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촬영 시기와 촬영 회차는.
신 감독 한 편당 5회차 정도. 딱 1년 전이다. 작년 8월 1일에 들어가 31일에 끝냈다.
복 감독 촬영은 빨리 마쳤는데 편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좀 전에 잠깐 말했듯 촬영할 때 배우가 1시간 찍는다면 우리 냥이님들은 9시간 촬영하고 이런 식이었다.
<사랑이>에만 내레이션을 삽입했다. 혹시 예산 문제 때문인가.
신 감독 처음부터 일부만 내레이션을 넣는 거였다. <사랑이>는 연애가 깨진 후 집사가 느끼는 슬픈 감정을 고양이를 통해 표현했고, 다른 이야기의 경우 사건을 따라 진행되는 전개이기에 굳이 내레이션이 필요 없었다.
복 감독 처음부터 한 에피소드에만 내레이션을 넣으려 했던 게 만약 연속적으로 내레이션이 나온다면 관객 입장에서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감정을 강요하는 것 같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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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질문이다. 네 냥이 중 가장 연기파는 누구인가.
신 감독, 복 감독 (이구동성) 당연히 ‘사랑이’ 잭슨이다!
복 감독 잭슨이 촬영 당시 만 두 살이었는데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잭슨의 연기는 그 집사가 거의 다 했다고 보면 된다. 촬영할 때 항상 옆에서 잭슨이 연기하게끔 손수 시범 보이며 일일이 지도했었다.
신 감독 극 중 임신한 모습이지만 ‘순자’ 나루토는 한 10개월 정도 연령으로 사실은 어린 친구인데 좀 소심한 편이었다. 또 ‘복댕이’ 디스코는 8개월 정도 연령으로 가장 어리고 애교 만점에 현장에서 최고 인기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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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해서 감독이 손수 뽑은 명장면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신 감독 피곤한 ‘나래’ 집사의 자는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는 ‘사랑이’의 눈맞춤, 식탁에 앉아 사료 주며 ‘복댕이’에게 오늘부터 1일이라고 말하는 김 과장, 집에서 쫓겨난 길냥이 ‘수연이’가 물어다 놓은 쥐, 고양이, 꽃으로 부모님을 설득하는 몽타주 장면, 화장실에 들어간 ‘석봉’ 할아버지를 따라왔다 문이 닫혀 버려 황당한 ‘순자’ 등이 떠오른다.
복 감독 엔딩에서 ‘나래’ 집사 품에 안겨 옥상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사랑이’, 김 과장을 간택 후 따라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는 ‘복댕이’, 고양이 왕자로 변해 소녀와 함께 발레 추는 ‘수연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순자’가 함께 바닷가를 거니는 장면이 아련한 행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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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관련 영화를 계속 이어 나갈 생각인가. 개인적으로 <나만 없어 강아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인데..(웃음) 이후 활동 계획은.
신 감독 이번에 작업하니 아들이 정말 좋아했다. 다음 번에는, 요즘 꽃게에 꽂혀있다 보니, 꽃게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더라. (웃음) 아들을 출산하고 양육하면서 이전보다 시야가 확대되는 느낌이다. 예전엔 여자 입장으로 사회를 바라봤다면 이젠 남자 입장도 동시에 고려하게 된다. 앞으로 남자의 일생을 여자적 시각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복 감독 사실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하려 했었는데! 현재 시나리오를 2~3개 개발 중이다. 유명하지 않은, 어찌 보면 루저인 가수 이야기다. 또 타임머신을 소재로 쓰고 싶은데 아직 공부가 덜 돼서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가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고양이 영화를 한 번 더 하고 싶다. 고양이가 앞장서 보호소의 동물들을 탈출시키는 내용으로 직접적으로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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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고양이>가 두 감독에겐 어떤 의미로 남을까.
신 감독 PD님한테 연락을 받을 때 홀로 지옥? 육아 속에 갇힌 상태였다.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큰 시기였는데 그것을 끊어준 영화다. 육아와 작업을 병행할 수 있겠다고 용기를 줬다. 또 애니메이션 말고 극 영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고 두 매체 사이의 거리감 혹은 장벽을 없애 준 고마운 영화다.
복 감독 음, 고양이라는 매력적인 생명체에 대해 알게 하고 가족이 되게 한 영화다. 앞으로 영화 작업을 계속해 나갈 에너지를 보충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상업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는 것 자체로 창작력을 북돋는다. 참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당신들을 사로잡은 주제, 즉 관심사는.
복 감독 두 가지인데 고양이를 한 마리 더 키우고 싶다. 아내가 집을 넓혀가면 가능하다고 반 허락한 상태다. (웃음) 또 하나는 시나리오 고민인데 역사에 대한 고민이 크다. B급 인생을 사는 한 인물의 삶을 현대사에 녹아내려고 한다. 단 암울하거나 비참하지 않고 밝고 긍정적으로 말이다. 가령 <그린 북> 같은 톤으로.
신 감독 요즘 남혐, 여혐 등 성별 갈등이 극에 달한 인상이다. 문득 공생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고, 미래 남녀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관심이 크다.
2019년 8월 21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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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목요일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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