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2012년 말에 한효주를 만났을 때 들었던 느낌은 어떤 한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듯한 이미지였다. 중성적이면서도 귀엽고 천진난만함을 고루 가진 미소년과 같은 인상을 받았는데, 이따금 관조하는 듯한 시선으로 카메라를 바라볼 때면 내면의 감정이 더해진 그녀의 모습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먼저 자연광이 스며드는 곳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자 했다. 따스한 미소가 가득한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그리고 흑백과 모노톤을 대비시켜 차분하면서 담담한 감정이 느껴지도록 그녀의 시선을 살짝 가리거나 프레임 밖에 머물도록 했다.
그녀는 순발력이 좋은 배우였다. 자신을 드러낼 줄 알았고, 한 앵글에서도 조금씩 다른 미묘한 느낌을 보여줬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눈빛에서부터 감정이 풍부하게 잘 살아있는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나부터 집중할 수 있었고, 덕분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A컷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던 촬영이었는데, 비슷한 사진을 두고 계속 비교했던 기억이 난다. 묻어두었던 사진을 이번에 다시 볼 수 있게 돼서 좋았다. 더불어 배우 한효주에게 감사드린다.
글, 사진_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