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전문은 이브 몽마외르 감독과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당신의 전작 <조니 토 총을 잡다>, <야쿠자 에이가>, <크리스퍼 도일의 화양연화>, <한국 영화의 성난 얼굴>은 아시아권 영화와 감독을 대상으로 한 공통점이 있는 반면 이번 작품은 소재 면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물론 미카엘 감독이 아주 흥미로운 다큐멘터리의 소재라는 점은 동의한다!)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제작 동기가 궁금하다.
1998년 하네케 감독의 메이킹 필름을 찍으면서 이 작품이 시작됐으니 15년이 걸린 작품이다.
물론 당시에는 이 작품의 의미를 크게 느끼진 못했었지만 만드는 동안 참 많은 것은 느끼고 배웠다. 또한 하네케 감독이 이렇게 까지 명장이 되리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작품의 동기라면, 처음부터 나는 그의 작품들 속에 녹아있는 격정과 작품들이 주는 후유증에 무척 매료되어 있었다. 또한 그와 친분을 쌓아가며 그가 내게 보여준 신뢰가 동기라면 동기일 것이다.
<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15년간의 촬영 현장에 대한 기록이다. 처음 작품 제의했을 때 하네케 감독의 반응은 어땠나?
그는 의도를 듣고 나서, “나를 한번 놀래 켜 주게나." 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하네케 감독의 어떤 면을 부각시키고 싶었나?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괴팍함, 고약함, 잔인함)이 얼마나 잘못된 편견인지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편견을 깨는 방법은 현장에서의 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극 중에서 하네케 감독은 스스로를 통제광이라 자칭한다. 또 자신을 설명하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싫다고 명확하게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다큐멘터리임을 감안해도 극 중에서 당신의 색은 찾기 힘들었다. 객관적으로 그를 전달하려고 의도한 것인가? 아니면 통제광인 하네케 감독 덕분에 생각한 만큼 담아내지 못한 것인지?(웃음)
그가 매우 어려운 성격의 사람인 건 맞다(웃음). 그는 항상 주문처럼 내게 말했다. 당연한 것은 피하라고. 만일 그의 사적이고 일상적인 면을 부각 한다면 그는 곧바로 그것과 정 반대되는 행동을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나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위대한 예술가의 현장을 담고 싶었고, 그것이 나의 색깔이라면 색깔일 것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는 건 대상에 대한 강한 애정 또는 관심, 뭐라고 표현하든 강한 이끌림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하네케 감독의 어떤 면에 이끌렸나?
나는 현장에서의 미장센과 그의 저서에 매료 되었다.
이자벨 위페르는 하네케 감독을 아주 급진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작품도 각각 방향은 다르지만 모두 급진적이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무엇인가?
아마도 ‘허무주의적 유머’일 것이다. 그가 말하길 사람들이 그것을 못 알아주는 것 같아서 섭섭하다고 한 적도 있다.
작품 제작하면서 내적, 외적 힘든 점이 있었다면?
전혀 없었다! 아주 예민한 배우(배우가 거부 할 때)와 촬영할 때를 제외하곤 나는 무엇이던 내 맘대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고, 그는 방해하지 않았다.
하네케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뭔가?
<피아니스트>(The Piano Teacher)를 좋아한다.
(그건) 단지 만들어진 충격(적)이라는 것 뿐 만 아니다. 폭력을 바라보는 시네마적 시각과 실생활 속의 시각적 차이는 클 수밖에 없기에 ‘폭력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 들이며 고민하게 만들 수 있지 않겠나. 결과는 관객의 몫이다. (대답이 됐는지 모르겠다).
다큐멘터리로 접한 하네케 감독은 열정적이고 꼼꼼하고 사색적인 사람이다. 당신은 그가 어떤 유형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는 인간적으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다. 또한 자신을 명장이라 칭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는 그의 작품 뒤에 숨어있는 것을 편안해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카프카를 사랑하며 카프카(Kafuka)의 영향을 그의 작품 속에서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속 캐릭터의 이름에 카프카를 인용하기도 한다. (한 예로 “조셉 K“라는 캐릭터) 그러한 이유로 나는 이 작품의 제목을 Michael H.라고 표현했다.
당신은 하네케 감독에 대해 ‘현대 서양 사회의 더러운 찌꺼기를 지적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고 평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현대 서양 사회의 찌꺼기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오우, 이것은 아주 심각한 토론이 될 수 있는 사항이지만, 우리 모두는 과거에 갇혀서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약을 꺼려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양인들은 문화적인 면에서 그랬듯이, 시네마에서도 아직도 다른 대륙의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다른 대륙에서 떠오르는 젊은 감독들에게 무엇은 어떻게 하여야만 한다는 등… 나는 이러한 것이 못 견디게 싫다. 이러한 것들은 새로운 식민사상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영화의 근본적인 기능은 뭔가?
라스 본 트리에 감독이 말 했듯이, ‘영화는 신발 속의 작은 돌멩이 같은 것이야 한다.’고 생각하다. 관객의 눈치를 보며 인위적이고 상업적이며, 관객의 사랑을 갈망해서는 안 된다. 불편한 것은 불편한 대로 전달되어 관객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여야 한다.
없다!
아시아 영화에 전문가라고 알고 있다. 근래 아시아 영화 중 인상 깊은 작품이 있다면?
소노 시온 감독의 최신작들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항상 에너지가 넘치며 같은 것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
한국 감독 중에는 다큐멘터리 제작하고 싶은 감독이 없는지?
봉준호 감독의 다큐를 만들고 싶다. 한 장르에서 또 다른 장르로의 점프, 그는 액션과 코미디와 드라마, 그리고 사회성 있는 이야기와 정치적인 이야기… 그 모든 것들을 절묘하게 버무리는 천재다. 그는 새로운 장르의 영화 시대를 만들었다. 이름 하여 ‘시네마 봉’.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은 어떤 감독이고 싶으며 현재 어느 정도 접근했다고 생각하나?
다큐 감독으로써 작품의 (그) 대상과 같은 캐릭터가 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항상 발전해 가길 바랄 뿐이다.
2016년 2월 23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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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영화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