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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쇠약 직전의 사람들 (오락성 7 작품성 5)
연가시 | 2012년 7월 6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연가시는 철사 모양의 유선형 동물이다. 곤충의 몸에만 기생한다. 어느 정도 자라면 숙주의 뇌를 조절해 물가로 유인, 자살시킨다. 물속에 들어간 연가시는 곤충의 배를 뚫고 나와 물속에서 다시 번식한다. 무서운 놈이다. 그런 연가시가 인간의 몸에 들어간다면? 연가시에 감염된 인간 역시 통제력을 잃고 물로 뛰어들게 자명하다. 자살을 가장한 타살. <연가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대한민국이 치사율 100%의 변종 연가시에 감염됐다. 정부는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하고 감염자를 격리시킨다. 치료제를 찾던 정부는 치료에 효력이 있는 구충제 ‘윈다졸’을 발견한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미친 듯이 ‘윈다졸’을 찾아 약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윈다졸’의 양이 많지 않다. 이미 생산 중단된 제품이다. 아내(문정희)와 아이들이 변종 연가시에 감염된 재혁(김명민)도 약을 찾아 사방팔방 뛰지만, 약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속도가 빠르다. <연가시>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빠르다’로 정의할 수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쉬지 않고 몰아친다. 그러니까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도 전에 다음 사건으로 이야기를 밀어붙이는데, 이 방법의 효과가 의외로 크다. 연가시에 감염된 인간들이 좀비처럼 거리를 접수하고, 약을 구하겠다고 서로를 물어뜯는 모습이 긴장을 조성한다. 영화는 이성이 사라진 도시에 음모론까지 끼워 넣어 이야기가 지루해지는 것을 막는다. 끝까지 보게 만드는 영화인 건 분명 미덕이다. 상업오락영화로서의 몰입감은 충분하다.

문제는 이 영화의 미덕이 거기에서 그친다는 점이다. 빠른 속도감을 얻는 대가로 영화는 많은 디테일들을 모른 척 하거나 포기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캐릭터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연가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엑스트라부터 주연까지 모두가 신경쇠약 직전의 사람들 같다. 사람들은 쉬지 않고 소리 지른다. 주인공 재혁은 주식으로 전재산을 탕진했다는 사실에 시작부터 악에 받쳐있다. 주식 실패로 히스테리를 부리는 건 재혁의 동생이자 형사인 재필(김동완)도 마찬가지다. 재난 사태를 책임지고 있는 국립보건소원장은 왜 또 그렇게 참을성 없이 소리를 지르는지. 국무총리도 소리를 빽빽. 연구소의 결정에 시도 때도 없이 태클 거는 연구원 연주(이하늬)도 빽빽. 정신이 사납다. 긴장감을 늦추지 않기 위해 감정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 속도 강박에 사로잡혀 캐릭터들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인상이다. 당연히 가장 큰 피해는 주인공의 몫으로 돌아간다.

주인공 재혁은 필요 이상으로 오지랖이 넓다. 그는 치료약을 구할 기회를 번번이 눈앞에서 놓치는데, 그게 다 자업자득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뜬금없이 인간애를 발휘해 약을 빼앗기는가 하면, 성미 급하게 굴다가 창고에 있는 약을 통째로 날리는 등의 민폐 설정으로 짜증을 조성한다. 주인공을 영웅화하지 않으려는 시도는 그렇게 스스로의 꼬리를 밟고 만다. 즉 기존 할리우드 재난 영화 주인공들과의 차별화에는 성공했지만, 그 차별화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 민폐 캐릭터들을 관객이 얼마나 관대하게 받아줄 것인가. 그 여부에 따라 영화에 대한 만족의 크기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연가시>의 단점 보완을 위해 추천해 주고 싶은 치료제는, 안정제다.

2012년 7월 6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빠른 속도감. 몰입도도 높다
-소재가 주는 호기심
-기대가 높지 않다면, 오락영화로서 즐길만하다
-문정희의 생수통 마시기 호연!
-엑스트라부터 주연까지 모두가 감정 과잉
-연가시보다 사람이 더 공포스럽다
-조아제약 CF?
6 )
mublue
임신중이신 마님땜시 보러갈까 말까 무쟈게 혼동되게 하는군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까나?   
2012-07-16 14:43
lhj9005
이 영화가 흥행이 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가 한때 곱등이와 연가시가 화제가 됬었는데
소재로 바로 잡고 영화가 제작되어 더 많은 관심이 가는 듯 싶습니다.
그런의미에서라도 한번 보고싶네요   
2012-07-13 22:51
freegod13
보는내내 관객들의 반응은 영화를 보러온것이 아니라 정말 지구 반대편에는 변종연가시가 있을것만같은 예감 !!올해 여름에 계곡에 가기싫은마음까지 들게 만드니...몰입도가 현실에까지 미친다 하지만 결말에서는 연가시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것을 보여준다 문정희씨의 연기 너무 잘봤습니다 기자분께서도 말씀하셨다 시피 정말 주인공이 너무 민폐역할이라.....아기한테 준다고 약 뺒길때는 관객 모두 들고있던 물병을 던질것같은 기세였습니다 저또한 너무 답답해서 옆에있는 친구에게 살짝 화를 냈습니다 ^^여튼 영화는 잘 만들어졌고 의도는 알겠지만 주인공의 답답함이 너무 짜증났다는거....   
2012-07-13 02:17
shnoble
영화의 속도감 때문에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어요... 기대했던것보다 잼있게 본 영화!
그런데 먼가 큰 한방이 부족했던....   
2012-07-10 17:49
suddl8585
아직 보진 못했는데 -,.- 꽥괙 대는 소리 때문이라에라도 피하고 싶기도 하네요   
2012-07-10 13:39
goodman43
영화의 내용만 보더라도 실제 있을수도 있는 일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도 사람 몸에 숙주가 기생 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 공포가 더해지는것 같습니다. 올 여름에 음식조심 건강조심 꼭 해야할 것 같네요. 그리고 애완용 동물도 조심해야 할 것 같구요   
2012-07-0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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