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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작다 (오락성 6 작품성 6)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 2012년 5월 30일 수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백설공주 탄생 200주년을 맞아 기획된 세 편의 ‘백설공주 프로젝트’ 영화 중 두 번째다. 일단 줄리아 로버츠-릴리 콜린스 콤비의 <백설공주>보다는 한 수 위다. 적어도 “기존 백설공주와 차별화 된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감독 루퍼트 샌더스의 다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샤방한’ 느낌의 원작 동화를 완전히 포맷한 후, 다크한 판타지 무비로 재구성해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처럼 박진감 넘치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온전히 신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장점과 단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는 영화가 바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기 때문이다.

CF계에서는 못해도 영화판의 팀 버튼 정도는 될 것이다. 이 영화로 장편 영화 첫 메가폰을 잡은 루퍼트 샌더스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장기를 녹여낸다. 아디다스, 나이키, 도요타 등 유명 CF를 담당한 감독답게 비주얼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뽑아낸다. 특히 스노우 화이트 일행이 요정들의 숲 속으로 진입하는 장면은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CF라는 짧은 호흡에 길들여져 있어서일까. 개별 시퀀스들은 훌륭하지만 그 시퀀스들의 이음새는 매끄럽지 못하다. 디테일은 만족스럽지만 그것이 한데모인 작품의 결과는 뭔가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조립된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작다는 얘기다. 12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정말 길게 느껴지는 것도 감정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잡아내지 못한 결과다.

‘그 날 이후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뻔한 결말을 방지하기 위해 헌츠맨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영입한 것은 영리했다. 헌츠맨을 맡은 배우가 최근 <어벤져스>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크리스 헴스워스라는 사실도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겐 호기다. 다만 힘세고 거칠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이 캐릭터가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헌츠맨의 등장으로 크게 타격받을 일곱 난장이들에 대한 우려는 배우 캐스팅으로 무마했다. 영화에서 일곱 난장이로 분한 배우들은 영화계에서 꽤나 높은 인지도를 쌓아 온 연기파 배우들이다. 이들의 묵직한 연기 덕분에 난장이들의 분량은 적지만 비중이 적어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이 좋은 배우들을 조금 더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상당히 익숙한 뭔가를 보여준다. <트와일라잇>의 벨라가 중세시대로 와서 드레스를 입으면 딱 백설공주겠다,싶다. 헌츠맨과 공작 아들 윌리엄(샘 클라플린) 사이를 오갈 때는 영락없는 우유부단 벨라다.

‘얼굴마담’들이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매력을 발하는 건 왕비 이블 퀸으로 분한 샤를리즈 테론이다. 그녀는 가족을 잃은 분노, 하나 밖에 없는 혈육인 동생에 대한 애증, 영생에 대한 욕망,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 외로움, 슬픔, 분노 등 복잡다단한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한다. 특히 영화가 그녀의 과거사까지 건드리면서 관객의 감정은 이블 퀸에게도 적지 않게 이입된다. 백설공주보다 이블 퀸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게, 이 영화에게 약인지 독인지는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제작단계에서부터 3부작으로 구상됐다. 시리즈 영화의 성패는 1편이 쥐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 영화가 그 책임을 충분히 이행해 낼지는 의문이다. 다만 믿는 구석이라면 다음 두 편의 시리즈는 원작 백설공주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이번 첫 번째 시리즈의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시키리라는 예감이다. 지금으로서는 후속편들이 스노우 화이트를 중심에 둔 헌츠맨과 윌리엄의 삼각관계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하긴,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끝나가는 마당에 누군가에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2012년 5월 30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비주얼만큼은 환상적이다.
-샤를리즈 테론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영화.
-벨라, 여기서도 어장관리더냐!
-거울은 거짓말쟁이? 왕비가 공주보다 매력적이야
-다소 지루한 이야기 전개
1 )
level42
샤를리즈테론 여전히 매력적인듯 나머지 시리즈중에 한편은 이블 퀸의 스토리로 만들면 좋지않을런지..   
2012-05-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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