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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과 경이로움이 공존한 강렬한 첫 인상 <라이프 필스 굿> 카타르지나 자와츠카
2014년 5월 28일 수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출연작 <라이프 필스 굿>이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을 방문하게 돼서 기쁘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방문한 적이 있지만 한국은 처음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도 너무 기쁘다. 한국에 도착해서 경복궁도 가봤고, 63빌딩에 올라가서 고층빌딩들의 전경을 쭉 내려다봤는데 흥미로웠고 멋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아쉽고 내년에 다시 한 번 초대해준다면 한국의 자연을 느껴보고 문화도 더 체험해보고 싶다. 그만큼 서울은 나에게 새로운 체험이었다. 사람들에 대해서도 덧붙인다면 많이 도와주고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해줘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 음식도 맛있게 먹었는데, 특히 매운 음식들이 인상 깊었다. 폴란드에 가서 요리할 수는 없겠지만(웃음), 좀 더 한국 음식을 알아보고 싶다.

국내에 폴란드영화가 소개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작품이나 배우들이 아직은 생소하다. 폴란드영화가 한국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지 들어본 적 있나? 또 폴란드에서 한국영화는 어떤 식으로 소개되는지,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도 궁금하다.
한국에서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어둠 속의 빛>이 개봉했다고 알고 있다. 여러 국제영화제를 통해 폴란드영화가 한국에서 간간히 소개됐다는 기사를 본 적은 있지만 어느 작품이 개봉하고 상영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폴란드 내에서 한국영화들이 작은 극장에서 상영되고, 바르샤바에서 매년 아시아영화를 ‘다섯 가지 맛’이라는 주제로 상영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접하지 못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시 이런 질문을 인터뷰에서 받는다면 그때는 좀 더 많은 한국영화를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통역사가 폴란드 극장에서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을 관람한 적이 있다고 하자) 아! <올드보이>는 봤는데 한국영화인 줄 지금 알았다. 10년 전 재학 중에 폴란드에서 봤다. 매우 강렬하고 자극적인 인상을 받은, 아주 좋은 영화였다. 이런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웃음).
<라이프 필스 굿>은 따뜻하고 좋은 영화더라. 폴란드영화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한국 관객들이 꼭 봤으면 하는 추천해주고 싶은 폴란드영화 한 편을 꼽는다면?
<이다>라는 영화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이 런던에서 공부를 하고 유럽적 마인드를 가지고 만든 영화다. 폴란드에서 한국의 부산영화제에 해당하는 그디니아영화제에서 수상했고,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많이 한 작품이다. 유대인 출신 여인이 가톨릭 수녀가 되는 이야기인데 사람들과의 관계를 담은, 깊은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추천하고 싶다. 하나 더 추천하고 싶다(웃음). 워낙 유명한 감독인데, 크쥐스토프 키에슬롭스키 감독이다. 대표작으로 <블루> <화이트> <레드> <십계> 등이 있는데 이 영화들을 한국 관객들이 꼭 봤으면 한다.

<이다>는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된 적이 있고, 키에슬롭스키 감독의 영화는 한국에서도 너무 잘 알려졌고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들이다. 대학 다닐 때 이렌느 야곱이 나오는 <레드> 포스터를 방에 붙여놓기도 했다.
이렌느 야곱 때문에? (웃음)

영화가 좋아서였다(웃음).
나도 매우 좋아하는 영화다(웃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폴란드에서의 활동 등 지금까지 배우로서의 과정을 듣고 싶다.
폴란드 민속춤을 전공하고 싶어서 민속춤을 계속 배웠다. 고등학교 과정을 끝내고 마투라(한국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폴란드의 대학입학자격시험)를 보기 전에 전공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2년제 대학을 다니기로 결심하고 예술대학에 입학해 춤을 계속 배웠다. 그러던 중 기회가 돼서 7개월 계약으로 뮤지컬을 하게 됐다. 뮤지컬을 하면서 연기도 하게 됐고, 그때부터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연극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크라코프(폴란드의 옛 수도)에 있는 4년제 연극대학에 지원해서 연기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고,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다.

폴란드에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궁금하다.
아버지가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다양한 작품을 즐겨 본다. 그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다. 부모님은 보수적이지만, 내가 배우가 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내 선택을 존중해줬다. 폴란드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식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폴란드에서도 많은 셀레브리티가 등장했고, 시트콤 등을 통해 유명인이 탄생하는 현상이 생겨서 많은 학생들이 인기를 얻으려고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배우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정적인 경향은 없다. 과거에 배우는 연극이나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캐릭터를 숨기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에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고 대학을 반드시 나와야했지만, 이제는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캐스팅을 통해, TV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될 수 있다. 물론 스타가 되기 위한 경쟁은 존재하지만, 자신의 일을, 하고 싶은 연기를 하면서 즐겨야하는데 경쟁을 위해 연기하는 걸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라이프 필스 굿>에서 마그다 역을 맡았다. 캐릭터 설정이나 연기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마그다는 매우 감정적인 캐릭터다. 그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풍부한 감정적 상황을 내려고 많이 노력했다. 비극적 상황이나 관계에 집중하며 그럴 때 어떠한 느낌을 받을지를 생각했다. 또한 부모와 마테우스와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그런 부분이 꽤 어려웠다. 세상을 보는 눈이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마그다가 마음을 여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도 고민하고 표현하려했다. 그런 부분들에 집중하면서 연기했다.

마테우스에 대한 마그다의 감정은 어떻게 명확하게 잡았는지 궁금하다. 부모와의 관계로 인해 마테우스를 이용하는 측면도 분명 있지만, 마테우스와 있을 때는 굉장히 따스한 모습도 보인다. 마그다가 마테우스를 보는 감정이 단순히 장애인에 대한 동정이었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감정도 포함된 건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와 반항으로 마테우스를 이용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마테우스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고, 조금씩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하고, 그 과정을 통해 결국 사랑의 감정도 생겼다고 생각한다.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내가 마그다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랑의 감정도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처음 계획과는 점점 멀어지고 의도하지 않은 길로 갔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정리하면, 휴머니즘은 아니지만 처음에는 삐딱하게 생각했던 감정이 점점 마음을 열고 동정심까지 가는 과정을 겪었다고 본다.
마테우스 앞에서 슬플 때 듣는 음악을 틀고 발레 동작으로 보이는 춤을 추다가 이를 바라보던 마테우스에게 다가가 휠체어를 잡고 빙빙 도는 장면이 있다. 마그다는 빛이 들어오는 창가에서는 환하게 웃다가 빛이 사라지는 반대편에서는 표정에 변화가 생긴다.
감독과 촬영 전부터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표현하려했던 장면이다. 마테우스를 만나기 전에 우울하고 슬프고 죽음까지 생각하던 마그다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창문으로 빛이 들어올 때의 웃음은 마음을 여는 것을 상징한다. 마테우스와 있을 때 행복을 처음 맛보았고 그 안정감을 웃음으로 표현했다. 슬픔과 행복을 같이 교차시키는 장면이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물론 얼굴 클로즈업에 담아낸 연기 덕분이었다(웃음).
고맙다(웃음).

마테우스에게 생일 선물을 준다. 그것도 아주 큰 선물을(웃음). 선물의 의미는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고 연기했나?
선물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사랑의 감정이 담긴 선물일수도 있지만, 동정, 공감에서 나온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마테우스가 여러 장애를 갖고 있고, 이를 똑같이 느끼고 가까워지려는 마그다의 마음이 표현된 거다. 성적 감정도 담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사랑할 수 없는 안타까움도 있기 때문에 마그다가 마테우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생일 파티에서의 일련의 사건을 겪고 마그다는 마테우스를 떠난다. 그 이후 마그다의 삶은 어땠을 지 생각해본 적 있나?
그다지 행복한 감정을 갖고 지내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웃음). 즐겁거나 즐기는 삶을 살기보다 과거를 계속 회상하면서 이전 같은 기대를 갖고 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고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배우로서의 목표, 연기관이 있다면.
우선 계획은 앞으로 연극 공연을 많이 해보고 싶다. 크라코프 지역의 연극팀에 소속돼서 공연을 할 계획이 있고, 계속 꿈도 갖고 있다. 물론 영화와 드라마도 병행하고 싶은데 일단 사람과 사회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인간의 내면 감정을 솔직하게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진실한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또 자아를 깨닫게 하는 역을 통해 사람들이 빛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작품을 할 때 장르의 구분보다 작품의 내용과 주제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앞으로 연기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

2014년 5월 28일 수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사진_권영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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