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얘기해 주시는 분이 많아서 감사해요, 일단은 안심이 되기도 하고요, 영화가 평이 안 좋으면 정말 그냥 끝이잖아요, 기분 좋은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고, 어느 부분은 기대되는 것도 있고 그래요.
영화를 많이 찍으셨는데도 부담이 되시나요? 아니면 이번 영화가 특별히 부담이 많은 영화였나요?
당연히 부담이 되죠, 드라마도 시청률이 잘 안 나오면 안 되는 것처럼요, 영화는 특히 극장으로 와서 보는 거잖아요. 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죠. (영화가) 쌓여갈수록 그런 것 같아요.
여름에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특히 유난히 한국영화도 많은데, <미쓰와이프>만의 강점이 있다면요?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진짜 걱정도 되고, 그 와중에 기대도 되고 그래요. 상대적으로 굉장히 우린 소박한 영화기 때문에 또 어떤 틈새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웃음) 장르적으로도 코미디가 유일해서 편한 마음으로 저희 영화를 좋아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미쓰 와이프>가 제목에서는 코미디 영화라는 느낌이 강한데 막상 보고 나니까 코미디 요소도 있지만 가족애가 많이 강조되었는데, 이런 면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출연을 결정할 때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결정 하신 건지, 아니면 가족애나 휴머니즘 면이 마음에 드셔서 결정하신건지 궁금해요.
제가 시나리오 택할 때 마지막 부분에 휴머니즘이나 가족애 같은 면이 없었다면 이 시나리오를 택했을까 싶어요. 한쪽으로만 치우쳐 진 것이 아니라 이 얘기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 즐거움도 주지만 마지막 부분에 느낄 수 있는 것들, 어떻게 보면 작지만 굉장히 부조리한 것들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좋았고, 그게 이 영화를 선택하게 했던 것 같아요.
주인공 연우가 일에 성공한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잖아요, 관객들은 실제 엄정화씨와 유사하다고 생각하기도 할 것 같아요, 또 엄정화씨가 사생활을 그렇게 많이 공개하는 편도 아니라서 보여 지는 모습으로만 판단할 수 있지만요.
저는 많이 공개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웃음) 인스타같은 것도 하니까요. 여하간, 저도 일만하고 일을 중심으로 살아왔던 사람이라서 저와 닮은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저도 궁금해요. 그간 일 위주로 살아왔기 때문에 일을 뛰어넘는 대상, 일을 흔들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거죠.
시간이 지나고 저도 나이가 들면서 가치관이 변한 건 아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뭔가 제 시간을 즐길 줄 알게 되었어요. 특히 쉬는 시간이 주어 졌을 때 예전에는 그 시간을 즐기질 못하고 조바심을 냈던 것 같아요.
조바심이라 하면은요?
불안감, 이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인데, 예전에는 그 불안감 때문에 여행을 잘 즐기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나를 돌아본다는 느낌이 드는 시간도 있고요. 의외로 일상생활을 보내는데서 평화로운 시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분명히 알지 못하는 일상생활, 가족이 주는 그런 것들도 있고 예전에는 ‘제가 하는 일보다 훨씬 즐겁지 않을 거야’ 라고 스스로 닫아놨던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고요.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 면요?
거실 씬과 집안 씬이요. 아이들이 막 뛰어놀고, 송승헌씨랑 아이들이 장난치고 이런 장면을 촬영할 때 대기 하면서 저도 보잖아요, 그러면 이게 가정이라고 생각했을 때 ‘가정이란 정말 어떤 기분일까’ 이것도 행복하겠다,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과거 <싱글즈>의 동미나 최근 <관능의 법칙> 신혜, 이번 <미쓰와이프>의 연우까지 지속적으로 시대를 앞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왔는데 본인 성격과 비슷한지요?
모르겠어요, 제가 저를 볼 때, 평소의 성격은 활달한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살아온 과정도요 .성격은 굉장히 조용한 편인데, 어찌됐든 능동적이었던 같아요.
그러면 본인의 어떤 면을 보고 능동적인 역할을 감독님들이 제안한다고 생각하는지요?
음..제 생김새가 청순함이나 그런 느낌이 아니기 때문에, 외모에서 오는 캐릭터적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싱글즈>나 그 어떤 캐릭터를 하는데 있어서 능동적인 캐릭터가 좋아요, 그런데 수동적인 역할도 하고 싶어요. 사실….무엇이든 좋아요.(웃음)
코믹이나 진지, 호러, 추리 등 다양한 캐릭터를 하시잖아요, 항상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게 엄정화씨 연기의 힘인 것 같아요, 특히, 코믹 연기할 때 대사 같은 게 너무 자연스러운데 특별히 신경 써서 연기하는 점이 있다면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요. 표현할 때 제일 조심하는 것은 ‘억지인지’, 그러니까 너무 쥐어짜는 것 같은 것은 안하려고 해요. 뭔가를 강요하면 안 되잖아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듯이 하려고 노력해요. 왜냐하면 제가 코믹을 하지만 제가 주가 되서 막 재미있게 이끌어 나가는 건 아니니까요, 코믹한 것은 그 이야기 안에 있는 에피소드들이니까 그걸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해요. 그 안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하고요. 또, 제가 워낙 밝은 사람이라서 보시는 분들이 부담감은 없으실 것 같아요.
안 들어와서요.(웃음) 이상하게 사극 출연 제의가 없어요. 저 사극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 쪽진 머리요.
극 중에서 아줌마 연기를 하셨는데, 아줌마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정말 작은 동네에서 소소한 부업도 하고, 모여서 수다도 떨고 정말로 그런 아줌마들 이야긴데, 우선은 아줌마 역할을 할 때 굉장히 재미 있어요. 편하기도 하고요. 의상도 편하고 대사도 큰 소리로 웃으면서 할 수 있고. 대한민국 아줌마들 참 알뜰하게 사는구나 생각도 하고요.
<미쓰 와이프>가 사실 그렇게 대단히 독특한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이 이야기에 끌린 이유가 뭘까요.
대단한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 건 진짜 아닌데요. 배우로서 이 시나리오를 볼 때는 이 여자가 변화해 가는 과정을 그려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겠다, 라는 측면이 굉장히 컸어요, 닫혀있던 여자가 서서히 그 문을 열어 가는 과정! 이게 마음에 든 셈이죠. 또 아까 얘기했듯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면에 끌렸고요.
영화를 선택하게 한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면요?
부조리한 상황에서 제가 원래 했던 입장에서(부조리를 행하던 입장) 입장을 바꿔 스스로를 꾸짖을 수 있는 장면들이 마음을 끌었던 것 같아요.
실제 성환이같은 남편 즉, 어리버리하고 욕심 없고, 잘생긴 남편은 어떻까요?
근데 이게 비슷한 사람끼리 만났다고 생각하면 서로 너무 알콩달콩 잘 살았을 것 같지 않아요? ‘애들 자는 날은 우리가 꼭 하는 날이야’ 정하고, 삶의 무게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다정하게 사는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혹시 소박한 사랑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나요? 외부에서 보기엔 화려하고 야심찬 모습이라서. (웃음)
맞아요, 아마 어떤 남자들은 제가 너무 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도 기대고 싶은 여자예요. 제가 꿈꾸는 사랑은 뭔가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살면서 난 후배들한테 이런 선배가 되어야겠다, 이런 적은 진짜 없어요. 아 그런데 이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에 서른 살 넘은 여배우, 또 시간이 지나 서른 다섯 살 넘은 여배우, 뭐 하여튼 마흔을 넘기고, 계속 영화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엔 정말 답이 없었거든요. 우리세대가 제일 앞에 나와 있는 세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또래 여배우들이 잘 헤쳐 나가면 다른 후배 여배우들에게 힘이 될 거라 생각해요. 가수로서도 그렇고요.
‘나는 끝까지 이걸 할 거야’ 라는 스스로의 다짐이나 목표 같은 것이 있다면요?
스스로한테 부끄럽지 않게, 또 열심히 열정적으로 사는 것, 이게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만약 영화를 안 하셨다면 어떤 일을 했을지요.
비슷한 쪽의 일을 하지 않았을까요. 어릴 때부터 유일한 꿈이었으니까.
예전과 비교하면 연예계가 많이 변했잖아요, 요즘 데뷔한 후배들을 볼 때 이런 점은 좋겠다, 혹은 불편 하겠다 생각하는 면이 있다면요.
제일 불편하겠다 싶은 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노출이 굉장히 많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 그러다 보니 쉽게 사람들 얘기에 오르내리고요. 예전에는 뭐 기자 분들이 따라 다니거나 이런 것만 조심하면 됐거든요. 그런데 정말 요즘 애들은 연애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 또 댓글도 그렇고, 또 여기저기 자료들을 퍼다 나르고요. 좋다고 생각되는 점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한 형태로 많아졌고 매니지먼트 등이 체계화 됐다는 거!
혹시 댓글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지요.
누구나 그럴 것 같아요, 누구나 한 두 개가 아니라 굉장히 많이 받다보면 그걸 아예 안보는 이상은 좀 상처가 되죠, 거기에서 의연해지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댓글 잘 안보고 별로 신경 안 쓸 것 같은데.(웃음)
(웃음) 한 동안은 안 봤어요, 댓글에 자꾸 신경 쓰는 게 결코 이득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뭐 잘못된 부분은 주변 사람들이 얼마든지 조언해주고 충고해주니까요. 저도 귀는 열어놓지만 댓글에 휘말리다 보면 굉장히 중요한 에너지를 잃는 것 같아요, 이 와중에도 두렵다는...(웃음)
굉장히 편안했어요. 처음에는 승헌씨도 좀 어려웠다고 하고 저도 좀 그랬고요. 약간 조심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송승헌씨도 캐릭터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하려고 했던 첫 작품이고 해서 최대한 서로 합이 잘 맞게 즐겁게 촬영한 거 같아요. 결과도 좋은 듯 싶고요.
그간 다양한 캐릭터를 해왔는데,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너무 많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살고, 많은 여자들이 있잖아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비슷한 것만 계속 쫒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어가더라도 새로운 역할들을 계속 만날 수 있다고 봐요..
예전에 ‘나이는 모두에게 공정하다, 그래서 예쁘게 늙는 것이 중요하다’ 는 맥락의 인터뷰를 하신 적이 있는데 요즘에는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이 드는 것을 어떻게, 누가 피해갈 수 있겠어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거잖아요. 자연스럽게 생각해야죠. 쭉 연기를 해올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좋고요, 앞으로도 나이에 맞게, 그 시간에 맞는 역할과 연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에 대한 기대감도 늘 품고 있고요.
나이에 따라 자신감이 더해질 수도 덜해 질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20대 때의 자신감과 30대 때의 자신감, 40대 때의 자신감은 다를 것 같아요. 지금의 자신감을 20대 때와 비교하면 어떻게 다를까요.
20대 때도 자신감이 막 넘쳤던 건 아니에요. 그때도 항상 불안하고 앞으로 시간이 걱정됐었어요. 그랬던 것이 어느 순간 나이를 먹으면서 없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람이고, 여자니까요. 그런데 불안해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까 스스로 마음을 좀 넓히고 생각하는 것도 많이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희망이나 어떤 좋은 것들을 생각해야죠.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에서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고 들었어요.
어딘가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그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을 찾으러 나가는 것도 좋고요. 그냥 여기에서 뭐가 즐거울까 생각하는 것 말고 능동적으로 나가서 부딪혀 보는 것이 너무 좋아요. 그러다 보면 또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 눈에 들어오고요. 그래서 여행이 좋고,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워요.
(웃음)토토가에서도 그렇고 90년대 아이콘으로 많이 회자되는데, 좋은 반면 느낌이 좀 이상할 것 같기도 해요.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데 과거가 강조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웃음) 그래도 좋은 게 더 많은 거 같아요. 그때도 활발하게 활동했고,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니까요 또 제가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앞으로 뭔가를 할 혹은 도약할 더 좋은 에너지가 되는 거 같아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맞아요, 근속일수로 치면 저만한 사람 없을 걸요.(웃음) 짬짬이 잘 쉬어요. 그래서 그렇게 쉬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충분히 쉬면서 일한다고 생각하고요. 특히 요즘은 더 그렇고요. 몇 달의 공백이 꼭 있고 그 동안 좋은 시간도 보내고, 또 다시 일로 돌아오니까요.
건강이 안 좋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 건강은 어떤가요.
너무 건강해요. 전에 갑상선 수술을 받았는데 그 후로 좋아졌어요.
건강이나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일이 있다면요.
운동이죠. 운동을 생활처럼 해요. 보통 한 번하면 2시간 정도요. 보험 같은 거죠!(웃음)
참, 수퍼맨 보니까 조카 지온이를 굉장히 예뻐하던데, 다른 조카들도 있나요.
그럼요, 제 큰 조카가 벌써 군대를 갔어요. 조카들 다 예쁘죠, 다 예쁜데 큰 조카가 어렸을 때는 제가 너무 바빠서 볼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또 마음가짐이 지금 이랑 달랐고요. 지금 내 나이에 아기를 보는 건 그때랑 달라요. (지온이한테) 최대한 잘 보이고 싶고 (지온이가 최고로 좋아하는)고모가 되고 싶고 그래요. 그래서 조금 뭔가 인지하기 시작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잘해줄 생각이에요.(웃음)
<미쓰 와이프>에서 장면 하나하나 다 소중하겠지만 특별히 인상에 남는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음. 에피소드요, 인터뷰에서 많이들 물어 보시는데 저는 에피소드가 제일 어려워요. 굳이 택한다면 저는 학교, 아파트 장면이 좋았어요.
아파트 장면이라 하면은요.
왜 동네 아줌마들의 무지를 깨우쳐 주는 장면 있잖아요. 학교에서도 그렇고요.
아 그러니까 정의롭게 나서서 다다다 퍼붓는 장면?
네, 그 장면에 어떤 카타르시스 같은 게 있었어요. 연우 스스로도 큰 변화였던 것 같고요. 약자의 편에서 자신의 이익 없이 변호를 할 수 있는 것과 거기서 오는 충격적인 작은 울림 같은 것도 있고요.
그런 장면 찍다보면 실제로도 막 울컥울컥 하나요.
그럼요
마지막으로 세상의 아줌마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요.
음 엄정화가 아줌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웃음)
2015년 8월 1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eyoung@movist.com 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 박광희 실장(ULTR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