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옹알스>의 개봉에 앞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 미리 만났다. 큰 무대에 섰는데 소감은.
차인표 감독 (이하 차인표) 첫 공개라 수험생이 성적표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흥행이 목적은 아니지만, 관객의 반응이 소중하니 말이다. 또 코미디 영화로 기대하고 오신 분도 있을 것 같아 그런 부분이 우려됐었다.
전혜림 감독 (이하 전혜림) 사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아무래도 영화제에 열린 마음으로 오신 분들이라 그런지 좋게 봐주시고 크게 호응해 주셨다. 감사하다.
차인표 감독님의 경우 단편 <50>(2017)에 이어 첫 장편이 다큐멘터리인 점이 의외라면 의외다. 단편과 장편의 연출에 있어 차이점이 있다면.
차인표 모르는 사람이 큰 사고 친다고 하지 않나. ‘옹알스’팀을 만나 그들의 도전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한 것은 맞는데 연출이 아니라 제작을 맡으려고 했었다. 미국인 감독을 섭외해 영어와 한국어 두 버전으로 만드려고 했거든.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에 혹시라도 팔리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한데 중간에 감독이 그만둬서 결국 내가 책임질 상황에 직면한 거다! 하루 해보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당시 현장 편집을 맡던 전혜림 감독한테 우리 둘이 함께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 카메라 3대로 촬영 시작했는데 처음엔 모두 같은 방향을 찍고 있을 정도로 시행착오가 많았다. (웃음)
전혜림 감독은 공동 연출 제안을 받고 어땠는지. 또 두 감독의 인연의 시작은.
전혜림 좋은 기회라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다. ‘옹알스팀’이 있는 자리에서 대답을 바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 (웃음)
차인표 전 감독이 <마마보이>(2013) 때 연출부로 일해서 그때부터 알고 지냈다. <옹알스>가 저예산영화다 보니 일인다역, 특히 현장에서 바로바로 편집할 수 있는 능력자가 필요한 데다 이전부터 전 감독을 눈여겨 보던 차였다. 또 전 감독이 나와 류수영을 주인공으로 단편을 찍은 적이 있다. 500만 원 예산으로 단 하루만에 끝냈어야 했는데 그걸 해내더라.
전혜림 단편이 경우 내가 특별히 뭘 했다기보다 두 선배님이 다 알아서 연기하신 거다.
저예산영화, 이른바 작은 영화에 평소 관심이 있나 보다.
차인표 꼭 그런 것 아니지만, 배우가 얼굴이 닳는 것도 아닌데 자주 연기하는 게 좋지 않나. 전세금을 빼서 영화 제작을 했는데 개봉하지 못한 지인이 있다. 나같이 가진 게 많은 사람도(인지도와 경제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자랑이 아니니 오해 말라) 전주영화제에서 뽑아줘야만 개봉이 가능하고 그 결정이 있기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는데, 가진 것의 대부분을 걸고 만드는 이들은 얼마나 절박하겠나. 전 감독의 경우도 개봉 못한 장편 작품이 있다. 우리 나라 영화계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촬영 과정에서 두 감독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졌나.
차인표 옹알스 팀원들의 인터뷰는 주로 전 감독이 맡았다. 내가 갈 때와 전 감독이 갈 때의 분위기와 반응이 다르더라. 아무래도 나는 좀 어려워하는 게 있고 전 감독이 가면 분위기가 더 부드러웠다.
미국인 멤버인 ‘타일러’를 영입했으나 중도에 그만뒀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차인표 ‘타일러’를 영입해 옹알스팀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또 라스베가스에서 공연하게 되면 그가 팀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가고자 했었다. 그가 지닌 색다른 퍼포먼스로 옹알스 팀에 신선한 공기를 주입하길 원했는데 막상 해보니 일상생활에 혼돈이 왔다. (웃음) 아마 첫 출발부터 생각이 달랐던 탓일 거다. 그래서 중간에 떠났고, 이번 전주영화제에 참석하고 싶어 했는데, 마케팅팀이 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해서 못 와 아쉬워하고 있다!
전혜림 극 중 ‘타일러’와 옹알스 팀이 갈등하는 모습이 있지만, 그 역시 매우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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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알스 팀이 라스베가스 도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듯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역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차인표 2018년 4월 촬영팀이 해산하고, ‘타일러’도 돌아간 후 프로듀서와 전 감독 그리고 나 이렇게 셋만 남았다. 팀의 리더인 조수원 씨는 혈액암이 재발했고 옹알스팀은 라스베가스에 갈 생각도 없어 보이더라. 그 순간 내가 호텔 예약하고 비행기 티켓 끊고 미팅도 섭외해주고 싶은 유혹에 힘들었었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건 예능이지 다큐멘터리가 아니지 않나. 그 생각을 떨쳐내고자 잠시 쉬자고 했는데 바로 5월에 옹알스팀이 연락을 해왔다. 직접 인터뷰를 잡았다고, 라스베가스 방문한다는 거다. 그렇게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든 여건에서 모두 팀이 스스로 해 낸 거다. 덕분에 내가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웃음)
전혜림 촬영하며 객관성 유지가 가장 힘들었다. 극영화는 내가 쓰고 연출하는 것이니 내 주관이 마음껏 들어가도 되는데 이번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나오길 기다려야 하는 입장 아닌가. 그 기다림의 시간이 힘들었고 내가 원하는 답 혹은 생각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었다.
반대로 보람찬? 혹은 기쁜 순간도 있었을 거다. (웃음)
차인표 지금, 이 순간이다. 영화가 공개돼 옹알스팀도 우리도 인터뷰하고 있지 않나.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작은 영화가 호사를 누리고 있다.
다큐멘터리지만 연출이 필요한데 개입 여부와 정도에 고민이 컸을 것 같다. 특히 마무리 시점을 라스베가스 방문 이후로 잡았는데 이유는.
차인표 원래 라스베가스 공연 무대에 서는 것까지 담는 기획 다큐멘터리로 시작했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라스베가스는 팀 오디션이 없고, 옹알스 팀원들은 개인 오디션을 보길 원하지 않았다. 촬영하면서 깨달은 게 그들은 라스베가스 무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작은 무대라도 공연을 함께 이어가길 원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배급사와 촬영 종료 시점을 정했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다큐멘터리 부문에 강하니 한 번 출품해 보자고 말이다. 초청을 못 받게 되면 라스베가스 방문 이후 이야기를 1년 정도 더 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전혜림 차 감독님 말씀대로 라스베가스 무대에 서느냐 안 서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들의 일상을 담는 것 자체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모습 없이 계속 촬영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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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전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차인표 촬영 초반에만 해도 라스베가스에 왜 빨리 안 가는지 다그치고 재촉했었다. 내가 이렇게 수십 년 연예인 생활했어도 다큐멘터리 찍어주지 않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는데 미적거리고 있다고 말도 안 되는 닦달을 한 거지. 팀원들도 다 생활이 있는 만큼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시간을 가지고 지켜봤어야 했는데 내가 못 참고 혼자 조바심냈는데 그걸 팀원들이 묵묵히 참아줬다. 우리가 80회차 이상 촬영했는데 그때마다 한 번도 못 한다고 뺀 적이 없다. 참 고맙다.
전혜림 촬영하며 어느 순간 나에게 왜 이러시지 할 정도로 미운 순간도 있었다. 뭔가를 확 보여줬으면 혹은 해줬으면 싶었거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정말 내 섣부른 판단이었다. 영화를 완성해 개봉까지 할 수 있는 건 모두 옹알스팀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투자배급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작은 차 감독님이 대표인 TKC가, 투자배급은 리틀빅픽쳐스가 맡았다.
차인표 우여곡절이 많았던 게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결정하고 보니 옹알스팀이 인도네시아, 이란 등의 공연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이란을 방문하면 일정 기간 미국 방문을 못 한다는 거다. 그래서 이란 공연을 포기하면서까지 팀과 일정을 맞추고 내가 아는 유일한 투자배급사가 리틀빅픽쳐스라 대표님을 찾아가서 부탁드렸다. 다행히 결정해 주셔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며칠 전 대표님을 만나 돈도 안 되는 다큐멘터리를 투자배급하는 이유를 물으니 가끔 투자해야 할 의무를 느낀다고 하더라.
<옹알스> 음악에 차 감독님의 아들이 참여한 거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배우자인 신애라 배우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워낙 목소리가 깊지 않나.
차인표 인트로와 ‘타일러’가 농구할 때 배경 음악 그리고 예고편 세곡이다. 내가 선택하면 안 될 것 같아 전 감독한테 일임했다. 내레이션이 있으면 아무래도 극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게 되니 일단 배제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자꾸 극에 의도치 않게 등장하게 되더라. (웃음)
차 감독님의 경우 연기와 다른 연출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후로 연출을 계속할 계획인지.
차인표 내가 쓴 작은 영화는 직접 하겠지만, 그 외는 제작 쪽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연출의 매력은 젊은 사람, 즉 나와 다른 세대와 끊임없이 현장에서 협업하는 과정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거다. 설득하고 설득당하고 그런 에너지의 교류가 좋다. 영화를 계속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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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당신을 사로잡은 주제, 즉 관심사는 무엇인가. 또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차인표 인공지능이다.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우리 같은 작은 영화에 어떻게 쓰일지 재미있을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전혜림 요즘에는 특별히 따로 없는데.. 다만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감독이 돼 웰메이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다음 작품으로 슬래셔 무비를 준비 중이다.
<옹알스>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차인표 메시지보다 영화를 통해 옹알스팀의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공연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도전이라는 게 여건이 돼서 하는 게 아니라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원 같은 영화가 됐으면 한다.
전혜림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게 메시지이지만, 사실은 꼭 그렇지 않아도 좋다고 <옹알스>는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일상을 응원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 질문! 당신이 경험한 ‘옹알스팀’은
차인표 착하다. 처음 촬영 들어가면서 그들이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약 12년 전, 밤에 불판 닦는 아르바이트해 해외 공연 비용을 마련했던 당시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열정을 기대했었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고 보니 혈기 넘치는 열정은 아니더라도 각자의 삶과 역할에 충실하게 생활하고 있더라. 제작자 입장에서도 고마웠던 게 촬영 진행 중에 누구 한명이라도 사고 치거나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면 영화 자체가 묻히게 되는데 그런 걱정에서 자유로웠다. 일곱 멤버 모두가 다 선하고 순한, 그야말로 순둥이들이다.
전혜림 다른 말 필요 없고, 지금은 완전히 옹알스의 팬이 됐다.
2019년 6월 13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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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올댓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