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퍼포디언 세 분을 만나서 반갑다! 자신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옹알스>를 본 후 소감은.
조수원 저런 일이 있었나 싶었다. 솔직히 완성될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우리 팀끼리 추억을 담는다는 생각으로 촬영했었다.
채경선 어떻게 편집했을지 궁금했는데 실제 보니 멤버들의 생각과 속내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조준우 지금까지 한 가지를 이루면 그다음, 이런 식으로 이유도 모른 채 무작정 목표를 정했던 게 아닌가 싶었다. 영화를 보니 우리가 목표를 세운 이유를 알았다. 바로 같은 무대에 서기 위해서였다.
옹알스팀과 멤버에 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조수원 처음 TV 코미디 프로 중 한 코너인 ‘옹알스’로 시작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법을 찾아 공연 무대로 진출했다. 지난 12년간 21개국 46개 도시에서 공연했고, 코미디로는 최초로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섰다. 나, 채경선, (조) 준우 형이 원년 멤버이고 채기섭, 최진영, 하박, 이경섭이 나중에 합류, 현재 7명이 멤버다. 나는 주로 공연 시작을 알리는 바람잡이로, 공연 중 흐름이 끊어지는 부분에선 어색함을 달래는 역할로 마임 등 연기 담당이다. 채기섭은 비트박스, BGM을 포함한 소리 파트를 담당하고, 최진영은 한국 비트박스 챔피언이면서 코미디 지망생이었던 멤버로 채기섭과 더블 캐스팅이다. 또 하박은 비보이 기술 소유자로 나와 더블 캐스팅이다. 이경섭은 마술사 출신으로 저글링 트레이닝을 받고 (조) 준우 형과 더블 캐스팅이다.
채경선 마임과 저글링을 맡고 있다.
조준우 저글링과 마술 그리고 개그 연기 쪽 파트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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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알스는 넌버벌 코미디, 즉 말없이 동작과 소리, 연기 3박자가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인다. 특히 저글링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숙련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조수원 대본이 있는 상태로 개그 하다가 저글링을 하자니, 처음엔 너무 어려웠었다.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말이다. 특히 공 저글링은 어떻게든 하겠는데 클럽(곤봉) 저글링은 정말 안 되더라. 하도 안되니 이런 작은 것에 졌다는 생각에 부숴버린 적도 있었다. 다음날 바로 다시 샀지만 말이다.(웃음) 그런데 무대에서 반응이 좋으니 덩달아 신나고 점차 저글링을 인정하게 됐다. 이후로는 열심히 연습했다. 저글링도 그렇지만 외발자전거의 경우 6개월 정도 연습 후 탈 수 있었다. 고생되지만, 그렇게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것에 만족스럽다. 마치 전쟁에 나갈 무기가 하나 더 생겼다고도 볼 수 있고.
영화 초반 ‘돈이 없어 불편할 뿐이지, 불행하지는 않다’는 말이 나오는데 팀을 오래 운영하다 보면 경제적 문제에 직면할 때도 많았을 것이다.
채경선 그건 (채) 기섭이가 했던 말인데, 우리도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조수원 사실 불편한 건 맞고 돈이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현재 투병 중인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거든. 하지만, 돈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멤버들 덕분에 파이팅할 수 있고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다행히 건강도 나아지고 있다.
‘말’ 없이 웃긴다는 게 어려운 일인데 ‘말’로 웃기고 싶지 않나.
조수원 말로 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어딘가 나태해지는 부분이 있다. 웃음을 유발하는 나름의 공식이 있거든. 그런데 몸으로 웃기면 게을러질 수가 없다.
조준우 우리 공연이 ‘넌버벌’이라는 게 어느 정도 인지가 돼서 요즘엔 말을 조금 사용할 때도 있다. 말을 사용하고 안 하고에 따라 웃음의 정도와 강도에 차이가 난다. 말로 웃기면 이해하고 반응하는 정도에 개인차가 있으니 웃음이 속도를 두고 터진다. 그런데 몸으로 웃기면 그야말로 한 방에 빵 터진다. 한마디로 웃음의 데시벨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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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와 소품, 분장과 의상 모두 자체 준비하는 건가.
채경선 우리 팀명이 ‘옹알스’ 아닌가. 아기들이 옹알옹알한다는 데서 따온 거다. 사용 소품도 보통 토이 박스 안에 있는 것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봐 색다르게 활용한다. 도구도 그렇고 의상과 분장도 직접 해야 자신감이 생기고 주도적으로 웃음을 만들 수 있다. 네 명이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동안 나머지 세 명은 스태프가 돼 음향과 조명 등 하나하나 공연 준비한다. 한때는 연기에만 신경 쓰고 싶기도 했는데 멀티플레이어로 오래 뛰다 보니 이젠 전문가가 붙는다 해도 직접 챙겨야할 것만 같다.
라스베가스 무대를 목표로 했던 옹알스가 라스베가스 무대는 팀 단위가 아닌 개인 오디션만을 실시하기에 도전을 접는 모습이다.
채경선 미처 몰랐는데 단체 오디션이 없었다. 만약 개인별로 오디션을 봤는데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진다면 도전의 의미가 없어진다. 우린 ‘옹알스’ 팀으로 라스베가스 무대에 서고 싶은 거니 말이다.
조수원 곡예, 무용, 체조 등 각 분야의 유명인을 눈여겨보다 그들이 은퇴하면 쇼를 제안한다더라. 요즘에는 자전거 등에 관심을 보인다고 들었다. 그들을 모아 테마에 맞춰 쇼와 팀의 이름을 정한다고 한다.
공동 연출을 맡은 차인표 감독이 혹시 도전 과정에 관여한 부분은.
조준우 초반 미국 멤버 영입과 디자이너 섭외 등 코디를 해 주셨고, 이후 미국 방문과 라스베가스 공연단과의 미팅 등은 우리가 스스로 한 거다. 다만 영화 속 ‘조수원을 웃겨라’ 코너에 원래 차인표 감독님 표 분노의 양치질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편집하셨더라. 내가 티팬티 입은 모습은 그대로 살렸으면서 말이다. (웃음)
채경선 우리끼리 티팬티 덕분에 관람 등급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농담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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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공연 중 기억에 남는 공연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조준우 나라마다 제각각의 맛이 있는데 2010년 스코틀랜드 애딘버러 패스티벌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500여개 팀이 참가한 공연이었는데 처음엔 10석 정도밖에 차지 않아 리허설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85석의 작은 극장을 관객이 다 채웠다. 정말 만감이 교차하더라. 나중에 인사하러 나가는데 웃으면서도 눈물은 나고, 그야말로 울음과 웃음이 공존하는 삐에로의 얼굴이었다.
채경선 나도 애든버러 공연은 참 기억에 남는다. 최근 개그콘서트 1000회 기념으로 우리 셋이 녹화했는데 마치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큐시트를 보니 인기 있던 코너만 초대했는데 ‘옹알스’가 그 명단에 들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뭉클했다. 내가 신인일 때 개그콘서트가 200회 정도였는데 어느덧 1000회 기념이니.. 앞으로 또 설 기회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조수원 요즘 드는 생각이 그냥 무대에 선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거다. 첫 공연, 큰 무대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특히 이번 1000회 기념 녹화를 끝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더 강해진다.
기회가 생긴다면 방송 복귀 의향은.
채경선 예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옹알스’팀을 어떻게 더 길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조준우 이번 1000회 녹화하면서 커튼콜 하는데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옹알스>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조준우 우린 지금 진행형이다. 결과가 아직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불행해 보이나? 과정 자체로도 행복하고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채경선 그냥 웃기는 건만 생각하고 그 길만 걸어왔는데, <옹알스>를 본 분들이 꿈과 도전에 대해 돌아봤다고 하니 먼 훗날 우리와 같은 꿈을 꾸는 후배에게 교과서 혹은 참고서가 되면 좋을 것 같다.
조수원 비슷한 얘긴데 그때그때 변하는 과정을 즐겼으면 하고 <옹알스>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공연 일정 소개를 부탁한다.
채경선 영화 <옹알스>가 5월 30일 개봉했다. 또 6월 1부터 대학로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우리가 처음 시작했던 드림아트센터로 컴백홈했으니 많이 와주시길!
2019년 6월 1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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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올댓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