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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제너레이션', 마냥 지지할 수만은 없다.
2004년 11월 29일 월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3천만 원이라는 초저예산의 제작비로 완성된 <마이 제너레이션>은 배우들을 포함해 전 스텝이 6명이고, 영화의 주 촬영지 또한 길거리나 스텝의 집이 주를 이룬다. 게다, 전국 관객 1만 명이 목표다. 우스개 소리지만 감독의 이름 또한 ‘노동’석이다.

“참 소박한 영화구나” 싶은 맘 편한 호의적인 시선보다는 안쓰러운? 성실과 기백이 먼저 느껴지는 당 영화는 딱하기 그지없는 우리네 청춘의 일상을 어떠한 덧입힘도 없이 정직하고 담담하게 기록한 디지털 흑백영화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부산영화제에서의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과 평단의 절대적 저지 속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를 늦게나마 대면한 필자는, 솔직히 영화를 보는 내내 복잡한 심정에 사로잡혔다.

이런저런 군소 영화제를 통해 소개됐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반응이 보이지 않다가 규모가 가장 크고 화려하다는 부산영화제영화를 기점으로 급격히 부상했다는 점이 그 씁쓸한 심정 중 하나다.

뒤늦게라도 좋은 영화를 발견했다는 흥분과 안도감에 찬물을 끼얹으며 파토 내려고 하는 심사는 아니다. 그건 그것대로 작은 혹은 독립영화의 영토 확장에 전략적으로 요구되어지는 작업이기도 하거니와 나름의 생산적인 결실로 매듭지어 질 수 있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근데, 많은 이들의 눈과 귀가 가 닿지 않는 작은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영화 매체의 할 일이거늘, 게으름을 부렸다는 것이다. 누워서 침 뱉기지만 무비스트 역시 다를 바 없이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날이 갈수록 모든 기존의 매체와 신생 저널들은 내실보다는 외연의 압도적인 크기와 잘 나가는 배우를 쫓아 선정성 가십거리에 목하,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이런 마당에 어느 정도는 다른 태도와 접근으로 다뤄지고 환기돼야 할 영화와 영화담론마저 마구잡이로 이 같은 시류에 편승해 어떤 터닝 포인트에서 화려한 카메라 플래시와 함께 느닷없이 촉발돼 등장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는 말이다. 이는 영화가 아닌 영화매체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내는 것이니 오해없으시길 바란다. 어쨌든, 대세가 이러한 경향으로 확실히 기울어졌음을 뻔히 인지하면서도 적잖이 아쉬운 대목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이 막막한 한 청춘의 일상의 단편을 진중한 시선으로 무심하게 담아낸 <마이 제너레이션>이 과연 대중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어쭙잖은 근심이다.

너나할 것 없이 거의 만장일치로 영화의 미덕을 상찬하기에 바쁜 이 시점에서 욕먹기 딱 좋은 객기성의 발언일지라도 어쩔 수 드는 단상이기에 하는 말이다.

영화는 그간 우리가 봐왔던 청춘, 성장영화 속 주인공의 자화상을 그려내는 방식과는 판이하게 옥탑 방에서 기거하는 병석과 그의 여자친구 재경을 담아낸다. 동시대의 무자비한 현실에 별 다른 대처 능력 없이 노출된 동세대의 그들을, 영화는 어떠한 가식도 없이 무심하게 바라본다.

우울해 보인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회사에서 짤리고, 곤궁한 형편 때문에 카드캉을 하고, 가장 아끼는 카메라마저 길거리에 내다 파는 그네들의 파산직전의 위태위태한 일상을 전혀 위태스럽지 않게 <마이 제너레이션>은 겸손을 견지하며 묵묵히 카메라에 담아낼 뿐이다. 사건이 없기에 병석 재경의 흔들리는 격정도 엿볼 수 없다.

당 영화의 미덕과 생명력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실업자와 신용불량자가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고 허다하게 존재하기에 우리는 더 이상 왁자하게 떠들지 않고, 그 궁핍한 처지의 모습이 자기든 친구이든 그닥 소란스럽게 독려하지도 위무하지도 않는다. 서서히 오염돼 가는 이 불균질한 땅 덩어리를 바깥세상에서는 아무리 힐난해도 정작 그 땅에 껌 딱지마냥 질기에 붙어 있는 우리들은 불온한 삶이 만연하다 보니 더 이상 근심 어리게 바라보지 않으며 심드렁한 표정과 시선만을 보내고 받기에 바쁘다.

그러니까 이 이상한 나라의 모습을 요상한 가면으로 가린 채 무지몽매의 사탕발림으로 이끄는 여타의 주류영화들과 달리 <마이 제너레이션>은 있는 그대로 뚝심 있게 드러내고 있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초짜배우이긴 하지만 영화 속의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김병석과 유재경의 연기같지 않은 연기는 이 같은 분위기에 더할 나위 없이 일조한다.

때문에 스산하기 짝이 없는 당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양가적인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가장 솔직하고 정직한 청춘영화를 마주하는 행복함을 누림과 동시에 기왕의 영화들이 보여준 방식과는 상당히 어긋나 있는 낯설음으로 또는 그러한 지리멸렬한 현실에 한쪽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은 마음에 불편함을 느낄 여지가 많다.

근데 문제는, 사실 불편함이 아니라 지루하고 심심하다는 데 있다.

병석과 재경에게 드리워진 암담한 현실은 우리 역시 통과하며 겪었던 시간이고 어떻게 보면 그들의 행동반경을 단속하며 실제보다 얌전하게 기록했다 볼 수 있다. 또한 어떠한 사건도 어떠한 감정의 고저도 영화 안에선 좀처럼 포착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니 <마이 제너레이션>이 심심하게 와 닿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실재하는 우울한 풍경 속에는 그것 말고도 소소한 웃음과 순간적 절망이 분명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 제너레이션>에는 그러한 측면이 배제돼 있고, 때문에 뭔가 허전하다는 밋밋한 느낌이 강하게 뇌리에 남는다. 비록 소소하고 순간적인 무기력한 제스처라 할지라도 그것은 곧 청춘의 생의 의지이자 그네들의 생동하는 힘의 원천이다. 불가항력적인 비관을 말하든 한 자락의 희망을 전해주든 젊은 날의 생채기를 보여주는 자그마한 흔적들은 영화가 응시하고 말하는 메시지를 보다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관객에게 전달해주는 매개체로 활용된다.

젊은이들의 다층적인 표정을 왜 드러내지 않았냐고 탓하는 게 아니다. 대중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설정들을 그렇게까지 인색하게 굴며 자제할 필요성이 있었냐는 거다. 지루함을 일정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일련의 표정과 몸짓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해서 영화적 리듬과 일관성이 쉽사리 깨지는 작품이 아님에도 그러한 조심성을 영화 내내 빈틈없이 견지해야만 했는지, 그 안타까움을 말하는 거다. 아마도 사회와 영화를 응시하는 생물학적 나이를 넘어선 노동석 감독의 조숙한 태도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헤아려진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작업을 이끌며 마칠 수 있었던 감독과 스탭들의 충동하는 사소한 에너지! 그게 스탭들끼리 라면을 끓여 먹으며 나눈 즐거운 담소건 의견대립으로 발생한 찰나적 오기건, 행여나 작품에 누를 끼칠까봐 꾹꾹 누른 탓인지 그 같은 청춘의 순간들을 <마이 제너레이션> 속에서는 당최 볼 수 없다. 때로는 신인감독답지 않은 너무도 신중한 자세는 오히려 흠이 돼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근심은 영화가 개봉돼야 알고 대중의 몫이기도 하다. 허나, 평단이 열광적으로 호평을 보내는 영화일수록 관객이 등을 돌리는 이 악순환이 물리도록 반복되기에, 부질없는 단견이지만, 대중과의 소통 측면을 '나의 세대'에 다름 아닌 반길 만한 신인, 노동석 감독이 다시 한번 사려 깊게 생각해줬으면 한다.

17 )
qsay11tem
평범치 않은 소재네여   
2007-11-26 21:20
kpop20
기사 잘 읽었어요   
2007-05-18 10:31
soaring2
다양한 소재의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2005-02-13 13:24
hijuc29
정말 small 하네요 대단하다   
2005-02-12 16:46
kismg
ㄷㅐ단하세요 ㅎㅎㅎㅎ   
2005-02-07 12:34
cko27
맞아요.너무 신중한게 흠.   
2005-02-06 17:29
ann33
분위기가 어두침침   
2005-02-06 01:50
jju123
애인이랑 꼭가서 바야죠 멋질듯   
2005-02-0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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