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14일,연인들이 넘쳐나는 발렌타인 데이에 나는 무려 세 명의 남자들과 함께 있었다. 압구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천군>포스터 촬영현장이었다. 불혹의 나이라서 직접 건네주긴 그렇다며 “그 탁자 위에 있는 초콜릿 좀 먹어봐!”라고 말하는 박중훈과 연신 사람 좋은 눈웃음으로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김승우.그리고 멋진 베레모를 쓴 황정민까지.
김승우의 인터뷰가 끝날즈음 쾅쾅 울려대는 음악소리에 번쩍 번쩍 터지는 플래시까지 정신 없는 스튜디오 안에서 조용히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황정민을 발견했다. 그건 모두들 바쁘고 수다스런 현장에서 눈에 띄진 않지만 고요한 카리스마를 품고 있는듯한 모습이었다. 사실 영화에서 주연배우는 영화를 표현하는 주요 핵심이고, 영화 속 음악은 영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음악이 없는 영화는 김치 없이 라면을 먹는 것처럼 먹을 순 있지만 개운하지 않은 한끼 식사를 대충 때운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85억 대작의 <천군>은 황정민 주연에 그의 동생 황상준 음악감독까지 한편의 영화에 형제들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들이 형제라는 건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듯 싶다. 감독과 마케팅 직원, 제작자와 홍보이사 등 패밀리로 뭉친 충무로 인맥들 중에서 배우와 음악감독이란 관계는 무척 새롭게 다가온다.
음악감독 황상준은 자신의 처음 음악을 맡았던 <단적비연수>로 2001년 대종상음악상을 받았고, 황정민은 얼마전 열린 42회 대종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형제는 용감했다’란 표현은 이럴 때 나오는 것 같다. 영화배우와 영화음악감독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들을 <천군>을 빌미로 만나봤다.
황정민( 이하 정민):앗! 효진이 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기술 시사 자체도 안 했어요. 아직 CG가 안 되는 바람에. 넌 봤냐?
황상준 (이하 상준): 아니, 나도 아직 못 봤어.색보정 끝나고 아마 내일쯤 나올 거야.
희승: 사실 <천군>은 퓨전사극이란 장르라고 나와 있는데, 퓨전이면 퓨전이지, 웬 퓨전 사극? 했었거든요.<천군>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께요.
정민: 그냥 재미있는 한국영화라고 보시면 되는데,(웃음)편안하게..즐길 수 있는 영화
희승: 이순신 ‘장군’이잖아요. 아주 코믹하게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아요. 오락영화로 봐도 되나요?
정민: 장군이라고 편하면 안되나요? 시나리오 보고 기발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순신 장군이성웅인건 그 분이 쌓아온 업적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그 분이 처음부터 “ 나 성웅이야!”라고 태어나진 않았을꺼 아니예요. 무과를 7년이나 준비했는데 떨어졌으니, 그게 얼마나 기분나쁘 겠어요. 미치고 환장 하는거지.
희승: 맞아요. 대학 재수 할 때도 처음엔 얼마나 기분 나쁜데..
정민: 그러니까요. 거기서 오는 발상들이죠. 그러니까 편안하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어릴때 슈퍼맨 같은 거 보잖아요. 그 배우가 배우로 타고 나서 연기의 파워가 생기고 그런게 아니잖아요. 그냥 편하게 봐야죠.
희승: 인터뷰 전에 형제 분들 인터뷰라고 해서 황상준씨 필모그라피를 찾아 봤는데 잘 안나오더라구요.
상준: 음악 감독 관련해서는 잘 안 나오죠.
희승: 정민씨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영화배우가 된 케이스인데, 황상준씨는 원래 영화작업만 하셨던 건가요?
상준: 예 그렇죠. 제가 중대 작곡과를 나왔는데요. 학생 때 연극영화과에서 하는 모든 단편이나 장편,뮤지컬 관련 음악 작업을 제가 다 하게 되었어요. 그게 인연이 돼서 그래서 중대 영화과 나오신 분들하고 작품도 하게 된 거죠.
희승: 엄밀히 말하면 둘 다 예술 쪽 일을 하고 계신 건데, 어렸을 때 서로 음악가나 배우가 될 거야 그런 게 있었나요?
정민:없었죠.뭘 알겠어요. 어린데 (웃음)
상준:부모님 영향이 좀 있었죠. 어머님이 좀 보통 분이 아니셔서…(웃음)교육적인 부분에서 형이랑 저랑 악기 다 배우고, 저는 열살 때부터 바이올린 하고,형은 피아노 하고, 제가 기억하기론 거의 모든 악기를 다 배워본 것 같아요. 그런데 한달 이상 하지 않아서 문제죠.
희승: 그럼 청혼 했을 때 불었다는 색스폰도 한 달 배우시고 한 건가요?^^
아니죠. 마구리(대충)로 한 거죠. 이런 말 해도 되나? 하하
희승: 두 분이 형제란 걸 사람들이 잘 모르잖아요. 이쪽 바닥은 많이 알려졌지만. 같이 작업하시니까 실제로 어떠세요?
정민:부딪힐 일 없으니까 아무 생각 없어요.^^ 저는 캐스팅 되고 음악감독이 황상준 이란걸 그때 알았어요.
희승: 아..각자 아셨어요? 누가 추천을 하거나 끌어 온게 아니구요?
정민: 각자 안거죠. 애들도 아니고.(웃음)그래서 저는 일부러 제 동생이 음악 감독한다는 얘기를 잘 안해요. 물론 이 친구도 안 하겠지만.
희승: 잘 안하세요?
상준: <천군>PD님이 <단적비연수> 했었던 PD라서 시나리오 나왔을 때서부터 하기로 했었고 PD님은 내심 속으로 황정민씨랑 했으면 하셨나 봐요. 저한테 스케줄 물어보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난 모른다고 직접 알아 보라고 그러고 (웃음)그래서 우연찮게 하게 된건데 잘 됐죠.
희승: 음악은 영화 다 나오고 나서 작곡 시작하는 거예요?
상준: 대부분 보면 영화 촬영 전에 다 하죠. 메인 테마랑 액션 테마 우선 만들구요, 후반작업이 짧아서 몰려서 하면 퀄리티가 떨어져요. <천군> 같은 경우는 큰작업이라서 오케스트라 작업도 많이 하기 떄문에 미리 준비를 다 해놔야돼요.
희승: 전작의 흥행이 나중에 계약할떄 플러스가 되나요?
상준: 저는 그런 거 없어요. 배우랑은 좀 달라요. 스텝들은 다 정해져 있죠.
희승: 황정민씨는 100만번의 인터뷰 중에서 100만번 들으셨겠지만 <천군> 배역이 바뀐 게 아니냐..란 말이 있어요.
정민:100만번이 아니라 300백만 번 인터뷰 해서 300만 번!!들었죠.하하. 처음엔 다 그런 얘길 하세요. 그런데 영화에 나온 성격이 저랑 되게 비슷해요.고지식하고, FM인거.
희승: 긴기간 촬영하고 중국이랑 몽골에서 고생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실질적으로 어떠셨어요?
정민: 현장은 전혀 문제 될거 없었어요. 부대 시설이 문제였죠. 1급 호텔인데도 물 틀면 녹물 나와요. 전기가 나가서 춥고. 현장에서 날씨가 도움을 안줘서 고생했어요. 여름장면인데 눈오고.그래서 겨울 두번 겪었어요. 한국 오니 또 겨울이더라구요.
희승: 배우들하고의 호흡은 둘째 치고 감독님하고의 호흡은 어떠셨나요?
정민:감독님이 무지 좋으세요.자신이 뭘 찍어야 되는지 정확하게 알고 계시거든요. 선비 같아요. 느낌이.
희승: 제가 왜 이런 질문을 드리냐면, <바람난 가족>에서 문소리씨 때리는 장면 찍을 때 도저히 이해 안 된다고 어필했는데 끝까지 가니까 우선 찍고 나서 일주일 동안 감독님과 얘기 안했다면서요.
정민: 그런 일이 있었나? 사실 때리는 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떄려 본다는 게 아무리 영화라지만.힘들었죠. 그거는 배우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써 되게 자괴감 느끼는 거였어요.
희승: 다른 배우들(박중훈, 김승우)은 묶어서 인터뷰 하는 게 많더라구요. 쓰리 톱으로 가는건데,현장에서 배우들 셋에서의 긴장감 같은 건 없었나요?
정민: 형들이 워낙 좋아서 너무 잘 찍었죠. 그런데 주변에서 그런 소릴 많이 했어요. 기싸움을 한다. 그런것들.
상준:형이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예요.소문이죠.
정민:최고의 배우들하고 찍는데 “우와~감사합니다.”죠. 우선 저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마음에 들면 먼저 배우가 누구냐고 물어봐요. 불편한 배우랑 어떻게 해요? 저는 못해요. 서로 불편하죠.
정민: 음…어쨌든 나를 아는 사람 말고 다른 사람들 앞에선 가만히 있는 편이예요. 그래서 그 현장에선 그랬었던 거 같고, 배우의 ‘끼’라…아~~어렵다.
희승: 황정민씨 관련 기사 중에서 무척 놀랐던 인터뷰 기사가 있어요. 2001년도쯤인가? ‘솔직히 연기는 자신있다. 무대위에선 날라다닌다’ 라고 말하신거.
정민:그건 ‘끼’라기 보다 배우로서의 자신감이겠죠? 저는 준비 안되면 안해요. 못해요. 멍석깔아주면 못해요. 그래서 많이 준비하고 작업해요. 내가 멍하고 모른 상황에서 해봐. 그러면 절대 못해요. 그리고 아예 안하죠.
희승: 음..은근히 치밀하시네요.
정민: 치밀한게 아니라 어차피 내가 할 일이라면 정확히 해야죠.막 할 순 없잖아요. 내가 하는 방식대로 관객들이 느낄거 아니예요. 그래서 섣불리 할 수 없는 거죠. 배우들 끼만 믿고 할순 없는거잖아요. 역할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거짓말을 안하고 연기를 하려면, 많은 준비와 생각이 있어야죠. 그래야 관객들이 돈 7000원내고 ‘안 아깝다.’하죠. 그럼 끼만 있으면 다 하게요? 그런 의미에서 솔직히 ‘끼’는 부수적인 거 같구요. 그 끼를 보여주기 위한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희승: 영화 속에서는 극중 이순신을 흠모 하시는 걸로 나오는데, 두 분다 다른 일을 하시지만 배우나 음악가로써 어렸을 때부터 흠모해 오면 대상이나 존재가 있나요?
정민: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 되게 많죠. 맨날 하비 케이틀만 같아라~하고. 제가 가지고 있지 못한 느낌의 배우들…숀펜을 좋아하구요, <사랑의 행로>에서 키 큰 남자. 이름이 생각안나네. 둘이 진짜 형제잖아요. 유명한 사람인데..(제프 브리지스) 그사람 좋아해요.
상준:음….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음악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한 사람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남들이 좋아할 수 있는걸 공유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희승: 아까 <간큰 가족>음악작업과 스케줄이 겹쳐서 힘들었다고 하셨었는데…
상준: 여태껏 일하면서 시간분배를 잘 해서 그런지 스케쥴이 겹친 적은 없었어요. 힘들었다기 보다는 감독님하고 어느 정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동일해야 후반 작업할 때 착오가 안 생기거든요. 감정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부분은 다 협의가 된 상태였고, 사실 화면을 가장 빨리 받아 보는 사람이 아마 음악 감독일 거예요. 이번에 <간큰 가족>개봉일이 바뀌는 바람에 그런 건데 잘 진행되었어요.
희승: <천군>의 음악은 어떤 컨셉인가요?
상준: 기본적인건 <천군>이랑 맞게끔 만들었어요. 보시면 아시다 시피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과거의 얘기도 나오니깐 음악적인 건 90%이상 오케스트라가 사용되었고, 웅장하고 버라이어티 한 것들이 많죠.
희승: ‘해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얘기를 하셔서 궁금했거든요. 예를 들면, 어느 악기를 특별히 사용한다든지..
상준: 특별한 악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런 얘기를 쉽게 할 순 없구요(웃음) 저는 한국영화와 외국영화가 동일하다고 했을 때 영화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비슷한 내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적인 거는.
희승 :<천군>을 꼭 찍어서가 아니고, 평소에도 서로 영화얘기를 말하시는 편인가요?
상준: 아니예요. 서로 만날 기회가 없어서. 지금도 두 달인가 석 달 만에 보는 거예요. 전화는 안부 때문에 자주 하죠. 황정민씨는 <천군> 진행되는 상황을 얘기하고. 형은 연기를 하고 저는 스탭이고 하니까요. 사실 처음 영화 한다고 했을 때부터 걱정이 됐었어요.(웃음)
희승: 잘 적응할지 안 할지에 대해서요?
상준: 배우들이 연극하던 분들이 영화를 하는 분들이 많아서 잘되신 분들도 있지만, 아닌 분들도 있잖아요. 제가 처음에는 잔소리를 많이 했죠.
희승: 황정민씨가 형이라서 아무래도 듣는 스타일이 아니신 것 같은데..(웃음)
상준: 절대 아니죠. 가족얘기들은 잘 들어요. 같은 말 계속 하면 귀찮아하긴 해도 제가 하는 얘기한 게 연기나 뭐 그런 것들이라 요즘엔 얘기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희승: 황정민씨는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역할 만들 때 얼굴의 상처 같은 것도 만들고 준비를 많이 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천군>을 찍으면서 특별히 준비 한 게 있나요?
정민:뭐 일단 기본적인 격투기나 말 타기는 배웠어요.양손 놓고 타고 거. 또 군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되니까 전형적인 군인들의 모습을 많이 참고 했어요. 군대에는 꼭 그런 분들이 계시거든요.항상 FM인 친구들.
희승: 아까 극중 역할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하셨는데 그 중에 한 명이셨나요?
정민: 저요? 절대 아니죠. 그래서 그런 분들 모습 생각하면서 하고…<락>에서 에드 해리슨 보면서 연기 했어요. 박정우도 그런 역할이거든요.
희승: 인터뷰 하기전에 먼저 도착해서 대본이 놓여 있길래 잠깐 봤는데, 극중 박정우의 직급은 소령인데 이순신 장군 PT체조 시키고 그러더라구요.(웃음) 실제로 이순신 만나면 어떡하실 것 같아요? 무과에 낙방하고 사기치고 있는 장군을 보면요.
정민: 어쩄든 지금 현실에서 성웅이니깐 이럴 때가 아니다 얘기 할 것 같아요. 솔직히.
상준: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상황이 되면 장군이 잘 되게 어프로치 할 것 같은데요?
희승: 멜로가 잘 어울리는 배우인데 극과 극을 달리는 강렬한 역할을 많이 맡으시는 거 같아요.
상준: 영화를 처음 진행 할 때 그런 역할들을 해서인지 주위사람들도 저한테도 그런 얘길 많이 하더라구요. 지금 하고 있는 연기는 하고 있는 연기는 제가 알고 있는 거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되는 것 같아요. 원래 모습은 더 개구지고, 재밌고 그런게 맞거든요. '학전'에 있을 때 연기 한걸 보면, 제가 그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제 친한 감독들 데려가서 보여주고 그랬거든요? 지금 영화 찍고 있는 것은 (영화에선 지금) 반정도 밖에 안 보여주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있으면 자기가 더 좋은 작품 하고 많이 보여줄거라고 생각해요.
희승: 거의 동생이 형에 대한 얘기만 하시는데 옆에서 음악 작업을 하는걸 보면 어떠세요?
정민: 저는 뭐가 뭔지 모르니까. 하하 아..그냥 저게 좋으면 좋은 건가 부다.그렇죠,
상준: 저한테는 얘기 많이 해요. 예를 들면 <천군>에서 현충사 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은 음악감독으로써 다시 한번 유심히 봐달라고 해서 제가 특히 빼먹은 거 있나? 한번더 보고,하고 깊게 생각하고 그렇죠.
희승: 각자가 각 분야에서 여러 작품을 하셨잖아요? 원래는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을 물어봐야 되는데, 가장 힘들었던 작품 꼽자면 어떤게 있을까요?
상준: 저는 첫 작품 <단적비연수>요. 그 작품이 제 첫 작업이라 너무 힘들게 해서요. 그이외의 작품들은 편하고 쉬워요. 그떄는 ‘우와~사람이 이렇게 잠을 안 잘 수 있구나.’했을 정도니까요. 일주일 동안 2시간 잤나? 엔지니어 스텝은 12시간씩 로테이션을 했으니깐 저는 자면 안되잖아요. 지금은 추억인데..첫 작품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고, 덩치가 작은 영화도 아니었고, 열심히 하려고 하다 보니깐 요령이 제일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지금은 똑 같은 상황인데도 여유가 생기니깐.
정민: <바람난 가족>이요. 그 역할자체가 나랑 안 맞아요.
희승: 저는 그 영화를 계기로 황정민씨가 다시 보이던데(웃음)
정민: 그건 보는 사람들 입장이고. 하하. 황정민은 ‘주영작’이란 사람과 180도 틀린 사람인데 그걸 하려니 너무 힘들었죠.
희승: 자신의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을 너무 잘 소화해 내서 감동을 주는 게 더 대단한 것 같은데요?
상준: 배우란게 자신에게 다 맞는것만 할 수 없죠.
정민: 제일 많이 고전했어요. 사실 그런 인물들이 주위에 얼마나 많아요. 얍실한 인간들. 그런 인물을 현실감있게 표현할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죠.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해요. 나도 저렇게 할수 있단 말이야? 그런 느낌.
희승: 마지막 질문인데<천군> 찍고 나니깐 남한군인 말고 다른 역할을 맡았으면 더 잘 할수 있을텐데..하고 아쉬움이 남는 역할이 있나요?
정민: 말이요, 흰말!(웃음)농담이고. 한국에서 촬영할때는 멋진 백마였는데 중국에서는 무슨 회색 말을 데리고 왔더라 구요. 너무 안 씻겨서. 그래서 말도 안 통하는데 ‘제발 좀 씻겨라’ 그러고 나중엔 내가 다 씻겼거든요. 음..솔직히 없어요. 나는 ‘박정우’만 가자!그랬거든요. 일단 배우들은 역할이 주어지면 오직 그거만 생각하지 다른 건 보이지가 않아요.
취재: 이희승 기자
사진: 이한욱
촬영: 권영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