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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다. 한중미 프로젝트 <드라마월드> 크리스 마틴 ①
2016년 4월 22일 금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최정인 기자]
<드라마월드>는 한중미가 처음으로 공동 제작하는 웹드라마다. 드라마는 한국드라마에 빠져 사는 어느 미국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월드>를 연출한 크리스 마틴 감독은 수년 전 한국을 방문한 자신이 <드라마월드>의 주인공 클레어와 닮았다고 말한다. 한국영화가 좋아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은 크리스 마틴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며 언젠가 한국에서 자신의 영화를 만들기를 꿈꿨다. 그리고 수 년이 지난 뒤, 크리스 마틴 감독은 드디어 한국에서 자신의 첫 번째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열정 하나로 태평양을 건넌 크리스 마틴 감독을 직접 만났다.

인터뷰 마치고 오늘 또 다른 일정이 있나?
색보정 작업을 해야 한다. 내일은 음악 때문에 이병훈 음악감독 스튜디오를 간다. <해어화>를 비롯해 많은 영화를 한 분이다.

<드라마월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한다.
<드라마월드>는 한국드라마에 빠져 사는 미국 소녀 클레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웹드라마다. 클레어는 특히 ‘박 준’을 굉장히 좋아해서 그가 출연한 작품은 모조리 챙겨본다. 어느 날, 클레어는 박 준의 새로운 드라마를 보다가 그가 결코 엮여서는 안 되는 악인과 사랑에 빠지려는 걸 알게 된다. 걱정이 커진 클레어는 마법의 도움으로 자신이 드라마를 보고 있던 핸드폰 속 ‘드라마월드’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월드에서 클레어는 남자 주인공이 제대로 된 여자 주인공을 만나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고쳐야 한다.

클레어의 이야기는 수년 전 연고지가 없는 한국에 도착한 당신의 이야기와 유사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해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고, 어떻게 해서 한국에 오게 됐는지 말해 달라.
난 버지니아 공대를 다니며 컴퓨터공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영화와는 조금 다른 공부를 한 셈이다. 하지만 나중에 왜 영화와 공대 공부가 비슷한지 말해주겠다! 여하튼 대학교 때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봉준호 감독의 <플란더스의 개>와 <살인의 추억>을 보고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공학 대신 영화를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해서 LA로 이사를 갔고 그 곳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광고 회사 RSA에서 일했다. 아주 아주 말단 직원에 불과했지만(웃음). 여하튼 그곳에서 일하면서 든 생각이, 만일 내가 한국에 가서 한국어를 배우고, 그곳에서 영화를 만든다면 너무 신날 것 같더라. 당시에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바로 한국에 온 건가?
그렇다. 처음에는 부산으로 갔다.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한국의 모든 영화 관련 산업이 부산에 모여있는 줄 알았다. 그때가 22~23살 무렵이었는데 미국에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 여러 대형 도시가 있는 것처럼 한국도 그런 줄 알았던 거다. 그만큼 한국에 대해 몰랐던 거지. 그래서 부산에서 영어를 가르친 돈으로 서울로 이사했다.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하고 있지만 당신은 정말 한국어를 한국 사람처럼 잘 한다(웃음).
연세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들고 한국의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싱가폴에 있는 뉴욕 영화대학교를 3년 동안 다녔다. 하지만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한국과 싱가폴을 계속해서 오갔다. 졸업 후에 후반작업회사인 C-47에서 일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한국에 돌아오게 되더라. 어쩌면 한국 영화 관계자들을 LA 영화 관계자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다.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해 보고 싶었고 한국에 계속해서 이끌렸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한국영화를 만들기는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미국영화를 만들 수도 없었다. 그 중간 지점에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쩌면 <드라마월드>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인 것 같다.

왜 미국영화나 한국영화를 못 만든다고 생각하나.
아마 한국적인 영화보다는 미국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겠지. 하지만 20대와 30대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을 떠나 지냈다. 삶의 1/3 이상을 해외에서 지낸 거다.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 거다. 모든 문화의 특성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특정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 여자아이가 한국 드라마에 빠지는 <드라마월드>의 이야기처럼 세계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독특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사실적인 이야기다. 오히려 <라스트 사무라이>보다 있을 법한 이야기 아닌가(웃음). 전 세계를 무대로 해서 유럽, 미국, 한국 등 지역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드라마월드>를 미국 친구들에게 보여줬나.
편집본만 보여줬는데 좋아하더라.

한국 친구들은?
좋아하는 것 같은데… 테이블을 두드려야겠다(미국에서는 통나무를 두드리면 발설한 좋은 일에 나쁜 운이 끼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길 바란다. 사실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모두 어필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생각해 봐라. 한국의 유머 감각, 미국의 유머 감각, 그리고 유럽의 유머 감각은 모두 다르지 않나. 그 모든 것을 이야기에 어떻게 버무리는지가 관건이다. 드라마가 나오면 우리 제작진이 그걸 제대로 해냈는지가 밝혀지겠지(웃음).

코미디는 각 나라별로 문화적 온도차가 높은 장르인데 로맨틱 코미디인 ‘드라마월드’를 연출하는데 있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글쎄. 그런데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너무 많이 생각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많은 경우 이야기는 결국 창작가가 무엇에 재미를 느끼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함께 쓴 조쉬와 내가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도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였다.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가 좋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먼저인 것 같다.

왜 계속해서 한국에 돌아오게 된다고 생각하나.
글쎄… 좋은 추억이 많아서인가? 친구들도 많다. 한국에 처음 와서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던 일이 기억난다. 2007년으로 기억하는데 의자들이 쭉 나열된 해변의 커다란 스크린에서 <훌라걸스>가 상영하고 있었다. 그때 내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 중 하나가 내 영화를 해변에서 상영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벌써 10년쯤 된 꿈인데 아직도 유효한 꿈이다. 어쩌면 그래서 한국에 계속 돌아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국 친구들이 좋다. 지금까지 다수의 광고와 두 편의 단편, 그리고 드라마 한 편을 만들었다. 다음에는 한국에서 내 첫 번째 장편영화를 찍고 싶다.

현재 부산국제영화제의 상황을 알고 있나.
정치적인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솔직히 어떤 내막이 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내 영화를 해변에서 틀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웃음). 하지만 세계적인 국제영화제에 그런 일이 있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알고 있는 부산 영화제는 정말 대단한 영화제다. 매년 세계에서 엄청난 영화인들이 오지 않나. 부산국제영화제의 에너지가 예전과 같지 않게 된다면 굉장히 슬플 거다. 전 세계 영화인들이 모두 모이는 축제가 잘 유지됐으면 한다.
한국에 오는 걸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그런데 실제로는 절대 쉽지 않았다!(웃음) 그 당시 난 지나치게 순진했다. 그리고 당시는 내가 제작부 막내로 일할 때였다. 사람들에게 서류를 전달하거나 리들리 스콧 감독의 테라스에 떨어진 낙엽을 쓰는 게 내 일이었다. 그래서 그 정도 일이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왠지 박찬욱 감독님 테라스의 잎사귀 청소 정도는 문제 없을 것 같았던 거지(웃음).

리들리 스콧 감독을 직접 만난 적 있나?
전혀. 감독님의 이파리들만 만났다(웃음). 하지만 난 너무 신이 나 있었다. 지금도 물론 더 발전해야 하지만 새로운 언어에 대한 도전도 나를 흥분시켰다. 지금 다시 그렇게 하라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는 한국영화를 좋아하니 한국으로 가는 게 무모하긴 하지만 이치에 맞아 보였다. 아직도 여전히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쩌면 내 생의 영원한 고생인 셈이다(웃음). 하지만 모두 저마다의 고난이 있지 않나. 순진하긴 했지만 내 선택을 결코 되돌리지는 않을 거다.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지고 대단한 경험이었다. 22살에 한국에 오겠다는 결심 하나로 인생이 바뀐 거다. 한국어를 배우고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 그렇게 한국에 오고 싱가포르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영화를 만들게 됐다. 내 인생의 모든 것들이 바로 그때 그 결정에서 비롯된 거다.

힘든 순간은 없었나?
물론 있었다(웃음).

힘든 순간은 어떻게 이겨냈나?
글쎄… 시간? (웃음) 언제나 힘든 순간은 있다. 가족이 한국에 없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있었다. 한국에서 영화 산업에 진입하고 싶어 최대한 ‘한국인’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 싱가포르에 있는 뉴욕 영화 학교에 가게 된 이유 중 하나도 그 때문이다. 그처럼 힘든 때가 물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EGG>라는 단편을 만들었던 것 같다. <EGG>는 한국인 여주인공이 남자친구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결혼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원래 힘든 거지 않나(웃음). 힘들지만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웃음).
노력 중이다.

공학과 영화가 비슷하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쩌면 엄마에게 내가 전공을 바꾸는 이유를 설득하려고 만들어낸 이야기에 내가 넘어간 걸 수도 있다(웃음). 하지만 공학에는 함수와 변수가 있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하나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각자의 신이 함수가 된다. 그러면 변수인 캐릭터가 딱 들어 맞아야 프로그램이 굴러가는 거다. 모든 변수들이 하나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일부분인 셈이다.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시나리오는 퍼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그런 뒤 마지막에 시나리오를 완성했을 때 내가 맞춘 조각들이 제대로 작동하길 바라는 거다. 내 뇌는 퍼즐 맞추기에 적합하도록 발달돼 있다. 연출도 마찬가지다. 결국 문제를 푸는 거지 않나.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문제풀이지만 ‘연출가’라는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서도 갖가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거다. 연출가가 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 역시도 그 부분을 오랫동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어쩌면 최선의 방법이라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다음 번엔 뭐하지? 계획을 세우지만 정작 그 단계에 이르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된다. 만일 나더러 누가 3년 전에 한국에서 웹드라마를 연출하게 될 거라고 이야기 했다면 무슨 말이야? 난 영화를 만들 거야, 라고 대답했을 거다. 하지만 <드라마월드>라는 웹드라마를 통해 연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단편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인 거다. 새로운 포맷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시기에 우리에게 기회가 온 거다.

<드라마 월드>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착안했나.
꼬마였을 때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이 너무 신이 나서 정말 말 그대로 책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던 적이 있다. 실제로 시도도 한 것 같다. 책을 소파 밑에 두고 그 속으로 뛰어 들면서(웃음). 물론 성공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내가 느낀 걸 다른 사람들도 느껴본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영화가 이야기 속 캐릭터들이 현실로 나오거나 사람들이 책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나. <카이로의 붉은 장미> <플레전트빌> 등 아주 멋진 영화들이 많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한국 드라마라면 조금 더 신선하고 특별한 결을 입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색깔을 만들려고 했다.
아이디어를 떠올린 다음에는 어떤 단계를 밟았나.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하는 파트너가 있는데 이름이 조쉬다. 그와 함께 <드라마월드>의 파일럿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반응이 좋더라. 그래서 나와 <드라마월드>에서 박 준을 연기한 션 리차드가 함께 만든 기획제작사 서드컬쳐콘텐트(Third Culture Content)와 한국과 미국을 기반으로 하는 기획제작사 엔터미디어(EnterMedia contents)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그때부터 조쉬와 나는 뉴욕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빌려 1주일 동안 방 안에서 벽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브래인 스토밍을 했다. 극본을 쓰는 과정은 조금 시간이 걸렸는데 그 동안 피칭을 계속했다. 다행히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비키(Viki)와 광고 작업을 함께 한 적이 있어 그들과의 관계가 좋았다. 비키의CEO에게 ‘드라마월드’ 프로젝트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관심을 보이더라. 그리고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제타바나(Jetavana Entertainment)에도 션이 아는 사람이 있어서 연락하게 됐다. 그들도 <드라마월드>의 아이디어를 좋아해서 참여를 결정했다. 그렇게 비키라는 배급망과 제타바나라는 투자처를 찾아 프로젝트가 시작된 거다.

<드라마월드>를 보고 놀란 게 카메오가 엄청 화려하더라.
최시원, 한지민, 이지아, 양동근, 김병철, 성혁, 박진주, 샘 해밍턴, 레인보우의 지숙, 지일주, 이정혁이 있다. 대단하지 않나? 모두들 <드라마월드>를 도와주고 싶어했다. 프로듀서의 친구들이었는데 드라마월드를 이야기 했더니 모두들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카메오는 드라마월드의 아이디어와도 잘 맞았다. 드라마월드 속 세상은 모든 드라마가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다. 병원 드라마, 외계인 드라마, 재벌 드라마가 동시에 존재하는데 서로 겹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각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다.

마치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맞다. 연출할 때는 <누가 로저 레빗을 모함했나>를 많이 생각했다. 툰타운에 가면 수많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돌아다니지만 각자의 세계는 충돌하지 않지 않나. <드라마월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드라마월드에 가면 ‘시티헌터’의 이민호, ‘별에서 온 그대’ 의 김수현이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가 모두 있지만 연관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거다. 그래서 한국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우들을 카메오로 데려왔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뭉친 드라마다.
맞다(웃음). 그렇게 카메오가 결정되고 한국에 와서 촬영장소를 찾고 배우들을 순서대로 캐스팅 했다. 제작 단계를 차근차근 밟기 시작한 거다. 비키는 아시안 드라마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에 <드라마월드>가 회사의 관심사에 딱 들어맞았던 거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는 중국에서 아주 인기가 많기 때문에 제타바나도 기대가 컸다. <드라마월드>가 잘 된다면 한 시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여러 시즌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주인공들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저스틴 전은 눈에 익은 배우다(웃음).
미국과 한국에 캐스팅 디렉터가 두 명 있었다. 세스를 연기한 저스틴 전은 드라마월드를 찍기 1년 전에 미국 LA에서 열린 아시아 필름 페스티벌에서 만났다. 저스틴 전이 출연한 <서울 서칭>이 상영중이었는데 그 영화를 보고 저스틴이 드라마월드의 세스 역할에 딱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제 뒤풀이에서 저스틴을 직접 만난 뒤에는 그 생각이 더욱 굳혀졌다. 저스틴도 <드라마월드>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출연하게 됐다.

여주인공 리브 휴슨은 어떻게 캐스팅 했나.
클레어 역할을 할 배우를 찾기 위해 디즈니 출신 스타들을 비롯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지금 할리우드에는 20대 여자 배우 지망생들이 너무나 많거든(웃음). 캐스팅 디렉터가 비디오와 사진들을 보내왔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쉽게 보이지 않더라. 그런데 리브를 보는 순간 그녀가 클레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심지어 리브의 비디오는 <드라마월드>가 아닌 다른 오디션을 위해 촬영된 영상이었다. 하지만 난 그녀가 적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원한 클레어의 모든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면모를 말하나.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정말 그냥 느낌이 그랬다. 그냥 리브가 클레어였다. 순진하면서도 똑똑했고 뭔가 자꾸 일을 벌릴 것 같은 사람이지만 삶의 도전을 피하지 않을 것 같은 당당한 사람. 그녀가 확실하다는 느낌이 왔다. 어제도 라디오에서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인터뷰를 들었는데 그는 배우들에게 대본 리딩을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배우들이 오디션 장에 들어오는 순간 캐스팅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캐스팅이 그런 것 같다. 그냥 어떤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역에 맞는지 느낌이 온다.
<드라마월드>를 보고 클레어에 리브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됐는데 촬영할 때는 열 아홉살이었다. 리브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배우다. 사실 외국에서 본인의 첫 주연작을 촬영한다는 것은 굉장히 도전적인 일이다. 연극과 단편 경험은 있지만 이처럼 큰 프로젝트는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리브는 미국에는 가 본 적이 있지만 한국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정말 너무 잘 해줬다. 리브는 한국에서 정말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

<드라마월드> 출연 이후 리브는 무엇을 하고 있나.
벤쿠버에서 영화를 찍었다고 들었다. 곧 있을 후시 녹음 때문에 다시 만날 건데 그녀가 완성된 드라마를 보는 게 너무 기대된다.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리브는 <드라마월드>에 출연하기 전에 한국 드라마에 대해 아는 게 많았나.
내가 보라고 한 다음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정말 하루 종일 파고 들었다. 그녀에게 봐야 할 드라마 리스트를 줬다. 사실 굉장히 웃겼다. 그녀가 한국에 왔을 때 한지민, 한효주, 그리고 다른 유명한 배우들을 봤는데 모두들 그녀가 이제껏 봐 온 드라마 속 인물들이지 않나(웃음). 그런데 리브는 그들을 캐릭터로만 접했지 그들이 배우로서 접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유명한지 몰랐다. 그래서 스타들을 정말 편하게 대하더라. 다른 스텝들은 한지민이 세트장에 왔다고 잔뜩 긴장했는데 말이다(웃음). 어느 날은 리브가 최시원과 사진을 찍어 호주에 있는 친구에게 보냈는데 리브의 친구가 슈퍼주니어의 열혈팬이더라. 그래서 친구가 리브더러 도대체 한국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며 난리였다고 하더라.

리브의 상황이 <드라마월드> 속 클레어의 상황과 비슷하다.
맞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드라마월드>는 결국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떨어진 소녀에 대한 이야기 아닌가. <드라마월드>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새롭고 놀라운 거다. 리브를 호주에서 한국으로 데려 와서 서울을 처음 소개시켜주는 게 좋았다. 리브가 사는 캠벨타운과 서울은 조금 다르거든(웃음). 갑자기 고층 빌딩과 밤에도 꺼지지 않는 화려한 불빛들을 보게 되니 놀랐던 거지.

리브에게 준 드라마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정말 많은 드라마를 줬는데 그 중 하나는 ‘별에서 온 그대’ 였다. 나와 조쉬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때 ‘별에서 온 그대’가 방영되고 있어서 우리도 많이 보고 있는 드라마였다. 그리고 흥행성적도 매우 좋았지 않나.

‘별에서 온 그대’를 봤다니 반갑다(웃음).
말이라고 하나?! 난 한국 콘텐츠를 항상 좋아해 왔다. 특히 한국 영화에는 무언가 독특한 매력이 있다. 한국 드라마는 한국 영화와는 또 다른 특성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미국의 ‘소프 오페라’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는 처음 접할 때는 소프 오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여기다가도 조금 더 보다 보면 조금씩 눈물을 흘리며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마련이다(웃음). 처음에는 유치한 러브스토리인 것 같아도 계속해서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한국 드라마가 재밌다. 아무리 닫힌 마음으로 본다 해도 결국에는 마음을 열 수 밖에 없게 되는 거다. 기어코 당신의 마음 속 단단한 껍질에 구멍을 뚫어 뜨거운 심장을 꺼낸다고나 할까? (웃음) 정말 신비로운 힘이 있다.

한편, <드라마월드> 10부작은 세계적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비키(VIki.com)를 통해 전세계에 4월 17일부터 매주 2회씩 공개된다. 26개국 언어로 번역돼 서비스되는 <드라마월드>는 한국과 중국에서는 5월 이후 공개 예정이다.

본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2016년 4월 22일 금요일 | 글_최정인 기자(jeongin@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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