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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의 지난 주 영화! <공기인형> 고독은 공기처럼...
2010년 4월 16일 금요일 | 신기주 저널리스트 이메일


<공기인형>의 모두는 혼자다. 혼자서 잠이 깨고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출근한다. 언뜻 견뎌내며 지내는 듯 보인다. 우리가 견뎌내며 지내고 있듯이 말이다. 학교에서 만나는 우리도 직장에서 만나는 우리도 겉으론 멀쩡하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도시에서 외로울 시간 따윈 없다는 듯 바삐 걷는다. 하지만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우리 안으로 카메라를 들이댄다. 혼자 라면을 주어 삼키다 구토를 하는 그들을 보여주며 툭 묻는다. 너희도 이렇지 않니.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유난히 고독을 잘 다룬다. 2004년에 만든 <아무도 모른다>에선 도시 안 무인도에 갇혀버린 네 아이들을 보여줬다.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 일본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었다. 정말로 도심 한 복판에 네 명의 아이들이 고립됐고 막내 아이가 죽을 때까진 끝내 아무도 몰랐다. 나시스가모의 버림 받은 4남매 사건은 어린 아이들을 따뜻하게 돌봐야 한다는 온정주의를 제창 삼창하는 수준에서 잊혀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웃 사이의 무관심과 도시의 익명성과 현대인의 절대 고독 같은 얘기는 외로운 우릴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아무도 모른다>는 모두가 알고 있어서 아무도 모른 척 하는 이야기였다.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공기인형>에서 또 한번 우리의 고독을 들춘다. 방식은 정반대다. <아무도 모른다>가 다큐멘터리적 실화였다면 <공기인형>은 공기 같은 판타지다. 아저씨의 성욕 해결의 대상이었던 사람 모양 공기인형이 마음을 갖게 된다. 처음 보는 세상이 예쁘기만 하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외롭기만 하단 걸 알게 된다. 섹스로 외로운 몸을 달래지만 고독은 떨쳐지지 않는다. 공기인형은 자신이 사랑의 대용품이었듯이 사람들도 늘 서로에게 누군가의 대용품이란 걸 깨닫는다.

<공기인형>엔 시적인 독백이 찰찰 넘친다. 공기인형이 공원에서 독거 노인을 만난다. 공기인형은 속이 텅 빈 자신을 가리키며 말한다. “텅 비었어요.” 독거노인이 말한다. “나도 그래. 요즘은 다들 그래.” 공기인형은 시를 읊는다. “생명은 혼자서는 채울 수 없게 만들어졌다. 생명은 빈 공간을 갖고 있고 그 공간은 다른 사람만이 채워줄 수 있다.” 공기인형은 공기인형답게 몸 안에 바람이 있어야 살 수 있다. 공기인형은 말한다. “당신도 어느 때는 나를 위한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공기인형>엔 고독의 절단면을 보여주는 많은 은유도 넘친다. 공기인형은 어쩌다 보니 DVD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혼자 사는 게 틀림 없는 손님이 오더니 제목도 기억이 안 나는 영화를 찾는다. 결국 DVD 대여점 주인이 그에게 <도니 브래스코>는 어떠냐고 묻는다. 마피아인 알 파치노와 FBI 언더커버 요원인 조니 뎁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우정을 쌓지만 결국엔 서로를 배신해야 하는 친구들이다. 끝까지 소통할 수 없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손님은 그저 하룻밤의 무용담을 원했을지 모른다. 영화 한 편으로도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고독은 공기처럼 보이지 않지만 사방에 존재한다.

영화로 고독을 이야기하는 것만큼 썩 어울리는 일도 없다. 영화는 군중의 오락으로 시작됐지만 이내 혼자만의 도피로 진화했다. 거대 도시화 때문이든 자본주의 속 현대인의 숙명이든 어떻게든 설명할 순 있다. 그런 설명으로 고독을 떨쳐낼 순 없다. 우리는 안다. 어두컴컴한 극장에 앉으면 잠시나마 현실의 혼자를 잊을 수 있다.

쓸쓸함을 잊기엔 쓸쓸함을 상기시키는 <공기인형>은 적절한 영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기인형>은 어떤 면에선 위안이다. 고독은 보이지 않아서 깜빡 잊게 된다. 삶이 고독으로 찌들어가는데도 하룻밤의 자위와 하루 낮의 미식으로 하루 하루를 살게 된다. 진짜 사람보다 공기인형을 더 편안해하게 된다. 공기인형의 아저씨 주인은 살아난 공기인형한테 말한다. “다시 인형으로 돌아가주면 안 될까. 마음 같은 거 같지 말고. 그래서 사람보다 널 더 좋아했던 거야. 마음이 없어서.” 마음 아픈 장면이다.

2010년 4월 16일 금요일 | 글_신기주(저널리스트)     

19 )
cyddream
고독은 공기처럼.... 배두나의 시니컬한 연기 너무 좋았습니다...   
2010-06-20 23:24
withyou625
잘 읽었습니다..맘에 와닿는 리뷰군요..
공기인형 영화도 좋았어요..   
2010-05-20 05:28
ggang003
배두나 대단합니다   
2010-05-17 09:36
seon2000
잘봤어요   
2010-04-29 00:57
rare12
잘 읽었어요^^   
2010-04-23 20:00
hushdmz
배두나가 참 인형같다는 !!   
2010-04-21 14:54
doojinmk2
사람은 고독하죠. 특히 지금을 살아가는 이는 더욱 고독하죠.
현실을 문제삼는것은 좋은데,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것은 좀 우울한 이야기네요.   
2010-04-19 15:31
kwyok11
고독을 다루는 영화   
2010-04-1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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