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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이 아닌 질문” <그대가 조국> 이승준 감독
2022년 5월 26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그대가 조국>은 조국이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2019년 8월 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67 동안 일어난 일을 복기한 다큐멘터리다. 조국 전 장관을 포함해 강기정 전 정무수석, MBC 기자, 변호사,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동료 교수와 조교, 포렌식 전문가, 그리고 유튜버 빨간아재 등과의 인터뷰를 주축으로 구성했다. 지난 5월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공개된 영화는 4월 25일부터 5월 15일까지 10만 명 시사를 목표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약 26억 원을 모았다.

연출은 <달팽이의 별>(2012)(제24회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 장편부문 대상 수상), <부재의 기억>(2018)(한국 최초 아카데미 다큐멘터리(단편) 부문 후보작), <그림자꽃>(2019) 등을 연출한 이승준 감독이 맡았다. 첨예하게 의견이 갈린 민감한 사안을 다룬 게 된 의도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들어본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작품인데 연출 제안을 받고 망설임은 없었나.
지난해 여름에 연출을 제안받았다. ‘조국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더라. 특별히 팔로우해 왔던 입장이 아니라 보통의 국민이 생각하는 정도라고 답했다. 언론과 검찰이 무리수를 두고 심하게 했지만, 그(조국)도 조금 문제가 있던 것 같다고. 제안받은 후 도서 ’조국백서’와 ‘조국의 시간’을 읽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충격적인 사실이었고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책에 언급된 인물들, 그러니까 조국 전 장관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주변인의 고통이 느껴졌다. 그 고통이 크겠다 싶었고, 이를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처음 제안한 분이 그러더라. ‘그간 이 감독이 해온 다큐와 다른 걸 안다. 정치적이고 논란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그 이유를 스트레이트하게 (무언가를) 주장하는 결로 가는 게 아니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렇게 풀 수 있는 사람이 나라고 하길래 기꺼이 수락했다.

<그대가 조국>의 소식을 접하고 연출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당신인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그간의 작품과 사실 매칭이 잘 안됐고, 어느 정도 우려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비슷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후배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로 ‘<달팽이의 별>(2012)의 이승준 감독이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더라. 그런데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다. <달팽이의 별>이나 방송용으로는 휴먼 다큐를 주로 많이 했지만, 이후 <부재의 기억>(2018)이나 <그림자꽃>(2019) 등 사회적 이슈에 접근하는 다큐 또한 해왔다. 다시 말해 내가 뭔가 변해서가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사회에 대한 관심 속에서 이야기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림자꽃> 같은 전작이 어떤 한 인물에 대해 천착하고 깊이 팔로우했다면 이번은 (여건상) 좀 달랐다. 이전작들과는 다른 지점이 분명이 있으나 그 안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녹여내려고 했다.

예로 든 <그림자꽃>이 진영이나 논리에 상관없이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탈남을 원하는 탈북자'인 주인공을 납득시킬 수 있었던 건, 어떤 참견도 하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그를 따라가며 카메라에 담은 숙성의 시간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이번엔 상대적으로 그 시간이 짧다. 더구나 조국사태는 양극단으로 의견이 갈린 첨예한 사안이다.
그래서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있다. (당신이) 이야기한 대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뭔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맞냐고 묻는다면 ‘이야기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조국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어떤 프레임이 너무 강고한데, 이렇게 강고한 어떤 이미지 혹은 느낌이나 생각들이 제대로 형성되었나 하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현재 진행 중이건 진행 중이지 않건 간에 어쨌든 (조국사태)에서 어느덧 2~3년이 지난 시점이니 말이다.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어떤 인식이 생겨버렸는데 그렇게 인식하게 한 판단의 근거들이 맞는지 혹은 미처 보지 못한 것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싶었다. 우린 알려지지 않고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봤다.

지금 한 말에서 영화의 기획의도가 읽힌다.
<그대가 조국>은 조국 전 장관이 ‘무죄야’ 혹은 ‘무죄일 거야’라는 데 방점을 찍는 다큐가 아니다. 관객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규칙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다. 소위 ‘조국사태’ 당시에 가장 이슈가 됐던 단어가 ‘공정’이었고, 이 말은 국민에게 크게 어필했다. 그렇다면 검찰과 언론은 과연 규칙을 지켰을까. 당시 절차와 과정이 과연 공정한가. 다시 말하지만, 결코 조 전 장관이 ‘불쌍해 혹은 희생자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조 전 장관과 인터뷰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무슨 내용인가.
대체로 국민은 언론과 검찰이 좀 심하게 하긴 했지만, 어쨌든 구속됐고 유죄 같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어떻게 대답할지를 물었다. 이에 ‘재판을 통해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질 것이다. 유죄가 나온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그 외에도 도덕적으로 사과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다시 한번 사과할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 여러분이 만약에 검찰과 언론이 너무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부분을 좀 찬찬히 봐야 하지 않느냐, 봐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답했고, 여기에 100% 공감했다.

그래서 ‘판단’이 아닌 ‘질문’하는 영화라고 한 건가.
맞다,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영화를 보고 나서 의도와는 다르게 조국 전 정관과 그 가족의 무죄를 주장하는 거 아니냐고 읽는다면 어쩔 방법이 없다. (정경심 교수의) 재심을 이야기하는 분도 있는데 그렇게 주장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한 번 봐야 하지 않나.

정치적 의도가 읽히는 장면이 꽤 있다. 또 한쪽의 주장만을 한다는, 치우쳤다는 시선도 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세상에 나온 정보가 이미 굉장히 치우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는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게 오히려 균형을 맞추는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안에서만 균형을 맞출 게 아니라 이미 국민들은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의식의 형성에도 공정하지 않은 측면이 있지 않은지 질문을 던져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이 중 한 명인 유튜버 ‘빨간아재’는 사실과 팩트에 천착했다고 말했다.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발생할 왜곡에 대한 경계심은 없었나.
극 중 나오는 문서나 증인 조서는 100% 법원이 출처라 가공하거나 할 수 없다. 만약 그랬다면 큰일 나겠지. 최대한 그대로 보이고자 거칠지만, 원본을 활용했다. 사실 영화에서 보여준 건 일부다. PC의 IP 주소 같은 증거는 항소심에서 채택되지 않았는데 이런 부분을 영화에서 다 다루지 않았다. IT 관련 사안은 복잡하고 어려워서 영화적으로 다 풀기는 힘들어 어느 정도 뺀 부분도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관객과의 대화 등을 통해서 인터뷰이로 나온 유튜버와 관련 전문가가 풀어줬으면 싶다. 동시에 기자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면 좋겠다. 법정 관련해서 일반인이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은데 이런 걸 일간지들이 잘 다루지 않는다. 유튜버들이 일부 제기할 뿐이다. 영화 이후에 찬찬히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은.
조국 전 장관은 중요한 캐릭터 중 한 명인데 담을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다시 말해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한 사안 등 어디까지 담을지 조율하는 게 어려웠다. 또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을 인터뷰이로 섭외하는 게 중요했다. 참고인이나 법정 진술 등 사건 속의 이야기를 해줄 분이 필요한데 관련된 많은 분이 있지만, 카메라 앞에 세우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조 전 장관의 동생 친구인 박준호 씨, 정경심 교수의 동료인 장종욱 교수만이 인터뷰이로 나서는 걸 허락했다. 동양대 조교는 당시의 트라우마가 커서 목소리만 나가는 걸 허락하는 등 대부분이 인터뷰이로 참여하는 걸 힘들어했다. 연출적으로 좀 더 많은 분을 인터뷰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있다.

어느 층이 특히 봤으면 하나. 조국 전 장관은 영상을 통해 2번 찍은 분들이 많이 봤으면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소위 좌파가 30%, 우파가 30%, 중도가 40%라면, 대략 선거 결과도 이렇다고 본다. 40%의 중도층 중 많은 사람이 조 전 장관 사태로 마음을 돌렸다고 생각한다. 탄핵정국 때 촛불을 들었던 그분들의 지성을 믿는다. 보시고 찬찬히 사태를 돌아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조 전 장관이 언급한 2번 찍은 분들도 이런 중도층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부터 다큐멘터리가 좋았다. 당시에 다큐는 TV를 통해서 접할 뿐이었는데 실제가 주는 감동이 좋았다. (연기가 아닌) 진짜로 웃고, 진짜로 울고 있다고 상상하면 감동이고 소름이 돋았다. 늘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세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고, 이런 생각과 실제가 주는 전율이 어울려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관련 과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배우며 프리랜서로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러다가 한 케이블 채널에 4년 정도 있었고, 한국독립PD협회 소속으로 작품을 만들어 상영하기도 했다.

늘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랐다니… (웃음) 당신은 행복한가.
음…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당시에는 다큐멘터리를 전문적으로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아 대학을 졸업하고 알아서 찾아야 했다. 하고는 싶은데 무엇부터 시작할지 모를 때 방송 10년 차인 선배를 만나서 어깨 너머로 많은 걸 배웠고 같이 인도에 가서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다 입봉했는데 무려 50분짜리였다! 입봉작치고는 드문 케이스로 모두 선배 덕분이다. 말했듯이 프리랜서를 하다 케이블 채널에 취직했고, 결혼하고 아이도 생겼다. 당시에 가정을 꾸릴 기준으로 ‘통장에 석 달치 월급 정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선배들이 하곤 했는데, (난) 사실 그렇지도 못했거든. 그러면서도 조바심을 느끼진 않고 일상의 생활을 잘 영위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달팽이의 별>이 해외영화제에서 대상을 타고 이후에도 해외영화제에 초청돼 다녔는데, 항공권과 숙소는 제공해도 식비는 따로 안 나와서 은근히 부담됐었다. 2013년까지도 이런 부담을 안고 살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시 한번 말하지만, 행운이었다. 일상의 생활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영상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이승준은 다큐멘터리스트로 또 한 개인으로 어떤 사람인가.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 우리가 현실적이라고 하면 딱 정해진 느낌이 있는데 내게는 현실, 있는 그대로의 지금, 현재가 매우 중요하다. 정말 있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있는 그대로의 사실 말이다. 그게 지금 현재 존재하는 어떤 사건일 수도 있고 또 풍경일 수도 있겠지. 이를 판타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또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나는 그렇지는 않다. 다큐멘터리를 지치지 않고 하는 이유 혹은 동력 같기도 하다. 연출자로서 냉정하게 바라보는 면도 있고, 생각이 많은 편이다. 가끔 생각하지 않는 훈련을 좀 하고 싶다고, 생각을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사진제공_(주)엣나인필름

2022년 5월 26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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