봐주시면 좋겠다.
참고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을까.
오히려 비슷한 장르의 작품을 아예 안 봤다. 외부에서 영감을 받기 어려운 캐릭터라 판단했고,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어떤 분들은 ‘성아’가 사이코패스라고 보시던데, 전 남편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걸 보면 알 수 있듯 이 캐릭터가 완전히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성아’는 전 남편이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성아’에게 중요한 포인트다. ‘영하’에 대한 집착도 어쩌면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걸 수도 있겠다.
살인마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깡마른 체격으로 등장했는데 의도한 건가.
‘성아’는 연기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부분도 정말 중요했다. 이렇게 화려하게 꾸미고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님께서 ‘성아’가 예쁘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셔서 사실 많이 부담스러웠다. (웃음) 그래서 체중도 43kg까지 감량했다. 이렇게까지 살을 뺀 건 단순히 예뻐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고, ‘성아’가 움직일 때 뼈나 근육이 동물적으로 보이면 좋을 거 같았다. 이 부분은 감독님 의견이 아니라 내가 의도한 거다. 그래서 의상도 피부가 많이 드러나는 옷들로 선택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이 많아지는데, 이때 내 척추가 굉장히 도드라진다. 보여주고 싶었던 날것의 느낌이 잘 전달된 거 같다.
신기하게도 이 작품을 준비할 때는 힘든 것보다 즐거움이 컸다. 몸은 당연히 고생스러웠지만 현장에서 받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언제 이런 역할을 맡아볼 수 있을까 싶었고, 선배들과 합을 맞출 때도 너무 행복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당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거 같나.
20대 마무리이기도 하면서 30대 시작을 함께한 작품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다. 2022년 쯤 연기의 한계에 부딪치는 느낌이 들어 자존감이 떨어졌었다. <스위트홈>을 촬영하던 중이라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그 시기에 만난 작품이다. 어떤 작품을 하든 그 작품이 내게 온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통해 나도 몰랐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고 자신감도 얻었다. 좋은 선배들과 함께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도 많이 얻었다. 너무나 감사한 기회였다.
최근 예능 방송 <서진이네2>를 통해서도 새로운 얼굴을 각인시켰다.
진심은 통할 거라고 생각해서 매번 진심을 다한다. <서진이네2>도 기존 멤버가 아니다 보니 민폐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다행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거 같다. ?드라마나 영화를 할 땐 잘 못 느꼈는데, 예능 방송에서 내가 나오는 걸 보니 처음으로 연예인이 된 게 실감이 나더라. (웃음)
차기작 계획이 궁금하다.
드라마 <당신의 맛>이라는 작품을 촬영하고 있는데 거기서 요리사로 나온다. 2021년 방영했던 드라마 <오월의 청춘>도 로맨스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작품이라 <당신의 맛>에선 그 때보다 훨씬 더 로맨틱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 (웃음) 다양한 작품을 해보는 것도 좋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로맨스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이 나잇대에 로맨스 작품을 필모에 남기고도 싶다. 그밖에도 외국어를 아주 열심히 배우고 있다. 해외 진출 욕심이 있다. (웃음) 여러모로 30대가 너무나 기대된다.
사진제공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