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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장감독의 쓸쓸한 퇴보 (오락성 5 작품성 5)
파괴자들 | 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불법으로 질 좋은 마리화나를 제조·판매하는 벤(애론 존슨)과 촌(테일러 키취)은 어엿한 벤처 사업가다. 나날이 성공하는 이들은 오필리아(블레이크 라이블리)와의 사랑을 공유하며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사업이 확장되면서 남미 최대 마약 조직에 공격을 받는다. 멕시코 마약 조직 보스 엘레나(셀마 헤이엑)는 부하들에게 그들과 합병을 이뤄 대마초 재배방식을 훔쳐오라 명한다. 하지만 엘레나의 속셈을 알아차린 벤과 촌은 역으로 공격한다. 결국 엘레나의 오른팔 라도(베네치오 델 토로)는 오필리아를 납치하고, 벤과 촌은 그녀를 살리기 위한 야만적인 방법을 강구한다.

<플래툰> <JFK>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 올리버 스톤은 매번 정치사회적 소재를 끌어다 영화로 만들었다. 이번에 감독의 구미를 당긴 건 마약전쟁이다. 돈 윈슬로의 소설 ‘세비지스’를 원작으로 한 <파괴자들>는 제목만큼이나 내용 자체의 수위가 높다. 마치 <올리버 스톤의 킬러>를 복원한 듯한 광기어린 액션은 극한의 폭력성을 맛보게 한다. 전쟁터처럼 화염이 끊이지 않는 총격전, 대낮에 벌어지는 암살, 탈레반 포로 처형을 연상케 하는 살인 행각 등 자극적인 장면들이 이어진다.

영화는 비정한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야만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폭력으로 물들이는 것인지, 아니면 야만적인 환경이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비폭력 주의자였던 벤이 오필리아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이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마약 조직의 수장이 된 엘레나의 본 모습은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영화에서 말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많아 주제 의식이 흐려진다. 이라크전에 참전해 매일 악몽에 시달리는 촌을 보여주며 전쟁에 대한 상흔을 드러내고, 마약과 쇼핑에 취해 사는 오필리아를 통해 꿈 없이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한다. 벤과 촌이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을 멕시코의 거대 자본이 집어삼키는 모습을 비추며 무분별한 합병으로 이익을 챙기는 대기업의 불편한 진실도 건드린다. 시간이 갈수록 과연 영화가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후반부 삽입된 반전 또한 긴장감이 아닌 허무함을 안겨주며 감독의 연출력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25번째 영화를 만든 노장감독의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큰 치명타다.

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킥 애스’ 애론 존슨이 이렇게 섹시할 줄이야.
- 수위 높은 액션을 마음껏 즐길 줄 아는 관객들.
-올리버 스톤 감독의 부활은 도대체 언제쯤?
-베네치오 델 토로와 셀마 헤이엑의 연기가 이렇게 소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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