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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집사를 부르는 강력한 주문 <고양이 집사> 이희섭 감독&조은성 프로듀서①
2020년 5월 13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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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아닌 ‘우리’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라날 아이들에게 작은 생명과의 ‘공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싶다” 조은성 프로듀서와 이희섭 감독이 <고양이 집사>를 관객 앞에 내놓으며 가졌던 작은 바람이다.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도 길거리를 떠도는 수많은 고양이를 구제할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 것도 아니다. 다만 지구라는 생활 터전을 공유하는 생명체의 하나인 고양이를 그저 ‘측은지심’으로 바라봐 줬으면 하는 것이다.

유튜브를 비롯해 여러 SNS를 통해 고양이의 인기가 치솟고 있고,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하나 학대와 유기 역시 심화되는 느낌이다.

이희섭 감독(이하 이희섭) 관심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나 그만큼 조심스러워진 부분도 있다. 캣맘(대디)이 먹이를 주되 가급적이면 사람손을 안 타게 하려는 게 나쁜 의도로 데려가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사람 손에 익숙해진 고양이들은 데려가기 쉬우니 말이다.

조은성 프로듀서(이하 조은성) <나는고양이로소이다>(2016)때보다 전반적인 인식은 좋아졌다. 하지만 키우는 사람이 많을수록 많이 유기되고 학대당하는 아이 역시 증가하는 게 현실이다.

<고양이 집사>는 고양이 ‘레니’(임수정 내레이션)가 아빠(이희섭 감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레니’를 만나기 전 아빠는 춘천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여러 길고양이와 집사를 만난다. 춘천으로 향한 까닭은?

이희섭 조은성 감독님이 춘천에 고양이 마을이 생긴다는데 한 번 가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셨다. 마침 서울을 떠나고 싶던 참이기도 했고, 그곳에서 머물며 사계절을 담아보려 했다. 촬영 나간 초기에는 효자동 주변에서 고양이를 돌보는 집사들이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돈벌이용 고양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는데 오래 머물며 취지를 잘 설명해 드리니 점차 마음을 열어 주셨다.
 왼쪽) 이희섭 감독, 오른쪽) 조은성 프로듀서
왼쪽) 이희섭 감독, 오른쪽) 조은성 프로듀서

고양이 급식소를 만드는 등 효자동 주민센터 주축으로 어르신과 연계된 활동을 모색하는 듯했는데, 이후 진척 상황은.

조은성 조성하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주도했던 담당 공무원이 타지로 전근가면서 유야무야됐다. 사실 조성되기 힘들 거로 봤지만, 우린 어디까지나 관찰자 입장이니 지켜봐야 했다. 누군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우리(영화)를 비난하기도 하는데, 우린 결론을 내리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만약 제시했다면 굉장히 위험한 시도가 될 것이다. 그 형태가 어떻든 책임이 규정되고 한정돼 진다. 처음부터 이 감독과 협의한 지점이다. 지구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 외 수많은 생명, 그중에서도 가장 인근에서 접하는 고양이와의 공존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했을 뿐이다.

지금 한 이야기에 영화 제작 의도가 담겨있는 것 같다.

이희섭 중국집 사장님이,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것을 평소 비난하던 동네 아줌마를 향해서 하는 말이 있다. “내가 고양이를 일부러 이 동네로 불러들인 게 아니다. 원래 있었기에 굶겨 죽일 수 없어 챙겨주는 것”이라고. 사장님의 그 말속에 우리 영화의 메시지가 오롯이 담겨있다고 개인적으로 느낀다. 그 자리에 있으니, 챙겨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인간보다 약한 존재를 챙겨주고, 조금이나마 내 먹거리를 나눠주는 게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 아닌가. 인간이 자연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훼손하는 주체이니 공존을 위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조은성 우리나라가 유난히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면이 있다. 길 위의 생명에 측은지심이 없어서다. 몰라서 혹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서, 아이들은 무심코 생명을 향해 돌을 던지곤 한다. 우린 거대 담론을 말하고자 한 게 아니다. 작은 생명과도 공존을 못 하는데 성정체성, 인종, 소수자에 따른 차별을 멈추고 공존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만난 고양이가 (예전과) 달리 보인다면 그거로 만족한다.
 ▲▼<고양이 집사>
▲▼<고양이 집사>

영화를 만들면서 신경 쓴 지점은.

조은성 우리 영화로 인해 혹시라도 캣맘(대디)이 욕을 먹거나 고양이에게 해가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했다. 영화에 얼굴을 보인 집사보다 드러내지 않은 분이 훨씬 많다. 300명도 넘는 분을 만났거든. 그들은 자기들이 밥 주는 장소가 공개될 경우 길고양이의 식사나 이동 경로가 모두 노출될 것을 우려하셨다. 밥 주는 장소만 알아도 업자들이 다 잡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은성 감독의 전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소개한 일본 아이노시마, 대만 허우통 마을 등에서 인간과 고양이가 자연스럽게 함께 공존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국내에도 고양이 마을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있는데 이에 정부 혹은 지자체의 지원 현황은.

이희섭 춘천 효자마을은 지자체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으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받지 못했다. 관 주도로 사업하려면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고양이 마을이라는 게 단기에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 청사포마을의 경우 청년 사장님이 그곳에 거주하면서 작은 변화를 거듭하며 긍정적인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조은성 현재 지자체가 유일하게 길고양이를 위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TNR(고양이 중성화) 비용이다. 관이 주도한 효자마을, 개인이 주도한 부산 청사포마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솔직히 우리나라는 관이 주도하면 절대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 관이 주도하는 변화는 도시 재정비 사업과 유사하다. 도로를 정비하고 기반 시설을 확충, 주거 환경을 개선해 놓으면 카페나 프랜차이즈 등의 가게들이 입점한다. 고양이 콘텐츠를 내세워 관광객을 불러 모으지만, 정작 고양이는 없다. 그곳에 살던 고양이는 터전을 잃고 타지로 내몰리게 되는 형국이다.
 조은성 프로듀서
조은성 프로듀서
부산 청사포마을이 해운대에 인접한 것을 보고 놀랐다. 부산국제영화제로 매회 해운대를 방문하지만, 전혀 그 존재에 대해 몰랐거든. 영화를 통해 알려져 해운대를 찾는 사람들이 더불어 방문하는 코스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영화제 기간에 작은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생각 아닌가!(웃음)

조은성 해운대구에서 청사포마을 이정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청사포에서 고양이 영화제나 고양이 영화인의 밤을 가지면 어떨까 한다. 창작에 영감을 주는 존재들이니 여러 영화인이 호응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몰락한 상권이나 거리를 살릴 수 있는 주체는 예술가와 고양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것은 고양이를 키우는 예술가.(웃음) 도로와 간판, 외관 정비만이 아니라 공간을 실체가 있는 콘텐츠로 채워야 한다. 가로수길, 이태원, 문래동 철공거리 등 초기에 터를 잡았던 창작자가 과도한 임대료 등으로 다 쫓겨나갔다.(젠트리피케이션) 그 자리를 프랜차이즈와 술집이 메우고 있지 않나. 더불어 고양이도 쫓겨났지.


2020년 5월 13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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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광희(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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