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공효진, 엉뚱함과 솔직함을 동시에 내보이는 영민한 배우.
2005년 7월 4일 월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공효진을 인터뷰 하기로 결정됐을때 뭔지 모를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내가 편애 하는 남자배우들만 골라 (어쩜 그리 콕!콕 찝어서) 여러 편의 드라마들을 함께 찍었고, 이래저래 학교에서 학생때의 모습도 여러 번 스쳐 지나가듯 보고, 또 ‘~~카더라’식의 소문들과 지도교수님이 말씀해준 “ 학교 방송국일로 여러 번 만나봤는데 연예인 답지 않게 속이 꽉 찬 아이”란 소리가 뒤범벅돼 막상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할까?’하는 원초적인 고민을 했던 것이다.

캠퍼스에서 스쳐 지나갔던 2001년 그 날 이후 4년이 지나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너무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안면이 있는 배우는 그래서 어렵다. 10분이나 먼저 도착 했건만 그녀는 아직 인터뷰 중이었다. <천군>관련해 오늘 인터뷰만 세개가 잡혀 있다고 했다. 사실 <천군>에 나오는 그녀의 역할로 인터뷰를 하기엔 제약이 너무 많았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 빼놓고는 그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세명의 남자배우에 가려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슨 할말이 많은지 카페 구석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빠르고 단호했다.

편하게 시작할께요. 이렇게 여러 매체가 오고 그러는 줄 몰랐어요. 팬이라고 하기엔 좀 뭣하지만 학교에서 여러 번 본적이 있어서 반갑네요.
그럼 엄밀히 말하면 학교 선배시네요? (웃음) 그런데 저 자퇴했어요(이 부분에서 무척 놀랐다. 대게 ‘휴학 중’ 이라고 하면 연예인이 다 그렇지 뭐~그러고 넘어가려고 했다가 정곡을 찔린 느낌 이랄까) 휴학 안하고 1년 정도 다니는데 솔직히 스케줄과 병행 하면서 학교를 다니니까요, 준비 안하고 수업에 참여 하게 되잖아요. 교수님들 한테 어떻게든 점수 받아 보려고 몰아서 레포트 왕창 써서 올리고..그런데도 막상 수업에 참여하면 항상 ‘준비도 안하고 수업 왔어? 니가 무슨 영화를 찍고, 연기를 공부한다고 그러냐?’그런 식의 말들을 듣거든요. 그래서 고민하다 자퇴했어요. 학교 생활한다는 게 힘들더라고요. 동지애도 있어야 하고 교수님도 격려를 해주시고 그런 게 있어야 되는데 휴학하고 나서 또다시 못 다닐 것 같아서 자퇴서 낸거죠.

음..그러셨군요. 미련없이.
네.

실제로 털털하신 성격인가 봐요. 일 처리 하는 방식을 들어보니. 그래도 은근 내성적일 것 같아요. 원래 그런 사람들이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어떻게 아셨어요?

저도 원래 A형인데 다들 O형으로 보거든요. 인간관계도 좁고 깊게 가자 주의인데 왠지 발 넓어 보인다고 다들 그래서 왠지 효진씨도 그런 오해 아닌 오해를 받을 것 같아요.
맞아요. 털털하지만 내성적인 거요. 전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자랐거든요. 그런데 친한 사람 몇 명 말고는 ‘그런 척’ 하는 편이예요. 친분을 관리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진짜 오래 만난 친구들 몇 명 밖에 없어요. 지나가다 만나면 반가운 정도? 그게 내성적이라면 내성적 아닐까요?

연예인들은 사실 그런 게 필요하잖아요.
마당발인 게요?

잘 지내는 거. 친한 척 하잖아요. "어~반가워..오빠!!언니~"뭐 그런 것들이요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신인 때는 아무래도 그렇죠. 그런데 어느 정도 이 일을 하게 되면 치일 때도 있고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여자배우든 친했던 누구든 좋은 작품 만나서 열연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맥이 빠질 때가 있어요. 그게 어쩔 수 없는 일의 욕심이랄까 그런 거겠죠. 저는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를 봤을 때 ‘난 뭘 해 왔나.’ 하는 생각이 들고 좋은 영화를 보면 희비가 엇갈리는 편이예요. 연기를 너무 잘한 거에 대한 질투랄까 나에 대한 뭔가가 막 생기고 그래요. 그게 친한 사람이 많을수록 같은 라인에서 뛰고 있는 거기 때문에 그게 좀 힘들 때가 있어요. 어쩔 수 없이 한 자리를 노리면서 가는 사람들인데, 자격지심으로 다가오죠.

자신이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 못했나요? 아님 은연중에 혹시 내가??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나요?
(아주 단호히) 저는 그런 생각 안 했어요. 어렸을 때 부터 연예인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싸인 받으러 다니는 사람들을 이해 못했어요. 저는 좀 현실적인 사람이라.(웃음) ‘그러면 그 사람들이 널 좋아 한대니?’그러고 그랬거든요. 그런 친구들 보면 왜 저러고 다닐까 싶었죠. 그냥 드라마 보면 잠시 드라마 빠져서 좋아 했던 거? 그런 꿈은 전혀 없었고. 연극제나 댄스대회에 나가 본적도 없고. 소심한 편이였어요. 제가 원래는 모델 일을 먼저 했거든요.

예. 알아요. 저도 학생 때 꽤 사보던 잡지였는데..
아, 아시는 구나. 모델일 한 것도 뭘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니 구요. 저는 뭘 만들고 그러는걸 너무 좋아했거든요. 어렸을 때 인형 옷을 제 양말로 만들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게 엄밀히 말하면 그게 제 꿈이었어요. 막연히 어떻게 공부하는 게 좋을 까 생각하다가 남동생하고 엄마랑 셋이서 호주로 유학을 가게 된 거예요. 사실 거긴 패션 산업이 발달한 곳이 아니었거든요. 그런 거 공부할 여건이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한국으로 다시 들어왔는데 고등학교 3학년으로 복학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3월에 개학 하잖아요. 그런데 들어올 때가 11월 달이었어요. 아! 맞다. 호주에서 들어오기 전에 외국인이 모델 할 생각 있냐고 찾아오라고 그런 제의를 받았었어요. 그 당시엔 ‘어? 왜 이 사람들이 나한테 이런걸 주지?’그랬거든요. 근데 외국인 하고 학교 다니기도 힘든데 그들과 뭔가 경쟁한다는 게 두렵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한국에 들어와서 패션 쪽 공부하고 싶었는데 복학 전에 도움 좀 되겠다 싶어서 모델을 하고 그러다 우연히 데뷔하게 된 거예요. 자신감이나 표현력, 사진 찍히는 거 별로 안 좋아 했어요.

원래 연예인에 대한 동경도 없고 별로였는데 지금은 여배우가 되어 있고, 되게 아이러니 하게 느껴지네요. 사실 말하기엔 별거 아니라고 해도 솔직한 얘기들인데, 그래도 말 들어 보면 자신이 하는 일에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끈기가 없어요. 신인일 때 인터뷰를 하는데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었거든요? 그때 제가 그랬어요. ‘베짱이 같은 사람이요’

하하. 정말?
정말이에요. 개미와 베짱이는 예술가잖아. 바이올린 키고. 맨날 놀고.(웃음)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준비 끈기가 있어서 일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 당시엔 즐거운 게 좋고 좋은 게 좋은 그런 사람이었어요. 다른 목적( 패션 디자이너)이 있었으니까. 일을 하다 보면 이 일에 대한 포기가 빠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참 이상한 게 어느 순간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더 잘하고 싶고 칭찬 받고 싶고. 재미있으니까 한 거죠. 제가 가지고 있는 끼나 특기라기 보다는 뭔가 노력해서 얻고 고민도 하고 두려운 것도 생긴 거예요.

사실 <천군>에서 해외 촬영이 많아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는 소문이 많은데 워낙 대작이고 오래 찍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렸을 때 해외 유학 경험도 있고 현장 적응을 잘했을 것 같은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사실 저는 외국에서의 촬영씬이 없었어요. 오빠들(박중훈, 김승우, 황정민)이 막판에 한참 고생할 때 짠! 나타나서 2박 3일 있다 온 거죠. 항상 같이 연기한 분들이 힘들다고 환경 열악하다고 국제 전화 오고 그래서 어떤지 보러 간 거예요. 그런데 진짜 열악한 환경이더라구요. 그나마 그 곳에서는 호텔급이라고 해서 숙소로 삼았는데 물도 제대로 안나 오구요, 방에 들어오면 파리가 창문에 100마리 넘게 붙어 있어요. 창문을 못 열 정도로. 왜 대체적으로 힘없는 파리들..에~에~엥 날아다니가 확! 잡히는 그런 파리들이요. 자다 일어나면 이불에 바퀴벌레 눌려 있는거 발견하고. 사실 승우 오빠랑 중훈이 오빠의 생활 자체가 럭셔리 인데 그곳에서 라면만 50봉지 먹고 그랬다면 말 다 한거죠. ‘너 , 여기 오려면 이불이고 뭐고 다 싸와’ 그랬는데 창 열면 별밖에 안 보이고 눈 오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럼 다들 촬영하는데 격려차 방문한거군요.
그런 차원도 있죠. 거기서 인터뷰 하고 그랬어요. 되게 춥더라구요. 어렸을 때 해외에 있었다고 해서 적응 잘 하고 그런 건 아니 구요 그곳 분위기 자체가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다들 고생 많이 하셨죠.

그럼 공효진씨 촬영은 다 한국에서 하신 거네요?
저는 다 한국에서 했죠.

어디선가 보니까 다들 남자들이고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적응 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면서요. 다들 결혼도 했고 애인도 있었고…
그땐 승우 오빠가 애인 없는 척 했어요.(웃음) 사실 그 동안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멋진 남자들하고만 했었죠.. 당대 최고의 인기남들. 하하. 그런데 사실 이번엔 오빠들, 그러니까 어른들과 하고 싶었어요. 연기하면서 부담감이 슬슬 생기더라구요. <천군>은 <상두야 학교가자> 끝나고 1년 만에 찍은 영화거든요. 쉬면서 뭘로 시작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생각을 많이 하다 보면 마지막에 더 간단해 지잖아요. 그때 제가 그랬었던 거 같아요. 이 작품 저 작품 고민하다가 내가 나이가 얼마 안 먹었고, 고작 작품 몇 개째 인데 ‘그냥 쉬엄쉬엄 오빠들과 스케일 큰거 해볼까?’ 해서 한거죠. 사실 왜<천군>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렇죠. 저도 찍게 된 동기 그런 거 묻고 싶었어요.
이 작품 왜 하셨냐고, 뭔가 쌓아온걸 다시 밑으로 내려 갈 것 같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사실 <천군> 시나리오 봤을 때는 남자들에게 더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오빠들 캐스팅 되면서 각자 해보고 싶었던 배우들이 한꺼번에 캐스팅 되니까 ‘ 남자 셋에 여자 하나? 좋겠구나’그런 생각도 들고 그 동안은 소박한 영화였는데 스케일 큰 거 해 보자 한 거예요. 그 당시엔 어깨가 무거운 상태였거든요. <상두야 학교가자>부터는 다 나보다 신인이고 어리고, 안주인 역할을 해야 하고 시청률도 생각하게 됐어요. 작가 분이 저에게 많이들 물어보시고, 즐거운 작업이었죠. 같이 만들어 간다는 느낌에. 1년 쉬면서 뭔가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이 번 작품은 오빠들에게 많이 기댄 작품이에요.

아, 그래서 인터뷰 도중에 다른 배우들에게 미안한 작품이란 얘기를 많이 하시는구나. 배우들은 시나리오를 고를 때 느낌에 오는걸 팍!고른다던 지 아니면 다른건 안 보고 찍고 싶은 작품을 하나를 콕!집어서 고집하는지 궁금한데요, <천군>의 경우엔 어떘나요?
사실 <천군> 결정할 때 들어온 시나리오 들이 많았어요.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들. 지금 개봉한 것들도 많아요. 할까? 했던 작품들도 있구요. 물론, 한번도 그걸 안 한 거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상업적인 시나리오들. 이걸 과연 할수 있을까 하는 캐릭터들 이랑 공포영화도 있었고. 무엇보다 비슷한 역할도 많았죠. 확 떙기는 뭔가가 없었어요. 사람이 안 쉬다가 한 1년 정도 쉬면 그렇게 되나 봐요. 자격지심 같은 게 생겨요.

마음이 되게 힘들었거든요. 뭔지도 모르고 있다가 배우로써 자아가 성립된 시기였던 것 같아요. 쉬는 동안 미국에 두 달 정도 여행도 가고 그랬거든요? 재미없으면 그냥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사랑 받다가 아닌 사람으로 살면 내가 아무것도 보여줄게 없고, 설 자리가 없어지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시작 한지도 얼마 안됐고, 그냥 맘 편하게 생각하자 그렇게 된거죠. ‘배우라면, 딱 내 옷 같은 작품 하나 남기면 되는 거 아냐?’ 그런 생각해요. 배우 하면서 그 사람 아니면 못 했을 것 같고 죽기 전에 그런 작품 하나 남기는 거.. 그게 영광이죠. 그러면서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너그러워지고. 내 마음에 있어서 뾰족뾰족 했던 생각들이 정리 되면서, 그냥 같이 연기 하고 싶은 배우들이 한꺼번에 캐스팅 됐고, 특히 정민 오빠요. 그래서 맘 편하게 선택한 작품이에요.

실제로 그런 마음으로 선택한 영화의 촬영이 끝나니까 어때요? 자신의 느낌이 옳았다고 생각하세요?
영화가 개봉 해봐야 알겠지만, 촬영하는 동안은 정말 즐거웠구요, 사실 그 동안 몸으로 고생하는 거 많이 했거든요. <화산고>나 <태권소녀…>같은거. 이번 영화는 내가 근력을 써서 힘들었다기 보단 진짜 생고생을 많이 했어요. 여름에 실크 한복, 왜 바람 하나 안 들어 오는거 있어요. 그거 입고 고생하고 겨울엔 진짜 얇은 난방 입고, 합천댐 물위에서 보트 위에서 일주일 내내 촬영해서 속이 얼어서 설사병 나고 그랬어요.(웃음) 장기가 얼어서 말이죠. 그런데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요. 정말 재미있게 찍었는데.

아직 기술 시사도 못 보셨죠?
이제 하면서 봐야죠. ADR따면서 잠깐 봤는데 재밌을꺼 같아요.

그 전에 와일드한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인물이예요. MIT수석 졸업에 이름도 세련된 김수연. 천재 과학자 인데요. 본인이 보기에 수연이란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참고로 ‘김수연’이란 이름은 <천군> 감독님의 초등학교 첫사랑 이름이래요.

그런 얘길 해 주셨단 말이예요?
네. 그러면서 감독님이 첫 촬영하는데, “제 첫사랑 이름이예요. 개봉하면 그 친구 찾을 수 있겠죠?”그러시는 거예요. 그만큼 애정이 많다면서 예쁘게 해주셔야 한다고.(웃음) 사실 김수연이란 캐릭터엔 감독님의 모습이 있어요. 굉장히 박식하시고, 흥미로운 이야기 나오면 눈이 반짝 거리고.. 그래서 감독님 모습을 수연이란 캐릭터에 묘사해 보려고 했는데 잘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되게 어렵던데요?(웃음)

하긴 참고해야 할 모델이 감독이면 아무래도 좀 어렵겠죠.
어렵기 보다는 맞나 싶기도 하고, 글쎄요..제가 노력한 부분이 많이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촬영장은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촬영이 넘어갔거든요. 감독님이 ‘오케이!! 세번까지 그렇게 가면 좋~아’ 그러시니까 ‘감독님 정말 괜찮아요?’ 그러면 ‘괜찮아요’ 그러시고. 그러니까 배우들끼리 서로 물어보는거예요. ‘나 괜찮았어? 그래? 너도 괜찮았어’ 그러면서 이게 맞나 안 맞나 고민 같은 거 안하고 발랄하고 막힘 없이 진행 된 거죠. 짧은 기간은 아니었지만 순조롭게 찍었다고 다들 즐거워 했으니까요.

배우들끼리 서로 그렇게 주고 받으면서 찍었다니까 재미있네요.
저는 나이차는 남자 배우들 세 명이고 저 혼자 여자니까 대하기 어렵거나 자기네들끼리 어울리고 그럴 줄 알았거든요? 근데 친구처럼 항상 대화에 껴주시더라구요. 항상. 그래서 많이 배웠죠. 인생, 결혼, 연애,사랑, 일. 앞으로 내 일의 종착점까지. 너무 많은 인생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어른들 사이에 있으면 되게 어른스럽게 행동 한데요. 그래서 오빠들 따라 룸싸롱도 가봤어요.

앗! 정말요?
되게 재미있던데요.푸.하.하

극중 김수연은 감독님의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고 하셔서 말인데 여지껏 캐릭터 중에서 가장 효진씨다운 역할은 뭐였나요? 자신과 가장 비슷했던 캐릭터.
( 이 부분에서 한참 고민했다.) 저에겐 극과극이 있는 것 같아요. 성격이. 남성적인 부분은 되게 그렇고 여성적인건 한없이 여성적이구요. 그 중간은 없는 것 같아요. 제 스스로가 너무 궁금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물어봐요. 절 가까이서 본 사람들은 항상 극과 극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균형이 잘 맞는 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품행제로>나 <태권소녀..>같은 작품은 남성적인 부분이 강하구요. <품행제로>의 경우엔 ‘그게 니 모습 아니냐?’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요. 담배피고, 연기가 코로 나오고 그런 모습은 경험 없으면 못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남성 같은 모습을 흉내 잘 내요. 되게 무섭게 욕할 줄도 알구요. 살벌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남자인데도 살벌하게 욕 못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예전보다 그런 연기가 많이 는 것 같고. 남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게임이나 깡패같이 구는거 잘해요.(웃음) 그런데 집에서 여가생활은 독서랑 화초 기르기, 옷 리폼하고, 십자수 하고 그러거든요? 그러니까 완전 극과 극을 달리는 거죠. 운동 같은 것도 생전 처음 하는 건데 다이버하면 이거 정식으로 배울 생각 없냐고, 권유받고 그래요. 오토바이도 처음 탔는데 계단 올라가고 막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다들 입문하라고 그러죠. 그런 반면에 강아지 보면 그냥 못 지나 가고..엇? 무슨 얘기 하다 이 얘기 까지 나왔지?


재능이 많으시네요. 실제 자신의 모습과 가까운 캐릭터가 있냐는 질문이었어요.
아 맞아요. 암튼 <품행 제로>의 모습은 제 모습이 아니예요. 한 사람에게 집착 하고..쿨하게 포기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순애보로 끝까지 매달리고 그러잖아요. <내멋 대로..>에서도 ‘끝까지 돌아와야 돼.’그러고. 안되는건 포기가 빠르고 만족하는 것도 빠른 성격이라 가장 최근에 한 <건빵 선생과..>가 가장 비슷해요. 불의 보면 못 참는 성격이죠. 바닷가에서 경치 감탄하면서 쓰레기 버리고 그런 거 못 견뎌요. 꼭 설교해야 돼요. 저는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이거든요. 항상 ‘왜 안돼? 이시대에. 문신? 여배우가 할 수도 있지?’그런 생각 많이 해요. 지금 제 나이에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싶은 그게 제 모습이에요.

사실 이 인터뷰 할 때 딜레마를 느꼈어요. 영화를 보기 전에 인터뷰를 하는 게 되게 아이러니 한 거거든요. 추측해서 질문해야 되고, 과거의 연기에 대해 비교해서 질문해야 하고.
그렇죠. 저도 동감해요. 뻔한 질문들 하시잖아요. 다행히 이번 인터뷰에는 없지만 ‘가장 추천할 만한 장면은? ‘, ‘애피소드는요?’ 매 순간이 애피소드인데 거기에 대답을 하라니까 말문이 막히죠. 거기다 ‘누가 더 잘해 주던가요? ‘ 그런 인터뷰 두 개 하면 정말 지쳐요. 그래도 <천군>은 사실 부담 없이 찍었다는 걸 말씀 드렸다시피, 다양한 장르에서 다작을 하고 싶었던 저의 바램으로 선택 한 작품이고 배역 자체가 오빠들의 비중이 더 많고 인터뷰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외국기자가 한국의 영화바닥에서 처음 혼란스러웠던 게 ‘탤런트’란 말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외국엔 배우의 개념이 더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배우’란 이름은 왠지 스크린에 국한 되어 있잖아요.저는 공효진씨가 탤런트란 느낌은 안 들거든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다르게 질문을 해보려구요. 드라마를 찍을 때 배우의 입장과 영화배우로써의 느낌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사실은 처음에 <눈사람> 찍을 당시에는 ‘정말 영화배우가 드라마로 외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컸어요. 그때부터 걱정이 된거죠. 영화로 시작했고 영화작업을 더 많이 했는데 뭔가 대중적으로 어필되는건 <눈사람> 이나 <상두야…>, <네멋..> 이었잖아요. 영화는 제힘으로 끌어간 게 없었고. 그런데 지금은 드라마 끝날 때 마다 영화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 말이 이상하시죠?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왜 나오지?’하실 수도 있어요. 매번 영화작업 하고 싶다고 말은 해요. 그런데 드라마에 휩쓸리죠.그런데 저는 드라마도 맞는 거 같아요. 드라마가 안 맞는 배우들이 있거든요. 저에게는 순발력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드라마를 찍는 동안은 두 세달 동안 그 사람으로 살아 갈수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드라마의 역할에 한번 빠지면 후유증이 큰 거 같아요. 이번 작품도 그랬어요. 드라마 끝나고 상대 배우가 보고 싶어지고 그래요.

배우로 호흡 맞췄던 비가 방송하는 거 보면 ‘이제 상두는 없구나’하고 허탈 해지고…. 그러면서 ‘이 바보야 왜 그렇게 사니? 계속 드라마에 빠져서 상대 배우를 사랑해버리면 내 인생은 뒤죽박죽이잖아’ 그래서 드라마는 어쩔 수 없는 게 있어요. 그에 비해 영화는 뭔가 작품을 만들어 가는 재미죠. 제가 좀더 나이를 되면 콘티 작업도 같이 하고 싶어요. 대사는 이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렇게 조정하고 바꿀 수 있는 분위기, 첨부터 끝까지 알고 가니깐..같이 고민 하게 되고 그런 게 즐거운 거 같아요. 뭔가를 예쁘게 키워서 시집 보내는 느낌이랄까? 다듬고 예쁘게 포장해서 최고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걸렸을 때의 뿌듯함. 영화 할 때는 아프다고 하면 약사다 주고, 뭐 먹고 싶어요? 그러면 바로 그거 먹으러 가고 뭔가 가족애가 느껴지잖아요. 드라마 할 때는 사실 같이 식사하고 그러는 건 없어요.

원래 인터뷰란 게 매체의 구분보다 순서에 의한 분위기를 많이 탄다. 처음 타자나 마지막일 경우가 배우나 기자 입장에서 더 부담 없이 진행 되고 재미있는 게 사실. 그러나 이번 경우엔 중간인 두 번째에 딱 걸려서 약간 난감했었다. 그러나 <천군>에서 같이 연기한 배우들과 단란하게(?) 술 마신 경험부터 드라마에 함께 나왔던 배우들이 가끔 보고 싶다고, 어떤 때는 드라마 주제가만 들어도 눈물 난다고 말하는 공효진을 보고 있자니, 누구보다 먼저 마음을 여는 이 사람이야 말로 대중에게 다가올 줄 아는 똑똑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녀가 떠나있었다는 1년 동안 아무도 그녀가 우리 주위에 없었다는 걸 느낀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존재를 못 느껴서가 아니라 여전히 <상두야..>의 은환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최근 까진 <건빵 선생과…>의 나보리 선생으로 사랑을 듬뿍 받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유별나지만 뛰어난 핵 물리학자 김수연으로 다가올 공효진을 생각하니 그녀의 발랄함이 유쾌하게 전이되기를 기대해 본다.

취재: 이희승 기자
사진: 이기성
촬영: 권영탕




7 )
h6e2k
잘읽엇어여~   
2010-01-31 02:49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30 15:49
mckkw
매력적인 배우.   
2008-02-26 17:39
qsay11tem
연기력 맘에 들어요   
2007-08-10 11:04
kpop20
점점 이뻐지고 있는 배우   
2007-05-26 18:41
ldk209
장족의 발전을 한... 배우...   
2006-12-30 08:24
js7keien
공효진의 활약을 기대하면서..
천군? 김빠지는 스토리, 얼빠진 구성   
2006-09-30 19:55
1

 

1 | 2 | 3 | 4 | 5 | 6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