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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다른 층 감옥에서 눈뜨고, 음식은 한정돼있다 (오락성 8 작품성 8)
더 플랫폼 | 2020년 5월 14일 목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감독: 가더 가츠테루 우루샤
배우: 이반 마사구에, 조리온 에귈레오, 안토니아 산 후안
장르: 스릴러, SF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 94분
개봉: 5월 13일

간단평
‘고렝’(이반 마사구에)은 학위 취득과 금연이라는 점잖은 목표를 세우고 6개월간의 자발적인 ‘수직 자기관리 센터’ 생활을 시작한다. 책 한 권을 안고 들어간 곳에서 식칼을 품고 있는 노인 ‘트리마가시’(조리온 에귈레오)와 같은 층을 쓰게 된 ‘고렝’은 이내 그곳이 단순히 자기 관리에 도움을 주는 순진한 공간이 아님을 직감한다. 정신병원 대신 이곳에서 수개월째 살아남았다는 ‘트리마가시’의 비열하고 잔혹한 증언 끝에 ‘고렝’은 그곳이 사실은 구덩이라고 불리는 수직 감옥임을 알게 된다.

수백 층으로 이루어진 수직 감옥의 중앙에는 사각형의 구멍이 뚫려있다. 그 공간을 통해 매일 호화스러운 음식이 가득 담긴 상이 내려온다. 그러나 최상위층의 탐욕으로 아래층까지 먹을 양의 거나한 음식은 단 한 번도 남지 않는다. 배정받은 층이 곧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이 계급 공간의 진정한 묘미는, 누구든 한 달 뒤 무작위 층에 다시 배정된다는 사실이다. 곧 있을 자신의 처지 변화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오직 지금의 자기 생존에만 골몰하게 되는 처절한 군상 사이에서는 자살, 타살, 모욕이 판친다. 심지어는, 식인까지도.

두 명이 한 층을 쓴다. 층은 한 달마다 바뀐다. 입소 당시 단 한 가지 물품을 소지할 수 있다. 음식을 따로 보관해두면 가혹한 통제가 따른다. 미리 정한 기간을 채우기 전에는 절대 퇴소할 수 없다. 영화는 매일 한 차례 수직 감옥을 관통하는 음식이 내려온다는 굵직한 장르적 설정과 흐름을 같이하는 섬세한 부연 설정을 심어놓았다. 여기에 나이, 인종, 계급, 입장에 따라 태도가 극명히 갈리는 등장인물 간의 공존과 충돌을 적기에 덧대는 명민한 연출 감각이 돋보인다. 지나치게 단순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임에도 질릴 틈이 없다.

신체 훼손 등 잔인한 장르 영화의 시청각적 자극을 즐기는 관객층은 물론, 정서적 긴장감에 철학적 고뇌를 덧댄 작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권할 만한 작품이다. 현실에 빗대어보게 하는 몰입력 있는 흐름 덕에 장르 영화의 약점으로 꼽히는 ‘신나게 달리다가 마지막에 허무해진다’는 종류의 우려도 불식시킨다.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으로 대중적 상업성을, 제52회 시체스 영화제 4관왕으로 장르적 매력을 두루 검증한 작품이다. 스페인 출신 가더 가츠테루 우루샤 감독이 연출했다.

2020년 5월 14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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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취득과 금연이라는 점잖은 목표를 세우고 입소한 ‘수직 자기관리 센터’, 알고 보니 ‘수직 감옥’! 심상치 않은 초반 전개 직감했다면
-책 들고 있는 주인공과 달리 칼 들고 있는 같은 층의 노인, 정신병원 대신 이곳을 택했다는데… 정반대 캐릭터의 공존에 심장 쫄깃해지는 느낌이라면
-신체 훼손, 칼부림에 식인까지… 평범한 내 심장이 감당하기엔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일 것 같다면
-계급과 사회적 불평등, 모욕, 갈등, 타살 그리고 자살… 사회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축소해 놓은 듯한 불편함에서 자유롭고 싶은 때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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