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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인터뷰] 개운하게 등목하고 만난 ‘디 워’ 심형래 감독!
2005년 8월 3일 수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좀 오바스럽게 느껴지겠지만 다 설정된 포즈이니 이해들 하시라!
좀 오바스럽게 느껴지겠지만 다 설정된 포즈이니 이해들 하시라!
▶ 인터뷰 동영상

악랄한 혹은 호들갑스런 이빨을 자랑하는 본 필자, 간만에 인터뷰이의 가공할 만한 입담에 눌려 뭐, 완전 찌그러진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수세에 몰린 채 인터뷰를 진행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다시금 <디 워>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심형래 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당대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용가리>의 수장답게 가히 용가리 통뼈적 말솜씨로 무장한 심형래 감독! 과하다 싶을 만큼 거침없이 쏟아내고 드러내는 그의 말과 자신감은 흡사 질풍노도 사춘기 소년의 불안한 열정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매사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갖고 움직이고, 가식적인 행동과 말을 하느니 차라리 욕먹어도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는 강고하기 짝이 없는 그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원대한 포부와 짱돌 같은 단단한 의지로 꽉 찬 소년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심형래 감독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늘 그 호오(好惡)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그럼에도 크게 개의치 않고 심형래 감독은 초지일관 자신만의 독자적 노선을 보무도 당당히 걸어간다. 그리고 목하, <디 워>라는 거대 프로젝트 마무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중이다. 해서, 궁금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또 <디 워>는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끝내, 영구아트무비의 홍보팀장을 조르고 졸라 그와 접선하는데 성공! 시원하게 등목한 후 개운한 몸가짐으로 심형래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지면을 빌려 그와의 인터뷰 전문을 낱낱이 공개한다. 아! 그리고 <디 워>에 대해서는 그의 말마따나 웬만하면 우리 모두 뚜껑을 연 후에 냉정한 평가를 하기로 하자. 알다시피 심형래 감독,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도 있지만 ‘본의 아니게’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여기저기서 푸대접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니까!

서대원 기자(이하 ‘서’): 정말 반갑다. 어릴 적 영구 크리스마스 캐롤송에 미쳐보기도 하고 바보 흉내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막 그러면서 유년시절을 보냈었는데.
심형래 감독(이하 ‘심’): 아 그런가! 나도 반갑다.

서: 일단, 인터뷰 준비 좀 하겠다. (우왕좌왕하며 영상카메라 세팅하는 등 스틸 사진 준비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던 차!)
심: 아~~좀 일단 앉아! 뭐 그리 급하다고...

서: 아, 알았다.
심: 이리 좀 가까이 땡겨 앉아!, 아직 완성본은 아니지만 우리 <디 워> 프리뷰 영상 보여주려고 하니까.

...........화들짝스런 <디 워> 영상이 5분 여 동안 지속적으로 화면을 통해 흐르는 사이 우리의 심형래 감독은 평소 우리나라 말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영어에 당최 관심을 두지 않아 왔던 무비스트 출장 전문요원을 세심하게 배려, 번역이 안 된 미국 애들의 말 주고받음과 그 상황을 친절하게도 설명해줬더랬다.

◆ 기자가 보고 느낀 대로 재미없으면 재미없다. 안 나왔으면 안 나왔다. 하면 된다.

바로 이런 표정이 나오지 않나? 심형래 감독의 평상시 모습!
바로 이런 표정이 나오지 않나? 심형래 감독의 평상시 모습!
심: 어떤가?
서: 음.......화면때깔이 분명 <용가리>에 비해 진일보했다.
심: 더 기대해도 된다. 아직 미완성본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하나로 몇 십억 불을 벌어들이지 않았나! 거기다 부가판권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할 거다. 근데, 이런 얘기하면...

서: “또 시작이네! 시작!” 막 이러면서 뭐라 하고..
심: 맞다! 바로 그런 반응이 나온다. 미친 소리 아니냐며 어떻게 우리가 그런 돈을 벌 수 있냐는 거다. 제발이지 우리 젊은 친구들이 ‘하면 된다’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으면 한다.

서: 근데, 그게 또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나?
심: 나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건가? 난 그렇다. 혼자 잘 살려고 했으면 벌써 남부럽지 않게 먹고 살았을 거다. 연애인 소득랭킹도 4년간 1위를 했고. 정말 우리 딸냄이 태어나서 손잡고 수영장 한번 가본 적이 없다. 어느 날 집에 갔더니 웬 처녀애가 앉아 있더라. 그게 알고 보니 우리 딸인 거다. 그 정도로 나나 120명의 우리 직원들은 모든 총력을 기울여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우리 젊은 친구들 정말 대단한 인재들이다.

서: 인터뷰 전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직원들의 재능이 남다를 거 같다는 생각은 했다.
심: 그 친구들의 뛰어난 기술과 재능, 스필버그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미국을 따라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들 능력을 키워 여기에 이르른 거다. 무슨 말이지 대략 알겠나?

서: 당연 안다. 근데, 인터뷰 초반부터 너무 세게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좀 천천히.(웃음)
심: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용가리가 망했다느니 용가리는 사기다느니 모든 걸 용가리를 잣대로 해서 보니까 그러는 거다.

서: 아예 없는 말은 아니잖나?
심: 물론, 그렇다. 하지만 미국처럼 소니, 콜럼비아, 워너, 유니버셜, 폭스, 파라마운트와 같은 세계적 메이저가 깔린 그 나라도 이런 SF 영화를 쉽게 기획.제작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걔네와는 여러 모로 상황이 열악한 우리나라에서 계속 이 분야만 파고 있는데 개봉도 안 한 <디 워>를 우뢰매나 용가리랑 끊임없이 비교하니 안타까운 거다. 알다시피 이제는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로 일군 우리만의 콘텐츠가 없으면 살 수 없다. 미키마우스가 아니라 <디 워>의 캐릭터를 미국도 쓰고 일본도 쓰고 했으면 하는 게 정말 나의 바람이다. 그럼 영화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힘든 중소기업도 살릴 수 있다.

서: 캐릭터 상품 이야기가 나오니 생각난다. ‘용가리 치킨’
심: 그러니까....용가리 치킨, 노래방, 피씨방 등 정말 부가가치 창출하려고 엄청 노력했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중소기업 살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판국이다. 제조업도 인건비 싸고 땅값 싼 중국에 넘어가고 있고 그럼 우리 기업들은 과연 뭘 먹고 살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난 영화를 통해 그 쪽 산업에도 도움을 주고 싶은 거다.

서: 방금 예쁜 언니가 갖다 준 얼음 커피 잔도 지금 보니 <디 워> 캐릭터 상품이다.
심: 포켓몬스터가 딱지 하나 가지고 연간 10조원을 벌고 있고, 애기 먹일 우유 값도 없었던 해리 포터 작가 J.K 롤링은 엄청난 부자가 됐다. 이만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건 걔들이 인프라나 테크놀로지 그리고 맨 파워가 있으니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면 그럴듯한 아웃풋으로 연결된다는 거다. 근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컴퓨터는 아마 세계에서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게다.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누가 영화 못 만들겠나! 이제는 냉정해져야 한다.

뭐 심각할 땐 심각도 하시고..
뭐 심각할 땐 심각도 하시고..
서: 그래서 나중에 <디 워> 개봉한 후 냉정한 평가를 할 생각이다.
심: 당연하다. 옛날엔 친한 기자들이 재미없는데도 재미있다고 써주고 그랬는데 이제는 아니다. 그런 시대는 지났다. 기자가 보고 느낀 대로 재미없으면 재미없다. 안 나왔으면 안 나왔다. 하면 된다.

서: 그나저나 감독으로 불러야할지 대표로 칭해야할지 조금 헷갈린다. 어느 게 편하신가? 코미디언 심형래는 아닐 테고.
심: 감독이지 당연히. 하하하

서: 예전부터 들었던 말인데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에 앞서 정말이지 방송사 견학 온 것마냥 김민구 조감독과 이훈 팀장의 가이드 아래 영구아트무비를 구석구석 돌아본 후 이 자리에 오게 됐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이런 과정을 거치는 남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심: 내가 만든 시스템이다.

서: 그러니까 영구아트무비를 보다 빨리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심: 우리만의 노하우를 보여주려고 하는 차원이다. 아까 서기자가 둘러본 그 과정을 거친 후 <디 워>와 같은 SF 영화가 나온다는 것을 직접 피부에 와 닿게 해주는 거다.

서: 여기저기 번잡하게 거치지 않고 인하우스 개념으로, 원스톱으로 영화가 나온다는 말씀?
심: 그렇다.

서: 분명 새로운 체험이었고, 여러 모로 도움이 된 게 사실이다. 고가의 장비도 장비지만 본 필자처럼 없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에 다름 아닌 대형 컴퓨터 모니터가 무엇보다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아까부터 얼굴 기색이 별로 안 좋으시다. 몸이 안 좋은 건가?
심: 몸이 안 좋다기보다 영화 만들다보니 신경 쓰고 피곤해서 그런 거지 어디에 이상이 있거나 한 건 아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쨌든, 걱정해줘 고맙다.

◆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전 세계로 배급할 예정이다. 그게 목표다.

서: 그럼 다행이다. 아! 그리고 인터뷰 하기 무지 힘들다. 대관절 왜 그리 바쁘신가?
심: 뭐 딴 거 없다. <디 워> 작업에 매달리다 보니...

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심: 그러니까 여러 공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을 보고 하나하나 렌더링 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그림들을 붙이면서 컨트롤하고 있다.

서: 작업은 어느 정도 끝마무리에 와 있나?
심: 촬영은 다 끝났고 후반작업 중이다. 사실, 아직까지 완성되지 못한 CG분량이 상당수 남아 있는 상태다. 자화자찬 같지만 대형화면으로 보면 거의 죽음일 거다. (웃음)

서: 대략 11월 말쯤 이나 올 말에 뚜껑을 여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개봉 시기는 언제쯤으로 잡고 있나?
심: 나도 그때쯤 개봉했으면 좋겠는데 개봉날짜는 우리가 잡는 게 아니고 언제 개봉하는 게 좋은지 그 방면에 선수들인 메이저사들이 잡는 거니까 지금으로선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힘들다.

서: 대략이라도...
심: 음, 완성은 10월이면 다 끝난다. 그때쯤에 겨울 크리스마 때 할 건지 아니면 내년 2006년 봄 방학 때 할 건지 판가름이 날 거다. 여튼, 메이저사들이 제일 좋은 시기를 잡아 정할 때까진 잘 모른다는 게 정확한 답변이 아닐까 싶다.

서: 그 메이저사들은 어디를 말하는 건가?
심: 아니, 아직 계약도 안했는데 뭐 말할 게 있나. 하하하!

서: 그렇다면 여러 회사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와중이란 말인가?
심: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나를 좋아해서 만나려는 게 아니라 영화가 궁금하니까. 그 중에는 <디 워>를 최고의 다크호스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서: 대표적으로 한 사람만 거론한다면.
심: (명함을 보여주며) 이 **대표도 지금 <디 워>에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다.

서: 잘 성사만 되면 미국 개봉관수가 몇 천개 되겠다.
심: 물론이다. 여기서 딱 스크린 수가 몇개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꽤나 많은 극장을 확보하지 않을까 싶다.

서: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금방 말한 저 양반이 할 여지가 많다. 이렇게 해석해도 되겠나?
심: 글쎄다. 그건 가봐야 알 거 같다. 영화 다 만들어 놓고 초이스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메이저사가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자고 하면 그리 갈 거고 뭐 그렇다. 어쨌든, 저 친구든 다른 메이저사 대표든 그들이 <디 워> 제작사가 아니잖나. 솔직히 그 친구들, 내가 원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서: 한국과 미국 동시개봉인가?
심: 아마 미국이 제일 먼저 일거다. 그러고 나서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전 세계로 배급할 예정이다. 그게 목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우리나라가 타깃이 아니다. 달러, 유로화, 엔화를 벌어들이는 게 나름 또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 제이슨 베어가 한국에 와서 촬영을 했는데도 요란스럽게 홍보 안 하고 그랬던 거다.

보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영구아트무비 사옥 우측에 위치한 '용가리' 동상!
보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영구아트무비 사옥 우측에 위치한 '용가리' 동상!
서: 가족이 주타깃?
심: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패밀리가 우리영화의 주 관객층이다. 나중에 보시면 알겠지만 <디 워> 피 한 방울도 안 나온다. 그러니까. 패밀리,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판타지 패밀리 영화! 근데 <디 워>의 주인공은 지금 영상에 나온 이무기가 아니라 맨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내는 용! 그림 조각으로만 봤던 살아 움직이는 용이다. 그 장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고 그게 하이라이트다.

서: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이유는 뭔가?
심: 주타깃은 미국이다.

서: 그렇다면 왜 미국을 고집하는 건가?
심: 한번 심어진 고정관념은 우리의 사고를 무의식중에 지배할 정도로 무섭다. 예를 들어 내가 예전에 바보역할 많이 했지 않나. 빨간 내복도 입고 파리 흉내도 내고. 그런 덜떨어져 보이는 사람이 스필버그랑 조지 루카스랑 붙는다며 설레발 치고, 영화의 본고장인 할리우드를 따라잡겠다고 하니까 좀 웃긴 거다. 비웃기도 하고. 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난 그게 시작이라 본다. 그런 용기와 의지로 움직이면 된다고 본다. 절대 미국 일본을 우리가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던데 난 그게 싫다. 그러니까 난 제발이지 우리의 젊은 친구들이 큰 꿈을 가졌으면 하고 그게 실현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슴에 품었으면 하는 거다. 난 그러한 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거고, 그렇게 하려는 거다.

서: 외국도 외국이지만 한국의 관객들이 <디 워>를 어떻게 바라볼지도 솔직히 궁금하지 않나?
심: 물론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국내반응을 살펴봤는데 조선시대가 허접하다고 많이들 얘기하더라. 보완할 부분은 보완할 계획이다. 어쨌든, 난 그 시대의 모습을 고증을 통해 잘 보여주고 싶다. 마을이 침략 당하는 거 역시 나름 큰 의미가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은 외세침략이 많았고 그런 수난을 당해오지 않았나. 또 외계인의 갑옷에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었다. 말하지만 좀 독특한 디자인이다.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로봇하면 다 일본의 간담처럼 생긴 걸 좋아한다. 외계인 역시 할리우드가 선보였던 귀 이렇고 다리 여러 개 달린 뭐 그런 외양을 떠올린다. 외계인을 본 사람이 없는데도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이런 거,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고 난 믿는다. 그게 바로 이무기의 추종세력이다. 그 존재들 역시 본 사람이 없지 않나? 이무기 또한 눈 같은 경우는 호랑이의 그것을 빌려왔고 스타일은 뱀 중에 가장 무서운 게 코브라라 그 모양새를 참고했다. 한국의 구렁이를 응용한 부분도 있고.

◆ 난 정말이지 그런 가식이 싫다.

서: 본 예고편과 포스터는 언제쯤 볼 수 있나?
심: 그것 역시 언제 볼 수 있다, 딱! 잘라 말하기 힘들다. 미국에서 작업할 예정인데 메인 예고편을 공개할지도 아직 결정 못한 상태다. 그 아래 버전만 내놓을 계획도 있고.

서: 영화가 개봉한 후 예고편은 맛배기에 불과했다 뭐 그런 차원인가?
심: 그렇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은 거다.

서: 개봉하기까지 가장 큰 난관은 뭔가? 가장 골머리를 앓는 문제.
심: 작은 고민거리야 이것저것 있지만 다행히도 크게 걱정되는 면은 없는 상태다. 스케줄대로 꾸준히 준비해왔으니까.

서: 그나저나 아까 말한 대로 만약에 <디 워>가 겨울에 개봉한다면 잘하면 피터 잭슨의 야심작 <킹콩>과 맞장을 뜰 수도 있겠다.
심: <킹콩>, 물론 기대도 되고 잘 나올 거라 본다. 하지만 전혀 두렵거나 뭐 그렇지는 않다. 스필버그의 <우주전쟁>도 그렇고.

서: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 때도 그랬지만 심형래 감독의 자신에 찬 말들이 자칫 대중들에겐 허장성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런 건 생각 안 해봤나?
심: 인터뷰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한번 하고나면 안 좋은 말들이 끊임없이 나돈다는 거다. 사기라는 둥 허풍이라는 둥...하지만. 내가 만들어놓고 내가 자신 없으면 어떻게 하나? 내가 자신이 없으면 안 된다. 또 그만큼 준비하고 있고 그 결과물이 우리가 계획한 대로 나오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모든 건 영화가 공개되면 결정날 거다. 영화로 승부할 생각이다.

서: 홍보나 여론몰이에 있어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 올 수도 있으니 좀 자제하라는 주변으로부터의 권유도 들었을 거 같다.
심: 하하하! 듣는다. 우리 회사직원들도 뭐 이런 식으로는 말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오다가다 나한테 말한다. 욕먹어도 어쩔 수 없지만 자신 있으면 자신 있고, 좋은 건 좋다고 얘기해야지 왜 겸손을 떨어야 하나? 난 정말이지 그런 가식이 싫다. 용가리 망하고 남들이 그렇게 우리 욕하고 떠들어 땔 때 우린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디 워>를 준비해왔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한국영화도 충분히 전 세계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서: ............뭔가?
심: 할리우드가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벌어간 돈이 얼만가? 그거 어떻게 벌어들일 건가? 가발부터 시작해 반도체 자동차 핸드폰 등 우리나라 먹여 살린 여러 산업이 있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영화라는 콘텐츠라는 거다. 우리만의 콘텐츠. 미키마우스, 라이언 킹, 킹콩, 쥬리가 공원, 배트맨 등을 봐봐라! 그 부가가치가 정말 엄청나지 않나! 내가 영화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바로 거기서 비롯된 거다. 영화라는 산업자체가 상상이상이라는 거! 하다못해 연필 하나에도 미키마우스 달아놓고 옷에도 그런 캐릭터를 박으면 그 값이 완전 달라지지 않나.

서: 그런 가능성을 보고 영화를 시작했다?
심: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본적인 게 안 돼 있다. 밑에 깔아놓은 거 없이 영화를 만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니까 우리의 생각을 구체화시켜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기술력과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거 없이 배우하고 카메라만 있으면 영화 찍는다? 물론 그런 영화도 있어야 된다. 그렇지만 그와는 다른 영화들도 존재해야 한국영화에 발전이 있다. 경제든 뭐든 너무 이런저런 탓만 하지 말고 직접 우리 손으로 뭔가 개발해야 한다.

서: 그래서 찾은 영화가 <디 워>?
심: 사실, 전 세계가 용은 다 알지만 용이 되기 전 이무기는 잘 모른다. 얼마나 좋은 소잰가? 일본이나 중국은 <와호장룡> <라스트 사무라이> 등이 서방세계에 많이 노출됐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작업 중이다. 그렇지만 우린 아직까지 그 정도 단계까지는 오르지 못한 상태다. 한 가지 놀랐던 게 우리 미국스텝이 520여 명인데 한 명도 한국에 가본 적이 없다는 거다. 여튼, 눈을 크게 뜨고 관심을 가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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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가리>를 통해 상당한 노하우를 배웠다

서: 말 나온 김에 묻는데 미국스탭과의 작업은 어땠나?
심: 배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처음엔 그 친구들 영어도 못하고 작달만한 한국 사람이 와서 영화 찍는다. 뭐 그런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난 그거 그닥 신경 안 쓰고 전 세계 배급을 해야 하니까 모든 걸 정식으로 운용했다. 그러다 탱크를 직접 도시 한 복판 L.A로 데려와 거리에서 영화를 촬영 하겠다. 그러니까. 걔들이 난리가 난 거다. 그런 장면은 세트를 지어 진행시켜야 한다고...

서: 그래서 어떻게 했나?
심: 어떡하긴 뭘 어떡하나? 유 캔, 너 할 수 있어? 노! 못한다! 그럼 유 파이어! 난 그 자리에서 유 파이어 하고 올 스톱 체인지, 스탭들을 전면 교체하겠다. 그랬다. 새로운 스탭을 1주일 안에 구성하겠다고 으름장을 논 거다. 그러니까 또 그 친구들은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겠냐? 하더라고. 노 프라블룸!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 그 다음부터 얘들이 해보겠다, 그러더라.

서: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게다. 그 당시만 해도 9.11 테러 때문에 미국 애들 정신이 공황상태이었을 텐데...어떻게 허가를 받았는지 궁금하다.
심: 사실, 공포탄 하나도 쏘기 힘든 분위기었다. 서기자도 알다시피 미국만큼 까다로운 나라가 없잖나! 그렇지만 그런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 우리 스탭 구성하는 데만 3년 걸렸고 배우계약 하는 데도 6개월 걸렸으니 어떻게 해서든 촬영을 해야 했다. 그래서 촬영 허가는 내가 받겠다. 그렇게 공언한 후 L.A 시장한테 편지 쓰고 팩스 보내고 그랬다.

서: 뭐라고 썼나?
심: 한국에서 여기까지 와 영화 하나 찍겠다는 데 이런 걸 하나 허락 안 해주면 무슨 할리우드냐! 와서 봐라! 초청하겠다. 그래서 결국은 허가를 내줬다.

서: 장난 아닌 물량이 투입됐다 들었다.
심: 에이브러험 탱크와 블래들리 장갑차 총 5대가 출동했다. 블랙호크 헬기도 띄우고. 또 M-16, 캐리바50 실탄도 쏘고 공포탄도 쏘고. 아주 난리가 났었다. 여기선 도시에서 총 쏘는 것만으로도 큰 이슈가 됐는데 이런 거대한 장비를 동원해 촬영하니 그들도 놀란 거다. 그때 그랬다. “영화는 창조하는 거다. 창조에 룰이 어딨냐! 역사는 우리 스스로 만드는 거다. 우리 해보자”고.

서: 주요 스탭들 역시 전이랑 달리 상당한 이력을 가지고 있더라. <데스워치>의 촬영을 맡았던 타자노브스키가 참여했고, <타이타닉>의 조감독 조너선 서더드도 가세했고 말이다.
심: 타자노브스키 감독 예상대로 정말 잘 찍어줬다. 처음엔 좀 유명한 사람치고 쌈마이 끼기 있어 걱정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화면을 잡아내는 카메라감독으로서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스탭들을 휘어잡는 힘도 대단하다.

서: 미국과 한국의 로케이션 촬영 비율이 8대 2로 알고 있다.
심: 맞다.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 80%를 장악하고 있고, 그들을 주타깃으로 삼은 영화기 때문에 그래야 했다. 서울 부산에서 다 찍으려면 미국 배우를 왜 기용했겠나?

서: 어쨌든,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아까 보여준 프리뷰 영상 중 <콘스탄티>에 나오는 그 병원 건물을 휘감는 이무기의 유려한 움직임과 파괴력은 정말 대단했다. 이전에 비해 CG와 시각효과가 진일보한 건 사실인 거 같다.
심: 내 애기가 그거다. <용가리>를 통해 여러 시련과 함께 상당한 노하우를 배웠다. 이렇게 차근차근 쌓아나가면 우리 기술로도 충분히 세계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힘들고 고되도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정말 좋다. 그렇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해외로 빠졌던 달러를 다시 찾아와야 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재차 말하지만 박스오피스 2위도 좋고 3위도 좋다. 우리도 세계에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이게 바로 나의 목표다.

서: 정말 한이 맺힌 모양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말하는 거 봐서는.
심: 거짓말이 아니고 약 올라서 그런다. 우리가 할리우드 애들에 비해 뭐가 그리 딸리는 게 많다고 해보기 전부터 주눅이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 해봐야 사기꾼이라는 비난만 받고. 단돈 만원이라도 보태주고 그러면 모르겠는데.(웃음)
그렇지만 격려해주는 친구들이 더 많기에 더 열심히 힘내 일 할 수 있는 거다.

서: 돈 애기가 나와서 묻는데 <용가리> 때 사기 당한 거!
심: 아 말마라! 정말 난 1원 하나 1달러 한 장 못 받았다. 아마도 그때 내 등을 쳐 먹은 그 양반! 지금도 영화계에서 활동하고 있을 게다.

서: 그럼 해외에 세일즈 됐다는 그런 말들은?
심: 그러니까 나 역시 사기를 당했다는 거다. 그게 다 사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던 거다. 어쨌든, 더 이상 그 얘기하고 싶지 않다.

서: 지송한데 한 마디만 더 묻겠다. 그럼 왜 그런 일이 발생한 건가?
심: 계약서가 영어로 돼 있었고 내가 사람을 너무 믿었던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리고 그게 계약서라는 사실도 몰랐었다.

서: 사기 당했을 때 법적으로 고소하지 그랬나?
심: 아......그 얘기 하려면 정말 끝도 한도 없다. 어쨌든, 용가리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디 워>가 있다고 난 생각한다. 예전에 뭐 잡지에서 용가리를 엄청 씹고 나라 망신이니 희대사기극이니 하며 여기저기서 떠들어댔지만 용가리를 통해 배운 게 많다는 건 분명 사실이다.

서: 나름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럼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게 뭔가?
심: 절대로 사기 같은 건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 그러니까 계약서 부문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이번엔 전문가를 데려와 제대로 진행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느끼는 건 미국 관계자들이 까무러칠 정도로 <디 워>에 상당한 호감을 보인다는 거다. 지금은 노출을 거의 안 하고 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죽겠다.

서: 보여줘라. 그럼!
심: 하하하.

◆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영화는 무엇보다 콘셉이 중요하다.

서: 외국의 그들이 놀랄 만큼 할리우드의 시각적 때깔과 맞장을 떠도 전혀 꿀리지 않는 영구아트무비만의 노하우는 뭔가?
심: 처음엔 우리도 공룡 하나 만드는데 어떤 재료를 써야하는지 또 고무로 만드는 건지 라텍스로 하는 건지 모르는 거 투성이었다. 그 뒤론 뭐 완전 노가다인 거지. 모형비행기도 그렇고. 또 폭파는 어떻게 이뤄지고 건물은 어떤 식으로 무너져야 하는지 연구에 연구를 더하고 머리를 치열하게 굴려 지금에 이른 거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노하우가 노가다정신에서 비롯됐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매니아 정신으로 일궈진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자신들 스스로 이 일에 미쳐 움직였다는 말이다. 아까 우리 회사 견학하며 봤겠지만, 영구아트에서 일하는 친구들, 볼 때는 아무 것도 아닌 거 같지만 알고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무서운 친구들이다.

서: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다. 용가리 때도 많이 지적당한 사항이고. 그래서 묻는데 ‘SF영화의 관건은 시각적 효과다.’ 이 말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심: 아니 이제 고만해~~에! 오래 했자너.

서: 에이 그러지 마시고 좀만 더 하자! 좀만. 그러니까 이번의 <디 워>의 경우를 봐도 할리우드 작가들를 끌어오는 등 시나리오에 공을 들은 흔적이 엿보인다는 거다.
심: 물론, 시나리오에 신경을 쓴 건 사실이다. 근데 참 막연한 얘기다. 말하자면 “시나리오가 뭐 이래! 좋은 시나리오 없어!” 이런 말 자주들 하는데 그럼 좋은 시나리오가 대체 뭐냐는 말이다. 대중적으로 잘 먹힐 수 있는 시나리오? 대중한테 잘 먹힐 수 있는 시나리오가 어떤 건데? 말은 쉽지만 해내기는 무척 어렵다. 여자들이 보면 재밌는데 남자가 보면 재미없어 또 아이들이 보면 재밌는데 나이 든 양반들이 보면 재미없어! 거기다 이념, 국가, 언어를 초월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시나리오........... 정말 그 조건을 다 충족시킨다는 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

서: 뭔가?
심: <인디펜더스 데이> <쥬라기 공원>이 그렇듯 컨셉이 중요하다는 거다. 누구나 봐도 재미있는 영화! 물론, 우리만의 무엇을 내세운 <서편제> 같은 영화도 좋다. 하지만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영화는 무엇보다 콘셉이 중요하다. 그리고 할리우드 작가를 고용한 건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지만 영어가 주는 뉘앙스를 제대로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구아트무비 사옥!  그리고 '디 워'에 등장할 세트 및 아팟치헬기, 갑옷이다. 물론 자체 생산품이다. 보기엔 암 것도 아닌 거 같지만 저 헬기들 수억 원 한단다.
영구아트무비 사옥! 그리고 '디 워'에 등장할 세트 및 아팟치헬기, 갑옷이다. 물론 자체 생산품이다. 보기엔 암 것도 아닌 거 같지만 저 헬기들 수억 원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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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그나저나 <디 워>는 언제 기획된 프로젝트인가?
심: 10살 때 김기덕 감독의 <용가리>를 봤는데 그게 한국 스탭들이 만든 줄 알았더니 일본인이더라. 일본의 <고질라> 팀이 만들었다는 게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내 손으로 이런 장르의 영화를 만들겠다. 그래서 시작을 한 거고, 대략 <디 워>는 5년 전쯤 기획됐던 영화다.

서: 아까 말했듯 ‘이무기’와 ‘용’이라는 좋은 소재에 필이 꽂혀서?
심: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게 우리 용은 인격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좀 서운한 게 우리나라가 마치 중국의 속국처럼 돼 있다는 거다. 용에 한해서 말이다. 중국 왕들의 의자를 보면 용이 있고, 우리나라 왕의 거기에는 봉황이 있으니까 다른 나라사람들은 용을 중국 것으로 안다. 차이나타운만 가도 용이 부지기수로 있고. 결국, 용이 중국이 아닌 우리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세계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서: 결정적으로 그럼 <용가리>와 <디워>의 차이는 뭔가?
심: 시각적으로나 다른 면에서 <용가리> 때하고는 상당히 다를 거다. 그렇지만 아까도 언급했듯 <용가리>가 없었으면 <디 워>도 없다. 그런 차원에서 <용가리> 때의 경험이 우리에겐 정말이지 소중하다. 또 <디 워>를 하면서 배운 게 있기 때문에 영구아트무비의 차기작은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영화가 될 거라 생각한다.

서: 정말이지 자신감이 대단한다. 사실, <용가리>가 나온 후 심기가 불편했을 일들이 숱하게 있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다시금 <디 워>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대관절 그런 자신감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
심: 수많은 사람들이 용가리 망했다, 사기당했다, 그러지 않았나! 나한테 사기 친 친구마저도 날 보고 영화 앞으로 못 만들 거라 했으니 뭐 말 다했다. 그런데 내가 왜 못 만든나! 남들이 뭐라 하던 초지일관 여기에만 매달렸고 이거 아니면 죽는다 하고 달려왔다. 부정적인 생각이 아닌 긍정적인 사고방식! 그게 날 여기까지 이끌어 왔고 그러한 의지가 없으면 성공 못한다.

◆ 충무로가 잘 돼야 나도 좋은 거고, 내가 성공해야 충무로도 좋은 거 아니겠는가!

서: <영구와 공룡쭈쭈>가 9억 가까이 <티라노의 발톱>이 20억 정도 넘는 제작비가 들었는데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파산직전의 악상황에서 다시금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지금 말한 그런 의지의 덕분?
심: 당연하다. 내가 원래 끝을 보는 성격이다.

서: 근데 그 당시 심형래 감독의 영화를 보면 유재석 정준하 등 후배 개그맨들이 거의 단체로 출연한다. 돈은 다 줬는지 모르겠다? 하하!
심: 물론, 다 줬다! 게다가 그때 당시 출연료로는 나름 쎄다.

서: 사실, 개그맨들은 어느 연예인보다 상부상조가 강한 사람들이라 돈은 주고 받지 않았을 거다, 하는 생각도 쬐금 했다. (웃음)
심: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절대 그런 마인드를 갖지 않고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봐서 알겠지만 얼마나 고생이 많은가!

서: 다 큰 성인들이 도끼 들고 맨발로 뛰 다니고. 정말 힘들었을 거다. 근데 제작자가 아닌 감독직을 완고하리만치 고수하는 이유는 뭔가?
심: 이쪽 분야에 나만큼 많이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하하! 감독은 많지만 이무기, 용가리 등 이런 쪽에 눈이 밝은 친구들이 부족하다보니 욕심을 내는 게 아닌가 싶다.

서: 그러니까 결국 괴수 영화 혹은 SF 장르에 능통한 감독이 없다?
심: 있으면 데리고 와보라는 거지.(웃음)

서: 코미디언 출신이라 그런지 현장에서의 모습이 궁금하다.
심: 뭐, 혼낼 때는 되게 호되게 혼내지만 주로 많이 웃기는 편이다. 그래야 스탭들도 더 신나서 촬영하니까. 다만 잠을 못 자게 한다는 게 미안하다. 모든 사항에 대해 일일이 내 동의를 구해야 되니까 거의 미칠 거다.

서: 그나저나 빨리 찍기로 유명한 남기남 감독과 예전에 작업을 많이 했었다. 지방 촬영 가다가 한편, 서울에 오면서 한편, 뭐 이 정도의 소문이 날 정도로 영화를 초고속으로 찍어낸 분인데 남기남 감독을 통해 이것저것 배우지 않았을까 싶은데.
심: 난 사실 남기남 감독님이랑 일할 때 그 분이 천재인 줄 알았다. 모든 촬영분량과 스케줄을 다 외우고 있으니까. 그러데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다. 그때는 그러한 방식이 통했지만 현재는 보는 눈들이 워낙 높아 통하지 않을 거다.

서: 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남기남 감독과 당신이 콤비를 이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89년도작 <영구와 땡칠이>는 정말이지 대단했다. 그 당시 200만이 넘었으니...
심: 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영구와 땡칠이>의 관객 동원력은 놀라울 정도다.

서: 그런데 그걸 공식적으로 인정을 안 해주니 좀 속상하겠다.
심: 솔직히 그러한 풍토에 대한 아쉬움, 말로 다 표현 못 한다. <우뢰매>도 15만 넘었었고. 사실, 내 영화 안 보고 자란 성인이 없을 정도다. 안 그런가? 내 영화 본 적 있어? 없어?

권영탕 피디: 당근 봤다!
이한욱 피디: <우뢰매> 두 번이나 봤다!
심: 거봐! 다 봤자나~~

서: 그래서 묻는데 충무로와 사이는 어떤가?
심: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나랑 충무로랑 왠지 사이가 안 좋을 거 같다는 거다. 근데, 그런 거 없다. 나쁘고 좋고 할 게 없다. 우리 스탭들 중 충무로 출신들도 허다하고, 여기 있다 충무로에 진출하는 사례도 상당하다.

서: 상황이 허락된다면 서로 협업도 할 수 있겠다.
심: 물론이다. 언제든 할 수 있다. 다만, 말이 되면 말이다.

서: 그런데 세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심: 나 역시 그게 이상하다. 충무로 영화인들과 전혀 그런 감정 없는데.... 아니 내가 충무로 사람들에게 돈 꿔줘 못 받은 적도 없는데 왜 내가 충무로 사람들을 싫어하겠나? 단, 개그맨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충무로가 잘 돼야 나도 좋은 거고 내가 성공해야 충무로도 좋은 거 아니겠는가! 근데 밖에서는 자꾸 충무로랑 나를 라이벌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기사의 선정성 때문에 그런 건지. 장난 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난, 충무로 씹어본 적 없다. 단 몇 개 지적한 건 있다.

서: 뭔가?
심: 다른 게 아니라 이런 거다. 배우 누가 떴다. 그럼 다 그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아주 난리가 난다. 또 조폭영화가 뜨면 다들 그 조폭영화만 찍는 분위기. 이건 아니라고 본다. 영화든 배우든 다양성이 보장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될 텐데 그게 좀 더디게 진행되는 게 아닌가 싶다.

외모 지상주의의 화신! 무비스트 출장요원들이 출동했음에도 미동도 안 한 채 작업에 몰두 중인 영구아트무비 여직원들!
외모 지상주의의 화신! 무비스트 출장요원들이 출동했음에도 미동도 안 한 채 작업에 몰두 중인 영구아트무비 여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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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비는 일체 아무도 모른다. 우리 직원들도!

서: 그 얘기 들었나? 강우석과 송강호 최민식 사이에 있었던 갈등?
심: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난 그렇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발굴해서 키워야 한다는 거. 유명한 배우들만 많이 쓰려고 하는 건 글쎄다. 일단, 스케줄 맞추기가 넘 힘들다. 매니저먼트사도 까다롭고, 영화를 맘 놓고 찍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난 나랑 호흡이 맞는 친구들 만나면 그냥 편하게 “너 나랑 고생할래!” 하고 그러자고 하면 같이 일하는 편이다.

서: 개그맨 출신 감독인 이경규 서세원과는 오다가다 만나 영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심: 아이! 잘 못 보지~~ 워낙 서로들 바쁘니까! 그래도 서세원이는 전에 가끔 봤는데 지금은 잘 못 본다. 그리고 정말 미안한데 내가 지금 병원에 가야한다. 주사 맞으러.

서: 어디가 많이 아프신 건가?
심: 그건 아니고.

서: 그럼 후딱 진행할 테니 조금만 더 양해를 바란다. 코미디는 이제 아예 손 뗀 건가?
심: 아니다. 내가 직접 할 예정이다. 미스터 빈이라든가 찰리 채플린 그런 쪽이 아니라 홍콩의 주성치 영화와 같은 스타일로.

서: TV가 아닌 영화로만
심: 아니다. 매체에 상관없이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

서: 2003년 12월 양평동에 자리한 보금자리에서 서울 강서구 오곡동 2,600평 폐교 부지 그러니까 지금 이곳에 새 스튜디오를 지어 옮겼다. 듣자하니 테마파크와 영상 실리콘 밸리를 건설하겠다고 하던데 언제쯤 완공이 되나? 그리고 그러한 마스터플랜을 통해 뭘 어쩌겠다는 건가.
심: 음.........앞으로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일이기도 하고 아직까진 좀 그렇다.

서: 그렇다면 <디 워> 이후에 발표될 영화 프로젝트는?
심: 총 24편이 있다. 그거 역시 나중에 얘기하자!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

서: 이거 역시 말한 단계가 아닌지 모르겠지만 함 물어보겠다. IMDB를 보니 제작비가 4천5백만 달러. 대략 우리나라 돈으로 470억 정도던데 대관절 얼마나 들은 건가?
심: 솔직히 제작비 물어보는 걸 제일 싫어한다. 제작비! 그거 알아서 뭘 하고 좋을 게 뭐 있나?

서: 제작비 물어보는 게 왜 그렇게 싫으신가?
심: 제작비를 공개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거다. 영화로 평가 받고 싶은 거지 돈이 얼마가 들었으니 이렇게 나오겠군! 하며 영화를 예상하는 게 썩 내키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니까 <디 워>를 진행하는 거지 400억을 갖고는 찍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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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그럼 그 이상도 될 수 있다는 말씀?
심: 그건 아니다. 어쨌든, 제작비는 일체 아무도 모른다. 우리 직원들도 <디 워>의 제작비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서: 심형래 감독만이 아신다?
심: 그렇다.

서: 민망한 질문이지만(웃음) 영구아트무비 120명의 직원들 생계는 끄떡없는가?
심: 그건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본인들한테 물어봐라! 그게 더 정확할 거다. 하하하!

서: 근데 오늘 오면서 느낀 건데 영구아트무비, 번화가에서 한참 떨어져 있더라! 거의 주변이 논밭이던데 어떻게 출근들 하는지 아까부터 계속 궁금했다.
심: 별 게 다 궁금하다.(웃음) 거의 모든 직원들이 다 자가용 있고. 역을 왔다 갔다 하는 셔틀 버스도 있고 해서 불편한 점이 의외로 없다. 오히려 주변에 건물도 없고 조용해서 다 좋아하는 분위기다.

서: 보아하니 정말 살맛나는 풍경이다. 자~아!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심형래 감독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아시다시피 호오가 분명한 편이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텐데.
심: 어........ 나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친구들에겐 무리한 부탁일 수 있겠지만 좀 취향을 바꿔 나를 좋아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그리고 나에 대해 호의적이고 내 영화를 꾸준히 사랑해주는 친구들에겐 고맙다는 말밖엔 해줄 말이 없는 거 같다. 그 친구들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기대해주길 바란다.

서: 음....말한 대로 모든 건 뚜껑을 열어 봐야 알 거 같다. 여하간 <디 워>! 기대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심: 산타모니카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할 생각이니까 꼭 참석하길 바란다.

서: 그럼 비행기 왕복 교통비는.....
심: 알아서 와! 하!하!하!하!

인터뷰 _ 서대원 기자
사진촬영 _ 이한욱 피디
영상촬영 _ 권영탕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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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sprit
영상은 멋있네요.. 근데 스토리가 있을지..   
2005-08-15 16:52
myungun99
한국의 위상을 드높여 주세요~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2005-08-15 12:31
hardtolk
디워는 정말 극장에서 한번 보고 싶네요.. 홧팅 입니다..^^ 멋쟁..ㅎㅎ   
2005-08-14 23:11
wandered
심형래 그의 도전!! 멋있다!!!!!!!!!   
2005-08-13 23:20
jinjini
영구 없다...ㅋ 기대할게요   
2005-08-13 16:49
roadmax
앗 지워졌네요..제 글이. 아무튼. 영화랑 애국심이랑은 좀 별 게 문제인 거 같습니다.   
2005-08-13 15:10
ldhzm
기대 하겠습니다^^   
2005-08-13 14:50
wassun
멋지십니다.ㅋ 기대가 되네요.
  
2005-08-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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