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의 개봉 시기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맞물렸다.
맞다. 그런데 관객들도 극장에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라는 선택만 있는 것보다는 다른 작품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게 좋지 않겠나. 그런 면에서 <탐정 홍길동>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동시기에 개봉하는 한국영화가 많지 않더라. 한국영화를 사랑하고 좋아해주는 분들은 <탐정 홍길동>을 보면서 이렇게 독창적이고 새로운 이야기가 있다니! 하고 반겨줄 것 같다. 언론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탐정 홍길동>이 빨리 개봉해서 나도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극장에서 즐기고 싶다.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이 어떤가.
조성희 감독님 때문에 <탐정 홍길동>을 선택했는데 정말 잘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과 같은 이름의 캐릭터를 연기한 데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이끌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조금 독특한 미장센을 가진 <탐정 홍길동>을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봐 줄지 걱정도 됐고. 개인적으로는 한국영화에서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탐정 홍길동>이 가뭄에 단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탐정 홍길동>을 보고 대중들이 할리우드에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이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시리즈로 만들 수 있는 프렌차이즈영화가 있을 수 있다고 기대했으면 좋겠다.
제대 후 스크린 복귀작으로 <탐정 홍길동>을 선택한 이유는?
8할은 조성희 감독님 때문이다. <늑대소년>뿐 아니라 <남매의 집> <짐승의 끝> 등 감독님의 전작들을 보면서 이런 세계관을 가진 감독은 한국에서 조성희 감독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조성희 감독의 작품에 꼭 한 번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가 항상 있었다. 그래서 <탐정 홍길동>이란 기회가 왔을 때 새로운 시도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주연배우로서 부담감은 있지만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앞선 작품이다.
‘비밀의 문’은 첫 번째 사극이었다. 입대하기 전 한석규 선배와 <파파로티>라는 작품을 같이 했는데 제대 하자마자 ‘비밀의 문’에서 다시 만났다. 그래서 한석규 선배님은 나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분이다. ‘비밀의 문’ 같은 경우도 <유령>과 <싸인>을 연출한 김형식 감독님 때문에 선택한 부분이 크다. 김형식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비밀의 문’은 김형식 감독님이 연출하는 데다가 한석규 선배님도 계시니 하게 된 거다. 물론 영화 초반의 기대감이 후반까지 이어지지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비밀의 문’은 여전히 나에게 소중한 작품이다. 그때의 경험이 스스로를 다지게 된 계기가 됐다. 어떻게 보면 ‘시그널’이란 작품도 그래서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 선택에 있어 제작진, 출연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가.
어떤 사람이 어떤 태도로 작품을 만드는지와, 그 작품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 두 가지를 본다. 작품을 선택할 때 나도 고민이 엄청나게 많을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두 가지가 만족스럽다면 모든 것을 던져서 하게 되는 것 같다.
출연작 <건축학개론>가 흥행에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배우 이제훈은 수지에 비해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배우로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
배우든 가수든, 아티스트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를 원하는 존재고, 사랑이 없다면 존재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대중의 관심이 지속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의 만족 여부다. 작품을 돌이켜 봤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설령 당장은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음 작품에서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인기에만 연연해 움직인다면 연기를 계속 해나갈 수 없을 거다.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고, 맡은 역할을 얼마만큼 잘 소화해 냈는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 스스로도 올바른 가치관과 방향성을 가지고 뿌리를 깊게 내린 연기를 해야겠다고 매번 다짐한다.
‘시그널’이 처음 방영됐을 때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배우로서 스스로를 돌이켜 보게 됐을 것 같다.
데뷔가 늦은 편이다. ‘파수꾼’ 이후 대중들과 관계자들이 나를 인정해줬을 때 굉장히 고마웠지만 스스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때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다음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 그때는 평가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연기는 매번 떨린다. 어떤 주목을 받을지 두근댄다. 그런 면으로 아직 가야할 길이 먼 배우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고 싶다.
모두가 아는 인물 홍길동을 영화에서 새로운 인물로 탄생시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탐정 홍길동>은 적지 않은 예산이 든 영화인데다 주연배우라 부담감도 있었다. 독창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기 때문에 걱정도 됐다. 하지만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앞섰다. 한국영화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소재가 많지 않다. 그래서 젊은 배우가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을 지지해 준다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일종의 꿈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일 꿈을 더욱 방대하게 키울 수 있다면 새로운 작품을 만들려는 사람이 더욱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배우로서 한국 영화의 발전에 대한 사명감도 느낀다.
마치 페도라가 머리에 붙은 것 같은 홍길동의 스타일이 독특하다.
트렌치 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권총을 든 남자를 현실에서는 볼 수 없다(웃음). 특히 한국에서는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 거다. 감독님이 5~60년대 미국 클래식 할리우드 영화의 분위기를 한국적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안개, 골목길, 그림자와 같은 미장센적인 요소들도 어두운 측면이 많다. 사실 홍길동은 어딘지 조금 교활하고 사악한 면이 있는 인물이지만 난 홍길동을 오히려 조금 위트 있고 재치 있는 캐릭터로 그리려 했다. 그래서 페도라를 쓰더라도 푹 눌러쓴 게 아니라 머리에 걸친 듯한 느낌으로 썼다. 사실 스타일링을 정말 여러 버전으로 많이 만들었다. 머리를 내려보거나 모자를 깊게 써 보기도 했고, 머리를 바짝 올려 전부 넘겨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스타일링 하는 게 활개치는 홍길동의 이미지와 부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도 동의했고.
홍길동은 알고 보면 매우 심각한 인물인데 관객의 입장에서는 코믹한 면이 느껴지기도 하는 캐릭터다. 균형 잡는 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
대부분의 히어로영화 속 주인공들은 정의감과 신념에 가득 차서 악의 무리로부터 세상을 구한다는 목적성이 분명한데 <탐정 홍길동> 속 홍길동은 탈이념적인 인물인 데다가 세상을 구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 어쩌면 오히려 악당보다 더 악랄한 친구일 수도 있다. 다행히 정의의 편에 서서 더 나쁜 놈을 잡을 뿐이다. 어릴 적 눈 앞에서 어미니를 죽인 범인을 잡으려고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기다렸으니 말이다. 개인적인 복수를 하기 위한 거지. 홍길동은 할아버지가 납치된 뒤 남겨진 손녀 두 명을 데리고 다니는데 그때 홍길동이 정말 사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이 자신이 느낀 악몽 같은 시간의 고통을 똑같이 맛보게 하려고 데리고 다니는 거다. 그래서 관객들이 과연 이런 홍길동을 좋아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관객들이 홍길동에게 비호감 대신 어떤 친구인지 궁금하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따라와주길 바랐다. 도전적인 역할이기는 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작업이었다.
아역배우 말숙이가 연기를 곧잘 하더라.
감독님이 배우의 이미지만 보고 캐스팅한 친구인데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 경험이 없어서 처음에는 과연 이 친구가 수많은 스탭들 앞에서 나와 대사를 주고 받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특히 그 나이 때 친구들은 산만하고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지 않나. 그래서 감독님과 내가 부단히 애를 썼다. 다행인 건 스탭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아이에게서 정제되지 않은, 어떤 날 것의 표현이 나왔을 때 생기는 희열이 컸다. 갑작스럽게 튀어 나온 아역 배우들의 대사에 대한 나의 반응도 좋더라. 영화 속 홍길동도 이 아이들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는 데도 그들 때문에 변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연기를 할 때는 아이들을 더 못살게 굴고 악랄하게 굴어야지, 하다가도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웃음). 촬영하는 과정은 분명 녹록지 않았지만 결과물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나와 김성균, 고아라를 보러 온 관객들도 극장 문을 나설 때는 동이와 말순이를 더 생각하며 웃을 것 같다.
아역 배우들의 성격이 영화 속 캐릭터와는 많이 달랐나 보다.
다르다. 실제로는 시크하고 조용하고 말도 많이 없다. 그래서 어르고 달래면서 연기했다. 이렇게 해 봐, 카메라 보지마, 아저씨 봐야지, 하고 말이다. 대사를 못 외우겠다고 하면 가르쳐 주면서 연기했다(웃음). 그러다 보니 연기할 때 친구들이 연기를 잘 할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했다. <탐정 홍길동>은 어둡고 차가운 면이 있는 영화인데 아이들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이지 않나. 그래서 아이들의 연기를 더 잘 끌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오히려 연기하기를 싫어했다니까(웃음).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에는 조성희 감독님이 아이들을 연출하는 데 있어 아마 최고이지 않을까 한다.
늦은 나이 연기를 시작한 장단점이 있다면?
일단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화려한 환상이 없다. 만일 어릴 때 연기를 시작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주목해주는 화려하고 멋진 스타의 모습을 동경하고 꿈꿨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배우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조금씩 키워나간 뒤 늦게 데뷔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배우의 길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도 굉장히 늦게 입학한 거고. 만일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면 저런 영화에, 혹은 드라마에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실현되지 않았다면 쉽게 의지가 꺾였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든 뒤에 연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정말 길게 보고 오래 가자, 배우의 길은 험난하고 무르익기까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차분하게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본능적으로 감정으로 표현하거나 순간적인 느낌으로 연기하는 배우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계속 연기하다 보면 내 연기가 금방 식상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모되고 발전하지 못하는 배우 말이다. 작품수가 많지 않은데 더 다양한 모습으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이성적인 판단과 준비를 통해 연기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도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하는 순간도 생기더라. 그런데 <탐정 홍길동>은 본능적인 접근과 이성적인 접근, 두 가지 모두를 병행했다. 연기 경험이 쌓이면서 매 작품 어떤 식으로 접근해 가야 하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연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연기의 달인이 돼서 카메라 앞에서 날아다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기는 정말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고민이 더 깊어진다. 이제껏 연기한 캐릭터의 이미지를 답습해서 특정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건 피하고 싶다.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해보지 않은 연기를 해보려고 하다 보니 할 것들이 많아지고 생각도 많아진다.
배우 데뷔가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나.
전혀. 지금도 서슴없이 돌아다닌다(웃음). 평소 안 꾸미고 추레하게 돌아다녀서 그런지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보더라(웃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감추려고 모자를 깊게 쓰고 마스크를 하기도 하는데 나는 티셔츠 하나에 스냅백 모자를 걸치고 돌아다닌다. 알아보는 이가 있으면 나는 오히려 반갑더라. 악수하고 사진도 찍는다. 나를 기억해 준다면 작품이 나올 때 더욱 나를 반겨줄 것 같아서(웃음).
매니저도 없이 돌아다니는 건가.
매니저도 개인의 생활이 있지 않나. 24시간 나와 붙어 있으면 그 사람도 싫을 거다(웃음). 그런데 친구들이 오히려 나를 걱정하고 조심스러워하기는 한다. 그게 늦게 데뷔한 단점인 것 같다. 나이가 있으니 친구들도 결혼을 했을 것 아닌가. 그래서 술자리를 갖게 되면 친구들이 편하게 마시자면서 본인들의 집으로 나를 초대하는 일이 많다. 그럴 때면 오히려 친구들이 나보다 내 상황을 더 의식한다는 기분이 든다. 나를 보호해주려고 하는 구나 싶어 고맙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못한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되도록 그런 부분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맞다. 예전에는 일을 할 때는 작품 속에서만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생활이 대중에게 알려지면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한 몰입에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인터뷰를 할 때도 작품 이야기만 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제는 대중들이 작품 속 인물은 인물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받아들이더라. 배우의 자연스럽고 평범한 일상을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래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 예전에는 조금 소극적이거나 폐쇄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들이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나도 그런 부분을 편하게 말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생긴 거다. 그렇다고 지금도 모두를 내려 놓은 건 아니다(웃음).
조진웅과 여러 번 호흡을 맞췄다. 이제훈이 보는 조진웅은 어떤 배우인가.
조진웅은 이미 수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된 배우지만 개인적으로 조진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조진웅이 가진 매력은 정말 다채롭다. 오랫동안 형을 바라본 동생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조진웅은 이제 다양한 작품의 주연 배우로서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형이 더욱더 승승장구하는 멋진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사랑 받을 게 기대된다.
<건축학개론>에서 아역을 연기해서 그런지 어리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니까! <건축학개론>은 28~29이었는데 20살을 연기했다(웃음). 일을 늦게 시작했는데 교복을 입고 풋풋한 대학 시절을 연기한 필모를 남길 수 있는 게 감사하다. 그런 모습을 남기지 못한 배우도 많지 않나. 나이를 먹으면 나도 늙겠지만 관리를 잘 해야겠지. 청춘의 혈기왕성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그런 모습을 작품을 통해 선보이고 싶다. 하지만 분명 나이를 먹으면 중후한 이미지를 얻고 청년의 이미지로 연기하기는 힘든 날이 올 거다. 그때는 오랫동안 쌓인 연기 경험이 조금 더 원숙하고 믿음직한 배우의 이미지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인터뷰 기사를 보니 오랫동안 연애를 못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나도 너무 안타깝다(웃음). 예전에는 연애를 하기도 했는데 연기를 시작하게 되면서 누구를 만나질 못했다. 연기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군대를 가야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나. 그 전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절대 아깝게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작품을 정말 많이 하고 싶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또 다시 일에 열중했다. 작품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너무 커서 그 당시에는 연애가 중요하지 않았다. 일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던 거다. 사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지도 몰랐다(웃음). 작품적으로도 <건축학개론> 이후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는 접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더 시각을 넓혀서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같은 작품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고 싶다.
속편이 나온다면 홍길동이 어떻게 그려졌으면 좋겠나.
홍길동은 아직 아버지와의 관계를 풀지 못했기 때문에 숙제가 남아 있다. 그래서 후속작에서 홍길동이 아버지가 있는 종교 단체인 광은회에 맞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로 풀어지지 않을까 싶다. ‘시그널’ 또한 후속작이 나와야 한다. 박해영이 이재한 형사를 이제 만나야 되지 않겠다. 그래서 차수현 형사와 셋이서 공조수사를 벌였으면 한다. 아직 악의 근원을 뿌리 뽑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500만 이상은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럼 후속편 나옵니다! (웃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봤나.
할리우드에서 사랑 받는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나오니 관객들의 관심이 뜨거울 거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를 봤다면 <탐정 홍길동>도 봐 줬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도 프렌차이즈로 만들 수 있는 캐릭터가 등장했다는 걸 지지해주고 반겨주면 너무 좋겠다. 관객 한 분, 한 분이 극장에 찾아오는 힘이 <탐정 홍길동>의 후속작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웃음).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를 볼 생각인가.
내가 출연한 영화와 같은 시기 개봉하는 영화라고 안 볼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극장 가는 게 유일한 취미이자 낙이다. 그걸 버릴 수는 없지 않겠나.
최근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나.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뮤직 비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다. 브라운아이즈, 나얼, 브라운아이드소울, 모두 너무 좋아한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다. 그래서 뮤직 비디오에 출연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앨범도 샀는데 얼마 전 LP판이 다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렸는데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모두 매진돼서 엄청 슬펐다. 그런데 맴버 분들이 뮤직 비디오에 출연해줘서 고맙다며 LP판에 사인을 해 주더라. 그게 너무 좋았다(웃음).
LP 플레어이가 있나.
LP 플레이어도 없으면서 기분이 너무 좋더라. 선물 받은 LP는 머리 맡에 둔 침대 테이블 위에 뒀다. 사실 난 LP 세대가 아니라 카세트 테이프와 CD를 듣고 자란 세대다. 요즘은 다들 CD를 잘 사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듣는데 나는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스트리밍으로 듣기도 하지만 모두 CD로 산다. 집에 조그마한 스피커가 하나 있는데 그걸 자주 애용하면서 힐링을 많이 한다.
2016년 5월 16일 월요일 | 글_최정인 기자 (jeongin@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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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CJ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