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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표작 생겨 기뻐” <에고이스트>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
2023년 7월 24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하나레이 베이>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던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이 신작 <에고이스트>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과 만났다. 에세이스트 타카야마 마코토의 자전적인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에고이스트>는 육체 관계로 시작했으나 점차 진실한 마음을 나누게 된 두 남자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묻는 작품이다. 퀴어 로맨스(BL 장르)의 컨벤션이나 클리셰 혹은 매력을 따르기보다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 전작 <피유피루>와 <화장실의 피에타>가 아닌 <에고이스트> 마츠나가 다이시로 불릴 새로운 대표작이 생겨 기쁘다고 말한다. 해외 공동제작 준비 등 데뷔 13년 만에 ‘이제 진짜 시작하는 것 같아’ 행복한 요즘이다.

2019년 국내 개봉한 영화 <하나레이 베이> 이후 오랜만에 인터뷰한다. 부천국제영화제는 처음인데 둘러보니 어떻든가.

부천은 처음 방문인데 개막식에서 보니 규모가 상당하더라. 이렇게 전통 있는 영화제에 초청되어 기쁘다.

초반은 노골적인 성애 영화 같았다면 이후엔 점차 개인의 내면을 비추는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의 시작은.

처음에 제안을 준 프로듀서가 말하길, ‘<피유피루>(2009, 트랜스젠더 친구의 10여 년 세월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감독의 데뷔작이다)를 보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과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2018년에 원작과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첫 인상은 전형적인 BL (BoyLove) 느낌이었지만, 날 것의 느낌과 통한다고 생각했다. 장르의 컨벤션이나 클리셰 혹은 매력을 따르기보다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원작이 있다고.

원작자인 타카야마 마코토는 에세이스트로 ‘에고이스트’는 그가 유일하게 쓴 소설로 자전적인 내용을 담았다. 그래서 많이 각색하거나 변경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영화화가 결정될 무렵 안타깝게도 병(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삼가 명복을 빈다. 직접적인 성행위 묘사를 절제하는 요즘 추세와 달리 두 주인공 ‘코스케’(스즈키 료헤이)와 ‘류타’(미야자와 히오)의 수위 높은 배드씬이 초반부터 이어지는데 어떤 의도를 담은 연출이겠다.

먼저 일본에서도 과장 혹은 센 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각이다. 첫 만남에서부터 두 사람은 적극적인 편과 수동적인 편, 이렇게 사뭇 다른 온도차를 보이다가 시간에 따라 그 입장이 역전된다. 이러한 변화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보는 분은 잘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주의 깊게 본 분은 디테일하게 그 관계의 변화를 잘 살렸다고 하더라.

한국도 퀴어 로맨스, 그 중에서 특히 BL 콘텐츠가 음지에서 양지로 확산 중인데 대체로 밝고 유쾌한 학원물이나 가벼운 오피스물이 주를 이룬다. 이에 걸맞은 젊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추세인데, <에고이스트>의 경우 시리어스한 퀴어 영화라 캐스팅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세계적으로 성 지향점에 반하는 연기를 지양하는 추세이다. 다시 말해 게이가 아닌 사람이 게이를 연기하는 걸 반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배우와 제작진도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커밍아웃한 배우가 많지 않아서 LGBTQ를 실제가 아닌 ‘연기’로 묘사하는 것에 관해 많은 논의가 필요했다. 코스케 역의 스즈키 료헤이 역시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다. 그렇지만 외양과 프리텐딩이 아닌 진정성 있는 연기를 위해 많은 공부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면밀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리허설과 만반의 준비를 거친 후 촬영에 들어갔다.

‘코스케’는 마음에 어둠이 있다고 말하는데 무슨 어둠일까.

내 영화에는 대사가 많지 않은 만큼 단어 하나하나에 많은 의미를 담는 편이다. 전작 <하나레이 베이>(2018)의 ‘다녀왔습니다’라는 대사도 그랬다. 이유는 ‘말’이라는 건 무섭기 때문이다. 말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또한 곡해되면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르겠다. 말과 문자는 다른 점이 있다. 말로 하면 명확하게 그 의미가 전달될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은연중에 여러가지 배경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에두르게 된다. 말, 즉 발화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반영해서 ‘마음속의 어둠’이라고 표현했다.

<하나레이 베이>와 같이 이번에도 즉석에서 이뤄진 연기가 있다면.

일본 영화의 시나리오는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면 전체 분량에서 한 70% 정도만 담겼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몫은 딱 70%이고 나머지는 배우에게 열어 두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코스케가 류타의 어머니에게 돈을 건네고, 이를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는 장면이 있다. 시나리오에는 ‘코스케가 돈을 건네는 데 받을 수 없다고 두 번 정도 거절한다’고, 이렇게 쓰여 있다. 그런데 촬영할 때 서로 반하는 행위가 적힌 쪽지를 각각 배우에게 건넸었다. 스즈키 료헤이 배우에게는 ‘끝까지 줘야 합니다’, 류타의 어머니를 연기한 배우에게는 ‘절대 받지 마십시오’라고 말이다. 그냥 두어 번 거절하다가 받는다면 관객이 설득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리얼함을 끌어내기 위해서 (내가) 지향하는 연출법일 수도 있겠다.

위에서 예를 든 생활비 받는 어머니에게서 순간적으로 제목인 ‘에고이스트’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에고이스트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언뜻 보면 코스케가 에고이스트로 보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을 에고이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코스케, 류타 그리고 류타의 어머니 세 사람 모두 에고이스트라는 생각이다.

잦은 클로즈업이나 BGM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점 등 초반에는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같은 인상이다. 영화적인 연출을 거치지 않은 날 것 같은, 마치 현실의 인물을 그대로 촬영한 듯한 느낌이다.

데뷔작인 다큐멘터리 <피유피루>가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르겠지만, 원 씬 원 테이크로 촬영한 장면이 많다. 또 카메라가 멀리 떨어져서 줌해서 찍은 게 아니라 직접 배우를 따라가며 촬영해서 클로즈업이 많다고 느낀 것 같다. <피유피루>를 찍으면서 또 그 이후에도 계속 감독으로서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고민하면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 결국 상황을 흉내 내거나 거리를 두고 현장을 바라보고 싶지 않더라. 다시 말해 관객이 (그들을) 객관화하지 않았으면 했다. BGM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피사체는 의도하지 않은 감정을 음악이나 미묘한 연출을 가미해 끌어내는 걸 극렬하게 배제했다. 인물 그대로의 느낌을 오롯하게 전달할 뿐, 여기에 어떤 감정을 부여하지 않으려 했다. 한 걸음 물러나 판단은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자 했다.

영화에서 벗어난 질문인데, 친구인 ‘피유피루’는 잘 지내고 계신가. 문득 궁금해진다.

잘 지내고 있고 결혼도 했다. 그런데 창작자로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친구를 보면서 ‘사랑의 고통이나 어떤 결여가 창작의 에너지로 연결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해 봤다. 결혼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 중이니… (웃음) 나 같은 재능 없는 사람도 창작을 계속하고 있는데 정말 재능이 뛰어난 그가 하지 않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재능이 아닌가 한다. 당신은 어디에서 창작의 에너지를 얻나.

친구 ‘피유피루’를 카메라에 담으며 영화를 시작했지만, 전문적으로 영화를 공부한 적도 없고 남들보다 재능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인터뷰하면서도 창작을 계속할 수 있을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봐주는 분이 있고 찾아주는 곳이 있다는 데서 에너지를 얻어 나가는 것 같다.

마지막 질문! 근황과 요즘 소소한 행복은 무엇인가.

<에고이스트>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뿐만 아니라 타이완과 홍콩,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초청됐다. 지금까지는 전작인 <피유피루>나 <화장실의 피에타>(2015)의 마츠나가 다이시로 불렸는데, 이제는 새로운 대표작인 생긴 것 같아 기쁘다. 요즘에는 해외 공동제작에 관심이 많다. 홍콩 시나리오 작가와 다음 작품을 물색 중인데 데뷔 13년 만에 ‘이제 진짜로 시작하는 듯’해서 정말이지 행복하다.

사진제공. ㈜ 콘텐츠 다봄

2023년 7월 24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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