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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오버월드’를 향하여
언더월드 | 2003년 9월 23일 화요일 | 박우진 이메일

오래된 야담 속 대표적 반(半)인간들인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은 인간들에게 위협이 되는 동시에 위협 당하며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다르다는 것으로 고뇌하는, 인간이 아니면서도 인간적인 존재로 그려져 왔다. 그들을 상징계에 안전하게 진입하지 못한 무의식이자 근대적 질서 바깥으로 밀려난 타자들, 즉 억압된 것들의 알레고리로써 이해한다면 영화 <언더월드>는 더욱 흥미로운 텍스트가 된다.

시공간이 모호한 어느 도시. 까만 옷자락을 휘날리며 음침한 밤 풍경을 내려다보던 뱀파이어 여전사 셀렌(케이트 베킨세일)은 이 영화의 전제인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 사이의 장장 600년 전쟁을 짧은 나레이션으로 읊어준다. 그러더니 훌쩍, 도시 속으로 뛰어든다. 짙푸른 어둠이 그녀의 정체를 가려준다. 그녀가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만 않는다면 인간들에게 그 존재를 들킬 염려는 없어 보인다. 이렇게 영화는 ‘언더월드’적 존재가 ‘오버월드’로 귀환하여 뒤섞이고 있는, 근대에서 탈근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셀렌은 곧 늑대인간을 추격하고, 뒷골목에서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의 싸움이 벌어진다. 등장인물과 그들의 관계를 훑어주는 통상적인 설정 쇼트도 없이 카메라는 일대 소란 속에 뛰어든다. 낯선 인물들이 속속 합류해서 치열하게 다투지만 와글와글 뒤엉켜 도무지 누가 누구이고 어느 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한 뱀파이어는 문 저편의 늑대인간을 맞추기 위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무작정 총을 쏜다. 이건 그토록 긴 전쟁을, 사실 누가 우리편이고 누가 적인지 적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치뤄온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또한 성장과 승리라는 목적만을 향해 달려온 근대적 사고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공고한 근대성에 대한 회의는 혼란으로 이어진다. 묶여 있던 마이클은 커튼 뒤 우락부락한 늑대인간의 그림자를 보고 질겁하지만 정작 그 그림자를 뚫고 나오는 것은 날렵한 셀렌이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우리가 믿었던 것은 단지 그림자일 뿐, 절대적인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간단히 돌파해 버리는 인물이 바로 뱀파이어 셀렌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녀는 여러 이유에서 탈근대적 인간이다. 그녀 자신이 뱀파이어로서 근대적 질서가 억압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속해 있는 사회의 질서 유지에 대한 강박이 없다. 그녀는 뱀파이어 사회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보다는 부모의 복수라든지 한 남자에 대한 사랑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에 충실하다. 제왕의 순서를 임의로 바꾸어 근대성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서열을 깨뜨리기도 한다(근대성의 망령 같이 생긴 제왕은 순서를 바꾸었다는 이유로 그녀를 호되게 꾸짖는다). 또한 늑대인간들에게 쫓겨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스스로 구멍을 뚫어 빠져나간다.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다(뱀파이어 종족의 지도자인 크라벤이 ‘어느 길로 나가야 하느냐‘ 며 기존의 길을 찾는 것과 대조된다).

다만 평범한 인간인 줄 알았던 마이클이 늑대 인간의 바이러스를 이어받았고, 그와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의 피를 결합하여 수혈하면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설정에서 역시, 근대성에서 벗어난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기존의 근대적인 것들과 억압되었던 것들이 공존하는 탈근대적 사회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고 강한, 어떤 힘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가 밝히는,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 간 전쟁의 이유도 그렇게 길고 치열하기엔 너무 맹목적이다. 하지만 셀렌과 마이클로 대표되는 탈근대성이 대세를 이루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명의 제왕은 제거되었지만 또 다른 제왕이 눈을 뜬다. 근대성의 유령은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다.

3 )
ejin4rang
언더월드...여배우의 연기 최고   
2008-10-16 09:43
bjmaximus
셀렌느의 패션은 네오를 따라한 거 같아요.ㅎㅎ   
2008-08-21 15:18
js7keien
귀족 같은 뱀프와 평민과 흡사한 늑대인간의 대결구도라는 독톡한 발상!
스타일은 블레이드에서 따왔을까? 반 헬싱에서 따왔을까?   
2006-10-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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