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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뭐야, 이 울컥 치솟는 이상한 동화 작용은? | 2004년 9월 1일 수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가족>은 참 묘한 영화다. 그 스토리와 분위기가 남다른게 아니라 제목 그대로 ‘가족’이 지닌 묘함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

남보다도 정이 떨어져 체머리를 떨어도, 입술 아니 이빨에서 뚝뚝 증오가 흘러넘쳐도, 우리내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영혼의 끌림을 어쩌지 못하는 것이 ‘가족’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 건조하고 무표정하게 대면하게 되는 삶속에 이상한 풍요로움과 그리움으로 다가서는 것도 ‘가족’이다.

영화 <가족>은 우리들 대부분의 가슴 밑바닥에 잠재된 그 ‘그리움’을 자극하는 울림의 서사다. 그래서 영리하며, 그래서 스스로 덫에 걸린 아쉬운 영화가 바로 <가족>인 것. 여기 이런 ‘가족’이 있다. 3년 만에 교도소를 갓 출소한 전과 4범의 소매치기 딸 ‘정은’. 이 딸은 언제부터인지 모를 갈등으로 아버지를 증오하는 상태. 하지만 어머니도 일찍 세상을 뜬 가운데, 어린 남동생에게만큼은 무척이나 다정한 누나요, 어머니같은 존재다.

이에 그녀의 아버지 ‘주석’은 무뚝뚝하고 잔정엔 서툰 우리내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 그는 전직 경찰이었지만, 한쪽 눈을 다치고부턴 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며 늦둥이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 그런 그에게 3년 만에 ‘정은’이 찾아온다.

쉽게 좁혀지지 않는 커다란 틈이 있는 이 아버지와 딸은 어떻게 될까. 영화 <가족>은 분명 있을 법, 아니 반드시 존재하고 있을 이 드라마틱한 부녀의 지독히 꼬인 갈등을 빠른 템포로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우선, ‘주석’의 다친 한쪽 눈에 담긴 사연을 공개하니, 다름 아닌 어릴 적 ‘정은’의 실수로 빚어진 비극적 결과였던 것.

딸이 행여나 죄책감을 느낄까 꽁꽁 덮어뒀던 오랜 세월의 비밀은 ‘주석’의 친구로 인해 밝혀지고, 그 일을 계기로 ‘정은’의 짐짓 메마른 부정(父情)에 동요가 일어난다. 하지만 한때 같은 패거리였던 ‘창원’ 일당의 위협은 점점 거세지고, 어머니와 관련된 ‘주석’에 대한 앙금을 한순간에 털어낼 수도 없는 ‘정은’은 이래저래 괴로움에 휩싸인다.

그런 가운데 영화 <가족>엔 슬슬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기미들이 어슬렁거린다. 가뜩이나 평범하지 않은 ‘가족사’가 부담스러운데 ‘주석’이 불치병에 걸려있음이 드러나고, ‘정은’에 대한 그의 깊은 속정이 하나둘 묘사되더니, 급기야 ‘주석’은 숨막히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딸을 대신해 처참한 말로를 선택한다.

이런 스토리가 펼쳐지는 동안, 눈물까진 아니어도 울컥 치솟는 감정들. 둘다 뻣뻣한 ‘주석’과 ‘정은’이지만,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부녀의 정을 표출하는 장면장면들을 통해, 관객들은 영화 자체보단 오히려 나름의 개인적 체험들을 자연스레 연상하며 이상한 동화 작용에 빠지게 된다. 말하자면, 관객들은 영화 속 부녀 관계를 보며, 자신의 가족을 생각하고 그 내밀하고 뜨거운 애정에 새삼 젖어들게 되는 것.

영화 <가족>이 감동을 준다면, 그 이면에는 이 야릇한 감정 결합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너무 ‘비극적’이며, ‘영화적’인 결말은 몰입되던 감정을 일순간 거둬들이게 되는 역효과를 낳는다. 학창 시절 암기된 ‘어버이 살아 생전에 효도하라’는 격언이 입안에 맴돌듯한 ‘정은’의 회한의 눈물도 한편으로 거북하게 느껴질 만큼 말이다.

‘거리두기’가 철저한 관객이라면, 이제는 마냥 지겹기만 한 ‘조폭’의 등장이나 깔끔히 해명되고 있지 않은 ‘정은’의 아버지에 대한 미움 등 스토리의 무리수에도 신경이 거슬릴 수도. 그럼에도 맵싸한 감각이 목안에서 느껴진다면, 그건 앞서 말했듯 ‘가족’이 발산하는 원형적인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영화 데뷔작에서 터프한 이미지를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는 수애, 또 삭발까지 단행하며 특유의 능숙한 연기를 펼친 주현이 엮어내는 울림의 영화 <가족>. 그러나 이 영화에 손을 들어줄 수 없는 건, 그들이 아닌 나와 내 아버지로 인해 흘리게 되는 가짜 눈물, 그 난감한 경험에 담긴 진정성 결여다.

비록 소설 제목을 빌자면 ‘너무도 쓸쓸한 당신’. 부모의 모습이 자꾸 어른거릴지라도...

6 )
gaeddorai
괜히 고등어자반이 생각난다   
2009-03-22 23:36
ejin4rang
수애의 연기최고   
2008-10-15 14:47
callyoungsin
수애의 눈물 연기 감동적이었어요   
2008-05-16 14:15
qsay11tem
감동적인 영화에요   
2007-11-23 14:01
soaring2
저도 많이 울었답니다..   
2005-02-14 02:14
jju123
내생에 흘려야 할 눈물은 다 흘린것 같네요. 엄청 울었음..   
2005-02-0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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