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한국 개봉 포스터가 산뜻해 보여 마음에 든다며 ‘매우 젊고 활력 넘치는 영화’로 다가가 길 바란다는 <열여섯의 봄> 바이슈에 감독과 서면으로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 해당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관객을 위해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 관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열여섯의 봄> 감독인 1984년생 전갈자리 바이슈에입니다. 2007년 베이징 필름 아카데미(북경전영학원)를 졸업했고 항상 감독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졸업하고 10년 후, <열여섯의 봄> 스토리를 구상하게 되었으며 운 좋게도 촬영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10년 동안 저에게는 가정이 생겼고 사랑하는 아들도 태어났어요.
<열여섯의 봄>은 중국 본토(선전)에서 홍콩으로 통학하는 여고생이 우연한 기회에 아이폰 밀수에 손대게 되는 과정과 그 이후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세관을 매일 통과하는 게 상당히 낯선 풍경인데요. 홍콩 혹은 중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 부연 설명한다면요.
선전(심천)과 홍콩은 강 하나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선전에 살면서 홍콩으로 등교하죠. 그들은 ‘콰징슈에통’ (기자 주 국경을 오가는 학생들을 지칭하는 중국 표현) 이라고 불립니다. 보통 부모 중 한 명이 홍콩 국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부모 모두 홍콩 사람이 아니라도 아이들이 홍콩에서 태어난다면 그곳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만 명의 학생들이 선전과 홍콩 세관을 통과합니다. 관세가 다르기 때문에 선전보다 홍콩에서 아이폰 가격이 더 싸고, 아이폰은 홍콩에서 더 빨리 출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전에서 되팔기 위해 홍콩에서 불법으로 아이폰을 들여오는 사람들이 있죠. 물론 지금은 예전만큼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홍콩과 중국의 아이폰 가격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영화를 위한 배경일 뿐이며, <열여섯의 봄>의 중점적인 내용은 ‘류즈페이’가 겪는 정체성 및 주변 환경의 혼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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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화 속 모습처럼 밀수가 횡행하고 학생이 운반책을 담당하곤 하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주요 물건과 적발 시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인가요.
이러한 일이 흔히 일어난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라 몇몇 뉴스를 통해 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설정입니다. 물론 이런 일들은 학생들 사이에 비밀리에 이루어지겠죠. 위험한 일이니까요.
자료 조사차 많은 이들과 인터뷰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요.
인터뷰를 2년 동안 진행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뚜렷한 목적이나 인물이 없었죠. 류즈페이가 아이폰 밀수업에 가담한다는 설정을 생각한 이후 천천히 인터뷰할 사람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실제 핸드폰 마켓에서 일하는 사람들, 세관 담당자들이 겪는 일들, 홍콩으로 학교 다니는 학생들이요. 홍콩에 사는 다양한 연령대,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인터뷰하기 시작했고 홍콩에 대한 서적도 읽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천천히 이 영화 속 세계관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국숫집에서 일하면서 밀수로 돈을 버는 '하오' 등의 모습에서 정직한 '일'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든 젊은 세대의 단면이 읽히는데요. 현재 홍콩과 그 인근의 전반적인 기류인지요. 또 감독님의 의도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앞선 해석일까요.
‘하오’같이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공통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은 국적을 떠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더 나은 인생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사는 환경 역시 국제화, 도시화의 흐름에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콩과 중국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을 거예요. 모두가 이 문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열여섯의 봄>은 전 세계 다양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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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즈페이가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모녀에 대해 감독님의 별도의 코멘터리가 있다면요.
사실 류즈페이의 엄마 ‘란’의 감정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 캐릭터를 구상할 때 18세 이후 ‘란’의 인생을 생각했습니다. 집을 떠나 어떻게 낯선 도시인 선전에 오게 되었는지, 그곳 사람들로부터 어떤 무시를 당했고, 어떻게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되었는지 등등의 과정을 말이죠. 어린 나이에 류즈페이를 낳고 기른 ‘란’은 굉장히 순진한 사람입니다. 항상 류즈페이가 더 좋은 인생을 살길 진심으로 바라지만 스스로는 다른 곳에 산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굉장히 억세고, 류즈페이 보다 더 ‘소녀’ 같으면서 철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란’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극 중 '상어'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요. 다른 물고기가 아닌 상어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홍콩에서 자료 조사할 때, 작은 부두에서 밧줄에 묶인 상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큰 진짜 상어였어요. 하지만 자유롭지 못하게 부두에 묶여 있었습니다. 이미 죽은 상태였지요. 그 장면이 제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마 죽기 전에도 그렇게 묶여 있었겠죠. 또한, 제가 어렸을 때 선전에서 살았는데, 해변 주변에서 사람들이 상어에게 잡아먹혔다는 뉴스를 자주 접했습니다. 홍콩과 선전에 상어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상어에 대한 큰 의미는 없습니다. 흥미로울 것 같아 영화 속에 등장시켰고, 이 외에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극 중 '류즈페이'와 친구 '조'는 일본 여행을 계획하면서 눈(雪) 구경을 고대합니다. 대부분의 의견인지 아니면 영화 속 그들이 특별한 건지요. 눈이 흔한 한국인지라 개인적으로 궁금했습니다.(웃음)
제 이름의 뜻이 ‘눈’입니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건 아니에요. (웃음) 하지만 남쪽에 사는 사람들이 눈을 보고 싶어 하고, 북쪽에 사는 사람들이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늘 자기 삶에 없는 것을 바란다는 이치를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볼 한국 관객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열여섯의 봄> 한국판 포스터를 봤습니다. 갑자기 꽤 괜찮은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굉장히 산뜻해 보였죠. 물론 <열여섯의 봄>은 관객들에게 저마다 다른 인상을 줄 거예요. 제 영화가 매우 젊고 활력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즐겁게 감상하길 바라며, 음악 역시 너무 좋으니 영화를 보면서 마음껏 온몸으로 즐겼으면 합니다.
또, 아직 한 번도 한국에 가지 못했는데 꼭 한번 갈 기회가 생기길 바랍니다!
2019년 11월 4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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