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촬영 전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다. ‘이번에는 어떻게 찍어야 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쉬이 떠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촬영에 관한 것들에 대해 언제나 빠른 판단력이 요구된다. 배경은 단순하게 갈 것인가, 조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들부터 배우의 컨디션 체크를 비롯해 배경과 의상은 잘 어울리는지 등 현장 상황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줍은 듯 새침해 보이기도 하고, 무심한 듯 표정과 시선에서 묘한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 주원을 만났다. 촬영에 대한 콘셉트를 확인한 그는 몇 번의 동작과 시선 처리만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잡아줬다. 그에게 표정을 좀 더 건조하게 가자고 이야기했고, 이내 깊은 시선으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하나의 조명을 기본으로 현장의 실내광을 섞어 명확하지 않은 빛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좀 더 탈색된 색감으로 분위기를 더하고자 했다.
뭔가를 정해놓는 하나의 경계선이 있다면, 그는 그 경계선 어디쯤에 서 있는 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가 이제 선 밖으로 한 발을 내딛으려고 한다. 감춰진 그의 매력이 다시 드러나야 할 순간이다.
글, 사진_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