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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져야 본전! 맨땅에 헤딩! <오피스> 박성웅
2015년 8월 31일 월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해당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피스>에서 호흡을 맞춘 김의성과 친척이라 들었다. 김의성의 출연이 <오피스> 선택에 영향을 미쳤나.
<오피스>는 우선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다. 종훈을 제외한 나머지 캐스팅이 모두 마무리 된 상태였는데 라인업이 너무 좋더라. <오피스>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김)의성 형과<살인의뢰>를 촬영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형이 <오피스>에 캐스팅 된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형에게 종훈 역에 케스팅 의뢰가 들어왔다 말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 나와 딱 어울린다고, 내가 영화에서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어도 중심을 잘 잡아줄 것 같다며 출연하라고 했다(웃음). 어차피 시나리오도 잘 읽은 상태였기 때문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생각보다 비중이 적더라.
그래서 좋았다. 캐릭터가 세지 않고 비중도 적어서! <오피스>에서는 생활연기 비슷하게 힘을 빼서 튀지 말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나.
<신세계> 이후 계속해서 <찌라시: 위험한 소문> <황제를 위하여> <살인의뢰> <무뢰한> 등 캐릭터가 강한 역할만 연기했기 때문에 힘을 뺀 연기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오피스>의 종훈 역할은 하고 싶은 역할이기도 했지만 잘할 수 있는 역할이기도 했다. 물론 배우는 모든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 캐릭터들이 잘할 수는 있지만 조금 불편하고 힘든 역할이었다면 종훈은 보다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배역인 셈이었다. 그래서 <오피스>는 쉽고 편하게 작업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당신이 가장 잘하는 연기는 뭔가.
코미디?!

<오피스>는 코미디가 아니지 않나.
그런데 제일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연기는 코미디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내가 조금 개그감이 있다(웃음). 이거 봐라. 이렇게 이야기해도 웃는데 코미디영화에서 작정하고 웃기면 얼마나 웃기겠나. 개그감이 있다. 좋아하는 음악? 발라드! (웃음). 개그감이 있다니까. 실제로도 작년 ‘SNL 코리아’에 나가서 많은 분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고보면 CF에서도 영화와 달리 유쾌한 이미지다. ‘카카오톡’ 광고에서도 이렇게 춤을 추지 않나.
그게 뭐냐. 이렇게 춤췄지(웃음). 그런데 그것도 애드리브였다. 제작진이 춤을 췄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말춤도 췄는데 광고 속 장면을 썼더라.

영화에서는 무거운 느낌의 악역을 많이 연기했는데 영화 외적인 방면으로는 친근한 이미지를 훨씬 더 많이 보여준다.
친근한 게 원래 내 이미지다. 그런데 <신세계>가 너무 대박이 나서 그 이미지가 굳어진 거다. <신세계> 이후 들어오는 작품들은 모두 <신세계>를 보고 나를 캐스팅한 작품이다보니 캐릭터가 센 역할 밖에 없다. 이제는 조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서 내가 다른 색깔의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

로맨스는 어떤가.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무뢰한>의 반응이 좋다.
영화 관계자들이 관심은 많은 것 같은데 연락을 안한다(웃음). 전공이 멜로라니까(웃음). 부전공이 액션이고 전공이 멜로다.

그러고보니 연기를 액션스쿨에서 배운 걸로 안다.
그렇지 않다. 액션스쿨에서는 액션을 배웠다. 사람들이 나더러 스턴트맨 출신이 연기도 괜찮게 한다는 말을 하는데 그건 잘못된 이야기다. 98년도 7월 액션스쿨이 1기 학생을 처음 받을 때의 취지는 성룡이나 이연걸 같이 본인의 얼굴로 연기도 하고 액션도 하는 배우를 만들자는 거였다. 정두홍 감독이 대표였는데 스턴트 맨 분들은 따로 있었다. 우리는 액션스쿨 1기 학생으로 공부했다. 중간에 학교의 성격이 조금 변경돼 이제는 스턴트맨을 키우는 학교로 바뀌었지만 1, 2, 3기까지는 배우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액션스쿨에서 대략 1년 6개월 정도 있었는데 액션스쿨에 계속 남아서는 배우가 되기 힘들 것 같더라. 아무래도 스턴트 하는 분들이 영화, 드라마 분야의 연기자를 키우기에는 힘이 딸리는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더라.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해서 가게 된 곳이 대학로였다. 2000년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세 작품 하면서 많이 성장했다. 그때 이후로 본 오디션은 모두 합격이었다. 사실 연기가 업그레이드 됐다기보다는 자신감이 상승했다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로에서의 생활이 연기자로서의 발판이 됐다.

사실 인터뷰를 준비하기 전에는 당신이 액션 스쿨에 다녔다는 걸 몰랐다.
액션 스쿨1기 학생이니 나는 대역이 없다(웃음). 그때 나를 가르쳤던 강사들이 지금 영화판 무술 감독들이다. 심지어 <신세계>의 허명행 무술감독은 그때 알게 된 동생이다. 허명행은 스무 살에 액션 스쿨에 스턴트맨으로 들어왔고, 나는 이십 대 중반에 액션 스쿨 1기 학생으로 들어갔다. 당시 우리 둘은 배우와 스턴트맨으로 라인이 달라 내가 허명행에게 존대를 해야 했다. 그런데 허명행이 착해서 그때부터 나를 호형하며 따랐다. <신세계>에서 허명행을 무술감독과 배우로 만나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연기를 체계적으로는 배운 경험이 없어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액션 스쿨을 떠나 대학로에 무작정 가다니 꽤 과감하다.
지금 내 나이, 내 연륜을 그때도 가졌더라면 연기를 누가 가르치고 누가 배우냐고 생각했을 거다. 지금은 연기는 배운다고 배워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십 대의 어린 나이였고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었다. 대학로에서의 경험으로 연기가 늘었다기보다 자신감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표현력이 좋아진 것 같다. 예전에는 이게 맞나, 저게 맞나, 망설였다면 이제는 내가 하면 내가 맞는 거야, 이런 식으로 생각이 변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면서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르게 연기하겠지만 그 방식도 내 방식도 옳다는 연기관이 성립돼 자신감이 쌓였다. 그렇게 대학로에서의 1년이 10년을 무명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말한 것처럼 무명기간이 긴 편인데 연기를 선택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
단 한 번도 없다. 힘들었던 적은 있어도 후회한 적은 없다. 모든 배우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겪는다고 생각했고 힘든 시기를 거쳐야만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힘든 시기를 겪는 모든 사람이 배우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겪는 건 일종의 필요조건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참을 수 있었다.

법대를 나온 걸로 안다. 당시 동기들과 커리어가 분화하는 걸 보면서 불안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혀. 노선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넌 네 분야에서 파이팅해, 난 내 분야에서 파이팅 할테니. 너? 사시 패스해서 판검사 되고 변호사 돼. 난 열심히 해서 판검사, 변호사 역할 연기할게(웃음). 물론 주변에서 걱정하는 사람은 많았다. 불알친구는 겉멋 들었다며 연기해서 어디다 쓰냐고 당장 때려치우라고 하더라. 물론 지금은 그 놈이 나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못하고 오히려 나에게 인생 상담한다(웃음). 사실 나도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그때 그렇게 무대포 정신으로 살 수 있었는지. 자신감이라기보다는 무대포 정신이라고 하는 게 맞을 거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맨땅에 헤딩하는 거였으니까. 오히려 조금이라도 뭘 알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힘든 게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당신이 직접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건 뭔가.
인성!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인성이 없으면 배우로 안 보인다. 그래서 인성을 잘 갖추라고 가르친다. 기술적인 부분은 나도 힘든데 내가 감히 누구를 가르치나. 대신 학생들에게 주로 가르치는 건 연기할 때의 마인드다. 많은 학생들이 연기할 때 다른 사람의 연기를 따라한다. 어떤 학생은 마음대로 대본을 하나 선택해 연습해 오라 했더니 <신세계>를 들고 왔더라. 그래서 “네 것을 만들어야지. 날 따라해서 뭘 해” 라고 말해줬다. 접하지 않은 작품으로 수업을 하면 기존 배우들의 모습과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연기를 순수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존에 나온, 그것도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 대본을 가지고 그 작품을 연기한 배우들의 말투나 행동을 모두 따라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데 이미 누군가가 해 놓은 연기를 따라해서 어떻게 그 사람을 이기겠나. 그건 연기가 아니고 패러디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연기를 하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학생들은 오디션을 봐야하는 위치니 매 시간마다 팀을 짜서 오디션을 보는 것처럼 인사하는 것부터 가르친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를 할 때도 조금 각이 서 있어야 한다. 솔직히 100명 정도가 오디션을 보면 조금이라도 특이해야 기억에 남지 않겠나. 전해들은 이야기로 하정우와 김강우는 오디션 때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하더라. 다른 지원자들은 안녕하십니까! 참가번호 몇 번 누구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러는데 그들은 하정웁니다, 김강웁니다, 이러고 시작했다고 하더라. 둘 다 연기력으로 인정받겠다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가능한거다. 물론 나도 신인 때는 “안녕하십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 목청 높였지만(웃음).

당신이 각을 세워 그렇게 인사하니 생각난 게 있다. 제작사 사나이 픽처스의 스타일이 유독 남성스럽다고 들었는데 당신은 영락없이 사나이 픽처스 스타일인 것처럼 보인다.
에이, 그렇지 않다. 사나이 픽처스가 그렇다고 누가 그러나.

전도연과 인터뷰를 했는데 <무뢰한> 촬영 때 사나이 픽처스 사람들이 너무 남성적이라 깜짝 놀랐다 하더라(웃음).
전도연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거다. 사나이 픽처스의 (한)재덕이 형과 나는 전도연만 보면 전회장님 오셨다고 그랬다(웃음). 내 핸드폰에 전회장님이라고 저장돼 있다. 이따가 <오피스> VIP 시사회에 온다고 해서 가장 좋은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사나이 픽처스와의 연이 깊은 걸로 안다.
연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사나이 픽처스의 <신세계> 덕분에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무슨 말인가.
이렇게! 지금도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지 않나.

그 전에도 인터뷰는 했을 것 아닌가.
아니, 못했다. 여러 기자들이 나를 취재하러 오는 건 <신세계>가 처음이었다. 그 전에는 누가 배우 박성웅에 대한 관심을 가졌겠나. 안 그런가.

물론 사나이픽처스와 연이 닿아 좋은 작품을 하게 된 건 맞지만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그 전부터 당신이 꾸준히 준비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나이픽처스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배우로서 빛을 볼 수 있지 않았겠나.
그 작품이 바로 <신세계>다. 그건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세계> 전에 <황해>의 조성하 형 역할 캐스팅 의뢰가 들어왔다. 당시 <백야행>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황해>의 나홍진 감독이 <백야행>의 박신우 감독과 한예종 동기다. 그래서 나홍진 감독이 <백야행> 촬영장에 박신우 감독을 응원해주러 왔다가 나를 보고서 <황해> 김태원 캐릭터와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해서 세 번쯤 만났다. 그런데 캐스팅이 안 돼서 상실감이 컸다. 첫 번째 기회를 날렸으니 다음 기회는 잡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범죄와의 전쟁>이 들어왔다. 박창우 역이었는데 영화 속에서 최형배가 박창우를 다스리지 않나. 윤종빈 감독이 최형배를 연기하는 하정우가 나 정도의 덩치를 가진 사람을 컨트롤 하면 최형배가 더 돋보일 것 같다고 하면서 직접 연락이 왔다. <범죄와의 전쟁>에는 최민식, 하정우가 모두 출연하니 당연히 하고 싶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부산 사투리를 해야 돼서 한 달 동안 연습했는데 사투리에만 신경 쓰다보니 연기가 안되더라(웃음). 그래서 윤종빈 감독과의 세 번의 만남 뒤에 또 미역국을 먹었다. 두 번의 기회가 모두 날아갔는데 사나이픽처스의 한재덕 대표가 내가 그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모두 본 거다. 나이도 어리지 않은 선배를 세 번이나 불러 놓고 캐스팅 안하는 건 뭐냐면서(웃음). 그때 미안한 감정이 있었는지 <신세계> 시나리오를 촬영 6개월 전에 조심스럽게 건네더라. 또 캐스팅이 안되면 더 미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정말 박터지게 준비하고 들이대서 간신히 <신세계>에 캐스팅 된 거다.

<신세계>가 더 특별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겠다.
나는 촬영보다 캐스팅되는 게 더 힘들었다. 그러니 <신세계>가 내 연기 인생을 바꾼 작품일 수 밖에 없다. 만일 내가 <황해>나 <범죄와의 전쟁>에 캐스팅 됐다면 <신세계>의 이중구는 못했을 거다. 내가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신세계> 이중구 역할에 캐스팅 될 수 있었던 건 대중들에게 내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서였다. 원래 이중구 역할에 다섯 명의 후보가 있었는데 나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모두 영화 주연급 배우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TV에서 많이 활동하는 친구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관객들은 그 배우들의 연기 패턴을 이미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내가 캐스팅됐다. <신세계> 포스터를 보면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세 남자만 찍혀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이중구라고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한데 누군지 모르겠는 인물이 나오는 거다. 그런 이중구가 계속 날이 서서 정청과 대립하고 강과장에게 덤비니까 재밌지 않나. 134분의 러닝타임 중에서 내가 출연한 분량은 총 22분이다. 그런데 <신세계>가 대박이 터진 거다. 절대적인 관객수가 엄청난 건 아니지만 신드롬을 일으켰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커리어가 훅 뛰어 올랐다.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난다.

<신세계>에 대한 애정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신세계>에 캐스팅 됐을 때 박훈정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제작진이 나를 반대했다. 인지도 높은 다른 배우도 있는데 왜 박성웅을 쓰냐면서. 그런데 박훈정 감독이 신의 한 수를 내린 거다. <신세계>에는 이미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세 배우가 있기 때문에 배우 인지도로 노려볼 수 있는 마케팅 효과는 더 이상 없다고, 네 번째 배우가 누가 되든 크게 차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한거다. 박훈정 감독은 차라리 가장 ‘이중구’스러운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나였다. <신세계>가 개봉하고 나서는 반대했던 분들이 모두 나에게 잘 봤다고 인사하더라(웃음).

박훈정 감독과의 관계도 애틋하겠다.
맞다. <신세계> 첫 촬영지가 대전이었는데 크랭크인 하루 전날 박훈정 감독이 전화가 왔다. 내일 촬영인데 뭐하냐고 묻길래 내일 오후 12시가 대기 시간이니 아침에 출발하려 한다 했다. 그랬더니 내일이 첫 촬영인데 오늘 안 내려오고 뭐하냐고 해서 그날 대전에서 7시에 만나 저녁 먹고 밤 12시까지 둘이서 테이트를 했다. 박훈정 감독이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공원을 걸으며 둘이서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웃음). 결국 방에서 커피까지 마셔가며 이야기를 했는데 그 전까지는 이런 저런 쓸 데 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박훈정 감독이 갑자기 내일 크랭크 인인데 괜찮냐고 묻더라. 그러면서 만일 이중구 역할이 뜨면 <신세계>가 대박나는 거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된 거다. 사실 그때 박훈정 감독도 나와 상황이 비슷했다. 전작 <혈투>가 4만 명 정도 밖에 안 들어서 <신세계>의 투자진이 시나리오는 박훈정 감독이 썼지만 연출은 다른 감독에게 맡기려 했다. 그러고보니 박훈정 감독이 만일 <신세계> 관객이 <혈투>의 100배 이상이 된다면 감독에서 은퇴하겠다고 말했는데 은퇴 안했다! <신세계>가 480만이 들었는데 말이다. 듣고 있나, 박훈정!(웃음). 어쨌든 그때 박훈정 감독이 <신세계>에 작가로만 참여하느냐, 감독으로도 참여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는데 (최)민식이 형이 박훈정 감독이 연출 안하면 형도 빠지겠다고 해서 박훈정 감독이 <신세계> 연출을 맡게 된거다. 이중구나 박훈정 감독이나, 이중구나 박성웅이나 모두 벼랑 끝이었다(웃음). 그런데 <신세계>가 잘 돼서 박훈정 감독도 감독으로서의 위상이 올라가고 나도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그래서 나는 <신세계> 말고 다른 작품으로 도약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상상도 못한다. 정말 <신세계> 이중구는 내 역할이었구나 싶다. 만약 그 전에 들어온 두 작품에 캐스팅 됐으면 이중구는 못하는 거였으니까. 기회는 세 번 온다더니 세 번째 들어온 <신세계>에 캐스팅됐다. 그러니 <신세계>의 사나이 픽처스가 나에게 어떤 의미겠나. 사나이 픽처스가 하자는 영화는 무조건 한다. 그리고 재덕이 형이 아무거나 안 준다. 줄 만한 것만 준다.
<신세계>의 이중구는 배우로서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지만 역할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 부담도 될 것 같다.
넘어야 할 산이다. <신세계>가 개봉한지 대략 2년 6개월이나 지났는데 사람들이 아직도 내가 무슨 연기만 하면 이중구스럽다고 하더라. <황제를 위하여>에서는 사투리를 쓰는데도 이중구스럽다 한다니까(웃음). 그래서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계속 발버둥치는 중이다. <살인의뢰>도 그래서 택했다. 이중구와 강한 역할만 하다보니 모두 비스무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와 연쇄 살인마로 캐릭터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런데 변화는 줬는데 영화가 망했다(웃음). <오피스>는 이중구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작품은 아니지만 관객에게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는 했다. 그래서 영화에서 튀지 않으려고 매우 노력했다. 영화가 끝난 다음 관객이 종훈은 무얼 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있는 듯 없는 듯 연기하려 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내가 의도했던 것과 크게 어긋나지 않게 나온 것 같다.

<오피스>에서 종훈은 관객과 같은 입장에서 사건의 발달과정을 지켜본다. 그래서 존재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 영화 몰입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존재감을 조금 더 드러내서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형사라고 해서 꼭 진지할 필요는 없지 않나.
<오피스> 안에서 최종훈이 진지하지 않고 헐렝이인 형사라면 이야기의 중심이 무너졌을 거다. <오피스>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나 혼자 가벼운 느낌으로 연기하면 이상할 거다. 대신 조금 가벼운 느낌의 형사들을 종훈 밑에 뒀는데 그 부분이 많이 편집됐다.

편집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없다. 극의 흐름에 별로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니까 편집됐다고 생각한다. 많이 편집된 것 같지도 않고(웃음). 어차피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니 편집에 대해 배우들이 왈가왈부 할 사항은 아니다. 물론 너무 많이 편집되면 감독에게 가서 욕을 하겠지(웃음). 농담이다.

종훈이 미례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병실을 나서는 장면에서 종훈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나.
종훈은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로서 영화 내내 정의롭고 선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현실과 타협한다. 미례가 범인일 걸 의심하고 있고 병실에서는 확신을 가졌지만 모른 척한다. 그 장면에서는 종훈이 미례에게 한 방 먹은 거다. 미례가 활짝 웃으면서 진급 축하한다고 말할 때 종훈은 미례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느꼈을 거다. 종훈은 미례가 저지를 사건으로 인해 진급했고 그 덕에 엄한 사람이 죽었지 않나. 그래서 병실 문을 닫고 나올 때 복잡한 심정으로 걸어 나갔다. 연기할 때도 신경을 많이 썼던 장면이다. 병실 안과 밖에서의 연기 모두 신경을 많이 썼다.

<오피스> 는 종훈이라는 형사 역할이 없었다면 일종의 호러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종훈이 중심을 잘 잡은 것 같다.
종훈은 이야기의 울타리 같은 역할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울타리 안에 있는 말이나 양을 보지 울타리 자체는 눈여겨 보지 않는다. 울타리가 쳐져 있는 줄만 알지 그 울타리가 어떤 울타리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종훈은 <오피스>에서 그런 울타리 같은 역할이다.

제한된 분량 안에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가 힘들지는 않았나.
입체적이지 않나. 강인한 척 하지만 시체를 볼 때 엄청 놀래잖아(웃음). 그런 부분도 현장에서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연기했는데(웃음). 조금 더 놀래야 되나? 너무 놀란 건 아닌가?(웃음) 현장에서도 다양한 버전으로 여러 번 촬영했다. 종훈도 형사이기는 하지만 사람이지 않나. 긴장도 하고 놀라기도 한다. 그런 점을 살리려 했다.

개인적으로는 차 안에서 종훈과 반장이 이야기하는 장면이 좋았다. 기존의 장르적인 연기와는 다른 일상적인 연기가 눈에 띄더라.
맞다. 잘 봤다(웃음). 종훈이가 토로할 수 있는 게 반장밖에 없지 않나. 밑에 있는 부하 직원들에게 그럴 수는 없다. 그 장면은 평소에 안 해본 연기라서 연기할 때 희열감을 느꼈다(웃음). <신세계>의 이중구나 다른 영화의 캐릭터였다면 (목소리를 내려 깔고) ‘주시죠, 반장님’ 이렇게 이야기 했을 것 아닌가(웃음). 그런데 <오피스>에서는 종훈이 진급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갈등하고 생각해서 좋았다. 종훈의 그런 인간적인 부분을 촬영하면서 잘 표현하려고 신경썼다. 신경 안 쓴 것 같지만 신경 많이 쓴 거라니까(웃음).
고아성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좋았다.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아성이는 연기를 오래 했다. 그것도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배우와만 말이다(웃음). 그래서 연기할 때는 아성이가 어리긴 하지만 그냥 동료구나 싶었다.

교수님의 입장에서 보면 고아성은 어떤 배우인가.
아성이가 어딜 봐서 학생인가(웃음). 고등학교 다닐 때 대학 학위 받는 아이들 있지 않나. 그런 친구를 내가 어떻게 평가를 할 수 있겠나(웃음). 굳이 말하자면 연기에 대한 욕심도 많지만 티내지 않는 배우다. 촬영하다보면 그런 욕심을 티내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아성이는 어휴, 죄송합니다. 선배님, 한 번만 더 촬영할게요, 라고 하면서 욕심을 티내지 않고 잘 해결한다. 그러면 우리도 어차피 조명 세팅 시간이 오래 걸리지 연기하는 건 오래 안 걸리니 열 번도 다시 촬영해도 괜찮다고 한다(웃음). 아성이가 연기를 어려서부터 시작했지만 좋은 선배들과 함께 작업해서 그런지 배려가 깊다. 그래서 나도 아성이에게 좋은 선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결론은 뭘 많이 사주자! (웃음).

물질적인 부분을 해결해 주는 좋은 선배였나보다(웃음).
생각나는게 그것 밖에 없으니까(웃음).

고아성이 <오피스> 제작보고회에서도 당신 칭찬을 많이 하더라.
깜짝 놀랐다. 성웅 오빠가 좋은 점 세 가지를 이야기 하는데 그런 칭찬을 처음 들어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바로 옆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표정 관리가 안 되기도 하고. 아성이가 날 많이 귀여워했다(웃음).

‘신분을 숨겨라’ 촬영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하더라.
그랬다(웃음). 극 중에서는 수사국 팀장이기도 하니까. 방송 현장의 스텝들은 정말 피곤에 쩔어 있다. 연기자들은 하루 정도 쉴 수도 있지만 스텝들은 현장에 매일 나오니 축 쳐질 수 밖에 없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접근을 안한다. 그래서 먼저 망가지면서 웃음을 유발했다. 사람들이 웃으면 웃어? 하며 겁주고 장난도 치면서(웃음). 그리고 제작진이 아는 사람들이라서 편했던 것 같다. 촬영, 조명 팀 모두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김범과 윤소이는 그 전에 같이 작품을 하나씩 한 적이 있다. 소이는 10년 전 <무영검>에서, 범이는 <싸이코 메트리>에서 만났다. ‘수사 5과’는 팀장인 내가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다. 같이 소주 한 잔을 하러 가도 ‘수사 5과’ 캐릭터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원종 형은 한도 끝도 없이 이야기하고, 범이는 계속 고개만 숙이고 있고, 나는 중간에서 조율했다(웃음).

연기를 할 때 배역에 많이 동화되는 편인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살인의뢰>는 너무 몰입해 블랙홀처럼 깊이 빠져들어서 끝나고서는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반면 <오피스>는 비교적 편했다. 힘을 줘야하는 감정적인 싸움을 벌이는 캐릭터가 아니어서 일반인 박성웅의 모습을 형사 박성웅으로 살짝 비틀어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요즘 드라마보다는 영화에서 더 자주 보는데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인가.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신세계> 이후 계속 영화만 하다보니 어느새 영화의 여유로운 촬영 환경에 익숙해져 있더라. 그러다 3년 만에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를 촬영하게 됐는데 3일 동안 적응이 안 됐다. 영화는 하루에 1~2신을 찍는데 드라마는 20신 정도를 촬영한다. 한 신을 마치기가 무섭게 다음 장소로 이동해서 촬영을 재개한다. 정말 이게 끝난거야? 다시 한 번 찍어야 되는 거 아니야? 해도 충분해, 충분해, 그러더라(웃음). 그래서 드라마는 즉흥적인 순발력을 발휘해서 연기할 때가 있다. 영화는 3개월동안 준비한 것을 현장에서 보여준다면 드라마는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순발력을 발휘해서 연기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순간적으로 나도 내가 이런 연기도 할 줄 알아? 하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혼자 흐뭇해 한다. 오랜만에 드라마를 하면서 드라마 연기가 이런 매력이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어차피 연기는 틀에 갇혀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너무 준비를 많이 하면 순발력을 발휘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데 연기 연습을 3개월 정도 하면 그 틀을 뚫고 나오기가 힘들어 질 때가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대본을 받은지 얼마 안 됐으니까 내 멋대로 해 보는 거다. 그러면 괜찮다 싶은 걸 발견하게 된다. 영화와 드라마는 각자의 장점이 다른 것 같다.

어떤 연기를 할 때 가장 흐뭇한가.
내가 어떤 연기를 했을 때 관객들이 알아봐 주면 희열을 느낀다. 예를 들어 ‘신분을 숨겨라’에서 김민준과 엘리베이터 신이 하나 있었는데 김민준이 대사를 끝내면 주먹으로 벽을 치는 장면이었다. 김민준이 멋있는 악인으로 보여야 하는데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순간적으로 김민준이 말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더라. 그래서 참 말 많네, 이러면서 소매를 풀었는데 그게 방송에 나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장면을 유독 기억하더라. 길 가다가도 나를 보면 시계를 풀면서 참 말 많네, 그런다(웃음). 그럴 때 기쁘다.

차기작 <검사외전> 촬영은 모두 마친건가.
아니다. 다음 주 일요일부터 4일 연속 촬영한 뒤 하루 쉬고 <해어화>를 촬영한다.

두 작품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나.
비슷한 캐릭터였다면 힘들겠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 더 재밌다. <해어화>는 일본 사람이어서 한국말을 안한다. 그리고 <검사외전>에서는 검사 역할인데 나쁜 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놈도 아닌 애매모호한 사람이다. <오피스>와 <신세계> 중간 정도의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재밌다. <검사외전>에서도 애드리브를 많이 했는데 그게 채택되면 재밌더라. 애드리브 때문에 캐릭터가 자꾸 바뀐다(웃음). 아주 철두철미하고 의심 많은 놈인데 한 순간에 무너진다(웃음).

자꾸 그러면 캐릭터가 길을 잃지는 않나.
어느 정도까지만 가지 캐릭터가 길을 잃을 정도로 훅훅 가지는 않는다. 정해진 길 바깥으로 뛰어나가는 게 아니라 그 근처에서 왔다갔다 하는 거다.

연기할 때 가장 좋은 순간은 언제인가.
<신세계>에도 애드리브가 굉장히 많다. 이사들을 하나씩 골프채로 가리키는 장면도 애드리브다. 강과장과 장례식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도 애드리브가 있는데 그 장면에서 이중구가 카메라를 던져 부순다. 그래서 강과장이 변상하라고 하는데 돈을 공손히 줄 수는 없어서 바닥에 던졌다. 그래서 바닥에 떨어진 지폐를 촬영한 컷이 하나 더 생겼다. 그런식으로 즉흥적인 연기가 채택되고 그 장면을 관객이 알아봐주면 희열을 느낀다. 물론 도움이 되는 애드리브만 남고 나머지는 가차없이 편집된다(웃음). 하지만 내 지론이 하면 50%, 안하면 0%다. 일단 해보는 거다. 되면 좋고 아니면 아니고.
관객이 그런 장면을 눈치챌 때 기쁘다는 건가.
그 장면이 애드리브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수는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이 장면 재밌네, 느낄 수는 있지 않나. <신세계>에서도 골프채 장면이 없었다면 심심했을 거다. 이중구는 정말 싸가지 없는 놈이다. 사람에게는 숟가락질도 해서는 안 되는데 어른들에게 골프채질을 하지 않나(웃음). 말은 공손하게 하되 행동은 싸가지 없이 하자는 게 콘셉트였다. 그래서 탄생한 게 ‘살려는 드릴게’ 다. 사실 이중구의 사무실 장면은 통째로 편집될 뻔 했다. 그 신과 강과장 장면 중 하나를 편집해야 했었는데 후반부에 이중구가 죽기 딱 좋은 날씨야, 라고 말하는 아지트 신이 하나 더 있다. 그래서 중간에 이중구 아지트라는 공간을 설명하지 않으면 그 장면이 너무 생뚱맞게 되더라. 그래서 골프채 신을 살리게 됐다. 만일 그때 그 신이 편집됐으면 ‘살려는 드릴게’라는 대사는 지금 없을 거다.

출연작 중 <오피스> <무뢰한> 두 편이나 칸에 초청됐다.
칸의 남자라고 하는데 칸에 초청만 받았던 남자다(웃음).

<오피스>가 외국에서 호평 받았는데 한국 관객을 만나는 게 긴장되지는 않나.
그렇지는 않다. 시사회 때 영화를 봤는데 개인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코어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만족한다.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관객의 스코어보다 중요한 건가.
그렇다. 스코어가 잘 나오면 물론 좋겠지만 그건 부수적인 측면인 것 같다. 열심히 했는데 스코어가 안 나오는 것보다 열심히 했는데 인정 못 받는 게 더 힘든 거다.

하지만 흥행 스코어가 곧 관객의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나.
왜 이러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면서(웃음). 영화흥행에는 제작진이 잘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영향도 포함된다 생각한다. 하지만 연기를 잘해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까지가 우리의 몫이지 그 다음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고 의무가 아니다. 인터뷰를 너무 무거운 이야기로 끝내는 건가(웃음).

아니다. 나도 보다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는 한국영화 시장이 마련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맞다. <베테랑>을 굉장히 재밌게 봤다. 그런데 그런 블록버스터 영화도 있지만 <무뢰한> <오피스> 같은 영화도 잘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관객들의 반응은 바람만큼 좋지 않다.

일상에 지치면 <무뢰한> <오피스> 같은 무거운 영화는 피하게 되는 것 같다.
맞다. 영화관까지 가서 고민하고 싶지는 않을 수 있다. 웃고 싶지…

요즘 개봉하는 영화는 대박 아니만 쪽박이다. 중박 흥행을 터트리는 영화가 적은 것도 아쉽다. 영화 시장도 점점 더 양극화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여름 <암살>과 <베테랑> 두 편이 쌍끌이 흥행에 성공한 건 너무 좋다. 상반기에는 한국영화가 너무 잘 안 됐다. 그 중 <살인의뢰>가 있었고(웃음). 아, <무뢰한>도 있었다.

이번 하반기는 <오피스>로 파이팅 하는 걸로!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2015년 8월 31일 월요일 | 글_최정인 기자(jeongin@movist.com 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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