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분홍신> 김혜수와의 본의 아닌 공포체험! 인터뷰
2005년 6월 30일 목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풍찬노숙(風餐露宿)을 각오하며 대의를 위해 삼십 평생을 우껄떡 좌껄떡 여인네들만 바라보며 달려온 본 필자! 결국, 사십 줄 아저씨들에 비해 절대 꿀리기는커녕 보다 앞서 나간다는 단기속성 노땅화 프로젝트라는 일취월장한 궁극의 경지에 다다르고 말았음이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해서 말인데....

액면으로야 김혜수의 동갑 혹은 그 이상의 연배로 보이지만 생물학적 나이로는 분명 그녀보다 어린 관계로 언감생심 ‘누님’이라 부를 테니 심기 불편한 마음 자중하시고 그러려니 해주시길 바란다.

인터뷰 장소에 당도하자마자 본 필자의 자기가 아님에도 누님은 말씀하신다. “어머! 자기 왜 이렇게 말랐어!” 누님의 말씀 스타일 중 하나다. 이어 인터뷰 도중 귀여운 푸념도 늘어놓으신다. “자기 너무 무섭다. 요상한 질문에 집요하고 말이야....” 그다지 섬뜩한 질문이 아니었음에도 누님은 정말 무섭단다. 자신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를 다른 누군가가 들춰내며 건드렸을 때 찰나 엄습하는 으스스한 한기. 뭐 그런 게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누님과의 짠한? 해후는 본의 아닌 공포 혹은 심령 인터뷰로 진행됐다. 물론, 스멀스멀 삐져나오는 귀기어린 정서는 오다가다 터지는 박장대소의 왁자한 분위기와 맞물려 별다른 후유증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더랬다. 뭐 이렇게 말하니까 좀 오바스럽게도 느껴질 법도 한데 대충 알아서들 생각하시면 된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여러 분도 다 아시는 아래 적어 놓은 남일해 선생의 ‘빨간 구두 아가씨’ 노랫말, 함 음미해 보시길 권한다. 인터뷰 내용에도 나오지만 <분홍신>를 보시고 나면, 저 흥겹고 발랄하기 그지없는 노래의 가사가 참으로 음산하면서도 생경하게 와 닿는다. 혜수 누님의 건강한 이미지에서 또 다른 표정을 잡아낸 <분홍신>의 신경쇠약 직전의 기묘한 캐릭터 선재를 마주할 때의 그 느낌처럼 말이다.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소리
어딜 가시나

한번쯤 뒤돌아
볼만도 한데

발걸음만 하나둘
세며 가는지

빨간구두 아가씨
혼자서 가네~~


서대원 기자(이하 서): 안녕하세요!
김혜수(이하 김): 어머! 자기 왜 이렇게 말랐어!

서: 작년 이 맘때 인터뷰할 때도 그 소리 하셨는데...ㅜㅜ
김: 그니까요, 그때보다 더 마른 거 같아.

서: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리...여튼, 어떻게 밥은 먹고 인터뷰 하시는 건지...
김: 여기서 오전부터 계속 내리 있었는데 밥이야 당연 먹었죠.

서: 뭐, 이렇게 호텔 방 하나 잡고 끝장을 보자는 듯 릴레이 인터뷰 하는 모습을 보자면...
김: 어 근데, 요즘 호텔에서 많이들 하나봐요?

서: 근래 들어 많이들 하죠!
김: 전 처음이에요! 작년까지만 해도 커피숍 잡고 많이들 했는데, 우리 <얼굴없는 미녀> 때도 레스토랑 같은 데서 했잖아요. 정말 많이 변한 거 같아.

서: 그렇죠 뭐. 그런데 이게 여러 가지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해서 요즘은 여기서들 많이 해요. 그래서 묻는데 감금당한 느낌이 들지 않아요.
김: 맞아요! 무슨 감금당한 사람 같아요.

서: 무슨 면회 온 느낌이랄까? 제 기분이 그래요.
김: 하하! 저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에요. 저분(영화사 문현정 팀장)이 관리인인 거야. 그럼 저 사람이 정해놓은 시간에 맞춰 시키는 대로 하는 거죠. 밥 먹어! 그러면 밥 먹고. 나가! 그러면 나가고. 옷 갈아입어! 그럼 갈아입고. 화장실도 물어본 다음에 가게 되고. 되게 이상해요.(웃음)

서: 그나저나 정말 궁금해서 묻는데 인터뷰 끝내고 여기서 자고 가는지 아니면 집에 가서 자는지.
김: 호텔이 좋~~으면 자고 가려고 했는데 집이 나은 거 같아요. 아! 근데 자기야! 나 궁금한 거 있어! 이 호텔방 돈 주고 빌린 거야.
문현정팀장: 예 DC 받기는 했지만 돈을 내긴 냈어요.

김: (작은 목소리로) 얼마???.
문현정팀장:.1박에 **만원 DC해서 **만원.
김: 그럼 정말 1박하고 가도 되네. 그럼 서기자님 주무시고 가세요~

서: 어, 그럼 다시 질문을 드리도록 하죠.
김: 잠깐만!! 그럼 시간당 얼마야. #$%$ 어머 *만원이네. 너무 웃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서: 비싸다는 건가요?
김: 아니 비싸서 그런 게 아니라 나는 다 협찬 받아 진행되는 줄 알았죠. 빌려서 하는 구나. 이래서 마켓 버짓(비용)이 올라가는 거야. 물론, 이게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거 같아요. 약간의 불만은 있어도.

서: 질문을 재차 들어가도 될까요.
김: 네~~~(조용히)

★ 혜수 누님은 말한다. “신발이라는 게 여자에게는 욕망의 대상 중에 하나일 수 있다는 거. 그런 게 영화와 참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됐어요.”

서: 개봉에 코앞에 닥쳤는데 영화는 보셨는지.
김: 완성본이 나오질 않아 아직 못 봤어요. 우리 기술시사가 토요일 오전. 그러고 담주에 기자시사하고 바로 개봉!.

서: 결국 막바지 작업에 있다는 건데, 배우로서 후반 작업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편인가요?
김: 영화마다 달라요. 배우가 방문하는 걸 일하는 분들이 싫어하거나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영화를 위해서 안 가고, 그렇지 않으면 가기도 하는데 전 주로 맡기는 편이에요.

서: 이번 작품은?
김: <분홍신>은 가기도 하고 맡기기도 하고 뭐 그랬던 거 같아요.

서: 그나저나 영화가 어떻게 나올 거 같아요?
김: 무서울 거 같기는 한데 안 봤으니 모르죠. 일단, 제 생각으로는 어려운 영화는 아닐 거 같아요. 그렇다고 만만하고 빤한 영화도 아니고.

서: 여튼, 오다가다 많은 분들이 물었을 텐데...“혜수야 이번영화 어땠어?” 라고 물으면 뭐라 답해요?
김: 정말 많이 듣는 얘기가 “진짜 무섭니?” 그리고 “무서운 영화는 찍을 때도 무서워!” 이 말들이에요.

서: 그럼 대답은 어케?
김: 사실대로 말해주죠. 무서우면 무섭다고. 겁 많은 사람은 보지 말라고. 또 찍을 때는 다 그 설정을 알고 촬영에 임하니까 무섭지 않다고 귀띔해줘요. 뭐 그런 경우에도 오다가다 섬뜩할 때도 있지만.

서: 사실 빨간 구두하면 강한 유혹 혹은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영어로는 레드 슈즈데 그게 개인적인 차원으로는 거 뭐냐 에로 영화의 대가인 잘만 킹의 <레드 슈즈 다이어리>도 생각납니다. 하하! 물론 영화의 모티브가 된 안데르센 동화도 떠오르고요. 그런데 또 이런 게 찰나 연상되기도 해요. 아시죠. 남일해 선생이 부른 ‘빨간 구두 아가씨’라는 노래!
김: 모르겠는데....

서: 거 왜 있잖아요. 솔~올 솔~올 솔~올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이 노래 말이에요.
김: 어 정말 모르겠는데...

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들을 때까지 계속 불러대는 본 기자. 그럼에도 영 처음 듣는 노래라며 손사래치는 혜수 누님)
문현정 팀장: 서기자님이 넘 노래를 이상하게 불러서리....

서: 우짰든, 심히 발랄한 노랜데 <분홍신>이라는 영화를 생각하면 느낌이 다르다는 게 저의 얘기입니다.
김: 어머 그래요? 가사 좀 들려줘 봐요.

서: 우짜고 저짜고..이렇게 노랫말은 짧고 흥겨운데 왠지 공포감이 생긴다는 거죠.
김: 저까지 소름이 끼치는 거 같아요. 정말 그런가 보네.

서: 해서 묻는데 어땠어요? 제목을 딱 듣는 순간
김: 그러니까 그 느낌이....선명하게 와 닿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그 분홍이라는 칼라자체가 해석하는 뉘앙스에 따라 굉장히 다르다는 거. 또 신발이라는 게 여자에게는 욕망의 대상 중에 하나일 수 있다는 거. 그런 게 영화와 참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됐어요.

서: 그렇다면 작년 젤리 핸드백에 이어 올해는 젤리 슈즈가 유행한다고 하던데 김혜수씨는 어떤 신을 좋아하세요. 혜수씨의 삶을 살맛나게 하는 슈즈! 혹은 욕망을 부추기는 신이라고나 할까?
김: 내가 좋아하는 신발이라.....음....개인적으로 전 하이힐을 좋아해요. 굽만 높은 거 말고 아~주 예리하고 예민하게 생긴 정말 하이힐.

서: 그 말을 듣고 보니 하이힐 신은 자태를 많이 본 거 같아요. 그럼 계속해서....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는 당대의 기독교적 사상을 반영합니다. 여성의 성을 억압하고 욕구를 드러내서는 안 되는 그런 금기를 다룬 작품이라 볼 수 있다는 거죠. <분홍신>에 앞서 48년도에 선보인 마이클 파웰 감독의 <분홍신> 역시 남편이 바라는 이상과 자신이 원하는 욕망이 충돌하는 발레리나의 욕망을 다루고 있고요.
김: 그 영화는 안 봐서 잘 모르는데... 그렇구나, 음....

서: 그럼 김용균 감독의 <분홍신>도 분명 작금의 시대를 반영하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어떤 사회적 폭력을 함의하고 있을 겁니다. 제3의 성이라 불리는 아줌마 혹은 유부녀의 성적 주체성에 대해 들춰내려는 의도가 적잖게 있는 영화가 아니냐는 말이죠? 혜수씨가 분한 선재에게 분홍신은 억압된 욕망 성욕을 반영하는 상징적 물건이니까.
김: 네, 조금이라도 있죠. 당연 있어요. 15세 버전에 맞추다 보니 그런 부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보다 예민하게 영화가 담고 있는 그 무엇을 포착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분명 지금 말씀하신 부분이 가볍게 들리지는 않을 거예요.

★ 혜수 누님은 말한다 “후반에 강한 임펙트가 있긴 한데 반전을 의도한 효과는 아니에요”

서: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이 공포영화라는 게 김혜수씨도 잘 알다시피 배우의 에너지를 완전 뽕을 뽑는 바닥나게 할 정도로 극도의 체력을 소비하게끔 하지 않습니까?
김: 그렇더라고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저 앓아누웠잖아요. 열이 막 40도 가까이 올라가서...연기자가 된 이후 처음으로 아파서 촬영을 이틀 밀었을 정도였어요.

서: 그 뒤론 괜찮았고요.
김: 네, 물론이요. 그 때만 그랬고 그 뒤로는 별 탈 없이 촬영을 마쳤어요.

서: 근데, 전이랑 달리 머리를 왜 짧게 잘랐는지. 엄마로 분하기 위해 그러니까 모성을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라 볼 수 있을까요?
감: 그런 건 아니고 선재의 외적인 캐릭터 설정에 따라 그렇게 된 거예요.

서: 오랜 만에 짧은 헤어스타일이 보니 이명세의 <첫사랑> 영신이 생각나던데..
김: 헉~~! 자기 너무 무섭다...

서: 농이 아니고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풋풋하고 꿈 많은 영신이 험한 세상의 풍파를 통과한 후의 모습이 어쩌면 <분홍신>의 선재가 아닐지....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김: ................전 그런 생각 한 적이 없는데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무 무섭네요.

서: 그게 무서워요? 그런가?
김: 네 정말 섬뜩해요. 물론, <분홍신>의 선재나 <첫사랑>의 영신 속엔 저 김혜수라는 배우의 모습이 녹아나 있겠죠. 그런 과정 속에 변화가 있는 거고. 그런데 막상 그렇게 떠올리고 연상하니 으스스하네요.

서: 공포스럽게 분한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서나 스크린을 통해 볼 땐 괜찮고요.
김: 그거야 섬뜩할 이유가 없죠. 그냥 내가 느낀 대로 연기한 게 정확하게 표현됐는지 확인하는 이성적인 절차니까요.

서: 그러다 “어 내 얼굴에 이런 표정도 있었네!” 그런 느낌을 받을 땐 있죠.
김: 있죠. 그럴 때 분명 있죠. 미처 내 자신이 보지 못한 표정.

서: 사실, 김혜수씨의 이미지가 건강함 그 자체로 인식돼 와서 그렇지 상당히 공포영화에 잘 어울리는 마스크죠. 특히, <분홍신>은 푸른색과 흑백의 콘트라스트가 강하다고 했는데. 혜수씨의 큰 눈과 섹시한 입술은 그런 순간 음영이 깊게 드리워져 돌변하죠! 공포스러움으로.
김: 네, 잘 보신 거 같아요. 분명, 제 얼굴에 그런 측면이 있긴 있어요.

서: 가끔은 그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에 소스라칠 정도입니다.
김: 하하하!

서: 아 그리고 이것도 묻고 싶었는데, <분홍신>에 반전이 있나요? 작년에 거의 대박으로 질러놓고 무책임하게 책임 안지는 반전을 위한 호러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다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해서리 묻는 겁니다.
김: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 반전을 계획적으로 설정 해놓은 건 없어요. 우리 <분홍신>은 스토리에 충실하고 스토리 자체가 관객들한테 흡입력이 있는 영화라고 봐요. 뭐, 반전이라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스토리상의 반전은 없어요.

서: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김: 네, 그렇다는 거죠. 대중들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반전은 애초 시나리오에 없었고 감독님도 의도 하지 않았어요. 저 역시 그걸 염두에 두지 않았고요. 다만, 후반에 강한 임펙트가 있긴 있는데 반전의 효과는 아니고 상당히 극적인....음.....보셔야 되요. 보면 알 거예요.

.
★ 혜수 누님은 말한다 “ 제가 되게 허술하거든요. 완벽주의자도 아니고 그런 거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기질도 없고.”

서: 그럼 일단 함 보겠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제작시인 청년필름의 김광수 대표 블로그를 통해 재미난 사실을 하나 봤는데...
김: 근데, 김광수 대표 그 블로그 어떻게 들어가요?

서: 예? 그냥 주소치고 들어가면 되는데....
김: 잘 모르겠어! 블로그...ㅜㅜㅜ

서: 여튼, <분홍신> 모니터 시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인데 참 재밌어요.
김: 나도 그 모니터 시사회 결과 들어봤어요.

서: 그러니까 뭐냐! 이 영화를 보기 전, <분홍신>을 어떤 영화로 알고 계셨습니까? 라고 질문을 던졌더니 가장 많은 답이 ‘김혜수가 나오는 영화’ 2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근데 김혜수 주연의 공포영화라면 어떤 공포영화가 기대 되십니까? 라는 질문에는 ‘공포영화에서 배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가 가장 많은 나왔습니다. 결국, 스타시스템이 고착화된 상태임을 반영함과 동시에 그에 비하면 덜 여물은 장르의 정착화 가능성도 보여줬다는 거죠. 일반화의 오류를 가만하고 생각해도요. 나름 좋은 현상이라고 보는데...
김: 저도 그 결과 되게 재밌게 접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느끼는 게 관객들의 시선이 늘 분명하고 정확하다는 거죠!

서: <쓰리> <얼굴없는 미녀> 등 일련의 영화를 보자면 다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사마란치 위원에게 태권도 소녀로 상을 받는 것으로 시작해 차곡차곡 쌓아나간 김혜수의 씩씩하고 밝은 이미지에서 현 충무로의 최전선에 위치한 젊은 감독들이 새로운 표정을 감독들이 잡아냈다는 거죠. 다부지고 똘똘한 여성상에서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캐릭터로 대중에게 어필되고 있다는 사실, 여러 모로 긍정적이지 않나 싶은데..
김: 음.......좋죠. 그러니까 그런 감독을 만난 건 저 김혜수가 운이 좋은 거죠. 그렇지만 그런 게 전적으로 감독의 몫만은 아닌 거 같아요. 배우에게 그런 잠재된 모습이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거니까요.

서: 당연한 말씀.
김: 왜냐면 감독은 절대 배우의 몫을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어떤 절묘한 타이밍에 서로가 제대로 만나 일으킨 화학반응이라 볼 수 있는 거죠. 어쨌든, 선입견이 없는 폭 넓은 안목을 가진 감독을 만난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전 김지운 감독님한테 고맙게 생각해요. 그 감독의 장점 중의 하나가 그런 거거든요. 선입견이 별로 없으시고 그 이면의 것을 보려고 막 노력하지 않아요. 눈에 보이게 선입견과 싸우려고 하고 일부러 파헤치려고 애쓰는 감독들 의외로 많걸랑요. 그런 면에서 김지운 감독님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보다 넓고 깊게 보려고 하는 훈련이 잘 돼 있는 거 같아요. 누군가를 깊게 관찰하는.
음...그러니까 <쓰리>를 할 때가....

서: 2002년요.
김: 네, 맞아요. 바로 그 전에 <조용한 가족> 할 때 시나리오가 오가면서 김지운 감독을 알았는데 그때 저의 그런 이미지를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땐 아무도 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사실, 저에 대한 선입견은 일반 대중보다 영화인들이 더 강했고요.

서: 그래요?
김: 네, 무척 심했어요. 그때.
이번에 같이 작업한 김용균 감독님 역시 선입견이 엄청나게 강하신 분 중의 한 분이고요.‘완벽주의자인 김혜수 당신의 허점을 보여주세요!’였으니까. 하하!
되게 불편하더라고요. 난 아닌데. 정말 완벽주의가 아닌데. 근데 맞다는 거죠. 무슨 근거로 맞다는 거야! 날 모르는 거잖아. 그래서 처음엔 되게 놀랐어요. 다행히, 작업을 하면서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바뀌게 됐어요. 우리 감독의 경우 워낙에 덧붙이고 과잉된 것들을 경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 분인데도 처음엔 나한테 접근할 때는 너무나 선입견에 충실한 편이었죠.

서: 초반엔 적잖이 고생하셨겠네.
김: 고생이라고까지 말할 건 없죠.(웃음)
전 일부러 실수를 안 하려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실수 원래 많이 해요. 어렸을 땐 안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실수할 수도 있지 뭐!” “실수해도 괜찮아! 그게 다가 아니니까” 뭐 그런 생각하며 편안하게 받아들여요. 알고 보면 제가 되게 허술하거든요. 완벽주의자도 아니고 그런 거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기질도 없고. 금방 말했듯 옛날에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과정을 어거지로 많이 겪었기 때문에 지금에서까지 굳이 나 자신을 단속하려고 하지 않아요.

서: 편안해졌다?
김: 그렇죠! 정말 그래요.

★ 혜수 누님은 말한다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 최상의 작업을 경험한 거 같아요.”

서: 그럼 요즘 출연하신 영화들을 보자면 계속 무거운 이미지인데 그건 어때요? 편안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텐데...
김: 전혀! 없어요. 어두운 이미지에 대한 부담이!

서: 그래도 조금이라도...
김: 그러 거 있었으면 이 영화 안했어야죠. 그건 거 없고 또 그거 별로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저번에 인터뷰할 때도 그런 애기했을 텐데 “맘에 가는대로 할래요.” 그랬잖아요. 정말 저 맘에 가는대로 하고 있어요. 이게 공포영화여서 김용균 감독이어서 뭐가 어때서....없어요. 정말 없어요. 그니까 시나리오가 재밌고 흥미 있고 캐릭터가 할 여지가 있으니까 하게 된 거예요.

서: 듣다보니 김용균 감독이랑 초반에 좀 그랬는데 나중에 좋아졌다 뭐 이런 식인데 구체적으로 좀...
김: 감독님을 만나보니까 저랑 성향이 굉장히 달랐어요. 저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사실 처음엔 거부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제가 딱 뭘 닫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작품애기를 하면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기획한 상업영화에 기반을 둔 어렵지 않은 공포영화, 여성들이 자기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어떤 욕망을 건드리는 소재를 호러와 연결시켰다는 등 김용균 감독님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너무 호감이 가는 거예요.

서: 재밌기도 하고.
김: 네, 그러면서 막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남자들이 죽었다 깨나도 여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 왜 있잖아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건 본질에 관계된 문젠데 이런 거예요. “난 당신을 사랑해! 그러니 당신의 모든 허위의식을 다 버려! 난 너 자체가 좋은 거야”라고 남자가 애기했을 때 여자는 “그 허위의식마저도 나의 일부분이에요.” 그거거든요.
그니까 너무 재밌는 거야!

서: 도저히 안 맞는 거 같았는데 맞닿는 점이 있더라.
김: 그렇죠. 결국 감독님이랑 나랑은 어떤 취향적인 면에서는 굉장히 다른데 소통은 너무 잘 된다는 거죠. 이 영화라는 화두에서는요.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이건 내가 해야 되는 영화가 되더라고요. 그럴 댄 이 영화가 공포영화든 뭐든 상관이 없는 거죠. 대신 그런 건 있었죠. 절대로 예술영화여서는 안 된다. 어려워서는 안 된다. 쉽고 상업적으로 갈 거지만 연출자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감독님도 그걸 알고 있었고 또 그러길 원했고 서로의 그런 생각을 리마인드 시키면서 진행하니까 너무 좋았다는 거예요.

서: <와니와 준하> 때도 그렇고 김용균 감독이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하던데.
김: 네, 상당히 예민하셨다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그런 과정이 있었으니까 달라질 수 있겠죠. 사실 우리 감독님이라고 전혀 자기가 도전해보지 않은 공포 장르데 위험부담이나 걱정이 없었겠어요. 그래서 초반에 분명히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든 거고.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까 서로 보완이 너무 잘 되고 서로 가야할 방향을 너무나 잘 알고. 여러 가지로 포개지는 면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스케줄이 타이트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오히려 줄기면서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런 요소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 최상의 작업을 경험한 거 같아요.

★ 혜수 누님은 말한다 “자기는 참~~~~~~암! 그 보통 사람들이 생각해보지 않은 쪽으로 집요한대가 있네!”

서: 그나저나 호러영화는 좋아하세요.
김: 못 봐요. 무서운 거.

서: 의왼데...
김: 본 게 있기는 해요. 너무 보고 싶은 작품들의 경우. 근데 어떻게 보냐면 쪼다같이 볼륨을 다 줄이거나 같이 보거나, 미리 무서운 장면이 어디 어디서 나오는지 다 정보를 취합한 후 접해요. 하하하! 그 장면 나올 땐 고개를 돌려 안 보는 거죠. 아무런 정보 없이 전편을 다 본 호러영화는 없어요.

서: 그럼 영화가 아닌 정작 김혜수라는 배우 혹인 여자는 일상의 어느 순간이 정말 공포스럽기 와 닿는지...
김: 진짜 개인적으로 정말 두려워하는 건 제가 진심으로 마음을 두고 친분을 맺고 있는 누군가가 예를 들어 애인이거 가족이건 친구건 나랑 절친한 관계의 사람이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 할 때... 그 거짓말이 다 보이는 데도 끊임없이 말을 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볼 때 전 정말 너무 무서워요.

서: 그런 경우 오다가도 있긴 하죠.
김: 그 시선이 정말 감당이 안 돼요. 무서워!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거짓말은 정말 싫어요. 나한테는 정말 거짓말 하면 안 돼!

서: 근데, 거짓말이 아니고 본 기자가 보기에 혜수씨랑 감독님이 닮은 구석이 있어요. 얼마 전에 나온 포스터 2종 있잖아요. 그 중에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인형 같은 모습으로 주저앉아 있는 김혜수씨의 섬뜩한 자태, 그거 자세히 보면 김용균 감독의 얼굴이랑 닮았어요. 특히 눈!
김: 안구 돌출형!

서: 구뤠췌!. 정말 그래요(박장대소)
김: 감독님을 닮았다......여배우에겐 최악의 코멘트다. 하하! 근데 그 말도 또 정말 무섭다....
누구누구야 빨리 줘봐! 사진 좀.............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이 사진이 그러니까 청년필름 마케팅팀에서 시안을 잡은 건데 내가 연출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포스터예요. 물론, 찍을 땐 감독님이 없었고. 와~아! 정말 눈이 정말 닮았다. 쌍둥인가? 어휴~~~~어쩜 좋아. 눈이 돌출돼서 정말 비슷한 거 같아......

서: 그만보시고 인터뷰하시죠.
김: 잠깐만요!
우리 감독님이 턱이 굉장히 발달됐는데 여기서는 내 턱선이 강조됐고.....어째, 정말 닮았어. 이러다 시집 못가겠네~

서: 무시하고 인터뷰 들어갑니다. 으하하하! 어저께 리얼‘빤’타스틱영화제..
김: ‘빤’타스틱(박장대소)

서: 제 발음이 원래 좀....여튼,
리얼판타스틱영화제 '레알판타 선수100인'이라는 후원금 모임에 박찬욱 감독 그리고 김광수 대표 등과 함께 동참하셨던데 그게 각 매체들 기사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제가 아닌 잘 나가는 배우의 이름을 헤드카피로 뽑았다는 게 좀 오버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으로써 그 영화제를 알리는 데는 그것만한 홍보효과도 없는 거 같다고 느꼈걸랑요. 리얼영화제의 대안성이라든가 정당성을 홍보하는데 적잖이 도움이 됐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전 긍정적이라 봤는데...
김: 저 역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봐요. 좋아요, 그런 거.

.
서: 그럼 김혜수는 리얼판타스틱영화제를 지지한다 볼 수 있을까요?
김: 그럼요. 지지하는 거죠! 주머니에서 돈이 나갔는데..(웃음) 농담이고요.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지지한다 그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분홍신> PD도 그렇고 제 측근에 있는 분들 역시 그 영화제를 지지하고 있고. 물론, 부천 사태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을 한 적은 없지만 주변 분들이 그쪽에 관심을 갖다 보니 저 역시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된 거 같아요.

서: 음...알고 있겠지만 혜수씨의 미니홈피가 거의 폭주 상태입니다. 거의 환장수준이더군요. 지금까지 방문자가 300만이 넘었고, 하루 평균 1만이 넘을 정도니..
김: 너무 재밌어요. 일단, 제가 그런 커뮤니티가 첨이라 그런 거 같아요. 또 익명의 누군가와 소통하다 보니 절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뭐 사실 따뜻한 말에 용기도 얻게 되고...물론, 아주 냉정한 말이 있지는 않아요. 여하튼, 도움이 되요. 오래전에 연락 끊긴 친구도 찾고 너무 좋아요.

서: 그럼 앞으로도 꼼꼼하게 관리를 하겠다는 말씀?
김: 근데, 관리라고 말하면 좀 그래요. 관리차원이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관리를 하는 거라면 결국 일이 되는 건데 그러면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고 태도가 달라지고,...그렇지만 제가 그렇게 생각 안하고 접하니까 괜찮아요.

서: 아 깜빡했는데 미니홈피를 통해 공개된 그 순진무구한 표정에서 야수처럼 돌변하는 극단적 표정의 사진은 뭐죠?
김: 저 친구랑 같이 찍은 거예요. 그분이 저분이십니다. 하!하!하!

서: 아 그래요. 그럼 걍 심심해서 아니면 무슨 컨셉이...
김: 컨셉은 무슨 컨셉. 저희 그냥 평소 때 저렇게 까불고 놀거든요. 근데 그게 그렇게 유명해졌어요?

서: 암요 그렇다마다요. 저 같은 인터넷 환경 문외한도 다 아는 판국인데....어쨌든, 이제 거의 인터뷰 막바지에 왔는데....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죠.
김: 네, 당연하죠.

.
서: 근데, 2000년도 이후 김혜수씨의 출연작을 보니 <신라의 달밤(김상진)>, , <쓰리(김지운>, <얼굴없는 미녀(김인식)> <분홍신(김용균)> 등 다 김씨 아저씨들이더군요. 뭐 우연이겠지만
김: 자기는 참~~~~~~암! 그 보통 사람들이 생각해보지 않은 쪽으로 집요한 데가 있네. 저도 그건 몰랐어요. 다들 김씨네 정말 나도 김이지만.

서: 그래서 통밥을 굴리자면 차기작은 김기덕 감독님이나 김대승 감독님과 함께....
김: 그런가요? 다른 또 김씨 성을 가진 감독님들은 없나요.(웃음)

서: 다 찾아봤지만 저분들이 가장 유력합니다. 음 그리고 사실, 김혜수씨는 소피 언니와 피비 게이츠 언니들에 이어 지난날 코팅책받침의 주인공으로 전국의 도배질 했었는데...어떠세요? 연기생활 한 지 근 20년이 지났는데.
김: 뭐 다 치열한 과정이 있었단 거 같아요. 어릴 땐 준비되지 않았고 자의식 없었는데 일하면서 철든 스타일이에요. 그런 과정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들을 겪었다는 거죠. 그런 어떤 정서의, 성장의 불균형 같은 성장통을 아주 혹독하게 치렀던 거 같아요. 대외적으론 드러나지는 않았지만요. 그런 기간이 9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가 될 텐데 그 시기를 나름대로 치열하게 잘 보냈나 싶지 않아요.

서: 어떠한 배우. 이미지로는 대중에게 남고 싶지 않으세요?
김: 음....양질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배우로 인식되긴 싫다는 거죠. 배우가 아닌 인간 김혜수로서도요. 최선을 다해서 뭘 할 수 있는 때까지는 대중이 원하는 한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여론을 받아 수용하고 답하고 제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노력하고 싶어요. 내 단점이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요. 그러면서 같이 성장하는 거 같아요. 아까 애기했듯, 80년대 중반 때 제가 데뷔했잖아요. 당시 저를 좋아한 대중들, 그러니까 어린 나이에 같이 시작한 동시대의 사람들이 기성세대의 일원이 돼 가면서 그들이나 나나 커가고 있다는 거죠. 그런 오래된 소통들이 쌓이고 그러다보면 요란을 떠는 팬클럽은 없지만 진심을 담아 절 지지하고 좋아해준 사람들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연예인과 대중 그런 관계가 아니라 어떤 동질감으로 와 닿는 거죠. 그 연결고리를 배우 하는 동안엔 가지고 가고 싶어요.

서: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네요. <분홍신>에 대한 한 말씀.
김: <분홍신>은 아주 아주 무섭고 엄청난 비밀을 가진 영화니까요. 더운 여름 <분홍신>과 함께 시원하게 나시길 바랍니다.

본 필자 역시 누님의 시원스런 자태에 잠시나마 찜찔방스런 호텔방의 더위를 물리칠 수 있어 좋았더랬습니다. 물론, 이건 혼잣말이다.

인터뷰_서대원 기자
사진_이기성 피디
촬영_권영탕 피디

12 )
yangong2
점점 부드러워지고 예뻐지는 혜수언니 짱~   
2005-07-01 15:08
choactor
김혜수씨는 별로 늙지 않는것 같아여...좀 느끼한 생각도 들지만...ㅋㅋ   
2005-07-01 10:36
xeva
연기에 몰입하는 그녀는 배우였습니다.   
2005-06-30 22:45
joyy78
ㅋㅋㅋ 재밌네요......인터뷰,,,역시 김혜수씨 화끈하시고   
2005-06-30 18:45
1 | 2

 

1 | 2 | 3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