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전작 <엑시트>가 94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차기작 선택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어떤 작품을 하든 결과는 어떨지 아무도 모르지 않나. 그래서 그런 생각을 잘 안 한다. <엑시트>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해서 놀랐고 또 감사하지만, 차기작을 선택하는 데 아무 영향을 주지 않았다. 만약 그런 마음이 있었다 하더라도 원하는 작품이 원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기적>을 만난 것도 생각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대본을 받자마자 이 작품은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곧장 출연을 결정했다.
왜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눈물이 났다. 처음 봤을 때도 울고, 수정본을 봤을 때도 울었다. (웃음)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대본을 읽고 느꼈던 감정들이 영상으로 얼만큼 전달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영화도 비슷한 포인트에서 눈물이 나더라. 두 번 봤는데 두 번 다 울었다.
또 ‘라희’의 순수한 모습에 끌렸다. 어떻게 보면 충동적이지만, 그 모습이 밉지가 않고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더라. 언젠가는 현재가 아닌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라희’가 80년대의 인물이라는 것도 좋았다.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소녀시대 1집도 CD와 카세트 테이프로 나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품 중 카세트 테이프가 기억에 남는다. (웃음) 내가 카세트 테이프와 그만큼 가까웠다는 증거가 될지 않을까. 학교 다닐 때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다닌 적도 있고. 물론 낯설고 생소했던 점도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오래된 구형 버스라던가, 줄을 잡아당겨서 켜는 방식의 전등 같은 게 재미있고 신선했다.
이번 작품에서 연기한 ‘라희’는 친구 ‘준경’이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캐릭터다. 밝고 쾌활한 성격이 전에 연기했던 <공조>의 ‘민영’이나 <엑시트>의 ‘의주’와도 비슷한 느낌인데.
능동적이고, 당차고. 디테일한 성격은 다르지만 캐릭터들의 결이 비슷하기는 하다. ‘라희’ 같은 캐릭터를 계속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나에게 그런 모습이 있기 때문에 끌리는 것 아닐까 싶다. 실제로 비슷한 면이 많아 연기할 때 편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나랑 닮았다고들 말해주더라.
계속해서 비슷한 이미지로만 굳혀져 가는 데 걱정은 없나.
물론 내가 좋아서 선택한 배역들이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모습도 보여 드리고 싶다. 내가 가진 모습이 여러가지가 있다 하더라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지금의 익숙한 이 모습만 대중에게 기억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다른 부분도 조금씩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점점 생기더라. 언제든지 재미있게 할 수 있을 법한 캐릭터를 만난다면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라도 주저 없이 선택할 거다. 작품을 선택할 때도 ‘이 작품을 했을 때 어떤 성장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나만의 기준을 세워서 고르는 편이다.
사투리! (웃음) 시나리오를 받고 사투리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라희’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매력에 사투리가 큰 몫을 하는 것 같아 정말 많이 공부하고 준비했다. 대본이 빽빽하게 들어찰 정도로 열심히 써가면서 노력했다.
굉장히 낯선 사투리인데, 그걸 또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내더라.
봉화 사투리가 익숙한 대구나 부산 사투리와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감독님, 배우, 제작진 모두 고민했다. 하지만 경북 봉화군이 실제 이야기의 배경이기 때문에 그 지역 사투리를 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이 모였다.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관객 입장에서 사투리가 어색하면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나. 그래서 사투리를 입에 붙게 만드는 게 최우선이었다. 사투리를 지도하시는 선생님께 검수 받으며 열심히 준비했다. 현장에는 사투리 선생님이 계속 상주해 계셨고, 모든 배우들이 대사 하나하나 확인받고 녹음하면서 공부했다. 애드리브 하나도 허투루 나온 게 없다. (웃음) 다 그 자리에서 허락을 받고 나서 만들어진 애드리브다.
또 우리가 쓴 사투리가 안동에서 쓰는 말과도 비슷하다고 하더라. 주변에 매니저 등 안동 출신인 분이 꽤 있어 선생님과 공부하듯 똑같이 연습했다. 대본 읽고 녹음하고 연습하고의 반복이었다. 씻을 때도 노래가 아니라 사투리 녹음본을 틀어 놓고 계속 연습했다. (웃음)
간담회에서 조부모님이 영주 출신이라 사투리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기도 했다.
맞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영주 분들이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 들어봤던 사투리가 조금씩 기억나기도 했고 꽤 익숙하게 들렸다. 알게 모르게 들어왔던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사투리 외에도, 30대의 나이에 중학교를 막 졸업한 고등학생을 연기한다는 게 부담스럽지 않던가.
그냥 작품이 너무 좋아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나이 생각을 잘 안 했다. 오히려 더 늦기 전에 고등학생 역할을 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물론 교복을 입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즐겁고 따뜻한 경험이었다. 나이에 대해선 나는 특별히 걱정되지 않았는데, 상대 배우는 고민이 좀 많았던 것 같더라. (웃음)
마찬가지로 30대인 박정민이 상대역을 맡았는데, 고등학생 역이 부담스러워 처음엔 고사했다고 밝혔다. (웃음)
내 생각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웃음) 박정민 배우가 ‘준경’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좋았다. 연기도 너무 잘 하시고, 방송에서는 많이 보지 못해서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실제로 만났을 땐 정말 털털하고 굉장히 생각도 깊고, 또 재치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박정민 배우는 소녀시대의 열혈 팬임을 밝히기도 했는데.
정민 씨가 소녀시대 열혈 팬은 맞는데, 윤아 팬인지는 모르겠다. (웃음) 원래 소녀시대 팬이라고 하면 그룹과 멤버 모두를 좋아하는 거니까. 촬영할 때도 소녀시대를 많이 언급하고, 인터뷰나 간담회에서도 계속 얘기하더라. (웃음) 현장에서도 팬이었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가끔 멤버가 커피차를 보내주면 거기서 나눠주는 스티커를 자기 휴대폰에 붙이기도 하고, 소녀시대는 (현장에) 언제쯤 오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 (웃음)
드라마 <너는 내 운명>, <사랑비>, < THE K2 >, <왕은 사랑한다>, <허쉬>와 영화 <공조>, <엑시트>까지 데뷔 초부터 꾸준히 연기해왔다. 배우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나.
자리를 잘 잡았나? 잡은 것 같나? (웃음) 내 개인적인 생각보단 보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연기를 시작한 시기가 가수 활동 데뷔 시기와 비슷하지만, 가수로서 활동이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연기는 아직은 조금 더 가야할 길이 멀지 않나 생각한다.
아이돌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체력적으론 힘들었지만 아이돌로 활동한 경험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엑시트>를 찍을 때는 액션을 잘 해내서 '춤을 춰서 그런지 동작이 자연스럽다'라는 칭찬을 받았고, <기적>은 사투리 연기할 때 '노래를 해서 그런지 사투리의 리듬이나 억양을 잘 구현한다'는 말을 들었다. (웃음)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불리고 싶다. 소녀시대뿐만 아니라 배우로도 센터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차곡차곡 잘 걸어가보겠다. 많은 응원 부탁한다. 같이 걸어가면서 응원해 주신다면 정말 힘차게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사진제공_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