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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TV 영화 때려잡기
추석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2003년 9월 9일 화요일 | 컨텐츠 기획팀 이메일

어느 덧 올해에도 한가위이자 중추인 추석이 보기만해도 반가운 뻘건 날짜를 영롱하게 휘날리며 어김없이 당도했다. 물론, 본 필자와 같이 하루 웬종일 장판에 얼굴을 맞대고 무념무상에 젖어 있는 낭인들에겐 그다지 이 명절이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퀵서비스 아저씨보다 더 낯설게 느껴지는 친척들의 방문을 온 몸으로 거부하고 싶거나, 술상에 성묘상에 밥상에 다과상에 완전 상복터져 그 환한 미소가 우거지상으로 환골탈태하는 여인들에게도 추석 시즌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사료되는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또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허락되는 분들에게 있어 추석 때 방영되는 TV 영화들은 늘 그렇듯 괜시리 마음을 동하게 하는 묘한 명절 최대의 선물이다. 그래서 뽑았다. 예외없이 뽑았다. 요날은 어떤 영화를 볼지 저날은 무슨 영화를 볼지, 날짜별로 쫙 뽑았다. 아마도 여러분들이 보고자 계획 세워놨던 리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결국, 서로 무슨 영화를 볼 건지 수다나 떨어보자는 거다. 뭐 더 괜찮은 영화 있으면 주저없이 게시판에다 흔적 남기시고.

9월 10일 수요일
▶ <재밌는 영화> SBS 낮 2시 10분
▶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 KBS2 밤 9시 40분
▶ <버스, 정류장> KBS2 밤 0시 55분

한창 주가 상승중인 흥행의 여왕 김정은이 발군의 코믹 연기 감각을 보여주는 데뷔작, <재밌는 영화>로 여유로운 추석 첫 TV 영화 보기의 스타트를 끊어준다면 당신은 즐겁고 유쾌한 연휴를 예약하는 거나 마찬가지! <엽기적인 그녀>의 지하철씬, <친구>의 룸싸롱씬, <초록물고기>의 택시창문씬 등 무려 28 여 편의 한국영화를 패러디한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원하게 터져나오는 웃음과 함께 과중한 업무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릴랙스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민족의 명절이고 뭐고 간에, 이런 게 바로 휴가의 묘미라니까!

더구나 올 12월의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을 기다리는 반지 열성팬 및 일반인들의 타는 목마름을 달래주고자 중간계 TV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반지의 제왕>의 첫번째 시리즈,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 물론 필자를 포함한 삼백 사십만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이미 스펙타클의 집합체인 이 영화를 떡 벌어진 입으로 실감했겠지만, 또 보지 않고는 못 배길 이번 추석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성우가 누구냐도 초미의 관심사인데, 용감무쌍 전사 아라곤은 이정구, 절대 반지의 운반자 프로도는 강수진이 맡는다고.

자, 벌써 한밤이 되어 모처럼 같이 앉아 있던 부모님이나 형제/자매가 내일 아침의 차례를 위해 자리를 떠도, 당신은 아직 잠들 수 없다! 17살 여고생과 32살 보습 학원 교사, 언뜻 뜨아하게 보이는 이 커플이 버스 정류장이라는 공간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솔직, 간결, 담담한 도시적 사랑 이야기가 루시드 폴의 서정성 어린 선율과 함께 시네마스코프 화면에 흐르는 영화 <버스, 정류장>에 어느새 눈을 빼앗길 테니. 김민정과 김태우의 만남도 신선하지만, 시끌벅적한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을 겪어낸 우리의 마음엔 어쩌면 이런 불친절한 진솔함이 약이 될 수도 있겠지.(구인영)

9월 11일 목요일
▶ <슈렉> KBS2 낮 10:45
▶ <소림축구> KBS2 밤 9:45
▶ <라이터를 켜라> SBS 밤 11:05

노는 날 이틀째이자 11일, 우리가 디비져 볼 첫 번째 영화는, 재작년 개봉돼 많은 사랑을 듬뿍 받았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이다. 늪지에 사는 괴물? ‘슈렉’의 활약상을 담은 당 영화, 솔직히 괴물이라고 부르기엔 좀 미안하다 싶을 정도로 얘 보기와는 달리 무척 귀엽고 착하고 순수하다. 그러니 피오나 공주와 같은 이쁜 마누라도 얻고. 특히, 그간의 전형화된 애니메이션의 결말을 비꼬는 마지막 부분은 가히 촌철살인적이다.

두 번째로 모셔진 영화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주성치 대인의 발길질이 천지를 울리는 <소림축구>다. 물론, 주 대인 외에 거의 십 갑자에 이르는 내공을 무지막지하게 발휘한 오맹달, 조미 등의 활약상도 우리의 가슴살을 뒤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음이다. 그리고 주성치 대인의 영화가 늘 그랬듯 <소림축구>에는 재미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신산한 삶으로 점철된 우리네 인생을 친근감 있게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손길질 역시 발길질과 함께 스크린에 투사된다는 말씀. 감동과 웃음의 도가니로 친절하게 가이드 할 <소림축구>, 절대 놓치시지 말길 바란다.

<소림축구>가 끝나기 무섭게 돌려야만 볼 수 있는 세 번째 영화는 <라이터를 켜라>다. 아시다시피 이 영화, 현재 상당수의 극장가를 접수해 상영하고 있는 <불어라 봄바람>의 감독 장항준의 충무로 데뷔작이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라이터를 켜라>가 요번 영화보다 좀 더 재밌다. 차승원, 김승우, 박영규의 능청맞은 연기가 주축이 돼 좁아 터진 열차 안에서 수많은 인간군상들이 왁자지껄 벌이는 소동극 <라이터를 켜라>, 거짓말 안 하고 심히 볼 만하다.(서대원)

9월 12일 금요일
▶ <스파이 키드> KBS2 낮 1:45
▶ <마이너리티 리포트> SBS 밤 9:55
▶ <촉산전> MBC 밤 00:20

노는 게 서서히 권태기에 빠질 수도 있는 금요일, 힘내시길 바란다. 아직 놀날 많다. 어쨌든, 첫빠타로 소개해올릴 영화는 추석 시즌에 딱이라 할 수 있는 가족무비 <스파이 키드>다. 말 그대로 키드, 아이들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당 작품은 로베르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번뜩이는 재치와 영리함으로 가득하다. 전직 스파이었던 엄니와 아부지를 악의 세력으로부터 구출해내기 위해 앙증맞게 고군분투하는 애들의 무용담은 아기자기한 소품, 무기들과 함께 보는 이의 눈을 매우 즐겁게 할 것이 뻔하다.

다음 영화는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의 존함만으로도 알아서 채널고정될 <마이너리티 리포트>다. 범죄없는 양촌리 마을을 거울삼아 범국가적으로 범죄없는 사회를 구현해놨다는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퓨처를 강조한 작품이니만큼 주방기구는 물론이고 눈이 희번덕거릴 만한 각종 생활용품과 물건들로 빼곡하다. 그것만으로도 당 영화 만족스러우실 거다.

오늘 마지막으로 모신 영화는 홍콩 영화계의 용장 서극의 최신작 <촉산전>이다. 뭐, 사실 개봉당시에는 이 영화 그리 좋은 성적과 평을 받지 못했더랬다. 허나,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서극이라는 두 자의 무게감이 어디 쉽게 떨궈지겠는가? 특히, 무공의 달인들이 당당당 하늘을 땅을 지 안방처럼 휘저으며 싸우는 필살의 화면빨은 <촉산전>에서 꼭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물론, 그 화려함의 때깔은 상당수 CG에 의존한 결과이긴 하다. 허나, 고래(古來)로 우리는 늘 들어왔다. 기술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어떻게 사용해 써먹는지가 우리의 궁극이라고.(서대원)

9월 13일 토요일
▶ <미션 임파서블Ⅱ> MBC 오후 9:45
▶ <엑스맨> SBS 오후 11:40

연휴도 어느새 나흘째. 명절 음식엔 슬슬 물리고 연예인들이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오락 프로도 지겹고, 거기다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보란 듯 가열차게 놀아보리라 마음먹었던 휴일이 겨우 이틀 남았다는 생각을 하면 방학 마지막날 ‘탐구생활’ 붙잡고 늘어지는 초등학생처럼 피가 마른다. 그러나 새삼 뭔가 해보기에도 여의치 않아 리모콘만 만지작대는 당신을 위해 사지 바짝 긴장시켜 줄 영화 두 편이 기다리고 있다. 외롭고 힘들 때 언제나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셨던 TV님 다운 사려깊고 감사한 마음씀이다.

우선 채널 고정해야 할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2>. 오우삼이 메가폰을 잡은 MI 시리즈 2편은 원작인 TV시리즈와도, 브라이언 드 팔마의 1편과도 다른 행보를 택한다. 배신과 로맨스, 오우삼 전매특허의 겉멋, 그리고 장쾌한 액션. 가장 헐리우드적인 댄디가이 톰 크루즈가 스트리트 파이터 찜쪄먹을 발차기를 내지르고 쌍권총 액션을 선보이는 모습은 과연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거듭되는 필살 고무가면 페이스오프에까지 이르면 약간 할 말이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첩보와 스릴러 장르를 애호하는 관객에게 MI 2편이 보여준 변절(?)은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었지만, 가슴 시원한 액션을 관람하고 싶은 사람에게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다. 물론 이는 명절 끄트머리 TV 앞에 정좌한 안방극장 관객들에게 역시 마찬가지일 것.

<미션 임파서블 2>가 끝난 후에도 곧장 잠자리에 드는 건 금물. 올해 속편이 극장 개봉한 바 있는 <엑스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보고 잊어버리기에는 아까운, <엑스맨>은 충분히 그만한 볼거리가 포진하고 있는 영화다. 매혹적이고 강력하며 동시에 처연한 각종 돌연변이들의 향연을 구경하는 재미에 더해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까지 옵션으로 딸려오는 이 영화, 술 약속 등등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예약녹화라도 해놓을 일이다.(임지은)

9월 14일 일요일
▶ <미녀삼총사> SBS 밤 9:45
▶ <하나 그리고 둘> KBS1 밤 11:00
▶ <안토니아스 라인> MBC 밤 1:45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명절이 축제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명절은 일종의 증후군이고, 혹독하게 앓고 가야 할 하나의 ‘치레’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우선은 우리네 주부 다수에 해당되는 얘기다. 가중되는 노동으로 몸살을 앓는 주부들도 그렇지만, 명절이 내 가족과 이웃까지를 아우르는 화목과 친교의 장으로 기능하기에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또 이기적이다. 이래저래 씁쓸해지는 기분을 달래줄 만한 영화 세 편. 역시 명절 마지막 날의 TV 속에 있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으로 잘 알려진 대만 뉴웨이브의 기수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은 가족과 삶의 의미에 대해 곰씹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 저마다 모진 풍파를 겪고 난 가족들은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한데 모인다. “할머니가 늘 늙었다고 한 말이 생각나요. 저도 늙어간다고 말하고 싶어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속삭이는 어린 손자의 말처럼 영화는 부서지기 쉬운 인간 삶에 대한 관조와 애정을 담고 있다. 에드워드 양에게 2000년 칸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

<안토니아스 라인>은 평등, 혹은 페미니즘 등의 화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부 삼아서라도 한번쯤 접해봤을 영화다. 남성중심적인 마을에서 학대받던 여성들은 안토니아와 그녀의 어머니의 집으로 모여든다. 그러나 이 신세계는 생물학적 여성에게만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남성까지 끌어안는다. 소통의 가능성, 그 즐거움을 믿는 이야기. 그렇다면 <안토니아스 라인>은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를 지니기에 충분하다.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을 <미녀삼총사>는 힘있는 여성들이 등장하되, 앞서의 화두처럼 여권신장 등을 논하기엔 쑥스러운 감이 있다. 오히려 <미녀삼총사>의 메리트는 그 시각적 쾌 자체에 있을 것. 쭉빵미녀 패키지가 펼치는 시원한 액션은 진지한 사색을 위한 좋은 휴식이 될 게다.(임지은)

10 )
moomsh
빨리 말아톤 나왔으면 좋겠어여..ㅋ   
2005-02-07 18:51
cko27
^^이 때 소림축구 온가족이 보면서 쓰러질 뻔 했는데 웃겨서.ㅋㅋ   
2005-02-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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