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에서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염석진이 유독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염석진은 <암살>에서 극의 긴장감을 유발하고 유지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굉장한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장면이 많다. 영화 속 다른 캐릭터들도 물론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염석진은 극의 진행을 주도적으로 방해하고 이야기의 방향을 틀어 반전을 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암살>에서 염석진은 20대에서 60대까지를 아우른다. 한 영화 안에서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여러 변화를 겪는 인물이라 관객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부담됐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떤가? 잘 해낸 것 같나.
역시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구나! (웃음) 감독님이 인물들을 그럴싸하도록 편집해 주셨다.
엔딩 장면과 재판 받는 장면에서의 연기가 특히 인상 깊다. 촬영할 때 염석진이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석하고 연기했나.
염석진이 내면을 들키는 장면이 몇 개 있다. 아편굴 신도 그 중 하나다. 원래는 염석진이 ‘독립단도 결국 돈벌이다. 모두 도둑놈인데 왜 나한테만 그러느냐. 한국 독립단, 신한 독립단, 의열단, 서른 가지가 넘는 단체들이 파벌 싸움을 하는 것이 무슨 거룩한 독립 운동이냐. 돈 들어오는 구멍이 다르니까 모두 찢어지지’ 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축약됐다. 염석진의 내면이 단번에 드러나 보이는 대사다. 보여지는 캐릭터의 색깔은 조금 다르지만 법정에서의 장면도 염석진이 자기 합리화를 시킨다는 면에서는 아편굴 신과 비슷한 신이다. 염석진은 법정에서도 본인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 변론을 한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염석진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염석진은 자신의 행동에 당당했던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변론했던 것으로 해석한 건가.
그렇다. 재판에서 지면 사형 내지는 구금이니까. 염석진은 한때 독립운동가였지만 종로 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하면서 변절자가 된 인물이다. 죽음 앞에서는 굉장히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본성이 드러나는 거다.
맞다(웃음). 살려고 하는 그 어떤 끈질김... 살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염석진이 끝까지 유지했으면 했다. <암살>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도 의연하게 바치는 독립군의 이야기다. 그리고 염석진은 독립군들과 정반대의 인물이다. 염석진을 삶에 끈질기게 매달리는 인물로 표현하면 독립군과 훨씬 더 대립되게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시나리오 단계부터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고문신도 그래서 생겼다.
고문신이 원래는 없었던 건가.
초고에는 없었던 것 같다. 시나리오가 워낙 많이 바뀌어서 헷갈린다. 고문 장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처음부터 있었던 장면은 아닌 것 같은데 확실치 않다. 아무튼 고문신은 염석진에게 굉장히 중요한 신이다. 그때 변한 염석진의 모습을 영화 끝까지 유지시키고자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염석진은 총을 맞고 나서도 끝까지 살고 싶어 바둥댄다. 법정에서도 흉터를 직접 보여주지 않나. 자신이 총을 맞아도 살려면 살 수 있는 놈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다. 하지만 엔딩에서는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치던 염석진이 갑자기 팍 하고 쓰러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했다. 그래서 땅을 파고 모래를 깔았다(웃음). 몇 번 반복해서 찍어야 되는데 맨땅에 몇 번 넘어지고 나면 겁이 나서 몸을 던지기가 쉽지 않다(웃음). 매트라도 조금 깔아 달라 부탁했는데 촬영이 갑작스레 준비돼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갑자기 준비됐다니?
장소를 한 번 바꿨다. 감독님은 염석진이 안옥윤의 총에 맞고 쓰러질 때 사람들이 많은 시장통 골목에서 죽을지, 물 웅덩이에 처박혀 죽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염석진을 포함한 영화 속 모든 인물은 시대가 만든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염석진과 독립군의 운명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염석진과 독립군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 생각하나. 신념과 집념의 차이일까?
신념과 집념의 차이. 그거 좋은데? 그렇게 기사를 써야 될 것 같다(웃음). 독립군이 신념이라면 염석진이 집념이다. 삶에 대한 집념. 그 당시에 염석진과 같은 인물도 분명 있었을 거다. 그런 사람들이 밀정하며 수많은 독립군들을 팔아 넘겼고 중간에서 독립자금을 착복했던 거다. 조사를 해 보면 일본군에게 정보를 팔아 넘긴 돈으로 연명했던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염석진은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김구 선생 같은 경우는 염석진과 반대로 열정을 온통 조국 독립에만 쏟은 분이고. 나라를 위해 싸우는 독립군 이야기는 많이 볼 수 있어도 나라를 등지고 삶에 집착하는 인물을 긴 시간에 걸쳐 보여주는 영화는 드물기 때문에 염석진 같은 인물이 조금 더 눈에 띄는 것 같다.
염석진은 악역이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7~80년도에는 염석진 같은 인물도 과거 우리가 지녔던 모습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쉽게 못 꺼냈을 것 같다. 처벌 받아 마땅한 인물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오래 지났다. 정말 숨기고 싶은 과거지만 염석진 같은 인물도 우리의 수 많은 얼굴 중 하나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가 직접 연기했지만 어떻게 이렇게까지 나쁜 인물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 자기 동료들을 모두 팔아 넘기는 인물이니까. 하지만 염석진을 제대로 연기해야 독립군의 모습이 잘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염석진을 훨씬 더 악독한 인물로 그렸다. 염석진은 바닥까지 내려간 인간의 드러나지 않은 이면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염석진도 인간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은 안 하다.
처음부터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면 조금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의미를 찾아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시작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거였다. 그런 측면에서 염석진도 처음에는 동료들을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영화가 더 재밌어지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러다가 괴롭히기만 하는 역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색깔을 입혀 조금 더 입체적인 인물로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물의 다른 면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염석진의 모습이 죽음을 매우 두려워하고 삶에 굉장한 집착이 있는 모습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 염석진은 겁이 매우 많은 사람이라는 거다. 안옥윤, 속사포, 황덕삼과 같은 사람은 본인의 신념이 매우 뚜렷한 인물이다. 그래서 목숨을 잃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다. 그런데 염석진은 그들에 비해 용기가 없다.
염석진이 변절하는 과정을 조금 더 풀어줄 줄 알았다.
종로 경찰서 장면 하나다. 김구와 염석진이 대화하는 신에 과거 회상 몽타쥬처럼 편집돼 있는 장면인데 염석진 얼굴 위로 디졸브 되면서 보여진다. 사실 그 장면은 몇 컷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도 충분한 것 같다. 왜냐하면 고문이라는 건 그 자체로도 설명돼지 않나. 감독님이 고문신을 롱 테이크 한 컷으로 뽑았는데 개인적으로도 컷을 나누는 것보다 지금처럼 롱 테이크를 통해 감옥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고문이라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조금만 다쳐도 며칠 동안 신경 쓰이고 아프지 않나. 우리 세대는 어렸을 때 박물관에 견학 가서 고문 과정을 재현한 인형도 많이 보고 책도 읽어 고문 현장에 대해 익숙하다. 일본군이 독립군들을 고문할 때 어떤 방법으로 고문했는지 보고 들은 것이 많다. 손톱을 뽑았네, 사흘 낮밤을 두들겨 패서 다리가 터지고 피가 났네, 이런 것들. 최동훈 감독님이 그런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고문 현장에서 이렇게 맞다가 오늘 죽게 되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며 몇 달을 살게 된다는 생각을 해 봐라. 한 커트로도 충분히 염석진이 느끼는 압박이 표현되는 것 같다. 요즘 영화에서는 고문 받은 주인공이 별로 아파하지도 않고 옥지기들을 몇 대 때려 탈출하기도 하지만 실제 고문은 그렇지 않다.
1930년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따로 준비한 건 없나.
주로 소품을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시대를 표현하려 했다. 구식 총, 라이터, 필터가 없는 담배 등이 시대를 보여줄 수 있는 소품이다. 하지만 시대를 표정으로 보여주기는 어렵다(웃음). 독립군이면 돈이 없었을테니 꾀죄죄하고 남루한 모습이 의상에서 드러나게 표현했다. 머리도 자주 감지 못하니까 떡지게 하고...
머리를 자꾸 쓸어 넘기는 게 눈에 띄더라.
원래는 머리를 한 번만 쓸어 넘겼는데 감독님이 두 카메라로 찍은 장면을 모두 써서 두 번 넘긴 것처럼 보인다. 나도 보면서 쟤는 왜 계속 머리만 넘기나, 마음에 안 들었다(웃음). 그런데 아주 급박한 상황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생각하기 위해서라도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 염석진이 마음 속으로 계획을 세우며 여유를 찾느라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긴 거다. 그런데 그걸 두 번이나 썼더라(웃음).
계산된 설정인 줄 알았다 (웃음).
연기도 일이라 하다 보면 조금씩 는다. 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근본적으로는 예전보다 책임감이 더 생기기도 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책임감, 아직까지 나를 아껴주는 관객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내가 맡은 역할을 잘 해내야 영화가 더 재밌어진다는 책임감이 예전보다 더 많이 생겨서 노력도 더 하고 신경도 더 쓰인다. 24시간 중에서 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이다 보니 연기가 조금씩 더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연기하는 방법에서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연기는 얼마만큼 집중하는지가 중요하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인물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려면 인물의 숨겨진 면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염석진 같은 경우는 그가 왜 나빠졌는지를 생각해본다. 그런데 나쁘다는 것에도 여러 가지 면이 있을 수 있지 않나. 한 인물에서 그런 다양한 모습을 찾는 거다. 그리고 내가 발견한 모습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런 면들을 찾으려고 해도 잘 보이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가만히 보면 그게 연륜인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직접 경험하게 되는 것도 있고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알게 되는 것들도 있다. 그런 것들이 하나씩 쌓이게 된다. 그러면 전에 들었던 것을 여기다 한 번 입혀봐야지, 이런 생각도 들게 된다. 연륜이 쌓이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건 다른 특별한 방법을 터득했다기보다 나이가 들면서 쌓인 경험을 캐릭터에 더 많이 입힐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거 아닐까.
나이 들면서 악역들을 자주 맡는 것 같다(웃음).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웃음). 좋은 놈, 나쁜 놈 이렇게 나뉜다면 좋은 놈은 젊은 친구들이 하고 나쁜 놈은 늙은 친구들이 하는 거다(웃음).
나이가 든다는 걸 많이 느끼나.
힘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이 조금 더 생긴 것 같다. 연륜 있는 배우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으니까. 나이가 어느 정도 된 배우들이 그래서 악역을 많이 맡게 되는 것 같다.
해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연기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보이면 보일수록 재미는 있다. 그런데 보이는 것이 많다는 건 그만큼 준비해야 될 것들이 더 많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의 양이 많아지는 거지. 그래서 점점 더 어려워진다. 개인적으로 연기할 때 본능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장면에서는 내가 이렇게 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염석진 같은 경우는 버전이 3~4개였다. 이렇게 해야 되나,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가, 고민하다 보니 버전이 많아졌는데 다양한 버전을 모두 준비했다. 현장에서 리허설 할 때도 감독님과 이랬으면 좋겠네, 저랬으면 좋겠네, 계속 이야기했다. 보이는 만큼 더 준비해야 하니까 신경도 더 많이 쓰이고 시간도 더 많이 필요하다.
각각의 버전을 모두 사전에 준비하나 아니면 감독과 상의 후 한 가지를 위주로 준비하나.
모두 준비한다. 감독님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나만 붙잡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일단 모든 버전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몇 가지로 압축시켜 보여드린다. 그때부터 선택한 버전을 위주로 함께 작업한다.
아편굴 장면은 버전이 정말 다양했다. 빠르게 하는 것, 천천히 하는 것, 몽환적으로 하는 것. 아편굴 장면은 한 할아버지가 대나무 파이프에 아편을 넣어 피면서 장면이 시작되는데 아편굴 같지 않게 편집된 것 같다. 눈이 완전히 풀린 염석진이 중얼거리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 부분이 있다. 아편을 너무 많이 펴서 갑자기 넘어지기도 하고(웃음). 그리고 어떤 사람을 김구로 오인하고 쫓아간다. 그런데 많이 편집됐다.
아편굴 장면을 위해 48시간 동안 잠을 안 자고 촬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그렇게 밤을 세면 몸에 무리가 갈 텐데.
일단 몸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몸이 빨리 안 움직여지고 공중에 붕 뜬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수고를 또 감행할 용기가 있나(웃음).
이틀 정도 밤 세는 정도야(웃음). 이틀 지나면 회복된다.
노인으로 분한 모습이 굉장히 사실적이다.
쇄골 밑에서부터 아랫배 배꼽 있는 곳까지 특수분장을 한 거다. <빅매치>를 찍고 난 뒤라 어깨와 팔에 근육이 꽤 많이 붙어 있었다. 배와 가슴은 합판으로 붙여 할아버지 모습인데 팔과 어깨는 젊은 사람처럼 발달해 균형이 안 맞더라. 그래서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바스트 숏을 잡았을 때 염석진의 퀭한 모습도 필요했다. 어깨와 이두, 삼두 박근 부분에 근육이 없어야 배 부분이 더 두드러져 보이고 할아버지 같아 보이니까.
재판 장면에서의 비주얼이 충격적이다.
얼굴은 조금 아쉽다. 라텍스라는 고무 재질의 액체가 있는데 그걸 세 겹 정도 얼굴에 짙게 바르면 본인의 표정에 맞게 주름이 진다. 그런데 가만히 있을 때는 주름이 잘 안 잡힌다는 것이 단점이다. 얼굴 근육을 움직여야지만 주름이 자글자글 잡힌다. 그래서 처음 촬영을 할 때는 늙은 염석진의 주름이 잘 보이도록 일부러 표정을 과하게 지었다. 그런데 모니터링을 해 보니 그 모습이 내 연기 톤과 전혀 달라 어색했다.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를 좋아한다. 표정도 동작도 최대로 간소화한 연기 톤을 선호하는데 억지 표정을 짓고 있으니 너무 어색했다.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효과는 분명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주름을 포기하고 본래의 연기톤으로 연기했다. 얼굴이 조금 더 할아버지 같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아쉽기는 하다.
스타일인 것 같다.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지 않나. 하정우는 하정우대로 달수 형은 달수 형대로, 그리고 조진웅씨는 조진웅씨만의 호흡법이 따로 있다. 조진웅씨 같은 경우는 대사를 칠 때 억양이 탁탁 꺾이면서 변칙적이지 않나. 배우들은 각자만의 표현 방법이 있는데 나는 행동을 간소화시키는 걸 좋아한다.
무비스트와의 예전 인터뷰에서 캐릭터를 수집하는 의미로 출연한 작품을 DVD로 모은다고 밝힌 적이 있다. 염상진은 본인에게 어떤 캐릭터로 남을 것 같나.
가장 노력한 캐릭터! 그래서 기억도 많다. 모든 캐릭터를 노력해서 연기하지만 염석진은 마치 실존했던 인물처럼 느껴져 훨씬 더 노력할 수 밖에 없었다. 김구 선생을 연기한 김홍파 선배도 잘해도 본전이라며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염석진은 누구라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 분명히 존재했던 사람들 중 하나다. 그래서 사람들이 염석진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 것 같아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배우들이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렇다. 많이 알려진 인물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습으로 연기해야 되니 부담스럽다. 예를 들어 김구를 연기한다면 누가 봐도 어! 김구네? 해야 되는데 저게 무슨 김구야, 라는 생각이 들면 감정 이입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염석진은 아무도 모르는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인물처럼 느껴졌다(웃음). 이완용을 연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매 작품마다 다음 작품이 없을 것처럼 전력 질주하는 느낌이다.
언제 또 슬럼프가 올지 모르니까(웃음). 그래서 이제는 무조건 안 쉬고 전력 질주한다(웃음).
2015년 7월 21일 화요일 | 글_최정인 기자(jeongin@movist.com 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ULTR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