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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부산국제영화제
축제 시작은 아름다워-개막식 | 2003년 10월 2일 목요일 | 부산=임지은 이메일

축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시작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가? 이른 아침 바닷가에 남겨진 불꽃놀이의 잔해가 그렇듯 모든 기억이 작은 흔적처럼, 꿈처럼 사라진다 해도 가장 선연한 것은 여정을 시작할 당시의 설레임이다. “개막 전부터 이런 열기는 처음이다”라는 개막작 <도플갱어>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말만큼, 올해로 8회 째를 맞는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를 목전에 둔 부산 해운대, 남포동 일대는 이미 흥분과 설레임의 공기로 넘쳐난다. 말 그대로 카메라 하나, 수첩 하나 들고 혈혈단신 부산을 찾은 기자가 전해드리는 간략 스케치.

▶ 축제의 시작은 아름다워-개막식

개막식 밤전경
개막식 밤전경
이창동 장관
이창동 장관
강수연 김태우 문소리
강수연 김태우 문소리
사회를 맡은 박중훈 방은진
사회를 맡은 박중훈 방은진
개막작 기자회견(오후 2시)을 시작으로 영화제는 공식적인 일정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거행될 개막식은 오후 7시로 잡혀있다. 올해는 부산 영화제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야외상영장으로 3년만에 컴백한 터라 기대감이 더하다는 풍문. 날이 어두워지려면 아직 멀었지만 야외상영관은 벌써 분주하다. 초대형 스크린을 향해 놓인 즐비한 의자들은 곧 5000명의 관객들에 의해 빈틈없이 채워질 것이다.

지난 영화제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한 6시 40분 경부터 행사장은 본격적인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 개막의 현장을 직접 온몸 체험하기 위해 서너 시간 이상을 기다렸다는 관객들도 부지기수다. 본격적인 행사보다 늘 더 이목을 잡아끄는 건 레드카펫을 밟는 유명인사와 스타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7시를 전후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스타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혹은 사진에 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본관 후문 쪽에 드리워진 레드카펫 주위를 둘러쌌다.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인 얀 트로엘 감독과 이창동 장관을 위시해 신상옥, 최은희, 김지운 감독, 앙드레김, 이병헌, 박해일, 강수연, 문소리 등이 주위의 환호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입장.

빡빡한 일정에 지병인 도로식별불능무한원점회귀 증세(다른 말로는 방향치 혹은 길치라고도 한다)가 겹쳐 벌써부터 녹초가 된 기자 L씨의 피로를 달래준 건 스타들보다는 오히려 귀로 속속 들어와 박히는 주변 관객들의 대화소리. 본인 뒤쪽에 서있던 열아홉 남짓 되어 보이는 세 명의 부산 처자들은 여간해서 보기 쉽지 않은 별들의 향연에 못내 즐거워하며, 귀염성 있는 외모와는 사뭇 거리가 있는 터프한 코멘트들을 시시각각 날려주었다. 대략 이런 식.

A양: 저거 저거(실명은 비공개. 모 여배우라는 사실만 밝혀두겠다) 살 억수로 뺐네. 성공했다 아이가.
B양: ....맞나. (대답은 심드렁하지만 어디까지나 표정은 세 명 모두 즐겁다)
C양: (고개 끄덕끄덕) 맞네. 하이고 이쁘네.

왕터프 촌철살인. 부산 출신 친구들로부터 “닭살스럽다”는 말을 자주 들어온 서울 토박이 L씨, 그 쿨함에 부산의 파워를 다시 한 번 절감한다. 보랏빛 드레스를 걸친 장진영의 미모에 설레이는 표정으로 찬탄을 연발하던 풋풋한 남성동지들도 귀엽고. 어쨌든 관객과 게스트들이 모두 입장하고, 무대 위에는 사회를 맡은 박중훈과 방은진이 등장해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 두 배우 자신들의 무게감에 걸맞는 안정적인 진행으로 식을 이끌어간다.

7시 30분부터는 안상영 조직위원장의 개막선언과 함께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 공연 그리고 얀 트로엘 감독과 명필름 심재명 대표를 비롯한 심사위원단 소개가 이어졌다. 개막작 <도플갱어> 상영을 위한 수순으로 마련된 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주연배우 야쿠쇼 코지, 히로미 나가사쿠, 스즈키 아이스케 등과의 간략 인터뷰. 세계 유수의 영화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토론토 영화제 일정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날아올 정도로 열의를 보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처음 참석하게 됐는데 개막작으로 선정돼 기쁘다. 이렇게 큰 스크린을 보는 것도, 이렇게 많은 관객들 앞에서 상영하는 것도 모두 처음이라 여러모로 감격스럽다”는 말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영화 시작. 기후는 최상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맑은 날씨에,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소금기 섞인 바람은 싸늘하기보다 청명하다. 관람 후 지인들과 함께 하는 차 한 잔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그런 날씨. 한편 하늘은 도왔지만 인재(人災)는 막지 못했다. 영화 초반부 5, 6분 간 한글 자막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아쉬운 옥의 티다. 곧 국내에서 극장개봉하기도 하는 <도플갱어>는 장르를 넘나들며 ‘인간’을 요리하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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