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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안에서 벗어난 자유로움 <아티스트 봉만대> 성은
2013년 10월 2일 수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지금까지 활동한 일련의 과정을 듣고 싶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기를 하기 위해 무작정 상경했다면서요?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고, 어린 나이였기에 계획 있게 시작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졸업하자마자 무작정 열정 하나로 올라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에 프로필을 넣었던 에이전시 중 한군데서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에로영화에 출연하게 된 거네요.
사실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비디오, 스크린 이런 것의 개념은 크게 없었어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연기하고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에 그런 제의가 들어왔는데 그게 뭔지도 솔직히 몰랐어요. 워낙 보수적인 동네에서 살았어요. 야한 것, 성에 대해서 입 밖으로 내본 적이 없어서 에로영화 시장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찍으면서도 물어봤어요. ‘뭐가 다른 거예요?’ ‘영화는 35mm고 이건 16mm야.’ ‘그게 뭐가 달라요?’ ‘그건 극장에 걸리고 이건 비디오로 출시돼.’ ‘근데 뭐가 달라요?’ 계속 물어본 기억이 나요. 한 달 정도 촬영하고 서너 작품이 나왔고 아무래도 열악한 환경이다보니 편집을 통해 여덟 작품으로 불어난 거죠.

한 달 촬영한 영화들로 그 분야에서 배우로서 정점을 찍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니 기존 배우들과 사뭇 다른 캐릭터였어요. 당시 쭉쭉 빵빵 육감적인 분들이 주를 이뤘다면, 저는 작고 통통하고 하얗고(웃음). 좋게 표현하면 베이글(웃음). 보기 드문 캐릭터였죠. 신선한 바람이었나 봐요. 그래서 웬만한 신문 1면에는 제 기사가 났고요. 평론가들도 찾아오고, 비디오 시장의 제 2의 전성기를 일으켰다며 굉장한 무게를 제 어깨에 짊어지기 시작했죠. 근데 싫진 않았어요. 팬층도 워낙 두터웠고요. 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상한 분들만 있는 건 아니에요(웃음). 팬미팅도 했는데 서울대 법대생도 있었어요(웃음). 그때는 재밌었어요. 신났어요.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었지만 그 이후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어느 순간 가족들이 알게 되고 일이 커지면서 나만의 꿈과 일에 가족이 피해를 볼 수 있구나, 라는 걸 느끼며 부딪히는 시기가 왔어요. 고향에 소문이 나고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어요. 워낙 보수적인 동네다보니 니 딸 시집 다 갔다, 화냥년이다, 인식 자체가 나쁜 딸이 돼버렸어요. 부모님이 모임도 못 나가시고 그걸 지켜보는 딸로서 마음이 아팠죠. 가진 것 없지만 한 점 부끄럼 없이 자기 할 도리 평범하게 하며 살던 부모님에게 내 욕심 때문에 내가 굉장히 큰 상처를 드렸구나. 그때가 20살이었거든요. 어린 나이에 세상 편하게만 살다가 가족에 대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죄책감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걸 처음 경험을 한 거죠. 이게 다 내 욕심이구나.
배우의 꿈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가요?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부모님이 물어봤을 때, 그래도 당돌하게 제 꿈과 포부를 이야기했어요. 이것도 한 장르의 영화고 그 사람들도 꿈을 갖고 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배우가 되고자 하는 행보의 하나일 뿐, 에로 전문배우가 아니라고, 앞으로 보여주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래서 연극영화과에 입학을 했어요. 단편도 찍고, 시나리오도 쓰고, 선배들이 하는 웬만한 단편에 다 출연했고요. 그 와중에도 순간순간 저에게 데미지를 주는 것들이 있었어요. 유리라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고요. 그 순간에는 연극영화과 학생이고 싶은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힘들었어요. 사람들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알았거든요. 그 순간에는 다 잊고 싶은 과거가 돼버린 거예요. 창피하다, 일을 한 게 잘못이다, 죄인이다, 그런 측면이 아니라 선입견과 편견의 시선이 어린 나이에 숨고 싶게 만드는 과거가 돼버린 거예요.

그러다 배우가 아닌 가수로 데뷔를 하게 됐어요.
음반 오디션을 계속 보러 다녔어요. 연습생 생활을 2년간 하고 데뷔를 했는데, 처음에는 잘되고 있었거든요. 어느 순간 옛날이야기들이 수면으로 조금씩 올라오더니 방송 정지도 먹었어요. 방송 활동도 하고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했지만 지워지지 않는 그런 수식어들이 저에게 있어요. 어느 순간 내 꿈이 무수한 시선들을 느끼면서 내 트라우마가 되버린 거죠. 바꾸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안 되니까, 내 맘 같지 않으니까 다 때려치우고 싶었어요. 근데 내가 여기서 그만두면 부모님은 에로배우 딸을 둔 부모가 되는 거잖아요. 가수 딸을 둔 부모, 그 타이틀을 바꿔주고 싶었어요. 자식 된 입장에서는 죄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무수한 시선들은 결국 선입견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겠죠.
사람들이 저를 보는 선입견 중 하나는 실제로도 저럴 거야, 라며 쉽게 보는 거예요. 답답하죠. 그렇지만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불쌍한 존재는 되고 싶지 않거든요. 내 꿈을 팔고 싶지는 않았어요. 아침방송 나가서 울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솔직히 이미지 바꾸기는 쉽겠죠. 하지만 동정 받고 싶지 않았고, 연기로 노래로 노력으로 인정받고 싶었고, 그러면 바뀌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와 자존심 속에 쭉 일을 해왔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가수로 데뷔하고 10년 가까이 됐지만 지금까지도 무명이었던 거죠. 잘 되지 않았으니까 타이틀은 바뀌지 않았고, 사람들은 아직도 그 얘기만 하는 거예요. 전에는 그렇게 방송을 많이 했는데도 왜 그럴까,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해, 미워 죽겠어, 이랬거든요. 유리 이후 난 무명이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하고 원망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말한 것처럼 꿈을 팔거나 동정을 호소하는 것 없이 정말 정면 돌파를 해왔던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는 발버둥을 친 거죠(웃음). <아티스트 봉만대>를 통해서 트라우마를 벗는 계기가 됐는데, 그런 선입견과 편견에 대해 정면 돌파했던 것 일수도 있죠. 시사회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어떤 감독님은 성은의 독백이 끝나고 영화 속 영화 안에서 노출이 있는 장면은 마치 록키가 실패를 맞보고 나이가 들어 다시 링 위에 올라 최후에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 같은(웃음), 자기와의 싸움에 비유하더라고요. 해몽이 더 좋은데요(웃음), 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사실 그런 면도 있죠. 옷만 벗어던진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던 부담감, 안 좋은 생각, 트라우마를 동시에 벗어던진 것 같은 작품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동안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걸 보면서 와 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자신의 힘으로 과거를 짊어지고 극복하려는 모습이 보였고, 그것들을 상쇄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응원도 하게 됐고요. 하지만 선입견과 편견이 확실히 쉽게 벗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생각 안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랬지, 라는 생각이 한 번씩 들 때면 다른 것들도 연관이 되거든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인데 말이죠.
저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들이 선입견과 편견 속에서 매순간 보고 느끼잖아요. (이)파니나 (곽)현화는 좋은 반응도 있지만 나쁜 반응도, 그 선입견마저 인정하고 쿨하거든요. 저는 사실 그렇게 쿨하진 못해요. 영화 속에서 독백을 할 때만 해도 막연한 불특정 대상들에게 원망과 섭섭함, ‘다른 것 좀 봐주면 안 되니? 내가 이렇게 발버둥 치는데 한번은 다르게 생각해줄 수 있잖아?’ 나름의 외침이었지만, 내 스스로를 깨버리는 작업이었잖아요. 다시 스크린을 통해서 내 모습을 봤을 때 나도 진짜 편견과 선입견이 심한 애였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 쿨하지 못하게 스스로 트라우마를 갖게 하고 틀 안에 가뒀구나, 많이 느낀 것 같아요.

곽현화, 이파니와 비교하기에는 상황이 많이 다르죠. 그때는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사회였고 그들보다 더 오랜 기간을 선입견과 편견에 갇혀왔으니까요.
지금 보면 케이블의 섹시한 드라마 수준이에요. 비디오, 16mm, 에로물이라는 3박자가 들어가면 왜 뭔가 다른 묘한 것들을 기대하고 상상하며 보는지, 그게 참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물론 저도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왜 35mm로 찍어 스크린에 걸리면 예술이고 16mm로 찍어 비디오로 출시되면 외설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으니까요(웃음).

음지에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굳이 왜 그걸 음지에 넣고 싶어 하는지. 은밀하게 훔쳐보고(웃음).

은밀한 욕망인데, 이를 자꾸 음지에서 꺼내려하니 불안한 거죠(웃음).
그 해답은 사실 모르겠어요. 생각해보면 모르는 상태면 나도 그랬을 거다, 라는 생각은 들죠.

의미부여를 하고 싶은 거겠죠. 내가 모르는 무언가 다른 은밀한 배경이 있을 것 같고요(웃음).
그런 거 속닥대는 거 정말 좋아하잖아요(웃음). 쟤네 분명 실제로 했을 거야, 쟤는 왠지 조금만 꼬시면 영화 속에서처럼 가능할 거야(웃음), 이런 상상이 진실이 돼 버리고 이런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린 나이에 연애를 안했어요. 소개시켜준다고 해도 아예 남자를 안 만났어요. 그 사람이 순수하게 나를 소개시켜달라고 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나를 영화 속 유리로 생각할까봐 겁이 나는 거예요. 못 만나겠더라고요. 20대 중반까지 남자를 안 만나고 피했어요. 나이도 20대 후반이 되고 방송을 하면서 나를 많이 내려놓으려고 노력하다보니까 연애도 하게 됐죠. 그 전까지는 그러지 못했어요.
당시 연애를 했다면 더 상처받는 일이 많이 생겼을 수도 있겠죠.
그때는 만나는 남자도 어렸을 거 아니에요. 그만큼 받아줄 수 있는 것이 없었을 테죠. 20대 후반에는 억울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한 달 때문에 내 인생의 방향이 틀어진 거잖아요. 당돌하고 고민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20살에 갑자기 진지하고 철이 들어버린 거예요. 한창 그 나이에 맞게 연애하고 놀아야하는 시기에 너무 철이 들어서 진지하고 우울하게 20대 초중반을 보낸 거예요. 20대 후반이 되니 그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더 놓치면, 지금 나이에 맞는 일을 하지 않으면 더 후회되겠구나, 왜 그런 경험을 내가 못해보나, 억울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추억이고 경험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두려워서 그걸 막았을까, 너무 소심했다, 이제라도 막 연애해볼 테다(웃음). 단순히 나를 이해해주고 이런 게 아니라, 이 직업의 특성을 존중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연애해야겠다, 그런 사람이 굳이 없다면 힘들게 연애하지 말고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고 끼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왜 배우가 아닌 가수로 데뷔했나요?
노래도 연기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노래를 못하지는 않는다 생각해서 오디션을 봤어요. 물론 전적 때문에 조금 점수를 얻은 건 있어요. 그래도 당장 가수가 될 수 없는 실력이라 연습생 생활을 2년 간 했죠. 연습생 생활을 거치고 가수를 시작했는데 거부감은 없었어요. 늘 꿈꾸듯이 상상하듯이 가수도 참 해보고 싶다, 이런 것들. 가수가 더 빨리 된 것뿐이에요.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도 <네발가락>이라는 영화에 출연했고, 아침드라마 ‘외로운 공주’에도 출연하고 조금씩 활동은 했어요.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오래 걸린 거죠(웃음).

다방면에서의 활동에 대해 생각이 열려있었나 보네요.
이쪽일은 다 똑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도, 가수도, 모델도 다 감정 호소하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이 좋은 거예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그런 마음들. 꼭 그걸 배우다 가수다 너무 구분 지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고 재밌으니까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항상 열려있었어요.

활동하는데 있어 힘들고 제약받는 것들이 많을 것 같아서, 한 분야로 정면 돌파하기에는 쉽지 않았고 그래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던 거죠.
그렇게 계획을 세울 정도는 아니었어요. 어쨌든 어렸으니까 많은 것을 해보면 더 맞는 것을 찾을 수도 있고, 그런 생각이었죠. 그런데 다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물론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만 재미있을 때가 더 많았어요. 나를 많이 알리는 것, 그렇게 따지면 좋은 작품 가리고 따져서 연기만 하는 게 나아요. 가수는 어쨌든 콘텐츠다보니 그럴 바에는 한 신이 나오더라도 작품을 골라서 이미지 좋게 배우로 나가는 게 훨씬 낫죠. 어떤 분야든 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웃음도 주고 감동도 주고 같이 호흡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서 안 가리게 된 거예요.
<아티스트 봉만대>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요?
처음에는 패딩녀 역할로 캐스팅됐고요, 임팩트 있고 재미있겠다 생각이 드는 역할이었어요. 고민 많이 했어요. 아이러니하게 두 가지 감정이 들었어요. 극중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날 에로 배우로 보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하나는 어차피 언젠가는 정면으로 부딪혀야하는 일 아닌가. 배역이 좋고 감독에 대한 믿음이 들면 노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들이 걸려서 결국 못하고 있었던 거잖아요. 캐릭터가 매력 있었고 봉만대 감독님이니까 그걸로 위안과 믿음을 갖고 시작하게 됐죠.

성은의 실제 모습이 반영된, 에로 배우 출신 꼬리표를 떼고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역할로 나오잖아요. 그런 심정을 토로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출을 했어요.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 주변의 반응 등이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었을 것 같아요.
고민을 했죠. 결국 언젠가는 부딪혀야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언제 노출을 하느냐가 아니라,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은 하면서 정작 나는 틀에 가두고 노출은 안 된다고 고집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앞으로는 자유로운 배우가 되기 위해서 결정했어요. 다른 것들은 다 좋은데 노출 하나 때문에 못했던 역할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그렇다고 ‘앞으로 막 벗을 테니 막 써주세요(웃음)’는 아닌데요(웃음), 노출 자체가 콘텐츠로 눈요깃거리가 되는 건 거부하지만 극중 배역에서 꼭 필요한 장면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 사실 그 중압감을 내려놓기 위한 거죠.

영화를 보고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주변에서도 공감을 많이 해주셨어요. 친한 연예인 분들은 많지만 진지하게 왜 에로영화를 찍었냐고 묻는 사람들은 없었거든요. 다들 궁금해도 말을 못하는 거죠. 그리고 저를 겪어보니 굉장히 보수적이고 사람도 그렇고 이것저것 많이 가리는 아이니까, 지금 실제 성은을 봤을 때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데 얼마나 물어보고 싶었겠어요(웃음). 지인들도 초대했는데 요즘 저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어요. 자꾸 짠하게 보는 거예요(웃음). 불쌍하게 보는 게 아니라, 그동안 혼자 짊어지고 표현한번 안하고 밝게 웃으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애잔하게 보는 거예요. 벗은 것도 슬프더라며(웃음). 여자가 봐도 감동적으로 와 닿고 느낌이 있는 게 있대요. 그런 말들이 굉장히 기분 좋았고 고마웠어요.

기자간담회에 말했던 것처럼 그동안 그 흔한 스타화보 한번 안 찍고 버텨왔잖아요.
중요한 건 그거예요. 내 나름대로 내 고집대로 살았는데 그래도 몰라주는 건 몰라주는 거더라고요(웃음). 맨날 파니가 스타화보 찍으라고 꼬시거든요. 파니는 데뷔 첫 작품을 저랑 했어요. 서로 고민 털어놓고 했을 때 파니는 그 이후로 저에게 계속 바보같이 산다고 했어요. 일을 안 하고 힘들었을 때는 솔깃할 때도 있었어요(웃음). 돈도 그렇지만 반항 같은 것? 내가 그렇게 힘들 때도 안 찍고 참았는데 어차피 안 알아주는데 나 혼자 고고한 척 하면 뭐해, 그런 마음. 그래서 찍을까하다가, 아니다(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이야기하거나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영화 현장이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것. 고충도 있고, 울고 웃고 하는 일들이 많다는 것. 또 하나는 선입견과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그 안에서도 많아요. 나 이렇게 살았어요, 그것보다는 배우들의 노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주셨으면 해요. 배우들에게 노출은 참 민감한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화제가 되는 거고요. 노출을 이슈로만 단면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노출에도 의미가 있고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너무 깊게 이해하지는 않아도 돼요. 배우들이 아무 생각 없이 내 몸이니까 어때, 하면서 벗는 건 아니라는 걸, 왜 노출을 하게 되는가를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개인적으로 자유로워지고 놓을 수 있게 된 것 외에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얻은 게 있다면요?
감독님이랑 이야기했지만 연기에 많이 힘을 뺀 것 같아요. 전에는 인정받고 싶고 그러다보니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던 거예요. 잘하고 싶었고 잘 해야 된다는 강박이 심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너무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실수를 하게 됐고요. 힘을 빼고 하다보면 많은 풍경이 보이더라고요. 자연스러움, 우리 영화는 그 자연스러움의 최절정이잖아요(웃음). 처음에는 연기 톤을 없애는 게 힘들었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자연스러워지는 배우가 된 것 같아요.

자연스러웠어요(웃음).
진짜니까(웃음). 그게 정답이에요. 진짜이고 연기였어요. 보는 그대로에요(웃음).

앞으로 활동 계획은요?
이제 저는 굳이 이미지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생각하지 않고 배우로서 잘할 수 있는 거라면 열심히 하려고요. 오랜만에 방송도 몇 개 복귀했거든요. 연기를 많이 하고 싶은데 들어오는 작품들이 좀 있어서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르고 있어요. 그래서 잘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 같아요. 천천히 생각하려고요(웃음).

2013년 10월 2일 수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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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42
간만 활동모습 보니 너무 좋군요 영화외에 드라마에서도 모습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2013-10-04 09:00
shoneylee
성은씨 연기 정말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은씨가 아티스트 봉만대의 히로인이였더라면 좋았을텐데, 성은씨의 개인적 고뇌를 이야기의 한 축으로 잡았더라면 더 깊있는 작품이 됐을텐데, 너무 적은 비중의 조연이라 정말 아쉬웠습니다. 초반에 눈요기거리 식으로 잠깐 나오는 신도 그렇고요... 전 성은씨의 애로시절 작품은 한편도 보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출연하신 작품은 몇편 보았는데, 애로배우라는 전력때문에 연기력이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 정말 아쉽습니다. 다음번 작품에서는 정말 멋진 연기 실컷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3-10-0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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