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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없는 복수극 (오락성 5 작품성 5)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 | 2013년 3월 14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정수기를 팔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석호(최원영). 어느날 동생 진호(강호)가 대학원 등록금을 빌려달라고 애원한다. 석호는 동생의 장래를 위해 피 같은 돈 500만 원을 마련해준다. 진호는 이 돈을 사랑이란 명목아래 술집 마담 희영(김이정)에게 빌려준다. 대학원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한 석호는 동생에게 돈을 갚으라고 난리를 친다.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술집을 찾아간 진호는 희영의 또 다른 남자와 싸우다 세상을 떠난다. 동생의 죽음을 알게 된 석호는 사인을 찾기 위해 희영의 술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진다.

“남자들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폭력적인 속성을 직설적이고 과감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는 김승현 감독 말처럼 영화는 차가운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수컷들의 치졸한 혈전을 그린다. 감독은 88만원 세대의 남루한 현실을 수면위에 올려놓은 뒤 돈 때문에 힘듦을 겪는 희영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그녀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남자들은 의미 없는 난투극을 벌인다. 영화에서 남자들은 말보다 폭력을 앞세운다. 동생의 죽음 때문에 어둡고 차가운 사회의 뒷골목으로 입성한 석호는 느닷없는 폭력에 점점 괴물이 되어간다.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는 수컷들의 전쟁을 그린다는 점에서 원신연 감독의 <구타유발자들>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광기어린 폭력의 순환을 긴장감 있게 그렸던 <구타유발자들>과는 달리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는 폭력을 다루는 솜씨가 매끄럽지 못하다. 인물들이 행하는 폭력의 원인이 불분명하다. 특히 석호의 복수가 그렇다. 중반 이후 석호가 왜 그렇게 분노하는지, 동생의 죽음 때문인지, 돈을 찾지 못해서인지, 마음을 준 희영에게 버림받아서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인물의 감정동요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없다보니 복수극의 쾌감은 떨어진다. 석호가 처한 상황이 돈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접목되지 못한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그나마 날 것 같은 액션 장면이 볼거리를 충족시킨다.

2013년 3월 14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드라마 <백년의 유산> 마마보이는 잊어라. 최원영의 잔혹한 액션
-분노의 원인은 대체 무엇인가?
-명분 없는 싸움에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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