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TV 뉴스 기자로 처음 일을 시작했는데 일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보다 창의적인 일이 하고 싶어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전업했다. 굉장히 오래 전 이야기다.
<조이>에 참가한 프로듀서가 굉장히 많더라. 그 중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조이의 이야기를 처음 발굴한 게 나다. 조이 망가노는 <메이드 인 USA>라는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미국 기업가들에 대한 프로그램인데 조이 망가노가 심사위원 역할을 맡았다. 그때 그녀가 자신이 3명의 자녀를 둔 가난한 싱글맘에서 어떻게 ‘미라클 몹’을 발명하고 성공하게 됐는지를 이야기 해 줬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가 영화의 소재가 되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의 성공담을 토대로 각본을 만들기 시작했고 스튜디오에 제안을 했는데 폭스에서 관심을 가지게 된 거다.
조이는 싱글맘의 이야기 중 내가 직접 접한 유일한 이야기다. <조이>의 이야기는 특별하다. 조이는 이혼한 후에도 전 남편을 지하에 살도록 배려하고 조부모와 부모, 아이들에 이르는 3 대를 모두 부양했다. 아빠는 조금 독특한 성격이라 마피아가 되려고 하기도 했다. 물론 실패했지만(웃음). 여성 편력도 심했다. 조이는 ‘미라클몹’을 만들어 성공하게 된 뒤에도 아빠 때문에 마피아와 얽혀 고생을 했다. 심지어 아빠는 나중에 조이를 소송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조이는 가족을 미워하지 않고 모두 챙겨주고 일자리도 마련해 줬다. 일말의 미움도 갖지 않는 그녀에게 정말 감동 받았다.
<조이>가 한국 여성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조이>는 한국에서 특히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이>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다루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지금 21세기는 아시안 드림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오히려 한국과 같은 아시아에서 조이와 같은 인물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을 거다. 오늘 저녁 열리는 VIP 시사회에도 한국여성 CEO 세 명이 참여하는데 이분들도 조이와 과정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조이>는 여성에게 보내는 찬사라고 할 수 있다. 조이는 스스로를 믿고 사회의 편견과 남성들의 무시를 극복한 인물인 거다. 때문에 <조이>는 아시아와 한국에서 중요한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조이>를 보고 동기부여나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자신이 믿는 아이디어를 추진해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다.
캐스팅이 가장 쉬웠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은 같은 배우와 계속해서 작업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지금 할리우드에서 최고로 주목받는 배우들이다. 러셀 감독은 모든 배우가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는 연출가다. 직접 각본을 쓰기도 하는데 대사가 너무 좋아서 배우들이 그 캐릭터를 실제로 연기해 보기를 꿈꾼다. 러셀 감독의 연출이 결정되자 나머지 캐스팅은 자동적으로 해결됐다.
당신이 제작한 <인빈서블> <조이> 그리고 NFL 첫 흑인 선수에 관한 차기작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실화를 더 좋아한다. 만들어 낸 이야기보다 실화에 훨씬 더 다양하고 재밌는 소재가 많다. 오히려 <조이> 같은 이야기는 억지로 짜내서 만들어내기가 더 힘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실감나고 설득력 있는 실화를 영화로 제작하는 걸 좋아한다. 짜여진 각본을 따르기보다 즉흥적으로 제작하는 환경에 더 오래 몸 담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당신의 영화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성공을 이룬 인물들을 다뤘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물이 반쯤 들어 있는 병을 보면 ‘병이 반이나 찼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아마 내가 ‘워킹 데드’ 같은 호러를 만드는 걸 볼 수는 없을 거다. 그러고 보니 ‘워킹 데드’의 스티븐 연도 한국인이다. ‘워킹 데드’가 한국에서 방영하고 있다면 그는 조만간 큰 스타가 될 것이다.
정말 연기력이 뛰어난 멋진 여배우다. 최고다. 그 어떤 감정도 얼굴에 담아 스크린에서 표현할 수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전혀 없다. 게다가 카리스마까지 갖췄다. 더 바랄 게 뭐가 있나. 제니퍼 로렌스가 역할에 비해 어리다는 걱정이 있었는데 완성된 <조이>를 보면 그녀의 나이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안 그런가(웃음).
영화를 본 조이 망가노의 반응은 어땠나.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 된 걸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한국에도 넷플릭스가 들어왔다. TV와 영화 산업 모두를 경험한 자로서 TV와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맞다. 미국에서는 이미 영화와 TV의 경계가 거의 사라졌다. 사람들이 양쪽 분야를 모두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런데 주로 영화에서 TV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다. TV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더 많은 기회와 자유가 있다. 그래서 가장 능력있는 스탭들이 TV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장 좋은 콘텐츠는 TV에서 방영되고 있다. 게다가 넷플릭스와 아마존 같은 유통망이 세계화되면 콘텐츠의 소비가 더 이상 TV에만 국한되지도 않을 거다. 실제도 우리도 유투브 레드와 함께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 출연진의 대부분이 아시아인인데 한국에서도 사랑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3월 10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jeongin@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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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영화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