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본인 얼굴을 본 기분은 어땠나요? <퀵>에서 잠깐 나왔을 때와는 많이 다르죠? (웃음)
처음이라서 그런지 제 얼굴을 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봐서요. 한두 번 더 보면 제가 보일 테고, 그러면 쑥스럽다 그러겠죠(웃음).

보통 여배우들은 영화를 처음 볼 때 본인 얼굴과 연기를 먼저 본다고, 그래서 다시 봐야 작품이 보인다고 하던데 그 반대네요(웃음).
이 영화에서 제가 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일단 영화에 잘 어울렸는지, 튀진 않는지 그 부분을 먼저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모니터링은 혼자해도 되니까요.

레이싱 모델과 방송 활동을 하게 된 계기, 과정을 듣고 싶어요.
단순해요. 언니가 레이싱 모델로 활동하다보니 관심을 갖게 됐어요. 언니에게 소개받은 분이 지금 회사 실장님이었고, 실장님께서 레이싱 모델보다 방송일이 더 맞겠다고 생각하셨어요. 레이싱 모델로는 거의 활동을 안했어요. 그 타이틀로 방송을 하게 된 거죠. 일을 시켜달라고 했으니까 일을 주면 해야 됐고, 일을 하면 돈을 주니까 즐거워서 또 했고요(웃음). 짧은 시간에 분야에 상관없이 정말 많은 일을 했거든요. 그렇게 처음에는 영혼 없이 일을 했다면(웃음), 1~2년 전부터는 무슨 일이 들어와도 제가 요리를 하면서 할 수 있으니까 늦게야 일에 재미를 붙인 거죠.

어렸을 때는 이쪽 일에 대한 생각이 없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면 본인도 그렇고 주변에서 이야기들을 많이 하잖아요. 미스코리아든지 슈퍼 모델이라든지.
어렸을 때는 남 앞에 나서는 것도 안 좋아했고 숫기도 없었어요. 꾸미는 거 좋아하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어서 티셔츠에 운동화 신고 평범하게 조용하게 살았거든요.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언니 일하는 거 보고 뭐에 홀렸는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이쪽 일을 할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했죠.
그렇게 내성적이고 숫기 없던 사람이었는데 일이 되던가요?
안에 숨어있었나 봐요. 언니와 저로 인해 부모님들이 방송에 나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카메라를 보면 얼거나 떨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부모님은 장난도 치고 자연스럽게 잘 하는 거예요. 부모님한테 끼를 물려받았구나, 생각도 들어요. 갖고 있던 것들을 제가 그동안 표출을 못했던 것 같고요.

적응하지 못하거나 버벅대던 시기는 거의 없었겠네요.
초반에는 많이 떨었어요(웃음). 말수가 없다보니까 말하는 방법도 모르고, 어딜 나가면 울고, 떨고 그랬어요(웃음). 카메라 울렁증도 있긴 했지만 그렇게 심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시기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짧고 굵게 온 거죠. 빨리 해치운 것 같아요.

‘마지막에는 연기일 거라 생각하는 시선이 싫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방송을 하는 최종 목적이 연기잖아, 라는 말이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느낌의 차이인거죠. 연기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이 일을 하다 보니 연기도 도전해보고 싶은 거죠. 저는 연기만을 위해 이 일을 택한 게 아니다보니 그렇게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했던 거예요.

나이를 먹어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 연기잖아요. 그에 비해 방송은 수명이 길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니 자의든 타의든 연기로 영역을 넓히려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서 그런 선입견이 생긴 거겠죠.
직업이 뭐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거든요. 리포터도 하고, MC도 보고, 예능도 하고, 음반도 냈고 너무 많은 일을 하니까요. 한 가지만 열심히 해도 좋지만, 요즘은 뭐든지 잘해야 되고, 경험해보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영혼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웃음). 여러 분야 중에서 더 비중 있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진 않았나요?
영화 촬영현장에서 나온 지 별로 안 됐어요. <미스체인지>는 캐스팅되고 대본 리딩한 기간도 짧았고, 촬영회차도 짧았어요. 첫 영화 데뷔의 준비와 마무리가 후다닥 지나간 거예요. 그래서 스크린을 봐도 그 스크린 밖에 스탭들이 보이고 현장이 생생해요. 현장에 다시 가서 감독님과 얘기도 더 해보고, 못했던 장면도 한 번 더 해보고 싶고요. 그러니까 지금은 영화를 더 찍고 그 현장에서 많은 걸 배우고 싶어요.
<미스체인지>의 이수정 캐스팅 기사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촬영을 마치더니 개봉까지 하게 됐어요. 첫 영화의 첫 주연인데 철저히 준비하고 현장 분위기도 익히고 그 속에서 연기도 잡아갈 수 있는 환경이 아쉬울 법도 해요. 그래서 다음 작품을 더 하고 싶을 테죠.
아쉬워요. 살짝 맛을 보니까(웃음). 두 번째 맛을 제대로 보면 엄청 매울 수도 있겠죠. 그것 또한 기대가 돼요. 그래서 다시 현장에 가고 싶어요. 사람들은 저를 섹시하게만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미지를 저는 잊어버리거든요. 그래서 활동이 끝나면 저는 백지상태라고 생각해요. 그 백지에 다른 색을 입혀보고 싶은 감독님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 색을 흡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미지를 깨뜨려보고 싶은 감독도 있겠지만 강한 이미지 때문에 주저하는 감독도 분명 있을 거예요. 저를 포함한 대중들에게 이수정은 아직까지 명품 몸매, 9등신, 글래머, 섹시함 등의 이미지로 크게 각인되어 있는데, 그런 이미지가 득이 되는 면도 있지만 장애가 되는 면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한 이미지로만 본다는 게 이쪽 일을 하면서 나쁜 부분도 분명 있죠. 너무 섹시만 강조하는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숙제인 거예요. 활동하다보니 20대에는 섹시미로 부각됐지만 30대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또 30대에는 섹시스타가 아니라고 하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웃음). 30대, 40대에도 섹시함을 꾸준히 가져가고 싶지만 다른 모습도 많은 여배우라는 타이틀을 다는 게 숙제죠. 활동한지 얼마나 됐다고 섹시한 이미지가 싫고 그런 건 없어요.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된다는 게 안 좋다기보다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눈에 잘 안 띄는 게 아쉬운 거겠죠. 그리고 섹시한 이미지는 너무 가볍게 이슈로만 부각되니까 그게 더 아쉬운 걸 테고요.
평범하게 입고 나와도 제 벗었어, 안 벗었어, 이것에만 관심이 쏠리는 거예요. 기존 이미지가 세기 때문에 다른 건 안 보이는 거예요. 꾸준히 저를 보여드리면 점차 없어지는 거니까 기다려야죠.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꽁꽁 싸매고 나오면 오히려 제 살 깎아먹는 거예요. 처음에 제가 일부러 벗고 나온 것처럼 되는 거잖아요. 그냥 내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나왔을 뿐인데 그렇게 된 거니까요.

활동하면서 전환점으로 프로야구 시구와 옥타곤 걸을 꼽은 기사를 봤어요. 시구가 대중들에게 각인된 시발점이었던 건가요?
네. 섹시 이미지는 시구 전에 방송 출연할 때도 갖고 있었어요. 활동은 많이 안했지만 레이싱 모델 출신이라고 알려지다 보니 자연스레 섹시한 이미지가 연상된 부분이 있겠죠. 시구로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건강미, 개념 시구 등 좋은 수식어들이 붙으면서 많이 이미지가 바뀌게 된 거죠.
목소리가 허스키한 편인가요?
원래 허스키해요(웃음).

높은 톤이 아닌 건 알았지만, 방송에서는 그렇게 까지 못 느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기본적으로 톤이 낮고 허스키하네요. <미스체인지>에서는 남자의 영혼이 몸에 들어오는 설정이라 목소리 톤을 남자처럼 과장되게 연기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편하게 이야기할 때는 낮아요(웃음). 방송을 할 때는 업을 시켜야하기 때문에 톤을 좀 높이는 것도 있지만, 편안하게 이야기할 때는 저음이 나오는 것 같아요.

바로바로 전달되는 느낌이 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어요.
목에 힘 안 주고 얘기하는 느낌? (웃음)

톤이 높으면 포장되거나 가공됐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거든요. 여자 배우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발성과 톤이라 연기하는데 있어 배우 이수정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너무 걸걸해서 거부감이 드는 그런 목소리는 아니니까(웃음).
무슨 여자애가 선머슴처럼 전화를 받냐고 엄마가 혼내요(웃음).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되게 많아요(웃음). 목소리가 여성스럽고 앵앵거릴 것 같았는데 실제 이야기 나누면 의외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는 제 목소리가 좋아요. 자랑은 아니지만 올렸을 때도 괜찮거든요(웃음). 높은 톤은 내리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는데, 지금도 말을 할 때 조금 느리다는 느낌을 받아요. 충청도 사람처럼 느린 건 아니고(웃음), 묘하게 미세한 박자로 느리게 느껴지는 리듬감이 있어요. 그게 또박또박 차분하게 설명하는 느낌이 들고요.
연기에서도 그게 보였어요?

영화를 볼 때는 설정인 줄 알았어요. 송삼동씨를 따라한 것 같은(웃음). 말의 전반적인 속도가 느린 건 아닌데 엇박처럼 들어간다고 해야 하나? 조금 과장하면 ‘짱구’ 더빙한 말투의 리듬 같은?
(폭소) 현장에서 조감독님이 ‘수정씨 짱구처럼만 안하면 되요’라고 하셨는데, 제가 짱구같은 느낌이 있나 봐요(웃음). 처음 방송할 때 발음에 대한 지적이 많았어요. 발음 공부를 하면서 말이 좀 느려졌어요. 전달력이 중요한 방송, 예를 들어 스포츠 프로를 진행할 때 발음과 호흡이 정확하고 리듬이 있어야 해서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말의 정확도 때문에 한 번씩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하다보니 엇박자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말씀하시는 게 뭔지 저는 알아요. 그것 또한 제 숙제에요. 연기에 맞는 톤과 호흡을 맞춰야하는데 오전에는 인터뷰 나가고, 오후에는 리포팅하다가 저녁에는 연기를 하려니 호흡이나 발음이 안 맞잖아요. 힘든 점도 많았지만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체계적으로 연기 준비를 해온 것도 아닌데, 대부분의 신인들에게서 드러나는 단점들이 별로 없어요. 발음, 전달력이 좋고, 목소리 톤도 개성 있고, 기본적인 발성도 좋고요.
연기 학원을 다닌 적은 없어요. 학원에서도 처음에는 발음, 호흡, 발성만 배운다는데 저는 일단 목소리가 크고요(웃음), 이 일 저 일 하다 보니 발음도 어느 정도 잡혔어요. 호흡만 장르별로 배우면 되는데 그건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신인들은 긴장되면 호흡이랑 발성이 안 된다는데, 저는 기죽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미스체인지>를 제작하고 캐스팅한다고 했을 때 저도 이미지만으로는 이수정을 캐스팅 물망에 올렸을 것 같아요. 영화의 장르, 캐릭터와는 외견상으로 잘 맞아 보이지만 너무 잘 맞는 이미지라 오히려 캐스팅 결정에 고민이 되진 않았나요?
<퀵> 카메오 출연 후 시나리오가 엄청 많이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시나리오들이 팜므파탈 아니면 바람난 남편 꼬시는 여자, 대부분이 그런 거였어요. 내가 이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봐도 좋거나 의욕이 딱 생기진 않더라고요. 당시는 섹시미가 더 강했으니까요. 그렇게 한동안 시나리오가 끊기더니 올해 시나리오가 들어왔어요. 뭔가 다른 활동을 하고 싶은 시기여서 시나리오를 읽어봤는데 전에 들어왔던 것과는 달랐고, 어려웠지만 재밌을 것 같은 거예요. 여러 인물을 어디까지 내가 연기해야하는지 모르니 자신이 없기는 했어요. 인물들의 포인트만 하나씩 잡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자, 가볍게 생각해보자, 쉽게 생각하니 재밌기도 했고요. 제가 언제 이 많은 사람들을 한 작품에서 연기해볼 수 있겠어요(웃음). 기회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출연을 하게 됐죠.

작품을 선택하고 여자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설정을 잡으려고 했나요?
힘들었어요. 여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냥 이수정인지, 바에 들어왔을 때 누구에게 홀려있던 건지, 답이 없는 거예요. 혼란스러웠어요. 바에서의 첫 장면도 너무 힘들었고요. 그냥 이건 껍데기라고 생각했어요. 언론시사에서 감독님이 여자를 요정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어, 요정? 그냥 여전사라고 해주지(웃음), 그랬어요.

여자는 시체 연기가 대부분이잖아요. 어렵지 않았어요?
숨을 안 쉬어야 하잖아요. 자세히 보면 숨 쉬기도 하지만(웃음), 숨 쉬지 않는 게 힘들었어요. 그 상태에서 쓰러지는 장면도 있고 업혀가는 장면도 있다 보니 상대배우하고 호흡을 자연스럽게 맞추게 되더라고요. 벙어리 연기, 장님 연기가 힘들다고 하잖아요. 저는 눈 감고, 말 못하고 숨 못 쉬고(웃음). 정말 힘들었어요.

제칠과 현구가 여자의 몸에 들어왔을 때는 어떤 부분을 포인트로 잡고 연기했나요?
현구는 액션이 크잖아요. 그건 저랑 비슷해서(웃음). 액션이나 말투를 좀 껄렁껄렁하게 했죠. 제칠은 소심하고 답답한 인물이라 엇박자로, 원래 가지고 있지만(웃음) 좀 더 신경 써서 했어요. 대본 리딩 전에 오빠들 행동이나 말투를 계속 관찰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오빠들이라면 어떻게 할 건지 물어도 보고요. 서로 한 번씩은 몸을 왔다 갔다 하니까 역할을 바꿔서 대본 리딩도 해보고 그렇게 준비했어요.

코미디영화다보니 과도한 표정이나 상황, 대사가 많아요. 그럼에도 신인치고는 오글거리거나 어색한 부분이 많진 않게 표현했어요. 기회를 많이 얻고 경험을 쌓아간다면 배우로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끝까지 밀어붙이는 강단도 있을 것 같고, 일을 맡으면 쉽게 포기하거나 대충하려는 스타일도 아닐 것 같거든요.
시구를 보면 제 성격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잠깐이지만 욕심이 생기잖아요. 마운드에 선 선수들의 기분은 어떨까. 저는 그 사람의 기분이 어떨까를 중요시하거든요. 그러다보니 그 느낌을 받아보고 싶었던 거죠. 그런 경험이 후에 투수의 마음을 연기로 표현하거나, 투수를 인터뷰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 경험이 많아야 좋다는 걸 일찍 깨닫게 되면, 무슨 일을 해도 허투루 안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으로 하면 잘 되고 운도 따라주는 것 같고요.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외로운 것도 솔직히 있어요.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보면, 너무 많은 것들을 알아버리면 먼저 상처 안 받으려고 닫아버릴 때가 있어요. 그래서 외로운 것도 없지 않아요.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인가요?
악플에 대한 상처는 거의 없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기사를 봐도 리플 다는 곳까지 안내려가는 게 습관이 됐어요. 기사만 읽는 거죠. 물론 악플 때문에 상처받는 것도 분명 있겠지만 같이 욱하고 말아요. 오히려 일을 하다보면 사람들 간에 상처를 심심치 않게 받더라고요. 그건 아직 어리다보니, 나중에 내성이 생기겠죠? (웃음)

극복하는 노하우도 생길 테죠.
그러겠죠. 나이가 들고 똑같은 일이 계속 생기다보면 무뎌지는 것도 있겠죠. 무뎌지는 것도 솔직히 마음 아파요. 이 일을 하다보면 만나고 헤어지는 게 다반사인데, 이야기 나누고 할 때는 한 없이 좋았다가 일 끝나면 남인 것처럼 돌아서는 직업이잖아요. 거기에 너무 내성이 생겨버리면 사람에 대한 마음까지 같이 없어질까 봐 무섭기도 해요. 정 없이 일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화려한 이미지로 이슈가 되고 활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거라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건전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즐기면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고요. 그것이 이수정의 매력이 아닐까, 그래서 전보다 지금이 더 예뻐 보이고 예뻐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여자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메이크업도 받고, 헤어도 바꾸고, 의상도 입어보고, 활동하면서 카메라 마사지도 받고, 예쁜 표정도 짓고 하다보면 예뻐지죠. 미용에 전혀 관심 없던 아이가 뭐에 홀려서 관리 안 된 상태로 그냥 나왔잖아요(웃음). 당시는 젖살도 있고 그러다보니 성형과는 별개로 시기별로 하는 일 때문에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미스체인지>를 작업하며 가장 크게 얻은 건 뭔가요?
경험이죠. 짧은 시간에 아주 큰 경험을 한 거죠. 좋은 사람들도 얻었고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요?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저와 맞으면 당장이라도 촬영현장에 뛰어들고 싶어요. 지금까지 하고 있는 방송 활동이나 광고는 계속 할 거고, 영화로 인해 활동 영역이 넓어졌기 때문에 다양한 이미지나 다양한 활동으로 많이 인사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연기도 경험했고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다른 분야가 있나요?
막연하게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노래는 잘 못하지만(웃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활동적으로 하는 것을 제가 좋아한다는 걸 느꼈어요. 뮤지컬을 자주 보러 가는데, 나도 한 번 저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어요. 뮤지컬, 연극 말고는 다 해본 것 같아요. 가수도 해봤겠다(웃음).

앨범은 하고 싶어서 낸 건가요? 영혼 없이 하던 시기에 냈던 건가요? (웃음)
앨범은 내보고는 싶었어요.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낼 거예요(웃음). 전에는 응원가 형식이었는데, 완전 섹시 콘셉트로 잘되든 못되든 한 번 내보고 싶어요. 섹시한 모습을 남겨놓고 싶어요(웃음).

2013년 10월 6일 일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