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나만 없어 고양이>로 상업 영화 데뷔했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신혜진 감독(이하 신 감독)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쭉 작업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극 영화를 연출하게 됐다. 5살 아들을 둔 엄마로 의식적인 것은 아닌데 전작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페미니즘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복운석 감독(이하 복 감독) 영화를 시작한 지 14~15년 정도. <그림을 그릴 시간>(2009), <밥그릇>(2014) 등 단편 위주로 연출했다. <나만 없어 고양이>는 비록 반쪽이라도 입봉작이다. 그간 사람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해왔다.
두 분이 그다지 접점이 없어 보이는데 함께 작업했다니 인연인가 보다. (웃음) 각본 역시 공동 작업인데, 4개의 에피소드를 나눠 각자 전담해서 쓴 건가.
신 감독 영화를 기획한 박근영 PD가 선배인데 제안받고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외의 작업으로 눈을 돌렸다. 에피소드의 컨셉과 중심인물의 연령대를 결정한 후 나눠서 각본을 썼다. 이후 촬영은 각자 진행하다 필요한 부분 있으면 서로 도왔다.
복 감독 사이좋게? 두 편씩 나누어 썼다. 초반 <사랑이>와 <복댕이>는 PD가 원안을 가지고 있었고, 창작하듯이 각색했다. (웃음) 나머지 <수연이>는 신 감독이, <순자>는 내가 썼다. 어쩌다 보니 신 감독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나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쓰게 됐다.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선 많이 이야기하고, 때론 싸우기도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독립적으로 진행된 부분이 많았다.
네 에피소드 내용을 살짝 얘기해주면 좋을 것 같다.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냥이의 정보 좀 공유해달라. (웃음) 또 연출하면서 중점을 둔 지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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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 생애 첫 이별을 극복 중인 20살 청춘 ‘나래’와 이별에 아파하는 집사를 위로하는 ‘사랑이’ 이야기다. ‘사랑이’의 진짜 이름은 ‘잭슨’으로 수컷, 묘종은 러시안블루다. 정말 에너지 넘치고 애교 넘치는 친구로 슈퍼주니어 출신 김희철 씨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사랑이’의 속마음을 연기해 주셨다.
쉽게 반려동물을 들이고 유기하는 현실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사실 ‘나래’가 ‘사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을 때 내심 불안했는데.. 기우였다!
신 감독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한 생명을 거두고 끝까지 돌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젊은 시절은 더 그렇다. 인생의 변화가 많은 시기가 아닌가. ‘나래’를 통해 사랑은 끝나도 반려동물과의 인연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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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감독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잘린 기러기 아빠가 우연히 만난 길냥이를 집냥이로 들이는 과정을 담는다. 행운을 가져온다고 생각해서 ‘복댕이’라고 부르는데 진짜 이름은 ‘디스코’로 수컷이고 페르시안 친칠라다.
외딴 행성에 고립된 우주 비행사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인트로가 인상적이더라. 정교하지 않은 어설픈 CG가 정겨웠다.
복 감독 사실 그 우주 장면은 시나리오에 없던 부분이었다. 기러기 아빠 소재가 진부하게 다가갈 수 있기에 그 점을 희석하고, 또 누구나 외로운 순간이 있지 않나. 우주에 혼자 남겨질 때의 막막함과 외로움으로 현재 해고당한 처지를 유쾌하게 비유해 봤다. 우울하기보다 긍정적인 밝은 느낌을 나누고 싶었거든. 그는 평소에도 우주를 동경하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아빠로, 회오리 콘셉트의 카펫과 우주를 연상시키는 전등 등등 잘 보면 그의 집 구석구석에서 우주를 느낄 지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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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 고양이 동생을 키우고 싶은 발레 소녀와 낭만 가득 길냥이 ‘수연이’ 이야기다. ‘수연이’ 역시 수컷으로 이름은 ‘페퍼’ 코리안 숏헤어다. 극 중과 같이 실제 길냥이 출신으로 출연한 고양이 중 가장 연장자다.
고양이 왕자(?)의 리드로 발레하는 소녀의 모습이 독특했다, 애니메이션 경력 덕분에 그런 발랄한 연출이 가능했나 보다. (웃음)
신 감독 좋게 봤다니 다행이다! 애니메이션과 극 영화의 접점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적 시나리오의 극 영화 적용에 가능성을 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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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감독 아내를 먼저 보낸 후 고양이 ‘순자’를 아내로 착각하는 할아버지 ‘석봉’ 이야기다. 먼치킨으로 이름은 ‘나루토’, 오동통한 볼이 매력적인 친구다.
할아버지의 공간인 작은 한옥이 참 예쁘더라. 비단 <순자>에서 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공간 연출력이 돋보였다.
복 감독 한옥이 이야기의 정서와 맞고 참 좋은데 문제는 협소한 공간이었다. 촬영하면서 각도가 나올지 걱정했는데 아쉬운 점은 있지만 나름 잘 나온 것 같다. 할아버지, 순자 그리고 한옥의 감성이 개인적으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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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는 내내 궁금했던 부분이 고양이 캐스팅이었다. 또 이야기 흐름과 고양이 행동의 싱크가 매우 자연스럽던 데 연기를 이끌어낸 비법이 있다면.
신 감독 고양이 카페에 고양이 이미지와 성격 등을 자세히 올려 공개 모집했다. 고양이 인터뷰 시 가장 중요하게 본 부분이 인간에 대한 친밀도였다. 경계성이 높으면 촬영장같이 사람 많은 곳에서는 숨으려 하거든. 일단 출연시킬 의향을 지닌 집사님들이 오셨기에 촬영은 비교적 수월했다. 처음엔 OK 했다 나중에 포기한 분도, 처음 캐스팅했던 고양이가 엎어지기도 한 아픔?도 있었다.
복 감독 자연스러운 연기 비법이라.. 기다림? 해당 고양이 집사님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고, 그 외에는 정말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촬영 시간이 정말 길어지곤 했었다.
네 에피소드안에 사랑, 기러기, 노인 등 사회적 이슈들을 적절히 녹여냈다. 또 독립적인 이야기면서도 전체적인 조화가 훌륭하더라.
신 감독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특출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이웃을 그리려 했다. 반려동물에게 위로받는 남녀노소의 모습 말이다.
복 감독 원래 7~8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그중 네 편을 선정해 주인공의 연령과 성별에 따라 순서를 배치했다. 보면 알겠지만, 제작비 덕분(?)에 배우가 여러 에피소드에 겹쳐 출연하기도 한다. 사실 각각을 연결하는 서사가 있었는데 역시 제작비 덕분에..(웃음) 생략했다. 엔딩에 네 집사와 고양이가 동물병원에 진료받으러 와서 만나는 장면을 넣고자 했는데, 참 아쉽다. 그들이 다 근처에 사는 이웃들이거든.
2019년 8월 21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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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목요일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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