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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의 틀로 인간의 관계를 담아내다 (오락성 6 작품성 8)
자객 섭은낭 | 2016년 1월 28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감독: 허우 샤오시엔
배우: 서기, 장첸, 주운, 츠마부키 사토시
장르: 로맨스, 무협, 서사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4분
개봉: 2월 4일

시놉시스

9세기, 당 제국. 조정은 지방을 통치하기 위해 변방 및 여러 지역에 번을 설치하고 절도사를 두어 그 지역을 다스리게 한다. 여러 번진 중 가장 강한 세력은 ‘위박’이고 그 곳을 다스리는 절도사는 전계안(장첸)이다. 섭은낭(서기)은 고위관료의 딸로 태어났지만, 정혼자였던 전계안(장첸)이정치적 필요에 의해 정략 결혼을 한 후 부패한 관리를 살해하는 암살자로 키워진다. 어느 날, 섭은낭은 스승으로부터 자신이 과거 사랑했던 전계안을 암살하라는 명을 받는다. 위박으로 돌아간 그녀는 스승의 명령과 사랑 사이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하는데...

간단평

과거를 보여주는 흑백의 프롤로그부터 서서히 채색되며 현재에 이르는 <자객 섭은낭>은 극도의 절제된 대사와 몸짓을 특징으로 한다.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정물같이 서 있는 섭은낭의 무표정 속에 숨겨진 감정을 알아채는 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섭은낭의 숨 죽인 오열과 토해내 듯 쏟아낸 몇 마디 원망이 반갑다. 바람과 새, 풀 등 자연의 미세한 소리와 전통 악기가 만들어 내는 선율, 긴 시간을 들여 구현된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미장센은 <자객 섭은낭>의 외형적인 미덕이다.

<자객 섭은낭>은 대만의 질곡 많은 현대사를 보여줬던 <비정성시>(1991) 이후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8년만의 신작이면서 그의 첫 무협 영화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무협 장르에 도전하면서 가장 크게 신경쓴 부분은 사실감이라고 한다. 사람이 중력을 무시하며 날아 다닐 수는 없듯이 그는 사실적이고 현실 가능한 무협을 보여준다, 또 상황과 배경에 따라 화면 크기를 조절하는 새로운 시도로 각 씬이 가지는 의미와 분위기를 극한으로 끌어내고자 하였다. 장소와 배경을 찾은데 많은 시간 투자하고 당 나라의 여러 양식을 표현하고자 한 노력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 결과 <자객 섭은낭>은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2015년 칸느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물론, <자객 섭은낭>을 기존의 무협 영화로서 접근한다면 상당히 실망스러울 수 있다. 너무 현실적인 무술이고 자객으로서의 활약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자객 섭은낭>은 무협의 틀을 빌은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다. 정치 드라마이기도 하고 가족 드라마이기도 하다. 또 무엇보다도 강렬한 사랑 이야기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복수도 사랑도 놓아 버린 섭은낭의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이렇듯 <자객 섭은낭>은 내적인 미덕도 많은 작품이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많고 관계도가 복잡하여 자칫 스토리의 흐름을 놓칠 수 있고 정체 모호한 인물이 주의를 분산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장면 하나, 소리 하나까지 즐기다 보면 각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큰 그림이 완성된다. 대학생 때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을 바탕으로 첫 무협 영화를 시도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이번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거름 삼아 당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무협 영화를 또 준비할 계획이라고 하니 그의 차기작 역시 기대된다.

2016년 1월 28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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