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이다. 내 생애 첫 주연작 <실연 33일>과 신작 <이별계약>을 동시에 한국관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면서 한편으로 긴장도 된다. 처음 내 작품으로 영화제에 참석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기 때문이다.
<이별계약>은 한국합작영화다보니 현장이 중국의 방식과 달라 힘든 점은 없었나?
사실 전 세계 영화 스탭들은 비슷할 것 같다. 영화 제작 시스템과 습관이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한중합작영화를 찍으면서 한국 문화, 한국 스탭들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오기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오기환 감독과의 호흡은 굉장히 좋았다. 오기환 감독은 편안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신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이 매우 좋았다. 슬픈 장면이 있으면 같이 울고, 기쁜 장면이 있으면 같이 웃어주었기에 배우들이 연기하는데 많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별계약>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차오차오라는 인물의 인생이 나와 완전히 달라서 그 인생을 느껴보고 체험해보고 싶었다. 또 다른 국가의 감독과 호흡을 맞추면 어떨지도 궁금했다. 오기환 감독의 디테일함도 좋았고 나의 새로운 연기력을 발굴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선택했다.
차오차오의 인생과 다르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건가?
나는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다(웃음).
영화 속 계약으로 상징되는 사랑, 그 지고지순한 사랑을 본인의 사랑관과 비교한다면?
영화 속 내용과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관을 동등하게 비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차오차오는 선천적 조건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사랑에 대해 끝까지 지켜내려고 하는 건 나와 비슷한 점인 것 같다.
차오차오를 연기하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감정 연기에 임했나?
어떤 역할에 몰입하는데 있어 어디에 중점을 뒀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드라마와 다르게 영화는 길어야 2시간, 짧으면 1시간 조금 넘기 때문에 전체적인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몰입을 하지, 감정을 나누고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고 하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지기 위해 연기를 했다고 보면 된다. 대본을 보고 작품과 캐릭터를 결정할 때 우선적으로 캐릭터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를 우선시한다. 날 감동시켜야 내가 연기를 할 수 있고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오차오의 희로애락이 모두 중요한 부분이다.
그럼 다시 ‘힐링 배우’라는 이름으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영화의 감정 전달을 굉장히 좋아한다. 내 영화를 보고 헤어졌던 슬픔이 치유가 되고 힐링이 되면 배우로서 굉장히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 배우가 캐릭터를 선택하는 건 어찌 보면 연애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나랑 잘 맞으면 사귀고 싶고 헤어지기 싫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이런 역할들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다른 인물의 시나리오가 온다면 선택할 것이고, 기존과 비슷한 역할이 들어와도 내 마음을 움직이면 또 선택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본인이 힐링을 받았던 작품이 있나?
줄리엣 비노쉬의 <퐁네프의 연인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 최근 영화는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많이 본다. 남편을 만났을 때 적극 추천했던 영화다(웃음). 요즘 현실에서는 이상적인 사랑일수도 있지만, 나는 감동을 받았고 그 사랑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을 믿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차오차오는 아픔이 있지만 쉽게 드러내지 않는, 강인하려는 인물이다. 본인의 실제 성격과 비교해본다면?
비슷한 점도 없지 않아 있다. 다른 사람을 번거롭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내가 소화할 것은 웬만하면 소화하려고하는 성격이다. 비교적 낙관적이라 스스로 나를 잘 달래는 성격이기도하다. 차오차오처럼 그렇게 강인할 것 같지는 않다. 나였다면 어땠을까 역지사지로 생각하면서 촬영을 했다.
차오차오가 아픈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별을 통보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그 설정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중국에서도 개봉 후 의견이 분분했다. 불치병에 걸렸는데 끝까지 같이 살아야했다, 아니다, 차오차오의 선택이 옳았다 등 설왕설래가 많았다. 만약 두 사람이 결혼한 상태였다면 헤어지지 않는 또 다른 스토리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차오차오를 연기하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야했고 동화됐어야 했다. 자신의 약한 모습,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차오차오도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영화, 드라마를 평소에도 많이 보나? 좋아하는 감독, 배우가 있다면?
한국은 제작자가 누구인지도 중요한 것 같아서 중국에 소개될 때 감독보다 제작자가 더 조명 받는 경우가 있다. <엽기적인 그녀>를 제작한 신씨네의 신철 대표와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한국배우는 끝도 없이 말할 수 있다. 원빈, 소지섭, 배용준, 현빈 다 중국에서 유명하다. 그리고 차태현도 코믹물로 굉장히 유명하다. 만나면 얼굴을 꼬집어보고 싶을 정도로 개구지게 생겼다(웃음). 드라마도 많이 봤다. 옛날 드라마도 많이 봤다. 장동건이 출연한 ‘모델’, 중국에서 빅히트를 친 ‘가을동화’, 그밖에도 ‘노란손수건’ ‘소문난 칠공주’ ‘인어아가씨’ ‘옥탑방 왕세자’ 그리고 최근에 ‘그 겨울, 바람이 분다’도 봤다.
일은 안하고 드라마만 보는 건 아닌가(웃음).
(웃음) 그런가?
개인적으로 어떤 이미지로 남겨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소화한 캐릭터가 어떻게 전달될지가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피투주적나오년> 촬영을 마쳤고, 펑샤오강 감독의 신작에도 출연한다고 들었다.
<피투주적나오년>은 5년이라는 기간 때문에 <이별계약>과 비슷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하기 쉽지만, 결혼 관계를 그린 영화다. 펑샤오강 감독의 영화는 전형적인 펑샤오강 스타일의 영화다. 코믹물인데 웃으면서 울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결혼도 하고 30대로 접어든 배우로서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미래를 위해 진취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아니다(웃음). 그렇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다.
손가락의 타투를 한 계기는 무엇인가?
타투는 내 결혼반지다.
남편 진우범이 <이별계약>이 1억 위안 돌파 시 발가벗고 수영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기사를 봤다. <이별계약>의 수익이 1억 위안을 훌쩍 넘었는데 공약을 지켰나?
2억이다. 조금 차이가 있다(웃음).
혹시 나중에 바꾼 건 아닌가? (웃음)
아니다. 웨이버에 쓴 게 있어서 2억이 맞다.
2억 위안을 넘지 않아서 기쁜 눈치다(웃음).
왜 계속 불만인가? (웃음)
2013년 6월 24일 월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2013년 6월 24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