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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거리 커플 영화가 연말만 되면 알아서 등장해주시는 그 이유?
2008년 12월 26일 금요일 | 김진태 객원기자 이메일


2003년 겨울, 영국에서 물 건너 온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로 ‘Love Virus'를 뿌려댔다. 단 스케치북 몇 장 넘겼을 뿐인데 전 세계 여심은 들썩이기 시작했고, 남자들은 너도나도 스케치북 프로포즈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2003년 겨울 극장가를 송두리째 앗아간 <러브 액츄얼리> 바이러스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이후, 갖가지 커플들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담아 놓는 식의 ’떼거리 커플 영화‘들이 줄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아직도 그 여파는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의 <러브 액츄얼리>의 위력에 큰 부담을 안았던 탓인지 2004년은 건너뛰었고, 2005년부터 다시 시작된 ‘12월의 떼거리 커플 영화’ 릴레이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2005년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2006년 <로맨틱 홀리데이>, 2007년 <내 사랑>, 그리고 올해 역시 여행지에서 펼쳐지는 연애담을 다룬 <로맨틱 아일랜드>가 그 연보를 잇고 있다. 이쯤가면 12월 중 떼거리 커플의 영화 개봉은 거의 해마다 이루어지는 연례행사라 해도 크게 틀린 일은 아닌듯 싶다.

한 커플의 깨가 넘치는 사랑 이야기도 꾸며내기 벅찬 판에 두세 커플의 얽히고설킨 연애담이 담긴 영화들이 굳이 연말마다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 신경쓸만한 주제는 아니지만 한편으로 꽤나 생뚱맞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건 분명하다. 일년 열두달 중에 유독 12월만 되면 닭살 돋는 커플들이 떼로 등장하는 영화들이 극장에 걸리는 이유는 혹시 외계인들의 음모? 아니면 무언가를 노린 극장주와 영화사 간의 계획적인 전략? 아무튼 연예인들의 착하디착한 기부문화를 보며 색깔론을 들먹거렸던 어떤 분 마냥 대단히 엉뚱하고, 황당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은근히 재미있지 않은가! 한번 들어나 봐주시라!

로맨틱 코미디가 가장 만만하니까!

본 주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장르 자체에 대한 원인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남녀노소 관객 모두를 기다리게 하는 영화들이 어김없이 등장하곤 했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 다른 영화들이 두 영화를 피해 개봉일 조차 미룰 정도였으니 실로 그 파괴력은 엄청났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연말 극장가에 두 영화가 사라지고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그 틈새를 잘 이용하고 있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라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보며 어린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스트레스 받기도 싫고, 검증되지 않은 어중간한 판타지 영화보고 후회하기도 싫은 실속파 관객들에겐 로맨틱 코미디가 가장 안전한 장르인 셈.

뻔한 이야기지만 시간 떼우는 데 무리가 없고, 아기자기한 볼거리까지 있어 2시간동안 썩 지루하지도 않으니 영화에 대한 특별한 선택기준 없는 관객들에게는 그나마 가장 만만한 장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말만 되면 별다른 예미함 없이 찾게 되는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물이며, 주최측 또한 저비용 고효과 측면에서 그러한 수요에 맞춰가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야말로 ‘만만한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 셈이다. 물론, 그 이상의 제대로 된 꼴을 갖춘 떼거리 커플 영화를 만들기란 결코 만만치 않지만.

12월 관객의 대다수는 커플들이기 때문?

솔로들이 밖에 나가기 가장 싫은 계절은 겨울, 그 중에서도 크리스마스다 뭐다해서 괜히 우울증만 가중시키는 12월은 솔로로 하여금 칩거생활을 요구하는 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극장가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 늑대, 여우 목도리 착용한 커플들이 장악한 극장가는 솔로들의 염장을 질러 놓기 부족함이 없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야 없지만 생물학적, 심리학적으로 솔로들은 겨울이면 바깥출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커플들이 겨울 극장가를 장악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창 작업에 열을 올리는 신상 커플부터 연말만 되면 식어가던 사랑도 도로 뜨거워지는 해묵은 커플들까지 극장에서 시간 떼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따뜻하고, 저렴하기까지 하니 일석이조 아닌가. 게다가 조용히 손잡고, 어깨를 맞대며 볼 수 있는 로맨스 영화야말로 커플들에게는 제대로 맞춤 영화가 되어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저기 은밀한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서는 영화보다 상대방 얼굴보기 바쁜 커플들만 가득한 상영관 풍경도 12월 극장가의 주요 관객들이 커플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기도 한다. 그런 점만 봐서도 몇 명의 솔로들을 위한 영화보다는 많은 커플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는 ‘떼거리 커플 영화’를 내놓는 것이 영화 관계자 입장에서도 훨씬 이득이 되는 전략이라는 말씀이다.

로맨틱 영화도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초호화 캐스팅, 어마어마한 제작비, 수년간의 제작기간 등 신작영화를 소개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홍보요소들의 대부분은 ‘크고, 많음’에 대한 덩치 자랑들뿐이다. 모자란 것 보다야 많은 게 좋지만 가끔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니 그것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제작비가 그리 많이 들 필요도 없고, 게다가 촬영 기간도 오래 걸리지 않으니 뭘 내세울 것이 있겠느냐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다다익선’의 공식을 보여줄 때가 있으니 바로 ‘떼거리 커플 영화’들이 그것이다.

두세 커플이 떼로 등장하니 출연자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내로라하는 배우들까지 수두룩하게 나온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자랑거리가 있을까. 휴 그랜트ㆍ콜린 퍼스ㆍ엠마 톰슨ㆍ키이라 나이틀리 등이 출연한 <러브 액츄얼리>, 사라 제시카 파커ㆍ클레어 데인즈ㆍ다이안 키튼이 출연한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쥬드 로ㆍ카메론 디아즈ㆍ케이트 윈슬렛ㆍ잭 블랙이라는 쟁쟁한 출연진을 자랑했던 <로맨틱 홀리데이>, 감우성ㆍ최강희ㆍ이연희ㆍ엄태웅ㆍ정일우 등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라 불렸던 우리영화 <내 사랑>,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떼거리 로맨틱 코미디 <로맨틱 아일랜드> 역시 이선균ㆍ이수경ㆍ유진ㆍ이민기ㆍ이문식 등 다양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이렇듯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떼거리 커플 영화’들은 그야말로 로맨틱 장르에 있어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로맨스가 대세인 겨울에, 그것도 멋진 배우들이 떼로 나와서는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니 솔로이건 커플이건 간에 궁금해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여름에는 공포영화, 방학 때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공식은 그 시즌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기호와 특성들을 적절히 고려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들이야 내놓기만 하면 관객들이 떼로 몰려드니 시즌을 타지 않는다해도 특정 장르 영화들은 시즌을 타는게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눈물 짜는 멜로 영화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언제부턴가 그 자리를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는 떼거리 커플 영화들은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솔로들에게는 잔인하지만 큰 고민 없이 보기에 가장 만만한 영화이며, 누구든지 보고나면 기분 좋아지는 떼거리 커플들의 로맨스는 괜히 마음까지 시려지는 추운 겨울에 가장 어울리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이제 2008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내년 12월에는 또 어떤 멋진 배우들이 떼로 나와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만들어 갈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는 부디 이 세상의 숱한 솔로들이 누군가의 손을 잡고 ‘떼거리 커플 영화’를 보러 갈 수 있기를 정말이지 바란다. 여러분 외로운 거 다 안다. 옆구리 시린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필자이기에 그렇다. ㅜ ㅜ

2008년 12월 26일 금요일 | 글_김진태 객원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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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ung718
잘봣어요!~~   
2010-09-07 11:33
kisemo
잘봤어요~   
2010-04-22 17:06
wlngss
기대되요   
2010-03-08 13:54
loop1434
잘봤습니다   
2010-02-24 11:11
yeon1108
ㅋㅋㅋ   
2009-03-08 20:08
taijilej
^^   
2009-02-17 18:13
gt0110
역시 이유있는 영화들...   
2009-01-18 01:24
hrqueen1
정말 재밌는 의견.
공감할 수밖에 없는 글인데요.....   
2009-01-1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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