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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 언니에서 배우 장다아로, 티빙 <피라미드 게임> 장다아 배우
2024년 4월 5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백연여고 2학년 5반에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매우 특별한 계층 시스템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인기투표를 통해 A등급부터 F등급까지 계급이 매겨지는 것. 최상층인 A등급과 그들의 용인을 받은 다른 등급은 F등급을 마음껏 괴롭힐 수 있다. 공식적인 왕따이자 학폭인데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는다면 오케이! 단 쉬는 시간에만! 이런 기괴한 피라미드의 최상층은 웃는 얼굴의 사이코패스, 바로 ‘백하린’(장다아)이다. 학급의 최고 인기인이자 절대 권력자인 그가 원하는 건 도대체 뭘까. 다층적인 면을 지닌 ‘백하린’역으로 연기 출사표를 던진 배우 장다아를 만났다. 인기 아이돌 장원영의 친언니로 일찍이 화제를 모은 그인데, 연기에 매진하다 보면 ‘장원영 언니’ 타이틀은 자연스럽게 ‘배우’로 바뀔 것이라며 배우의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다짐을 전한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시의성 있는 내용으로 <피라미드 게임>이 호평받고 있다. 아이돌인 동생을 비롯해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현실자매라고 생각하면 된다. 막, 요란하게 축하하고 하는 그런 쑥스러운 부분은 없다. (웃음) 가족들은 연기에 대한 내 오랜 꿈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터라, 방영 전부터 나보다 더 기대하며 기다렸고, 오픈 후에는 꾸준히 본방 사수하고 응원해 주었다. 너무 감사하다.

데뷔작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원영 언니로 먼저 알려져서 부담감도 상당했겠다.
<피라미드 게임>이 첫 작품이지만, 그간 수많은 오디션을 봤고 운이 좋게도 백하린 캐릭터가 내게 왔다. 긴 시간 꿈꾸고 바랐던 순간을 ‘백하린’을 통해 스타트했고, 또 무사히 마쳐서 정말 기분이 좋다.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이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번에 어떻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지 설렘과 기대감을 갖고 있다. 어쩌다 보니 작품 오픈 전부터 ‘장원영 언니’로 알려졌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에너지를 쓰기보다 내가 할 일, 그러니까 연기에 집중하다 보면 (대중이) 자연스럽게 (배우로) 받아들일 거라 생각해서 담담하게 임했다.

<피라미드 게임>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오디션을 통해서인가.
1차와 2차 두 번 오디션을 봤고, 1차 때는 ‘수지’(김지연)를 비롯해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었다. 2차는 좀 더 좁혀서 연기했는데 아마 이때부터 ‘백하린’ 캐릭터를 염두에 두신 것 같다. 감독님께서 어느 부분이라고 콕 집어서 말씀하지는 않았지만, 하린의 사이코틱한 면을 내가 표현한다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백하린은 양면성을 넘어 사이코패스의 면모가 매우 강한 인물인데, 첫 배역으로 이런 악역이라니. (웃음) 무슨 마음이었나.
첫 연기라 나에 대해 참고할 이전 모습이 없다 보니, 오롯이 오디션에서 보여준 모습을 믿고 백하린 역을 맡겨 주신 터라 너무 감사했다. 연기로서 보답하고 싶고, 잘 해내서 안심시켜 드리고 싶었다. (웃음) 사실 백하린 같은 이중적이고 어둡고, 악한 면이 있는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내게 선물같이 와줘서 정말 꿈만 같았다. 내가 이 인물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면, 작품 자체가 흔들리거나 몰입을 깨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 더욱더 스스로 다잡고 공부해 나갔다.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또 힘든 점이 있었다면.
하린은 단순한 사이코패스라기보다 성장 과정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인간상이라고 생각했다. 이유도 없이 악하거나 미친 게 아닌, 나름의 상처와 트라우마로 인해 괴물로 변해 버린 인물 말이다. 어떤 서사든 그가 저지른 악행을 정당화 할 수 없는 건 당연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접근해 나갔었다. 하린의 서사를 빌드업해 나가면서, 가식적인 얼굴 뒤의 본 모습을 표출할 때 그 정도의 차이를 어떤 식으로 드러낼지 고민했다. 갑자기 바뀌면 안 되니까 그 변화의 그라데이션을 세세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힘들었던 부분은 후반부로 갈수록 하린이 ‘자은’(류다인)을 가스라이팅하며 상처주는 행동이었다. 물리적인 폭력보다 더 잔인하다는 생각에 연기지만, 어려웠고 자은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자기 안에서 캐릭터와 닮은 면을 찾고 이를 강화하기 마련인데, 어떤 모습을 보이고자 했나.
하린은 자기중심이 굳고 꼿꼿하고, 또 모든 걸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친구다. 나 역시 계획적인 면이 있고, 주변의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편이다. 무용을 하며 다져진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주변에서 단단하다는 평을 자주 듣는데 이런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

‘수지’역의 김지연 배우는 하린의 눈빛이 기괴했다고 하던데, 소위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이랄지.
초반에 하린이 수지에게 실체를 드러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 부분을 연기하는 게 까다롭게 느껴지더라. 마냥 착한 모습도 아니고 그렇다고 본성이 나와서도 안 되는 묘한 지점이 있는데, 나름대로 공허한 빈 눈동자를 그 포인트로 잡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독기를 담은 눈으로 변화를 줬는데, 이런 면을 기괴하다고 느꼈나 보다. (웃음) 하린의 표정과 텐션을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감독님께 캐릭터와 맞는지, 정도가 적당한지 여러 번 피드백을 받으며 점차 확신을 두고 연기했던 것 같다.

흡연하는 장면도 수차례인데 비흡연자가 흡연자를 연기하느라 고생했겠다.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다. 그 장면에서 제일 마음에 걸리고 신경 썼던 부분은 어설프지 말자는 거였다. 사실 흡연자가 보면 얼마나 어색할까! 어설픈 나머지 몰입에 방해될까 봐 영화 <타짜>와 <내부자들>의 조승우 선배, 영화 <미쓰백>의 한지민 선배 등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온 흡연 장면을 작은 제스처까지 참고하며 눈여겨 보고 또 봤었다. 또 소품인 지포 라이터를 미리 받아서, 손에 익도록 잡아보곤 했었다.

학교폭력이 주요 소재라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인데 현장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고.
컷하는 순간 서로서로 안아줬었다. 연기한 우리만이 아니라 감독님, 카메라 감독님 모두가 감정을 공유했다고 할지, 우리가 눈물을 흘리면 감독님들도 같이 눈물을 흘리는 식이었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서로 으?으?했었고, 이런 팀 웍이 작품을 잘 완수한 비결이지 않을까 한다.

대본이 까맣게 될 정도로 열정적으로 임하고, 매번 먼저 질문했다고 박소연 감독이 칭찬하더라.
나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 역시 그렇게 먼저 감독님의 문을 두드린 걸로 알고 있다. (웃음) 촬영 전에는 감독님과 개인 미팅을 두세 번 거치며 캐릭터를 잡아 나갔고, 현장에서는 그때그때 피드백을 받고, 또 좀 일찍 가서 궁금한 점을 질문하거나 리허설 때 의견을 내기도 했었다. 예를 들어, 하린을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에 버전 1, 2, 3을 만들어 가서, 어떤 편이 더 좋을지 자문을 구하는 식이었다.

예원학교부터 대학까지 쭉 무용을 전공했는데 언제부터 연기의 꿈을 키운 건가.
어릴 때부터 예체능을 좋아했고 한때 발레를 배우기도 했었다. 한국무용은 초등학교 때 처음 접했는데 너무 매력적이더라.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예원학교에 입학했고, 이 무렵부터 연기의 꿈이 생겼던 것 같다. 하지만 입시 준비상 갑자기 진로를 튼다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전공에 대한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마음도 컸었다. 대학 진학 후에 연기를 하겠다는 확신이 생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더 일찍 진로를 변경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연기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
초등학교 6학년때 즈음, 박지은 작가님의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연기’라는 것에 푹 빠졌던 것 같다. 중학교 때는 노희경 작가님의 <괜찮아, 사랑이야>를 너무 좋아해서 취미로 혼자 연기한 걸 영상으로 찍어서 보곤 했었다. 이 두 작품으로 연기의 세계에 확 빠지게 된 것 같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나 배우로서 목표는.
억지스럽지 않은, 가장 일상적인 톤과 억양으로 연기하고 싶다. 연기라는 게 어느 정도 일상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까, 내 욕심이나 열정이 묻어날 수밖에 없어서 쉽지 않더라. 열정이 과했을 때 연기 역시 과해지는 것 같아 절대로 내가 느낀 이상의 감정을 표현하지 말자, 내게 온 그대로를 돌려주자고 염두에 두고 있다. 이제 시작이니 한계를 정하기보다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데,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같은 약간 4차원적인 캐릭터도 좀 어울릴 것 같다. (웃음) 이번에 사이코패스 같은 백하린을 했으니, 다음에는 좀 다른 모습 그러니까 판타지나 로코, 휴먼 일상 드라마도 좋을 것 같다.

<피라미드 게임>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또 근황을 들려준다면.
지금은 <피라미드 게임> 관련 홍보나 인터뷰 등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올해 또 다른 작품 또 다른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나고 싶은 바람이나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예능 출연에 대해 질문 주시곤 하는데, 아직은 드라마나 영화 위주로 하고 싶은 마음인 데다 제안도 없어서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분이다. <피라미드 게임>은 모든 것이 처음인 작품이라,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 같다. 동료, 스탭, 감독님들과 함께 호흡하며 얻게 된 모든 경험이 크게 의미 있었고,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어서 이번에 부족하고 아쉬운 점을 다음에 보완해 나가려 한다.


사진제공. 티빙

2024년 4월 5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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