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썸바디>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직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호불호를 떠나 공통된 반응은 파격을 넘어 충격적인 작품이라는 말이다. (웃음)
보통 드라마 첫 방송일이든 영화 개봉일이든 긴장을 많이 해서 공개 첫 날 바로 확인하지 않는다. <썸바디>도 마찬가지다. (웃음) 이후에 두 번 정도 정주행했는데 주변 반응이 뜨거워서 기분이 좋다. 이번 작품이 어떤 분들께는 기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매력적인 작품인 건 확실하다.
주변 반응이 어떻던가.
친구들 반응이 약간 ‘찐’ 반응이었다.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아는 동생이 ‘내가 알던 형 맞냐?’고 하더라.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난 감독님들도 연락이 와선 ‘장난 아니다’라고 하시고. (웃음) 내가 연기를 잘 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작품 자체의 매력 덕분일 수도 있다.
영화 <너의 결혼식>(2012), 드라마 <아홉수 소년>, <안녕? 나야!> 등을 통해 쌓아온 로코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맡았다고 했을 때 상상이 안 되더라.
인터뷰 할 때마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고 특히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전에 해보지 않은 악역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정지우 감독님을 만났을 때도 그런 티를 많이 낸 모양이다. (웃음) 욕심이 많았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욕이 더 불타더라.
극중 성공한 건축가이자 데이팅 앱 ‘썸바디’로 만난 여성들을 연쇄살인하는 ‘윤오’로 분했다. 번뜩이는 눈빛을 강조하는 커다란 안경에 둔중해 보일 만큼 압도적인 덩치가 인상적인데.
감독님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 레트로한 안경을 쓰고 나갔다. 감독님께서 그걸 보시고는 ‘윤오’도 그런 안경을 쓰면 좋을 거 같다고 제안하셨고 그 아이디어가 작품에 그대로 채택됐다. (웃음) 또 ‘윤오’는 어떠한 흉기 없이 맨몸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이지 않나. 그래서 처음엔 몸집이 거대한 사람일 거라고 설정하고 일부러 몸을 불렸다. 평소 체중이 82kg 정도인데 94kg까지 찌웠다. 그런데 체중이 불어나니까 얼굴이 동글동글해지더라. (웃음) 감독님과 상의 끝에 크랭크인을 3개월 정도 앞두고 다시 감량을 시작했다. 또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윤오’가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외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살을 뺀 것도 있다. 촬영 막바지 쯤에는 72kg까지 몸무게가 줄었는데 그때는 거의 음식을 먹지 않고 하루에 고구마 한 조각 정도만 먹으며 극단적으로 살을 뺐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의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처럼 사람들은 납득할 만한 동기나 전사가 없는 빌런에게 더 공포를 느끼지 않나. ‘윤오’도 마찬가지다. 관련된 정보가 거의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 섬뜩한 지점이 있다.
‘윤오’라는 인물을 구축하면서 처음엔 더 세게, 더 과하게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윤오’에게 디테일한 설정을 더하면 오히려 안 무서워 보일 거 같더라. ‘이 인물에게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됐을까’, ‘왜 그런 행동을 할까’ 등 ‘윤오’를 시청자에게 설득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어떤 생각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서 공포감을 주고 싶었다. ‘윤오’에게서 그럴싸한 욕망이나 동기를 덜어내고, 예측할 수 없고 충동적인 사람으로 비치고 싶었다.
수위 높은 베드신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그 장면이 스토리 상 꼭 필요했고 그래서 잘 해내고 싶었다. 노출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감독님, 상대 여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감독님께서 노출신이 <썸바디>에 잘 녹아들게끔 설명을 많이 해주셨고 그 장면이 준비될 때부터 완성될 때까지 어떻게 찍는 게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릴까를 계속 이야기했다. 감독님을 믿고 자연스럽게 했다.
정지우 감독에 대한 신뢰가 엿보인다. 정 감독 역시 당신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할 만큼 많이 아낀다고 밝혔는데. (웃음)
현장에서 감독님과 항상 붙어있었다. 같이 밥도 먹고 꼭 작품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어느 날 우연히 감독님 휴대폰을 봤는데 내 사진이 배경화면인 거다. (웃음) 감독님이 나를 믿고 좋아해주시는 게 느껴졌다.
사실 이번 작품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게 대본도 좋았지만 정지우 감독님과 일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감독님께 더 빠져들었다. 감독님은 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항상 ‘같이 고민해 봅시다’라고 말씀하시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작품에 반영해주셨다. 또 작업 중에는 내가 ‘윤오’에 너무 빠져들까 봐 자주 전화해서 안부를 묻기도 하셨다.
앞서 말했듯 이번 작품은 당신 필모그래피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자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다.
<썸바디>로 인해 내 연기 인생에서 또 다른 시작이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게 가장 적당한 표현 같다. (웃음)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서 멋진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더 커졌다.
그렇다면 관객, 시청자에게 특히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개인적으로 <신세계>(2013)를 좋아하는데 이정재 선배가 연기한 ‘이자성’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아니면 유아인 배우가 출연한 <소리도 없이>(2019)처럼 독특한 작품도 좋고 느와르, 로코가 아닌 정통 멜로도 해보고 싶다. 다양한 장르,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나를 어느 한 모습으로 특정 짓지 않고 싶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와 영화 <미션 투 파서블>이 내년 상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또 최근 싱가폴에서 열린 ‘디즈니 쇼케이스 2022’에도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오래 쉰 게 6개월 정도다. 조금만 쉬어도 ‘뭔가 찍어야 하지 않을까’란 압박감이 든다. 그런 마음이 잘 사라지지 않는 거 같다. 작품이 잘 돼도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야 할 거 같은 불안감, 압박감이 나아지지는 않더라. (웃음) 일을 할 때 오히려 에너지가 샘솟는 타입이라 더 그런 것도 있다. 데뷔 이후 쉰 적이 거의 없는데 개인적인 시간이 줄어들고 일만 쭉 해오다보니 적응이 된 거 같다. 일 중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웃음) 일을 하지 않으면 조바심이 난다.
마지막으로 <썸바디>를 아직 보지 않은 분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윤오’는 우연히 일어난 첫 살인 이후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닌, 어떤 선을 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기만의 완벽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와중에 본인보다 더 완벽한 여자를 만나면서 첫사랑에 빠진다. 그 사람을 잃기 싫으니까 집착하고 점점 궁지로 몰리고 무너져간다. 그래서 <썸바디>는 기괴한 멜로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썸바디>를 안 보신 분들, 그리고 한 번만 보신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두 번 이상 정주행하시면 볼 때마다 작품이 다르게 보일 거다. 처음엔 자극적인 것만 보이겠지만 두 번, 세 번 보고 나면 그 안에 담긴 독특한 정서의 멜로가 보일 거다. <썸바디>를 보고 주변 분들과 다양한 이유와 해석에 대해 의견을 많이 나누시면 좋겠다. (웃음)
사진제공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