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분명 범상치 않은 감식안을 지녔다고 자부하는 본 필자, 1.5m 정도의 최단 거리를 두고 그녀를 만나본 결과 섹시하다는 표현보다는 오롯한 집안에서 별 탈 없이 자란 건강하고 당찬 시원한 스타일의 여성이라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말씀드리고 싶다. 해바라기 또는 전봇대스런 팔다리와 헤어스타일 등 길고 곧게 뻗은 전지현의 몸은 수직적 느낌이 전해주는 시원스러움의 원천이었고, 말간 표정과 인터뷰 내내 드러낸 다양한 제스처에는 건강함과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타인이 시선 안에 포획되는 이 같은 단상들은, 물론 마케팅 차원에서 덧입혀진 이미지 메이킹의 효과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누구보다 이러한 스타시스템을 잘 파악하고 전지현은 다행히도 도박이 판치는 위험스런 그 영토에서 자신의 재능을 소모적으로 낭비하지 않고 꽤나 영리하게 지금까지 활용하며 잘 간직해왔다. 자승자박의 험한 꼴을 겪지 않으려는 듯. 때문에 마케팅의 일환인 비즈니스 측면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만큼은 자신이 그 안에 갇히는 일이 없도록 확실하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어쨌든, 자신을 아시아의 지평으로까지 나아가게 한 엽기녀와 곽재용 감독의 페르소나나 마찬가지인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복제하고 복제해 한 데 버무려 내놓은 <여친소>의 경진은, 전지현의 매력을 양껏 맘껏 꾹꾹 눌러 담아낸 캐릭터다. 시쳇말로 표현하자면 뽕을 뽑을 때까지 뽑아냈다는 거다. 그러기에 자신의 이미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재현해낸 혹은 과잉이다 싶을 만큼 상품적으로만 추출해 엮어 놓은 이번 영화는 어느 모로 보나 배우 전지현에겐 중차대한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요. ㅎㅎㅎ
생각보다 많이 바쁘지 않아요. 그래서 밥 먹는 거, 자는 거 문제없습니다. 보시다시피 건강하구요.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홍콩에서 얼마 전 영화가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늘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건데 시사를 마친 소감이 어떠세요
처음으로 시사회를 가진 홍콩에서 많이 긴장한 탓인지 한국에서는 그러니까 오늘은 오히려 편안하게 봤어요.
그 외의 감흥이 있을 법도 한데...
음, 말하자면 많은 기자 분들이 언론을 통해 접촉했던 부분들, 아마도 마케팅적인 측면일 텐데. 예를 들어, 홍콩 중국 동시개봉이다, 외국에서 투자를 받았다. 머 이런 거요.
그래서 그런지 상당수의 기자 분들이 <여친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떻게 전작들과 다른지, 정말 대단한지 한번 보자는 식의 마음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을 많아 받았어요. 날선 분위기가 팽배하게 느껴졌다는 거죠. 물론,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확대 해석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요소들이 관객들에게 기대치를 높인 측면이 있고... 결국, 다른 부차적인 요소보다
‘<여친소>는 곽재용 감독의 영화다’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관객들도 어떤 영화겠구나 하고 나름대로 설정할 수 있으니까요. 이 영화 역시 그의 전작들과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까. 다른 점이 있다면 기존의 그것보다 가슴 아프고 슬픈 사랑이야기가 좀더 더해졌다는 정도. 그걸 감안해서 봐주셨으면 해요. 전 개인적으로 <여친소>가 감독님의 영화 중에서 가장 잘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그걸 생각하면 칭찬해주고 박수를 쳐주고 싶고.....
전지현씨의 인기는 수년 동안 수그러들기는커녕 갈수록 폭발적으로 그 영향력이 늘어나고 있는데.. .뭐 거히 범아시아적 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아시아판 타임지 기자가 수일 동안 동행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뭐 그 정도였으니.......그래서 말인데 이런 화들짝스런 반응들이 혹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혼자 있을 땐 그런 생각 절대 안 한요. 그냥 개인 생활을 할 뿐이에요. 다만,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조금 그런 면이 와 닿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아요.
아까 말씀드렸듯 이 부분, 다시 말해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한 기사 역시 과장된 측면이 있어요. 저번에도 어학연수 겸 여행을 하려고 외국에 갔다 왔는데 그러한 행동이 할리우드로 진출하기 위한 모색이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죠. 하지만 그건 절대 아니에요.
그리고 <여친소> 아시아 동시개봉, 외국에서 투자....에 대해 어느 정도는 사명감, 의무감을 갖고 있지만 저를 포함한 담당자들은 언론의 뜨거운 반응과 달리 의외로 담담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게 인간의 간사함이 아닌가 싶어요.
예. 인연이니 운명이니 하는 거 믿어요. 왜냐하면 주위 사람들을 보면 그런 걸 느끼니까요. 내 옆에 바로 어떤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가치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느끼기 전에는 이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걸 잘 자각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 나중에 느끼면 이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가 불현듯 떠올라요. 이런 행동과 말을 하지 않았으면, 정말 그랬으면 이 사람을 못 만났을 뗀데......그 보이지 않던 연결고리를 생각하면 순간 덜컥 놀라며 인연이나 운명의 소중함을 느껴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내가 좀 이런 식으로 발전했구나 또는 변했구나 하는 점을 발견했을 거 같은 데.
사실 배우들의 변화는 관객들이 영화 끝나고 나서 스크린을 떠날 때 그 배우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결정되는 거 같아요. 관객들의 몫이란 말이죠. 제가 이번 영화를 하면서 달라졌다고 생각 할 수 있는 점은 어느 배우나 마찬가지겠지만 뭔가 보여주려는 의욕이 강해졌다는 거. 감독님이 얘기했듯 연기하지 않는 것처럼 몸을 취하며 감독님의 세계를 내 몸을 빌려 정말 보여주자. 그걸 다짐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찰랑찰랑 긴 머리는 계속 기를 건가요
ㅋㅋㅋ...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저의 성격인 거 같아요. 중3 졸업할 때쯤 데뷔했는데 그 땐 단발이었어요, 학교 규율 때문에.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기른 거예요.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세월의 흔적..... 짧을 때는 머리를 묶을 수 없어 불편했는데 머리를 기르니까 드라이를 안 해도 되고 간편하게 묶을 수도 있고 뭐 여러 가지로 편하다보니 간단간단한 제 성격과 맞물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쭉 길러 온 거라 할 수 있죠. 하지만
“배우는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게 전부라고 생각해요”
어떤 배역에서 또는 신에서 머리를 잘라야 한다면 굳이 생머리를 고집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과감히 자를 마음의 준비돼 있어요.
지금 이 순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글쎄요.......... <여친소>는 친한 사람들끼리 재밌는 얘기하다가 불쑥 튀어 나온 말이 씨가 돼 시작된 영화걸랑요. “너 한번 해볼래...” “그걸 곽재용 감독님이 하면 어떨까?” 해서 시작되고 완성된 경우예요.
사실. 아시아 동시개봉, 외국 투자 이건 비즈니스의 차원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랑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죠. 그렇지만 절 도와준, 그러니까 이 영화를 이끈 분들이 저에게 해준 부분은 상당해요. 그만큼 돌려드리지 못한 게 죄송스러울 뿐이죠. 그래서 최선을 다했는데 얼마나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예비관객들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시죠.
개인적으로 <여친소>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좀더 옛날 생각이 들게끔 따뜻한 정서를 불어 넣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고 나서 나올 때 제목처럼 좋은 여자친구를 소개받은 기분을 여러분이 받는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으니까 그런 기분 꼭 느낄 수 있도록 꼭 한번 봐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취재: 서 대원 최 동규 기자
촬영: 이 기성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